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지성은 최고의 주당(酒黨)?
미국 최고의 지성은 최고의 주당(酒黨)?
한 젊은이가 클럽의 카운터에 몸을 기댄다. 턱수염 기른 삐쩍 마른 체형이다. 힙스터(인디 음악과 비주류 패션 취향을 좇는 도시 거주 밀레니엄 세대) 분위기를 풍긴다. 클럽은 맨해튼 금융가 언저리에 풀려나간 올처럼 매달린 수많은 주점들과 비슷한 모습이다. 사방에서 은행가와 변호사들이 북적거린다. 밤이 깊어갈수록 더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변해간다. 외톨이인 듯한 청년이 한층 더 외로워 보인다.
그러나 일반적인 주점의 평범한 밤이 아니다. 이 비 내리는 봄날 저녁, 다트머스 칼리지 동창생들이 M1-5 라운지를 전세 냈다. 비어 퐁(beer pong, 맥주 컵에 탁구공을 넣어 상대편이 마시도록 하는 게임, beer와 ping pong의 합성어) 대회를 열기 위해서다(10년 전쯤 졸업한 이 기사 기자 두 명 포함).
맥주 컵 잔뜩 쌓인 대여섯 개의 목재 테이블 주위에 그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이유다. 결국에는 꼬박 6시간 뒤에 이 몽롱한 음주 게임 판이 막을 내리면서 챔피언들이 탄생할 것이다. 그러고는 모두 촉촉하게 젖은 맨해튼의 밤거리로 걸어나가 다시 성실한 시민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트머스에서 퐁은 단순한 게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하나의 심벌, 나아가 학교의 상징이 될지도 모른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놀자”가 비공식적 모토가 된 이 캠퍼스에서 먹힐 만한 안전판이다. 또한 뇌세포와 지성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는 공중보건 상의 해악이다. 나아가 일각에서 지적하는 캠퍼스 내 폭음 문화와 성폭행의 만연에 최소한 일말의 책임이 있기도 하다.
이 문제가 미국의 국가적인 유행병이 됐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미국이 반세기 동안이나 외면해온 고질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사실이라면 다트머스는 18세 대학 새내기가 갑자기 원하는 만큼 많은 맥주와 성적 자유를 누리게 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연구사례가 된다. 다트머스는 8개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명문) 학교 중 가장 작고 외진 곳에 있는 대학이다.
미국 고등교육의 성공에 무엇이 딴지를 거는지 보여주는, 존경 받고 유명한 축소판이다. 어쩌면 이는 지난 1년 사이 다트머스가 몇몇 신문에서 무자비한 비난의 표적이 된 까닭일지도 모른다. “음주 문제로 집중 조명 받는 다트머스(뉴욕타임스)” “다트머스대, 학생들의 음주 추태 단속 다짐(보스턴 글로브)” “나는 어떻게 알코올중독자가 되어 다트머스에서 제적됐나(비즈니스 인사이더).”
어느 명문대나 이미지가 손상되는 일을 겪게 마련이다. 이는 일정 부분 대중의 환상 그리고 아마도 약간의 시샘에서 비롯된다. 대중은 의당 미국의 최고 지성들에게 더 많은 기대를 건다. 따라서 하버드대생들이 시험에서 집단 부정행위를 할 때, 코넬대생이 남학생 사교클럽 신고식(fraternity hazing) 중 사망할 때 또는 예일대 사교클럽의 신입회원이 저급한 구호로 성폭행을 찬양할 때 당장 혹독한 비판이 빗발친다.
그러나 다른 일류 대학들은 그런 스캔들을 극복한 반면 다트머스는 시큼해진 맥주 통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듯하다. 그 학교의 사랑 받는 퐁 문화가 그 문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데 바로 문제가 있다.맨해튼의 대학 동문 비어퐁 대회에선 어느 누구도 지금까지 언급한 문제들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또 성폭행 사건의 대응방식 문제로 연방 교육부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76개 대학 중에 다트머스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도 개의치 않는다.
동문 비어퐁 대회에서 그 고독한 청년 네이선 거스도프는 이런 문제들을 모두 알고 있다. 그는 이곳에 모인 다른 동문들과 달리 이날 저녁의 분위기에 젖어들지 못하는 듯하다. 2012년 졸업한 거스도프는 다트머스에서 불행한 4년을 보냈다고 한다. 남학생 사교클럽에도 가입했지만 그 세인트루이스 토박이에게는 맞지 않았다. 졸업반 때 칼리지 그린(캠퍼스 중앙 잔디밭)에서 ‘다트머스 점령’ 텐트 농성을 시작했다. 클럽 회관 지하에서 탁 트인 야외 텐트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퐁을 혐오하는 이유는 숱하게 많다.” 행사장에 친구를 만나러 왔다며 거스도프가 말했다. “다트머스대생들은 일반적으로 사교 공간에선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 모두 이 멍청한 게임을 하며 시간을 허비한다.” 사방에서 맥주에 절은 탁구 공이 튀어 다니는 동안 그가 웃으며 말한다. “다트머스가 왜 그렇게 엿 같았는지 뚜렷이 기억한다.”
광야에서 토하는 소리
다트머스는 아이비리그 대학 중 꼴찌에서 두 번째로 여학생을 받아들였다. 다트머스 리뷰 신문은 클린턴 정부 시절까지 그 캠퍼스를 마치 레이건 시대의 아성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 학교의 모토는 이사야서에서 인용한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The voice of one crying out in the wilderness)”다. 11월에 눈에 내리기 시작하고 보스턴조차 먼 나라처럼 느껴질 때는 너무나도 잘 들어맞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대다수 비어퐁 역사가들은 그 게임이 다트머스대에서 창안됐다고 믿는다. 따라서 그 학교가 자연스럽게 대학 캠퍼스의 폭음문제를 둘러싸고 갈수록 긴박성을 더해가는 담론의 진앙지가 됐다. 미국 대학의 폭음 문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인이 음주 게임이다.
부모의 간섭 없이 사교적 및 성적 각성을 얻는 4년 동안 찬양 받는 창의적인 술 취하기 말이다. 그리고 퐁은 다트머스 문화의 많은 부분을 말해준다. 그 학교에서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는 요소다. 다트머스에서 퐁은 텍사스의 미식축구나 미네소타의 하키와 유사하다. 거의 모두가 받아들이고 (최근까지는) 별로 문제삼지 않던 신성시되는 오락이다. 음주 게임이라기보다 음주 스포츠에 더 가깝다. 폭음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조차 폭음을 하게 만들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고 재미있다.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인기 최고의 음주 게임은 필시 베이루트다. 테이블 반대편에 놓인 맥주 컵 안으로 탁구공을 던져 넣는 게임이다. 다트머스의 퐁보다 더 간단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버전이다. 훨씬 더 큰 조화·소통·기민성·운동성을 요구한다. 결과로 얻는 것은 승리 또는 취기다. 또는 둘 다거나.다트머스 주말은 수요일 밤에 시작된다. 30개의 남학생 클럽, 여학생 클럽, 그리고 남녀혼성 클럽 회관에서 주간 모임이 열린다. 그뒤 4일간 캠퍼스의 사교활동은 대체로 퐁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토요일 밤에 남학생 사교클럽 회관(그리고 다수의 여학생 클럽 회관)에 들어가면 거의 분명 1층이 텅텅 비어 있다. 어떤 이유에선지 이들 맥주 콘테스트는 지상에서 열리는 일이 거의 없다. 따라서 게임이 실제적으로나 비유적으로 나 언더그라운드의 느낌을 준다.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 게임 이 진행 중임을 분명히 말해주는 소리가 들려 온다. 핑퐁 공이 똑딱 거리며 튀는 소리, 그리고 ‘와!’ 하는 탄성에 이어 라켓으로 테이블 을 두드리며 성공을 축하하는 소 리가 이어진다. 발 밑에서 묵직한 진동으로 바닥이 울린다. 땅 밑에서 울려 나오는 둔탁한 박자의 진 동이다. 그곳 지하에선 퐁이 살아 숨쉬는 듯하다.
지하의 광경은 권투 경기장에 독일 맥주홀을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이다. 마치 공항 화장실처럼 불이 밝혀져 있다(냄새까지 종종 그와 비슷하다). 전장은 진짜 탁구대가 아니라 커다란 쓰레기통 2개 위에 깔아 놓은 274㎝ X 152㎝ 베니어판이다. 빗자루·파이프 또는 타월을 네트 대용으로 사용한다. 두 사람이 맞서 2컵, 관목(7컵), 나무(11 ~12컵), 배(15컵) 형태의 게임을 한다. 테이블 위에 맥주 컵을 배열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르다. 베이루트 게임에선 탁구공을 손으로 던져 넣는다.
그와 달리 비어 퐁은 라켓의 손잡이를 떼어내고 남은 부분의 한가운데를 움켜쥔다. 볼을 반대편으로 띄워 맥주를 가득 채운 컵을 겨냥한다. 끝날 무렵에는 470㎖ 컵들을 누군가가 모두 마시게 된다. 아니면 쓰레기통, 지하실의 어두운 구석 또는 바닥에 버려진다.
버려진 맥주는 끈적끈적한 물질(mung)로 변해 바닥에 들러붙는다. 그동안 젊은 남녀들은 테이블 옆에서 대화하고 작업을 걸고 맥주를 마시며 게임을 지켜본다. 일부는 옆의 빈 테이블에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며 나머지는 그냥 몇 시간이고 구경하는 걸로 만족한다.“진짜 스포츠를 즐기는 것 같다. 운동을 좋아한다면 음주는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2000년대 초 다트머스를 졸업한 한 여자 동문이 말했다. “시즌 중 맨 정신으로 퐁 게임을 아주 많이 했다. 매주 수·금·토요일에 게임을 하러 갔으며 물을 이용하곤 했다. 알코올이 없어도 재미있다.”
월요일이 되면 다시 제임스 조이스와 조정 훈련으로 돌아간다.
다트머스의 사교클럽은 원래 문학 동호회로 출발했다. 19세기 중반부터 점차 사교클럽으로 변질돼 갔다. 효시는 1842년 설립된 프사이 입실론이다. 1939년의 어느 주말에 F 스콧 피츠제럴드(‘위대한 개츠비’ 작가)가 술을 마시러 찾아가서 흠뻑 취했던 곳이다. 훗날의 영화 ‘워터프론트(On the Waterfront)’ 시나리오 작가이자 그 얼마 전 다트머스를 졸업한 버드 슐버그와 함께 학교의 유명한 겨울 축제(Winter Carnival)를 조사한다는 구실이었다.
이들 탕아 콤비가 찾아간 또 다른 남학생 사교클럽은 알파 델타였다. 훗날 ‘애니멀 하우스(Animal House)’의 밑거름이 된 클럽이다. 파티를 개최할 권리를 위해 투쟁한 남학생 사교클럽을 다룬 1978년작 컬트 영화다. 그 작가 중 한 명인 크리스 밀러가 1960년대 초 알파 델타의 회원이었다(그 사교클럽의 명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 오늘날 클럽 회관 지하실엔 벽을 따라 하나의 홈통이 나 있다. 사람들은 거기에 맥주, 가래 그리고 기타 체액을 배출한다).
소비되는 맥주의 양을 감안할 때 퐁의 기원이 가물가물할 만도 하다. 한 가지만큼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세계 제2차 대전 후 10여 년 사이 어느 시점엔가 다트머스에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남학생 클럽 회원들이 “재미 삼아” 탁구대 위에 맥주컵을 올려놓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1970년도 졸업생 동문 한 명이 말했다. 이 혼성 게임에선 경기 중 한 쪽이 맥주컵 하나를 맞히면 1점을 얻으며 상대편이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공이 컵 안으로 들어가면 상대편이 맥주를 모두 마시고 다시 채워 넣었다.
갈수록 맥주의 비중이 커지면서 ‘핑’의 색깔이 퇴색돼 갔다. 그리고 일단 퐁이 탄생하자 캠퍼스 전체로 확산됐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다트머스의 녹음 우거진 캠퍼스 울타리를 넘어 작은 칼리지와 대형 주립대학으로 퍼져 나갔다. 부모의 굴레를 벗어나 약간의 재미를 누리고자 하는 대학생들의 욕구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인스타그램(사진 공유 서비스)에 관련 사진들이 올라 있었다. 밝게 색칠된 퐁테이블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단계의 게임들, 그리고 갖가지 단계의 벗은 옷차림을 한 선수들, 플라스틱 컵과 맥주 캔들로 뒤덮인 바닥…. 학교의 전설이 된 게임에 학생들이 갖는 애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퐁테이블의 완결판. 필시 미술 전공일 듯 #actionshot.” 한복판에 웅장한 녹색 나무가 자리잡은, 정성스럽게 그려진 테이블 사진 아래 한 젊은 남자가 붙인 설명이다. 한 쪽에는 다트머스의 상징인 베이커-베리 도서관의 일러스트와 함께 아이비리그 로고가 새겨져 있다. 반대편에는 ‘치헤오로트 프래터니티’라는 글자, 그리고 그 사교클럽 회관과 상당히 유사해 보이는 건물이 그려졌다. 또 다른 누군가가 그 테이블의 동영상도 올렸다. 마치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 참가자를 찍듯 그 나무판자를 파노라마 기법으로 촬영했다. 탁구공 똑딱거리는 소리가 배경음으로 들려 왔다.
오늘날 퐁은 상업화됐다. 그 게임이 주류로 올라섰다는 증거다. 기념품점 스펜서에는 퐁 용품 코너가 마련됐다. 야광 퐁테이블 한 대가 129.99달러를 호가한다. 한편 오로지 “과거의 언더그라운드 스포츠를 미국 주류 의 전면”으로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BPONG 이라는 단체도 있다. 2001년 카네기 멜론대 졸업생 빌리 게인스가 창설한 BPONG은 비어퐁 월드 시리즈를 주최한다. 이 단체의 모토는 “넣자. 마시자. 퐁을 즐기자(Sink it. Drink it. Pong Happy).” 투박하면서도 알기 쉬운 구호다.
퐁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NBC의 인기 생방송 토크쇼)에서 풍자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시청률 높은 ‘지 미 팰런 쇼’에서 다이앤 키튼이 구두를 신지 않고 등장하는 촌극의 주제로 높은 시청률을 올리기도 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총책임자이자 인기 미국 드라마 ‘스캔들’ 과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의 제작자인 숀 다 라임스도 다트머스대 동문이다. 그녀가 지난 봄 모교 졸업식에서 연설을 했다. “우리는 혜택을 받았습니다. 대단히 우수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마음껏 프로즌 요구르트도 먹었습니다. 스키를 즐겼습니 다. 새벽 1시에 EBA(다트머스 인근 음식점) 음식을 먹었습니다. 모닥불을 피우고 동상에 걸렸으며 공짜 러닝 머신도 실컷 이용했습니다. 녹초가 되도록 비어퐁을 즐겼습니다.”
이는 모두 퐁이 대단히 효율적이고 인기절정의 재미 공급 시스템임을 방증한다. 어쩌면 지나치게 효율적인 듯싶다. 총명한 18세 청년을 일종의 폭주가로 만들어 놓으니 말이다. 5컵의 맥주를 퍼 마시고 토한 뒤 다시 5컵을 더 들이부을 수 있게 한다.
이를 대학이 주는 아주 유익한 체험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1988년 다트머스대 졸업생으로 ‘벌거벗은 경제학(Naked Economics)’의 저자인 찰스 윌런이 2년 전 학교를 찾아와 졸업 축하회(Class Day) 연설을 했다. 연설은 훗날 월 스트리트저널에 소개된 뒤 급속히 퍼져나갔다. 그의 첫 조언은? “사교클럽 지하실에서 보낸 시간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논리는? “행복이나 웰빙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다른 사람과의 의미 있는 인간관계다.”
더 근래의 한 조사에선 남학생 또는 여학생 사교클럽 활동을 했던 졸업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대체로 더 행복하고 건강하고 돈 문제로 스 트레스를 덜 받고 일에 더 몰입했다. 그들은 또한 더 충만한 삶을 산다고 여기며 더 탄탄한 인적 지원 시스템을 보유한다.
퐁에 관해 더 얘기하자면 예일 데일리 뉴스의 한 기자도 2007년 그 게임의 “인간관계로 보상받을 수 있는” 특질에 관해 노래했다. 또한 “대다수 비어퐁 참가자들은 음주보다 승리에서 더 큰 만족을 얻는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퐁의 영향을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견해도 있다. “고등학교 때의 졸업생 대표를 상상해 보라.” 다트머스대 남학생 사교클럽의 현 회원 한 명이 익명을 요구하며 말했다. “이제 그런 인물들을 단체로 뉴햄프셔의 벽지 마을에 몰아넣고 서로 사교활동을 하도록 해 보자. 그래서 서로 몇 마디 이상 할 필요 없이 한 시간에 6컵씩 맥주를 마셔도 되는(게다가 과도하게 권유하는) 게임을 만들어보자. 다트머스대의 밤 문화가 바로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아직 베이루트에 가지 않았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책임 있는 음주를 배울지 사실상 전혀 종잡을 수 없게 된다. 음주 게임은 강력하고 섬뜩한 약물을 청춘 컨테스트 형태로 위장해 그들에게 선보이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베이루트가 어떻게 위험할 수 있을까? 25센트 동전(동전을 테이블에 튕겨 술잔에 넣는 게임)이 어떻게 해를 끼칠 수 있을까?
그 문제는 다트머스와 아이비리그의 테두리 안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학생들은 재미와 알코올을 사실상 실과 바늘처럼 불가분의 관계로 여기게 됐다. 리하이 대학에서의 에드워드 포티핸즈(큰 병의 도수 높은 맥주를 양 손에 테이프로 감는다) 파티든, 콜로라도대에서의 슬로 시볼(맥주와 발야구의 만남)이든 형식은 상관 없다. 음주 게임들이 그렇듯 약간의 경쟁을 접목하면 완벽한 재밋거리가 된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완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매년 18~24세의 대학생 1825명이 음주 관련 문제로 목숨을 잃는다. 미국 알코올 남용·중독 연구소의 통계다. 똑같은 인구집단에서 연간 9만 7000건의 성폭행 사건이 발 생한다. 학업 문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음주가 학업성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대학생이 4분의 1에 달한다. 예를 들면 낮은 성적과 강의 결석 등의 문제다.
“이것은 공중보건 위기다.” 2013년 캠퍼스 음주에 관해 아이다호대 임시총장이 선언했다. 전해 겨울 조셉 위 더릭이라는 신입생이 이른 새벽시간 시그마 알파 엡실론의 파티장을 떠났다. 아이다호주의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을 계속 헤매고 다녔다. “개천으로 미끄러졌다가 추위를 피해 다리 아래로 기어들어간 듯하다”고 경찰이 말했다(AP 보도). “영하의 온도에서 저체온증으로 숨진 듯하다.” 그밖에도 2004년 이후 아이다호대 학생 4명이 폭음으로 사망했다.“내 1학년 때 룸메이트는 두 번이나 급성 알코올 중독증을 일으켰다.” 2006년 플로리다 주립대(FSU)를 졸업한 미술 평론가 샤나 베스메이슨이 말했다. 그녀의 모교에선 “비어퐁은 학교 측이 인정하는 스포츠에 가까웠 다”고 덧붙였다. 그 말에는 별로 이론이 없는 듯하다. 올 해초 프린스턴 리뷰는 미국에서 파티 잘 하는 학교 12위로 FSU를 올려 놓았다(시라큐스대가 정상을 차지했으며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버크넬, 털레인대도 리스트에 올랐다).
알코올 남용은 신체 상해와 성폭행뿐 아니라 학업 및 운동능력 저하와도 관계가 있다. 콜게이트대·코넬대·남부감리교대·뉴햄프셔대(모두 최근 100대 파티 대학 리스트에 올랐다)를 포함한 32개 대학이 캠퍼스 내 고위험 음주문제에 공동 대처할 정도로 심각하다.
다트머스가 주도하는 전국 대학 건강증진 프로그램이라는 캠페인을 통해서다. “다트머스는 고위험 음주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이는 미국 내 거의 모든 캠페스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그 학교의 토미 브루스 공보 담당 선임 부학장이 말했다. 이 캠페인은 가장 효과적인 음주 대처 방법을 마련하고 그 여파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힘쓴다.
“사람들이 이 같은 행위와 폭음을 할 때 전두엽의 발달이 저해된다. 의사결정과 집행기능을 중재하고 충동적인 행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다. 무절제한 행위가 발달을 지연시킬 수 있다.” 전국 알코올 남용·중독 연구소의 조지 쿱 소장이 말했다.
“진짜 문제는 폭음이 어떤 영향을 수반하는지 미국 젊은이들이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쿱이 덧붙였다. “사람들은 술병을 오래 잡고 최대한 많이 들어부으며 계속 버티는 능력을 자랑으로 여겨왔다. 정말 그렇게 모자란 생각도 없을 성싶다.”
한 달에 평균적으로 풀타임 대학생의 60%가 음주를 하며 40%는 폭음을 한다. 약물남용과 건강에 관한 2012 년 미국 전체 조사 결과다. 대학은 알코올 섭취를 조장하는 변수인 듯하다. 대학에 다니지 않는 젊은이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음주(52%)와 폭음(35%) 비율 모두 더 낮았다. 한 번의 퐁 게임을 하는 동안 한 선수가 2 ~ 5컵의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다트머스 대 2003년 졸업생인 크리스 퍼스 나이트의 추산이다.
그는 최근 회고록 ‘다트머스 비어 퐁에 고하는 작별인사(A Swan Song to Dartmouth Beer Pong)’에서 자신과 음주 게임의 복잡한 관계를 기술했다. 대다수 퐁 게임이 30 분가량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2 ~ 5컵은 많은 양이다. 그리고 상당수가 하룻밤에 여러 번 게임을 한다.
아름다운 게임?
시그마 알파 엡실론 남학생 사교클럽에서 신참 기간(pledge term) 중의 추잡한 실태를 고발했다. 자신과 동료들이 극단적인 때로는 욕지기 나는 행위를 하도록 강요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 내용은 순식간에 퍼져나가로 시는 롤링 스톤 잡지 특집기사의 초점이 됐다. 특집기사는 다트머스 캠퍼스를 미래 골드먼 삭스 중역 파트너들의 주량 시험장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그들은 글로벌 금융을 트리 형식 비어퐁 게임처럼 대하리라고 비꼬았다.
다트머스에서 사교클럽생활의 시련을 다룬 로시의 저서 ‘아이비 리그 사교클럽 멤버의 고백(Confessions of an Ivy League Frat Boy)’이 최근 출판됐다.
로시의 기고문으로 촉발된 부정적인 이미지는 상당히 오랜 기간 씻겨지지 않았다. 다트머스는 외진 위치와 작은 규모의 학생 수 때문에 대체로 주목받지 못하는 학교였다. 2013년 4월 입학 지망자 대상의 학교설명회를 10여 명의 시위대가 중단시켰다. 성폭행 대응방식이 느슨하다고 규탄하는 시위였다. 여름 동안 알파 델타 사교클럽이 두 라이벌 갱단을 테마로 한 블러즈 &크립스 파티를 열었다.
예상대로 온라인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2014년 2월에는 다트머스의 한 남학생이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을 학교 당국이 적발했다. 이른바 ‘코에이츠 매춘부(Choates whore)’라고 명명한 한 여성의 성폭행을 의기양양하게 묘사한 내용이었다. 하급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학생들이 필립 J 핸런 신임 학장 사무실을 점령했다. 그는 1970년대 알파 델타 회원이었다. 예전의 한 재학생이 같은 학교 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에서 무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온라인 여권단체 울트라바이올렛은 다트머스에 ‘성폭행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광고를 페이 스북과 웹브라우저에 올렸다.
언론의 이 같은 다트머스 때리기가 학교를 편향되게 묘사한다는 주장도 일부 있다. 일례로 다트머스대생 레베카로스펠드는 허핑턴 포스트에 이렇게 썼다. “분명 문제가 있는 듯한 사교클럽 시스템(Greek system)으로 다트머스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건 공평하지 않다. 일부 악성 구성원들로 사교클럽 시스템 전체를 일반화하는 것도 공평하지 않다.”
캠퍼스 내 음주와 그에 따른 수많은 부정적인 영향과 씨름하는 학교는 다트머스뿐이 아니다. 하지만 공평하든 않든 하노버(다트머스 소재지) 상공에 먹구름이 머물러 있다. 지난 4월 핸런은 “극단적인 행위”를 개탄하는 대단히 솔직한 성명을 발표했다. “위험한 음주가 예외가 아니라 일상사가 됐다.” 그가 변화를 예고하며 말했다.
그는 ‘다트머스 발전이니셔티브(Moving Dartmouth Forward initiative)’의 일환으로 총장 운영 위원회를 결성했다. 위원회는 “성폭행, 고위험 음주, 그리고 포용성 결핍 등 3대 주요 분야에서 높은 위험과 해로운 행위를 근절하는” 방안을 추천하는 명시적인 목적을 갖는다. 10월 중에 조사 결과를 핸런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캠퍼스 내에 일대 변화를 일으킬 목적으로 사교클럽 시스템을 조사 중이라는 사실만은 밝힐 수 있다. 마찬가지로 주거생활에도 변화를 모색하는 중이다.” 운영위원회 의장인 바버라 윌 영어과 교수가 다트머스 동문 잡지 9 ~ 10월호에 말했다. 1996년 졸업생 제니퍼 울프의 커버 스토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는 학교의 문제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과 변화에 대한 기대를 조사했다. “재미로 눈 감아 주는 행동에 대한 허용한도가 크게 낮아졌다.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고 윌이 덧붙였다.전에도 제임스 라이트 당시 학장이 1999년 겨울 ‘학생 생활이니셔티브’를 전개했지만 점차 유명무실해졌다.그와 같은 초반의 개혁 시도가 실패한 이유는 부분적으로 학교의 전통이 졸업생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랑 받아온 전통을 왜 바꾸는가? “다트머스의 새내기들은 캠퍼스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오랜 전통’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고 나이트가 설명했다. “이 같은 전통을 힘 닿는 데까지 지키는 것이 신세대로서 우리 책임의 일부라는 묵시적인 이해가 깔려 있다.”
다트머스의 남학생 사교클럽에 대한 공격은 그와 같은 조직에 대한 전국적인 반대 움직임을 반영한다. 올해 초 블룸버그 뷰는 신랄한 논평을 게재했다. 다수의 심각한 통계를 가리키며 “대다수 캠퍼스엔 사교클럽이 없는 편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로시가 비난하는 문화의 중심에 퐁이 있다. “다트머스가 진정 명문 고등교육 기관으로서의 명성을 살리고 지킬 생각이 있다면 한 가지 제안한다”고 그가 말했다. “사교클럽 시스템을 완전히 금지하고 해체해 개조해야 한다. 그 위험한 사교 시스템이 신고식, 성폭행, 인종차별, 계급차별, 그리고 반지성주의와 학교의 실존적 투쟁에서 핵심을 이룬다.”
작가 케이틀린 플래내건도 애틀란틱 잡지의 20124 년 2월 커버 스토리에서 마찬가지로 남학생 사교클럽 에 회의적이었다(다트머스뿐 아니라 미국 전체 대학). ‘남학생 사교클럽의 어두운 힘(The Dark Power of Fraternities)’에서 “그 사교클럽이 대학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칼리지와 대학 지도자들이 위험한 사교클럽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기를 얼마나 꺼릴 수 있는지, 그리고 학생들이 이들 조직에 가입한 결과 얼마나 끔찍한 운명을 맞을 수 있는지”를 서술했다. 그는 등골이 오싹한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았다. 술 취한 사교클럽 회원들이 베란다나 발코니에서 잇따라 떨어진 사건도 있었다.
최근까지 이 같은 우려를 많은 사람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21세기 대학에 다니는 의의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그 문화가 어떻게 개조될지 모르겠다.” 2005년 다트머스를 졸업한 한 여성이 말했다. “거기에 소속돼 있을 때는 재미있으며 그로 인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문제다.”
비판과 찬사 맨해튼 도심의 주점 M1-5가 그 어둡고 퀴퀴한 다트머스대사교클럽 회관 지하와 같은 모습으로 변하고 같은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그러기까지 몇 차례의 퐁 게임으로 충분했다. 모두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땀, 올드 스파이스 방취제, 피자 냄새가 실내 공간에 퍼져나갔다. 바지와 구두를 포함해 거의 모든 표면에 맥주가 흘렀다. 졸업생들이 측면에 놓인 벤치에 앉거나 퐁테이블 주위에 몰려 있다. 모두 마치 자신들의 눈앞에서 미니 슈퍼볼이라도 펼쳐지는 양 게임을 주시하고 있다.
바 쪽에 2012년 졸업생 중 한 명이 서서 자신의 아이폰을 들여다본다. 그는 학교의 유명한 사교클럽 중 하나에 속해 있었다. 클럽의 유명도는 회원들이 속한 스포츠 팀으로 측정된다. 하키·미식축구·라크로스(그물채 모양 라켓을 이용하는 하키 비슷한 구기) 등이다(그는 이름과 정확한 소속은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내 아파트에 비어퐁테이블을 들여놓았다”고 그가 말했다. “2주에 한번 정도씩 친구들이 놀러올 때 게임을 한다. 우리가 테이블에 색칠을 했다. 사진이 있는데 보여 줄까?” 그는 자신의 아이폰을 들어 굵게 흰색 테두리를 두른 녹색 퐁테이블을 보여준다. 한 편에는 흰 글씨로 “NYC,” 반대편에는 “MM”이라고 적혀 있다. (‘MM은 Magic Mondays의 약자다).
이곳을 찾은 많은 동문들은 자신의 아파트에 테이블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거의 모두 퐁 게임을 즐기던 학부생 시절을 그리워한다. 2013년 졸업생 중 한 명은 4학년 때 한 주에 6번 게임을 했다고 한다. 한 2012년 졸업생은 1학년 때 한 주에 4회 게임을 했다.
“기막힌 게임이다.” 2012년 다트머스대를 졸업한 한 여성이 말했다. 마치 좋아하는 소설이나 조카에 관해 이야기를 하듯 눈을 반짝이며 진지한 태도로 말한다. “남학생 클럽에 속한 오빠가 2명 있었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추수감사절에 오빠가 집에 돌아와 있었다. 방과 후 학교에 데리러 와서 나를 차에 태워 귀가길에 주유소에 들렀다. 컵 몇 개를 구해와 물로 퐁 게임 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 그때 내 나이 14세였다. 오빠는 아주 신이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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