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 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 소유보단 사용, 렌털시장 북적
Management | 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 소유보단 사용, 렌털시장 북적
내 집, 내 자동차, 내 휴대폰….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내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다. 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은 전통적으로 한 곳에 정착하는 농경 문화가 배경이기 때문에 사람들 역시 뭐든 쌓아두고 소유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분석한다. 때가 되면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유목민’의 생활과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소유에 유난히 집착하던 한국 소비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내 것을 가지기보다는 그 때 그 때 필요에 따라 빌려 쓰는 문화가 꿈틀거린다. 렌털 비즈니스가 대표적이다. 렌털 시장은 1970년부터 태동하긴 했지만 초창기엔 건설기기 같은 기업 중심의 시장이었다.
최근 들어서야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소비자 중심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렌털 제품도 정수기·매트리스·유아용품에서부터 심지어는 고가의 미술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렌털 시장의 규모는 2016년 25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2016년 렌털 시장 25조원 육박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모든 제품에 렌털 비즈니스를 접목시켜선 곤란하다.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제품을 빌리고자 하는지 그 이유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속적인 관리’ 개념이 잘 어울리는 산업은 렌털 개념이 적합하다. 정수기나 매트리스처럼 정기적으로 전문가로부터 관리 받고자 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다.
이 제품들은 굳이 내 것이어야 할 필요가 적다. 특히 최근에는 전문가 못지않은 프로 소비자들이 늘면서 오히려 ‘일반인들은 절대 하지 못하는 더 전문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기도 한다. 유료로 세탁조 세척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이런 이유다.
한번에 목돈을 투자하기 부담스럽거나 절세 등의 실용적 목적을 가진 경우에도 소비자들은 기꺼이 빌려서 쓴다. 자동차 렌털이 그렇다. 세련된 새 차를 갖고 싶지만 목돈이 부족한 젊은이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렌털 서비스를 이용한다. 자동차 구매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해야 하는 사장님들은 자동차를 바로 구매하지 않고 렌털 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한다. 비용과 관련된 혜택을 따져보는 경우다. 값이 비싸 당장 손에 넣지 못하는 덩치 큰 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
셋째로 항상 사용하지는 않는 제품도 렌털 서비스의 선호도가 높다. 여기에는 어린이 용품 시장이 해당된다. 자식 사랑이 유난스러운 한국 엄마의 특성을 비추어 볼 때 소중한 내 자녀에게 남들이 쓰던 것을 빌려주는 행동은 다소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더구나 한창 핵가족화가 가속화될 때 자녀들에게 무조건 새 물건을 선물해주던 부모의 모습이 익숙해졌다. 최근에는 이런 엄마들이 변하고 있다. 단 몇 달만을 사용할 유아용 의자·미끄럼틀·장난감 등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렌털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더 다양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도 있다.
끝으로 신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는 제품에도 빌려 쓰는 비즈니스가 잘 작동한다. 휴대폰 시장이 그 예다. 사실 스마트폰의 경우 대부분 내 것인 것처럼 인식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가격을 한번에 지불하는 사람보다는 사용기간 동안 할부 형태로 나누어 지불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지불 기간이 만료되지 않았을 때도 신제품이 출시되면 바로 갈아타기도 한다. 제품 성능이 업그레이드되면서 교체 욕구가 커지기 때문이다. 빌려 쓰는 것으로 인식하진 못하지만 역시 일종의 렌털 개념이 적용된 사례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국내 소비자들이 ‘빌려 쓰는 것’에 대해 비교적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자 국내 기업들도 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렌털 사업 위주로 사업을 이끌어온 코웨이·청호와 같은 기업은 물론이고, 위니아 만도를 인수할 예정인 현대백화점에서도 향후 렌털 산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에선 이미 렌털 사업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의 렌털 사업 성장률은 각각 전년 대비 620%, 575%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제품군도 있다. 억대를 넘어서는 ‘골드문트 오디오’는 렌털사업 성적이 부진하다. 이는 필요를 넘어 그저 수집하고 싶은 제품인 경우다. 이런 제품은 소유하는 행위 자체가 의미를 지니게 마련이다. 렌털 개념을 TV·냉장고 등 생활가전 영역으로 확대했던 이마트와 KT렌탈의 시도 역시 뚜렷한 성과를 확인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교체 주기가 10년 이상으로 긴 제품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렌털이란 개념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나의 것을 갖고자 열망했던 사람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록 완전한 렌털 시장은 아니어도 중고마켓이 활성화되고 공유 관련 아이디어가 시장에 등장하는 점도 이러한 변화를 상징한다. 한국에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던 ‘카 셰어링’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시행된 것만 봐도 사람들에게 어떠한 편익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소유 자체가 의미 있는 제품은 곤란성공하지 못했던 생활가전 산업에서도 누구를 어떻게 겨냥하느냐에 따라 렌털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가령 혼자 사는 1인 가구나 고령화를 맞은 시니어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면 TV나 냉장고 같은 생활가전에도 렌털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흔히 선진 시장으로 갈수록 렌털 시장이 확대된다고 한다. 한국은 지금 제품을 사용해보고자 하는 욕망이 소유하고자하는 욕망을 넘어서는 지점에 있다. 그동안 소유에 대한 집착으로 성장이 더뎠던 한국에서도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을 사고 파는 비즈니스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삼성, 세대교체로 '인적쇄신'...30代 상무∙40代 부사장 다수 승진
2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에 정진완 부행장
3"어린이용 버블 클렌저에 분사제로 LPG 사용?"…화재·폭발 주의
4엔지니어 중심의 인사 삼성벤처투자에도 이어져
5누구나홀딱반한닭, 2024 한국브랜드 소비자 평가 대상 수상 "쌈닭으로 메뉴 차별화"
6‘환승 저축’ 우리은행, 청약 예·부금→주택청약종합저축 전환시 5만원
7중기부, 소상공인 경영지원 플랫폼 '소상공인 365' 시범 운영
8사전 교감 없었던 ‘비자 면제’...中의 숨겨진 ‘세 가지’ 의도
9멕시코 대통령 "美와 관세 전쟁 없다"…中 전기차 투자도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