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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ESE TOURISTS IN KOREA | 요우커(遊客·중국인관광객) 600만 시대 - ‘리테일–테인먼트(럭셔리 쇼핑과 여행 결합)’로 VIP 잡는다

CHINESE TOURISTS IN KOREA | 요우커(遊客·중국인관광객) 600만 시대 - ‘리테일–테인먼트(럭셔리 쇼핑과 여행 결합)’로 VIP 잡는다

요우커는 쇼핑에 관심이 많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면세점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요우커들.

#1. 지난 8월 하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면세점. 호텔 정문에서 면세점까지 수십 미터에 걸쳐 관광버스가 늘어섰다. 중국인관광객(요우커)을 태우고 온 차다. 이날 면세점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은 여성. 한 여행사 가이드는 “중국의 중추절 연휴를 앞두고 가족과 지인의 선물을 사러 온 사람들”이라며 “중국 여성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면세점 쇼핑만을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도 늘었다”고 말했다. 2박3일 일정으로 베이징에서 왔다는 왕야오닝(38)씨는 쇼핑백을 여덟 개나 들고 있었다. 친지와 남편의 사업 파트너들에게 줄 시계와 화장품 등이다. 그는 “한국 화장품의 품질이 좋아 중국에서 인기가 높다”며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거리도 가까워 1년에 서너 번씩은 신라면세점을 찾는다”고 말했다.

#2. 같은 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근처에서 만난 서진이엔(23)씨는 사흘 전 두 명의 친구와 한국을 찾았다. 그는 “평소 좋아하던 한류 스타들이 있고, 관광과 쇼핑 그리고 외모관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한국에 왔다”며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선 최고의 해외여행지로 ‘서울 강남’을 꼽는다”고 했다. 코 성형수술을 해 마스크를 끼고 있는 그들은 “한류스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우커가 한국 관광산업의 대세로 떠올랐다. 한국관광 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2011년 222만 명, 2012년 283만 7000명에서 지난해 432만 7000명으로 급증했다. 지난 7월까지 입국한 중국인은 309만 5236명이었다. 한국관광공사 서영충 중국 팀장은 “중국 국경절 기간 (10월 1∼7일) 동안 지난해보다 35% 증가한 약 16만 명의 요우커가 방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추세라면 10월 중순쯤 500만 명, 연말에는 6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 국가 관광객이 한 해 500만 명을 돌파하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은 홍콩, 마카오에 이어 요우커가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가 됐다. 지난해 10월 중국 여유법(중국 관광진흥법) 개정안(초저가 관광상품 기획 및 쇼핑 강요금지를 규정)이 시행되자 요우커 유입이 잠시 주춤했지만 이후 개별 관광이 크게 늘면서 쇼핑과 숙박, 의료관광 시장에 큰 손님으로 자리했다. 엔저와 정치적 마찰 등으로 일본인관광객이 줄어든 자리를 충분히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광객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매출 기여도도 높다. 요우 커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008년 130만 원에서 2013년 236만 원으로 80%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인관광객이 142만 원에서 153만 원으로 7.3% 증가하고, 일본인관광객은 107만 원에서 103만 원으로 오히려 4.2% 감소한 것과 크게 비교된다. 요우커들이 지난해 한국에서 지출한 총 비용은 7조7000억 원으로, 올해는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연구원은 요우커의 지출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생산 유발 효과가 지난해 13조3700억 원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3000만 원대 고급 승용차 44만여 대를 판 것과 맞먹는다.

요유커의 한국 방문은 당분간 크게 늘 전망이다. 9월 16 일 삼성증권은 ‘요우커의 진짜 빅뱅은 이제 시작이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중국은 현재 해외여행 붐이 본격화되는 국민소득 3000~1만 달러 구간의 중간 정도(6000달러)에 들어서 있으며 1만 달러 소득이 예상되는 2018년까지 여행객 규모가 최대 80%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종규 삼성 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요우커의 40%가 몰리는 홍콩이 최근 주민 반발을 의식해 요우커 유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는가 하면, 일본은 중국과 감정싸움이 격해져 열도로 향하는 요우커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한류’와 같은 우리의 문화 콘텐트가 탁월한 경쟁력을 구축하면서 한국을 찾는 요우커가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8년부터는 연간 1000만 명 요우커가 국내에서 30조 원 이상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소매 판매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이 같은 청사진을 실현하려면 해결 해야 할 문제도 많다. 관광상품의 수준과 서비스의 질이 떨어져 요우커의 관광 만족도와 재방문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현장에선 바가지요금, 천편일률 프로그램 등으로 요우커의 불만이 끊이질 않는다. 의료관광 브로커 문제만 해도 불법 성형 브로커 1000여 명이 활개 치며 내국인의 3~4배에 달하는 진료비를 책정하고는 30~40%의 수수료를 챙긴다게 업계 이야기다. 특히 피해사례 등이 해외에 알려지면서 “의료관광이 싹트기도 전에 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의 만족도 평가 조사 결과 5점 만점에서 요우커는 4.11점으로 주요 조사 대상 16개 국가 중 14위에 머물렀다. 향후 3년 내 관광을 목적으로 재방문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점수도 3.95점으로 14위였다.

전문가들은 요우커의 만족도와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인프라 구축과 함께 개별관광객을 위한 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석호 레저경영연구 소장은 “많은 여행사가 이윤이 남지 않는 제로 패키지 투어를 진행하면서 쇼핑 옵션을 강요하고 있다”며 “교란된 관광 시장을 정리하지 않으면 요우커가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했다. 최경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단체관광과 개별관광 특성에 맞게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여행 타깃층을 세분화해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요우커는 쇼핑에 관심이 많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면세점에서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요우커들.



남극여행, 알프스에서 식사 즐기는 VIP 세계 여행업계를 보면 이미 중국인은 큰 손으로 등장한 지 오래다. 각국에서는 이들을 겨냥해 특화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인은 ‘진품’ ‘한 정판’ ‘VIP‘ 같은 데 이끌린다”며 “과거엔 명품을 구매하고 이름난 관광지에서 사진을 촬영했지만 이젠 극지 탐험, 크루즈, 사파리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신화사의 인터넷판인 신화왕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인 100여 명은 중국의 남극 과학연구기지인 창청기지를 둘러 봤다. 이들은 정기여객선으로 남극에 접근한 뒤 소형 고무 보트를 타고 창청기지에 올라 남극 과학기지 연구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남극 관광상품은 최저 10만 위안(약 1700만 원)으로 하이킹, 스키 트래킹 등 극한 체험 등을 포함하면 30만 위안(약 5100만 원) 정도로 알려졌다. 매년 남극 관광을 즐기는 관광객 3만 명 중 2000명이 중국인이다.

지난해 여름엔 500명의 중국인 자산가가 스위스 알프스 산맥 풀밭에 앉아 식사하는 이색 관광을 진행했다. 프랑스 파리의 쁘렝땅백화점은 중국인 단체여행객 전용 입구를 마련했고, 중국어 웹사이트도 운영한다. 1년에 두 번 열리는 ‘뉴욕 패션위크’ 행사에는 지난해 12명의 중국 부유층 여성이 참석했다. 대부분 30대 여성으로 한 명당 25만 위안 (약 4200만 원)을 내고 참석해 패션쇼를 참관하고 명품 쇼핑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관광공사가 중국의 부유층 여성들을 겨냥해 만든 럭셔리 투어 프로그램 ‘슈푸리야 레이디스’가 대표적이다. 상품 가격은 일반 여행상품의 3배에 달하는 1인당 2만 5000위안(약 420만 원)으로 이들이 쇼핑이나 식사, 기타 프로그램에 쓰는 돈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스 기사 참고). 한진관광의 중국인 VIP 여행상품도 2~8 명 단위의 소수 고객을 유치해 진행한다. 셀러브리티가 찾는 최고급 맛집에서 식사하고, 연예인이 자주 찾는 최고급 스파에서 피부 관리를 받는 식의 럭셔리 코스를 활용한 맞춤형 상품이다. 3~4일 일정에 300만~500만 원을 호가한다.

자료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의 삼성리더십 연수 상품은 기업인 대상이다. 지난 4월, 15명의 중국 기업 CEO들은 삼성전자 생산현장을 둘러본 후 임원들과 만나 삼성그룹의 핵심 경영 이념과 철학, 성공 전략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1인당 4 만 위안(약 670만 원)에 달하는 고가 상품인데도 신청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자료 한국문화관광연구원(2013년)
국내 쇼핑·호텔·의료업계에서도 VIP 요우커를 대상으로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요우커는 지출 경비 중 쇼핑 비중이 61%를 차지할 정도로 쇼핑에 대한 관심이 높다. VIP 요우커는 주로 면세점에서 쇼핑하는데 화장품을 많이 구매한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 면세점에서 쓴 돈은 1조9070억 원으로 국내 면세점 매출의 29.8%를 차지했다.

올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5.8% 늘어난 6269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매출액을 달성한 신라면세점은 10월초 중국의 국경절 연휴를 맞아 마케팅을 다양화했다. 우선 중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서울·제주신라호텔 숙박권과 갤럭시노트4 등 다양한 경품을 증정하는 ‘100% 경품 이벤트’를 연다. 또 중화권에서 새롭게 한류스타로 떠오른 배우 이종석과 식사를 함께하는 이벤트도 준비했다.

백화점도 중국인 VIP을 위한 서비스를 앞다퉈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재 오픈한 갤러리아 명품관은 업계 최초로 외국인 전용 ‘글로벌 VIP라운지’를 만들었다. 통역부터 동행 쇼핑까지, 일일 비서처럼 고객 개개인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인 전용 컨시어지 데스크다. 현대백화점은 본점 5층에 위치한 ‘라운지H’를 중국인 VIP를 위한 별도의 공간으로 꾸며 통역인력 상주, 다과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추석 연휴 서울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 부산 본점 등 3개 점포가 추석 당일만 휴점했다. 예년에는 추석 전날이나 다음 날을 붙여 이틀 쉬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손 큰 요우커 놓칠 수 없다’며 요우커 매출이 높은 점포들이 문을 연 것이다.

특급호텔도 ‘요우커 마케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인은 호텔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예약사이트 호텔스닷컴에 따르면 상반기 방한 외국인 중 호텔 객실 씀씀이가 가장 큰 나라는 노르웨이(16만 8548원)이고 중국(16만 1232원), 미국(16만 339원)이 뒤를 이었다. 평균은 14만 1675원이었다.



럭셔리 쇼핑과 여행 결합한 상품 필요 우선 의료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명동에 위치한 세종호텔은 아예 의료관광객만을 위해 ‘환자식’을 개발했 다. 치료 혹은 성형을 위해 투숙하는 고객을 위해 죽, 스프, 샌드위치 등 건강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고객 대부분이 중국 관광객이다. 서울 내 대표적인 ‘메디텔(의료기관과 연관된 숙박시설)’로 알려진 리츠칼튼호텔에는 메이클리닉, 페보니아 스파가 입점해 있다. 클리닉에는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상시 근무 중이다.

중국의 결혼시장도 넘본다. 인터컨티넨탈서울 그랜드 와 인터컨티넨탈서울 코엑스는 호텔 업계에선 처음으로 중국 고객만을 위한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중국 VIP를 정면 겨냥해 만든 이 패키지는 중국어가 능통한 직원이 동행, 쇼핑뿐만 아니라 구매한 물건을 호텔까지 배달해주는 ‘웨딩 원스톱 서비스’가 제공된다. 연 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중국 내 웨딩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정부가 지난 8월 12일 내놓은 투자 활성화 대책에는 VIP 요우커를 끌어들이기 위한 대책이 담겨있다. 우선 내년에 요우커 전용 케이블TV 채널을 만들기로 했다. 한국의 고궁, 테마파크, 쇼핑센터 등을 집중 방영하겠다는 것이다. 또 내년부터 요우커가 중국 주재 한국 대사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단체 관광객 비자를 신청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오는 11월에는 SM엔터테인먼트 전용 공연장이 있는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일대를 관광특구로 조성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관광특구로 지정하면 한류 아이돌의 영상을 건물 외벽에 오랜 시간 쏠 수 있다”며 “자연스럽게 중국인 관광객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VIP 요우커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성향과 요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6월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국제호화여행박람회(ILTM Asia)의 원탁행사 ‘경험 사냥꾼을 만나다’에서 나온 발언들은 주목할 만하다. 아시아의 럭셔리 여행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계획된 이 행사에서 패널들은 중국인 부호는 럭셔리 쇼핑과 여행을 결합하는 ‘리테일-테인먼트(retail과 entertainment 의 합성어)’ 상품을 추구한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여행 사 쿠오니의 중국지사장 알프레도 창은 “부를 축적한 중국인은 인정받는 것을 좋아한다. 이들은 예쁜 것을 찾아 쇼핑하는 것 외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 받고, 고품질 서비스를 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마담 피가로 중국 편집장인 다니엘 왕은 “내게 있어 럭셔리 제품은 디자인이나 외관의 매력뿐만 아니라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대변한다. 중국 소비자는 럭셔리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럭셔리 제품이 제공하는 문화, 꿈의 가치 및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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