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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LINE INDUSTRY | 한반도 상공의 ‘총성 없는 전쟁’

AIRLINE INDUSTRY | 한반도 상공의 ‘총성 없는 전쟁’

한국의 하늘길을 둘러싼 국내외 항공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항공 이용객이 크게 늘면서 국적 항공사, 글로벌 대형항공사, 저비용 항공사의 3파전이 거세다.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의 기능이 커지면서 인천국제공항에 글로벌 항공사의 신규 취항이 늘었다.



“착륙하려고 활주로를 보면 이젠 인천공항도 좁게 느껴진다.” 아시아나항공 기장의 말이다. 그는 “최근 몇 년 새 취항 노선이 늘면서 인천공항은 글로벌공항의 면모를 갖췄다”면서 “국적항공기가 다양한 국가의 항공기 속에 둘러싸여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한국시장에 날아들고 있다. 지난해 5월 세계 2위 아메리칸항공이 인천-미국 댈러스 노선에 취항하면서 인천공항은 세계 5대 대형 항공사가 모두 취항하는 공항이 됐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세계항공통계(2012년 기준)에 따르면 글로벌 탑 5대 항공사는 델타,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에미레이트, 루프트한자 등이다.

노선도 늘고 있다. 인천-미국 디트로이트 직항노선을 매일 운항하는 델타항공은 오는 6월 3일부터 인천-시애틀 직항노선을 매일 1회 신규 취항한다. 앞서 캐세이패시픽은 3월 31일부터 인천-홍콩 직항노선을 매일 5회에서 6회로 증편했다. 지난해에는 아메리칸항공을 포함해 체코항공, 에티오피아항공 등 모두 7개 항공사가 인천공항에 신규 취항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진출도 파죽지세다. 자본력과 가격경쟁력을 두루 갖춘 해외 대형 LCC들이 몰려오고 있다. 올해만 춘추항공(중국), 홍콩익스프레스, 바닐라에어(일본), 비엣젯(베트남) 등 해외 LCC 4곳이 한국에서 노선 개설 허가를 받았다. 한국행정기·부정기 노선을 운항하는 해외 LCC는 15개로 늘어난다. 여기에 말레이시아 국적의 아시아 최대 LCC인 에어아시아도 일본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데 이어 한국 진출을 꾀하고 있다. 현재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국내 기업과 합작사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의 경쟁도 치열하다. 5개 LCC의 국내선 점유율은 48.2%, 국제선 점유율은 9.6%다. 지난해 대한항공이 176억원, 아시아나항공이 112억원 영업적자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신규 LCC를 만들어 기존 일본·동남아·중국 노선을 이 LCC에 맡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에어한성’이란 LCC 설립 움직임도 있다.

문제는 2012년 토니 타일러 IATA 회장의 말처럼 ‘한국의 LCC 시장은 포화 상태’다. 이 때문에 최근 LCC 업체들은 지방공항과 해외공항 노선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제주항공은 4월부터 제주공항에서 광저우, 시안, 청두를 오가는 노선과 김해-정저우 노선에 새로 취항했다. 7월부터는 대구-제주 노선과 대구-방콕 노선을 동시에 신설하며 대구공항 활성화에 나선다. 진에어도 4월부터 양양과 중국, 제주도를 잇는 노선을 신설했고 이스타항공은 7월 청주-상하이 정기노선에 취항한다.



‘ 시계 제로’ 국적 항공사 활로 찾기해외 항공사는 수익 확대를 위해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IATA 한국지부 관계자는 “주요 고객이던 유럽시장이 경제위기로 주춤하는 사이 아시아 시장이 성장하자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동아시아 허브 역할을 담당하는 인천국제공항의 지리적 이점과 시장성이 큰 메리트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LCC의 경우 유럽과 북미, 동남아 등과 달리 국내에선 항공시장 점유율이 아직 20%대 초반이어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에선 외국기업이 LCC 합작사를 세울 때 지분율 25%를 넘지 못하게 규제하지만, 한국에선 지분율 제한이 50% 미만이라 합작사를 설립하려는 글로벌 LCC 회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궁지에 몰린 것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다. 한국 항공업계에선 ‘글로벌항공사 진출’ ‘내부 경쟁 심화’ ‘해외 LCC의 공세’라는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델타항공의 인천-시애틀 직항노선은 기존에 운항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아메리칸항공의 인천-댈러스 직항노선은 기존에 단독 운항하던 대한항공의 파이를 줄여놓았다.

이 때문에 국적 항공사들은 활로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저비용항공 자회사 설립 움직임은 위기를 타개하려는 방편이다. 장거리 노선에서는 해외 항공사에 위협받고, 단거리에선 저비용항공사를 이기기가 어렵다보니 자회사를 설립해 단거리 노선을 맡기고 장거리 국제선에 집중하려는 이원화 전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의 자회사 설립 움직임이 “고객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이원화 마케팅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선 노선에서 공동운항(코드셰어)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LCC들의 공세 등으로 점점 치열해지는 국제선 시장 경쟁을 노선확대와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공동운항은 항공사들이 취항하지 않거나 취항 일정이 부족한 노선을 다른 항공사의 노선과 합치거나 연계해 운항하는 형태의 협력이다. 대한항공은 기존 16개 한·일간 노선에서 일본항공과 실시하던 공동 운항을 24개 노선으로 확대했다. 또 미국 노선 연계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델타항공과 공동운항 이상 수준의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프리미엄 서비스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처음으로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A380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대한항공과의 프리미엄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17년까지 A380 6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A380의 대 당 가격은 4000억원 수준. 현재 미국의 LA와 뉴욕·애틀랜타, 홍콩,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노선에 A380 여객기를 운영하는 대한항공도 올해 2대를 추가 도입해 모두 10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항공업계에선 ‘한국 항공업이 위기에 빠졌다’는 우려와 함께 ‘이 기회에 제대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해외 항공사들의 한국 진출은 항공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고 소비자의 가격선택권을 넓히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국내 항공사들에는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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