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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정수현의 바둑경영 - 눈앞의 묘수에 현혹되지 말라

Management | 정수현의 바둑경영 - 눈앞의 묘수에 현혹되지 말라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 선수들.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독일의 우승으로 끝났다. 독일 축구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전통적인 힘의 축구에 예술적인 기교를 더하여 독일은 기술적으로 앞선 축구를 보여줬다. 우승 후보 브라질에 7대1로 대승을 거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독일 축구를 바둑으로 비유하면 전투력과 섬세한 기술, 즉 세기(細技)를 겸비한 것으로 평할 수 있다. 말하자면 화려한 공격력과 함께 정교한 계산력을 갖춘 셈이다.

일반적으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갖추기는 쉽지 않다. 하나는 강력하고 하나는 부드러워 서로 다른 특징을 갖기 때문이다. 강하게 밀어붙이는 불도저 타입이 유연하게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힘과 섬세함을 함께 갖출 수 있다면 천하무적이다.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가 부드러움을 갖고 있다면 조직관리가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강하면 부러지기 쉽다’는 말처럼 힘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전차군단으로 상징되던 독일이 뛰어난 기교를 갖춘 고수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장기간 착실하게 준비해 왔다는 것이 최대의 비결인 것 같다. 중장기 계획에 따라 기량을 강화하며 준비한 것이다. 독일은 뢰브 감독에게 오랫동안 사령탑을 맡겨 일관성 있게 준비를 해왔다.

이런 장기적 목표와 일관성 있는 준비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2 월드컵에서 우리는 4강에 오르며 준결승에서 독일과 대결했다. 그 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독일은 세계 최강으로 도약한 반면 우리는 16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축구뿐만 아니라 경제 등 다른 면에서도 독일의 교훈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강력하면서 부드럽긴 쉽지 않아특히 우리는 단기적 처방에 치우치는 경향이 강하다.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문제를 처리하는 데 급급한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계획이 수시로 변하고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눈을 들어 우리의 주요 현안을 살펴보면 중장기적인 계획을 요하는 것이 많다. 남북통일, 고령화사회, 미래의 먹거리, 국가경제 등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멀리 내다보고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을 세워야 할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를 과연 우리가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재가 어렵다고 당장의 문제만 막으려고 하다가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며 중장기적인 계획과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중장기 계획을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둑을 통해 알아보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눈앞의 작은 이익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당장 먹을 것이 있으면 누구나 먹으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바둑에서 하수들은 당장 눈에 띄는 먹거리가 있을 때 본능적으로 손에 넣으려고 한다.

[1도] 같은 모양에서 흑1에 두었다고 하자. 중급자들은 여기서 당장 흑 두 점을 잡고 싶은 충동에 휩싸일 것이다. 당장 이익을 보는 수이기 때문이다. [2도]에서 백2로 두면 오른쪽 흑 두 점을 잡을 수 있다. 10집 정도의 적지 않은 이익이다. 그러나 이런 이익에 현혹되다 보면 흑5에서 7로 끊겨 위쪽 백돌이 위험해지게 된다. [3도]에서는 잡고 싶은 본능을 억제하고 백2에 뛰어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 올바르다. 흑3을 당해 백 한 점이 선수로 잡히지만 그것은 감수해야 한다.

장기적 비전과 목표를 위하여 필요한 두 번째 요결은 즉각적인 성과주의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곧바로 성과를 내려고 하면 멀리 보기가 어렵다. 바둑의 고수들은 공격할 상대방의 돌, 즉 공격목표가 있을 때 즉각적으로 덤벼들지 않는다. 당장 성과를 내려고 하다가 판세를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즉각적인 성과주의는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예를 들어 고위 공직자가 재임 기간 중 눈부신 성과를 내려고 하면 이상한 묘수를 찾게 된다.

지금까지 하던 일을 중단시키고 자신만의 특별한 정책을 실행한다. 그 묘수가 중장기적으로 악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즉각적인 성과주의를 지양하려면 ‘기다려줄 줄 아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한 두 번 실패했다고 곧바로 질책을 한다면 누구나 성과지향적이 될 수밖에 없다.



기다려줄 줄 아는 문화 만들어야셋째는 미래를 내다보는 눈, 즉 선견지명이 있어야 한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어야 중장기적인 계획도 가능하다. 세상의 흐름에 따라 미래는 바뀌게 된다. 그것이 불투명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한 법이다.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월드컵 축구를 통해서 중장기적 비전과 계획의 중요성을 살펴봤다. 우리가 좀 더 안정적으로 발전을 하려면 단기적인 성과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일관성 있는 계획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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