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 | 남유럽 재정위기 진원지 그리스를 가다 - 구제금융 졸업 장담한 그리스 뒷골목엔…
Repo | 남유럽 재정위기 진원지 그리스를 가다 - 구제금융 졸업 장담한 그리스 뒷골목엔…
2010년 그리스에서 촉발된 유럽 재정위기가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못 잡고 있다. 재정위기는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로 확산 돼 주요 남유럽 국가들이 연이어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기대야 했다. 그 후 남유럽의 ‘돼지들(PIGS,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은 긴축 재정과 무역 확대 등으로 재정위기에서 탈출하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 구제금융을 졸업한 포르투갈에서 은행권 회계 부정이 드러나는 등 부실은 여전하다. 이 와중에 재정위기의 근원지 그리스의 총리는 올해 말 구제금융 조기 졸업을 공언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테네 국제공항에서는 그리스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늘 유서 깊은 관광지를 보러 오는 해외 관광객들로 공항이 가득 차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스 사람들 입장에선 같은 말이 다르게 들린다. ‘주머니 사정 안 좋은 그리스 국민들이 언감생심 해외 여행이라니’라는 이야기다. 바람이 차가워지는 비수기엔 관광객마저 뚝 끊긴다. 이 때문일까? 10월 말 찾은 아테네 공항은 화창한 주말에도 한산하기까지 했다. 시내로 들어오는 고속도로는 뻥 뚫려있다. 시내 길거리에서도 사람 구경하기 어렵다. 어딜 가도 음울한 느낌의 무채색 그라피티(벽의 낙서)만 즐비하다. 신들의 도시국가 그리스가 어려운 경제 사정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유럽 재정위기 근원지인 PIGS 중에서도 그리스는 가장 먼저 재정 문제를 드러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그리스 경제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재정 적자가 확대된 것이다.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18%에 달하는 관광업이 침체한 것이 큰 원인이었다. 당시 유로화 가치가 오르면서 그리스를 찾는 관광객 수가 확 줄어든 것이다. 감소하는 GDP를 보완할 수 있는 다른 업종이 없는 것도 문제다. 그리스의 제조업 비중은 1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이에 더해 과도 한 복지예산으로 재정 적자폭이 크게 늘었고 그리스 정부는 늘어난 재정 적자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재정 악화는 국가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0년 당시 그리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18%에 달했다. 국채 금리는 7%만 넘어도 국가 부도를 우려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채 금리가 높을수록 국가신용도가 낮다는 의미다. 결국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으로 구성된 이른바 ‘트로이카’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받아들였다. 그리스 경제위기는 곧바로 인접국 이탈리아 등으로 확산되며 유럽 전반에 걸친 재정위기로 번졌다. 구제금융 이후에도 회생은 쉽지 않았다. 2012년 경기가 나빠지자 그리스 국채수익률이 30%를 넘기기도 했다. 그리스는 지난 해까지 6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했다. 실업률은 27%대에 달한다. 청년층 2명 중 1명은 직장이 없다. 세금과 연금, 공과금 체납액은 올해 9월 기준 1000억 유로(약 135조 원)로 추정된다. 최악의 경제 여건과 악화된 글로벌 경기 중에 트로이카는 그리스 정부에 강도 높은 재정건전화 정책을 요구했다. 그리스 정부는 세금을 인상하는 한편 사회복지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연금도 깎았다. 공무원 봉급을 삭감하고 감원을 단행하는 등 극도의 긴축정책이 이어졌다. GDP의 14%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2014년까지 3%대로 낮추기 위해서였다.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금도 아테네 시내에서는 파업과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내 벽에 그려진 잿빛 그라피티는 대부분 시위대가 정부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들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그리스 공무원들은 해외로 돈을 빼돌리고 있다. 그리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그리스 공무원 5260명이 해외로 송금한 금액은 15억 유로에 달한다. 청년들은 인근 유럽 국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등 인력 유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아테네 시내에서 청년층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다.
세금 인상으로 그리스 경기는 더 둔화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국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요식업의 부가가치세율을 23%로 올렸다. 관광업을 주업으로 하는 그리스 국민들 입장에선 엄청난 부담이다. 그리스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는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주변 식당 음식 가격이 특히 많이 올랐다. 상인들이 인상된 세율을 보전하기 위해 가격을 올린 것이다. 돼지고기 꼬치류인 그리스 전통음식 수블라키는 5년 전 10 유로 수준 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말엔 20 유로가 넘었다. 5년 새 두배로 오른 것이다. 가격 인상은 요식업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외국인들이 거한 식사보다 3 유로 내외 커피나 10 유로 이하 마르게리따 피자 정도를 찾기 때문이다. 파르테논 주변 식당이나 카페도 관광객 수에 비해 자리를 찾는 손님들이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는 실정이다. 음식 가격에 따라 다른 요금도 덩달아 올랐다. 호텔·렌터카 이용 요금 등이 오르면서 그리스 관광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조기 졸업할 계획이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지난 10월 “올 연말 1720억 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에서 완전히 졸업하겠다”고 공언했다.지난해 기초재정수지가 흑자를 기록했고 내년엔 자력으로 25억 유로 규모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은 지난 11월 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재무 장관 회의를 열고 예방적대출제도로 그리스에 110억 유로의 구제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리스가 자력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미다. 구제 금융 프로그램에서 그리스를 졸업시키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그리스는 현재 트로이카로부터 분기별 재정상황 점검을 받아 왔다. 구제금융에서 졸업하면 그리스는 트로이카의 깐깐한 점검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 내년 3월 총선을 준비하는 그리스 정치권은 올해 안에 구제금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완전한 졸업은 아니다. 그리스는 여전히 5000억 유로 규모의 EU 구제자금에 기대야 한다. 이에 따라 그리스에 대한 EU의 간섭은 계속될 수 있다. IMF 구제금융은 2016년 3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총리의 구제금융 졸업 주장을 비웃 듯 그리스 경제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수도 아테네의 골목만 걸어 다녀보면 느낄 수 있다. 가게는 문을 닫고 있다. 철창이 내려진 쇼윈도 넘어 먼지가 앉은 상품이 즐비하다. 시민들의 구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문을 연 곳에는 단종된 대우전자 제품이나 소니의 구형 DVD 플레이어 등이 진열돼 있다. 길거리에서 여전히 해적판 DVD를 진열해 둔 노점을 보면 그리스 경제가 수 십 년은 뒤처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요 박물관 주변 노점에서 파는 관광 기념품에서도 그리스산을 찾기 어렵다. 죄다 중국산이고 이를 파는 사람들은 동유럽 사람이 태반이다.
유적지 인근 카페 주인은 “선조들이 남긴 유산 말고 그리스가 팔 수 있는 건 없다”며 “유적을 지키는 것이 기념품을 만드는 것보다 우리에겐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시장도 그리스 경제를 우려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10월 26일 시행한 유로존 은행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정성 평가)에서 그리스 은행 3곳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그리스 국채금리는 다시 7%대로 급등했다. 구제금융마저 받지 못하면 그리스 경제는 완전히 주저앉을 거 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구제금융을 졸업하는 것이 능사도 아니다. 2011년 5월 트로이카의 780억 유로 구제금융안에 합의했던 포르투갈은 올해 5월 3년 만에 구제금융에서 완전히 졸업했다. 구조개혁을 통해 재정적자를 많이 줄인데다 은행권의 자기자본비율도 올라서면서 졸업이 가능했다. 포르투갈 재정적자 비율은 GDP 대비 4.9%로 2012년(6.4%)에 비해 1.5%포인트 개선됐다. 그리스보다 상황이 훨씬 좋고 구제금융의 경과도 좋았다. 하지만 졸업 직후인 7월에 포르투갈 은행에스피리토 산토 인터네셔널(ESI)의 회계 부정이 드러났다. 포르투갈 최대은행의 지주회사인 ESI가 단기 부채 상환에 실패하고 13억 유로에 이르는 광범위한 회계 부정을 저지른 것이다. ESI 사태가 터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포르투갈이 너무 일찍 졸업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 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리스의 구제금융 졸업도 쉽게 마무리 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탈리아가 불황을 벗어났다? 10월 중순 경기 침체의 터널을 빠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마약 밀매, 매춘, 주류·담배 밀매 같은 불법 경제활동의 데이터 계산 방식을 바꾼 덕분이다. 국가통계연구소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GDP는 올해 1분기 0.1% 감소했지만 EU의 새 기준에 따라 수정된 뒤 제자리 걸음으로 돌아섰다. 이탈리아가 6년 만에 세 번째 경기 침체를 피했다는 의미다.
유엔은 정부가 모든 거래를 기록하지 않을 경우 “국가 계정 전체가 심각하게 왜곡되기 쉽다”고 2008년 한 지침에서 밝혔다. 그에 따라 10월부터 이탈리아에 이 같은 변화가 통계에 반영됐다. EU는 새 시스템(SEC 2010)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EU 회계 프레임워크’로 묘사했다. EU 기금의 더 공정한 배분을 위해 회원국의 GDP 통계를 비교하기 쉽게 만들려는 취지다.
GDP가 높아지면 이탈리아에 주어지는 보조금이 줄어든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부채와 적자는 EU가 정한 목표치에 더 가까워지게 된다. AFP에 따르면 매춘과 약물 같은 불법적 또는 미신고 시장 수입을 GDP에 포함시키면 이탈리아의 GDP 대비 부채비율 또한 줄게 된다. 현재는 부채비율이 132%로 EU가 정한 상한선인 60%의 2배다. 그러나 이탈리아 통계수집기구 이스타트는 “2014년 2분기 계절적 그리고 일수 요인을 반영해 조정된 실질 GDP가 0.2% 감소했다”고 확인했다.
한 나라가 엄밀하게 경기 침체 판정을 받으려면 2분기 연속 GDP가 감소해야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인들은 아직도 자국 경제에 절망한다고 뉴스위크 이탈리아 특파원 닉 패럴이 말했다. “이탈리아인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환멸에 빠져 있으며 해법을 찾지 못한다”고 그가 말했다. “자국의 통화를 다시 통제할 수 있도록 EU에서 탈퇴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이탈리아의 성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권)의 다른 어느 나라보다 지지부진했다. 한편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는 2조2000억 유로에 육박한다. 실업률은 현재 12.3% 선에 달한다. 마테오렌치 총리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인정했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차입비용이 늘어나 현재의 부채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 애이미 스미스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럽 재정위기 근원지인 PIGS 중에서도 그리스는 가장 먼저 재정 문제를 드러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그리스 경제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재정 적자가 확대된 것이다.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18%에 달하는 관광업이 침체한 것이 큰 원인이었다. 당시 유로화 가치가 오르면서 그리스를 찾는 관광객 수가 확 줄어든 것이다. 감소하는 GDP를 보완할 수 있는 다른 업종이 없는 것도 문제다. 그리스의 제조업 비중은 1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이에 더해 과도 한 복지예산으로 재정 적자폭이 크게 늘었고 그리스 정부는 늘어난 재정 적자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재정 악화는 국가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0년 당시 그리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18%에 달했다. 국채 금리는 7%만 넘어도 국가 부도를 우려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채 금리가 높을수록 국가신용도가 낮다는 의미다. 결국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으로 구성된 이른바 ‘트로이카’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받아들였다. 그리스 경제위기는 곧바로 인접국 이탈리아 등으로 확산되며 유럽 전반에 걸친 재정위기로 번졌다.
음울한 느낌의 무채색 그라피티만 가득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금도 아테네 시내에서는 파업과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내 벽에 그려진 잿빛 그라피티는 대부분 시위대가 정부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들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그리스 공무원들은 해외로 돈을 빼돌리고 있다. 그리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그리스 공무원 5260명이 해외로 송금한 금액은 15억 유로에 달한다. 청년들은 인근 유럽 국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등 인력 유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아테네 시내에서 청년층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다.
세금 인상으로 그리스 경기는 더 둔화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국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요식업의 부가가치세율을 23%로 올렸다. 관광업을 주업으로 하는 그리스 국민들 입장에선 엄청난 부담이다. 그리스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는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주변 식당 음식 가격이 특히 많이 올랐다. 상인들이 인상된 세율을 보전하기 위해 가격을 올린 것이다. 돼지고기 꼬치류인 그리스 전통음식 수블라키는 5년 전 10 유로 수준 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말엔 20 유로가 넘었다. 5년 새 두배로 오른 것이다. 가격 인상은 요식업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외국인들이 거한 식사보다 3 유로 내외 커피나 10 유로 이하 마르게리따 피자 정도를 찾기 때문이다. 파르테논 주변 식당이나 카페도 관광객 수에 비해 자리를 찾는 손님들이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는 실정이다. 음식 가격에 따라 다른 요금도 덩달아 올랐다. 호텔·렌터카 이용 요금 등이 오르면서 그리스 관광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구제금융 조기 졸업 추진
그리스는 현재 트로이카로부터 분기별 재정상황 점검을 받아 왔다. 구제금융에서 졸업하면 그리스는 트로이카의 깐깐한 점검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 내년 3월 총선을 준비하는 그리스 정치권은 올해 안에 구제금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완전한 졸업은 아니다. 그리스는 여전히 5000억 유로 규모의 EU 구제자금에 기대야 한다. 이에 따라 그리스에 대한 EU의 간섭은 계속될 수 있다. IMF 구제금융은 2016년 3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총리의 구제금융 졸업 주장을 비웃 듯 그리스 경제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수도 아테네의 골목만 걸어 다녀보면 느낄 수 있다. 가게는 문을 닫고 있다. 철창이 내려진 쇼윈도 넘어 먼지가 앉은 상품이 즐비하다. 시민들의 구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문을 연 곳에는 단종된 대우전자 제품이나 소니의 구형 DVD 플레이어 등이 진열돼 있다. 길거리에서 여전히 해적판 DVD를 진열해 둔 노점을 보면 그리스 경제가 수 십 년은 뒤처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요 박물관 주변 노점에서 파는 관광 기념품에서도 그리스산을 찾기 어렵다. 죄다 중국산이고 이를 파는 사람들은 동유럽 사람이 태반이다.
유적지 인근 카페 주인은 “선조들이 남긴 유산 말고 그리스가 팔 수 있는 건 없다”며 “유적을 지키는 것이 기념품을 만드는 것보다 우리에겐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시장도 그리스 경제를 우려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10월 26일 시행한 유로존 은행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정성 평가)에서 그리스 은행 3곳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그리스 국채금리는 다시 7%대로 급등했다. 구제금융마저 받지 못하면 그리스 경제는 완전히 주저앉을 거 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리스가 팔 수 있는 건 유산뿐
이탈리아는 지금 - 매춘과 마약으로 연명?
유엔은 정부가 모든 거래를 기록하지 않을 경우 “국가 계정 전체가 심각하게 왜곡되기 쉽다”고 2008년 한 지침에서 밝혔다. 그에 따라 10월부터 이탈리아에 이 같은 변화가 통계에 반영됐다. EU는 새 시스템(SEC 2010)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EU 회계 프레임워크’로 묘사했다. EU 기금의 더 공정한 배분을 위해 회원국의 GDP 통계를 비교하기 쉽게 만들려는 취지다.
GDP가 높아지면 이탈리아에 주어지는 보조금이 줄어든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부채와 적자는 EU가 정한 목표치에 더 가까워지게 된다. AFP에 따르면 매춘과 약물 같은 불법적 또는 미신고 시장 수입을 GDP에 포함시키면 이탈리아의 GDP 대비 부채비율 또한 줄게 된다. 현재는 부채비율이 132%로 EU가 정한 상한선인 60%의 2배다. 그러나 이탈리아 통계수집기구 이스타트는 “2014년 2분기 계절적 그리고 일수 요인을 반영해 조정된 실질 GDP가 0.2% 감소했다”고 확인했다.
한 나라가 엄밀하게 경기 침체 판정을 받으려면 2분기 연속 GDP가 감소해야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인들은 아직도 자국 경제에 절망한다고 뉴스위크 이탈리아 특파원 닉 패럴이 말했다. “이탈리아인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환멸에 빠져 있으며 해법을 찾지 못한다”고 그가 말했다. “자국의 통화를 다시 통제할 수 있도록 EU에서 탈퇴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이탈리아의 성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권)의 다른 어느 나라보다 지지부진했다. 한편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는 2조2000억 유로에 육박한다. 실업률은 현재 12.3% 선에 달한다. 마테오렌치 총리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인정했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차입비용이 늘어나 현재의 부채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 애이미 스미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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