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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 운명에 베팅하라 행운이 깃들 테니

Management | 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 운명에 베팅하라 행운이 깃들 테니

유통 업계 ‘행운 마케팅’ 관심 ... 스타벅스·애플 등의 럭키백이 대표적
올 1월 3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프리스비 매장에서 열린 ‘럭키백 이벤트’에서 전날 밤부터 기다린 고객들이 이벤트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이벤트는 프리스비 1000만 고객 돌파 기념 이벤트로 3만원에 판매되는 럭키백 안에 가방·스피커 등 액세서리는 물론 맥북, 아이패드 미니 등 스마트 기기가 무작위로 담겨 있어 전날 밤부터 대기자가 몰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홍콩 여행을 앞두고 호텔을 정하려는 사람이 있다. 그가 호텔을 어떻게 선택할까? 우선 원하는 호텔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 값을 지불하는 방법이 있다. 다음으로 여행사를 통하거나, 아니면 인터파크·부킹닷컴 같은 대행 서비스를 이용해 결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원하는 가격, 원하는 지역, 원하는 호텔 수준을 지정하면 그 범위에서 가능한 호텔이 무작위로 지정되는 ‘프라이스 라인’을 선택할 수도 있다.

마지막 경우처럼 내가 특정한 호텔을 직접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적합한 호텔을 추천 받는 것도 아닌, 어떤 호텔이 결정될 지 운명에 맡겨놓고 베팅하는 형태의 ‘행운 마케팅’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소비자는 최소한의 조건만 설정하고, 나머지 선택의 결정은 운(運)에 맡긴다.

어떤 것이 걸릴지 확신하진 못하지만, 최소한 그게 엉망이진 않을 것이다. 최소한의 안전망이 보장된 상태라서다. 다만 무엇을 선택할지 스스로의 결정이 아닌 그날의 운세에 맡기는 그야말로 ‘로또를 바라는 마음’이 적용된 구매 행동인 것이다.



스스로의 결정 아닌 로또를 바라는 마음올해 유행하고 있는 ‘럭키백 마케팅’ 형태가 전형적인 ‘행운 마케팅’이다. 럭키백이란 가방에 상품을 무작위로 담아 일정한 금액에 판매하는 이벤트다. 운에 따라 지불한 가격보다 3~10배까지 비싼 제품을 살 수 있다. 2007년부터 매년 초 스타벅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럭키백 행사가 대표적이다.

운이 좋은 사람은 음료수 무료 쿠폰에 값비싼 컵이 담긴 박스를 고른다. 운이 나쁜 사람은 디자인이 예쁘지 않아 팔리지 않은 텀블러가 담긴 박스를 고르기도 한다. 그야말로 그 날의 행운이 선택을 좌지우지한다. 애플 프리스비의 럭키백 이벤트는 전날 밤부터 번호표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 서울 명동 일대가 혼잡을 빚기도 했다. 3만원만 내면 작은 액세서리가 걸리기도 하고, 고가의 노트북인 맥북부터 아이패드 미니가 걸리기도 해 거의 로또 수준으로 사람들에게 행운을 안겨준다.

최근에는 럭키백과 거의 어울리지 않는 서비스 부문에서도 이런 이벤트를 적용하고 있다. SK텔레콤에선 올 5월 신규 고객에게 ‘스타박스(Star Box)’를 제공하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 박스 안에는 전지현과 이정재가 직접 착용한 선글라스, 스타일리스트 정윤기가 디자인한 휴대폰 파우치 등 최대 40만원 상당의 제품이 들어있었다. 비록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업은 아니지만,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용한 것이다.

온라인 유통가에서도 행운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GS샵은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배너’를 클릭하면 자신의 운에 따라 최대 92% 할인된 특가 상품이 무작위로 노출되는 형태의 마케팅을 진행했다. 옥션의 ‘다이내믹 프라이스’는 구매자가 없으면 시간별로 가격이 내려가는 코너다. 운만 좋으면 최종 0원에 구매하는 것에 도전하는 이벤트다.

CJ오쇼핑에서 운영하는 ‘프라이스 다운샵’은 매일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제품 가격을 1%씩 할인해주는 코너다. 정상가에서 출발해 하루 1%씩 누적 할인된다. 만약 100일 간 할인이 지속될 경우에는 100% 할인된 가격인 0원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런 온라인 쇼핑몰의 ‘행운 마케팅’은 판매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데도 기여한다.

어떻게 보면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역시 소비자들이 그날의 운세에 따라 제품을 배송 받는 ‘행운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화장품 업종뿐만 아니라 일주일치 먹을 채소를 한꺼번에 무작위로 받는 ‘꾸러미’ 형태의 서브스크립션, 심지어는 그날 입고 나갈 옷 등을 코디해 박스 채 보내주는 형태의 패션 업계 서브스크립션도 ‘행운’이란 키워드를 활용한다. 제품을 보내주는 사람의 판단에 온전히 의지한 채 내가 어떤 제품을 받게 될지 전혀 모른다는 측면에서 서브스크립션이 가진 ‘정기 배송’의 장점에 ‘행운’이라는 개념을 덧붙인 것이다.

마치 로또 복권을 구매하는 것처럼 소비와 구매 역시 자신의 행운에 기대려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얼까? 첫째로 가능한 설명은 행운에 의지하는 행위가 소비자의 의사결정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휴리스틱(heuristic)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휴리스틱이란 시‘ 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사용하는 어림짐작의 기술’을 의미한다. 실제로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다양한 상황변수를 모두 고려해 복잡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고, 습관에 의지하거나 대충 결정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행운에 의지하는 구매도 제품과 서비스를 검색하고 복잡하게 사고하기보단, 선택을 그저 운명에 맡겨버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도 좋고 안 사도 그만소비자의 자신감이 한층 커진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나는 정보검색도 잘하고, 유사한 다른 제품을 충분히 잘 찾아낼 수 있으니 꼭 특정 제품에 목숨 걸 필요는 없다는 대담함이 숨어 있다. 사도 좋고, 안 사도 그만인 소비자의 태도 때문에 역경매나 럭키백처럼 어떤 제품이 선택될지 알지 못하는 구매결정이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어떤 제품을 사용하느냐보다는 그걸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훨씬 더 중요해지는 그야말로 ‘자기 중심’적인 의사결정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행운 마케팅에 적용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필수재화가 아니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한 번 구매하면 최소 5~10년 이상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구매선택을 온전히 행운에 맡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잠깐 머무르는 호텔 구매나, 대충 사용해버리면 그만인 식품산업에서 이런 행운 마케팅이 좀 더 쉽게 적용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점차 제품의 품질수준이 향상되고 제품 간 품질 격차가 사라지는 시장 상항에서는 앞으로는 우리가 필수재화 혹은 고관여 제품이라 여기는 산업에서도 이처럼 행운에 의지하는 구매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 앞으로 장기화될 저성장기, 일상 속에서 자신의 행운을 테스트하는 구매 트렌드가 기업, 소비자 모두에게 작은 즐거움을 선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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