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빈집 증가, 한국의 우울한 미래? - 집은 남아도는데 살 사람이 없다
일본의 빈집 증가, 한국의 우울한 미래? - 집은 남아도는데 살 사람이 없다
빈집이 생기는 건 세대 교체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다. 젊은 사람들이 그 공간을 채워 살아가면 된다. 그러나 빈집이 늘어가는 속도가 공간을 채워가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면 수급 조절이 어렵다. 최근 일본에서는 빈집이 하나의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시골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도쿄 등 수도권에서도 빈집 증가세가 가파르다.
부모가 작고한 뒤 본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도 살지 않는다면 팔아야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팔고 싶어도 사려는 이가 도무지 나타나지 않는다. 그냥 놔두자니 세금이 문제다. 부동산 업자의 감언이설에 속거나, 형제 간의 분쟁에 휘말리는 등 부작용도 크다. 지방정부 입장에선 관리가 걱정이다. 본가 매각에 얽힌 이런저런 사정을 들어봤다.
#1애착 컸던 본가 헐값에 넘긴 사와다씨 - 이바 라기현에 사는 40대 여성 사와다 마나미씨는 본가 매각으로 꽤 억울한 경험을 했다. 사와다씨의 부모는 1960년에 본가 토지를 사들여 1970년대 후반 3층 건물의 점포 주택을 신축해 이자카야를 열었다. 사와다씨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잘 여동생과 가게 일을 도왔다고 한다. 결혼 후에도 한동안 부모와 남편, 아이들과 본가에서 다 함께 지냈다. 유년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1998년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새집을 마련했다. 가게는 본가에서 계속 운영했으나 이듬해 부모님이 병으로 쓰러진 뒤 문을 닫았다. 임대를 내놓자 월세 30만엔에 음식점이 들어왔다. 2005년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사와다씨가 본가를 상속받았지만 다음해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오랜만에 본가를 찾은 사와다씨는 아연실색했다. 세입자가 전기 배선을 무단으로 바꿔놓고, 창문에 페인트로 그림을 그려놓는 등 내부를 엉망으로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본가에 대한 애착이 컸던 사와다씨는 400만엔을 들여 건물을 리모델링 했다. 깨끗해진 본가를 임대 건물로 다시 내놓았는데 이번에는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월세를 18만엔으로 내렸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시간만 흘러갔다. 더구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철골구조인 건물 외벽에 금이 갔다. 1800만엔에 매각할 의사까지 밝혔지만 여전히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럴 만했다. 사와다씨의 본가가 들어선 곳은 시가화 조정구역이었다. 아버지가 이 땅을 매입한 후에 지정된 것이다. 시가화 조정구역에서는 개발이나 건축이 제한되고, 상업시설의 업종도 사전에 시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매각 가격을 1200만엔으로 내리자 2013년 초 마사지숍을 운영하는 매입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시의 영업허가가 떨어지지 않았고, 이미 도면까지 만들었던 마사지숍 주인은 구입을 포기하고 떠났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와다씨가 낸 세금만 매년 35만엔. 결국 그는 600만엔이라는 헐값에 건물을 팔았다. 더구나 그가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이 지역 주민이 아닌 것도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릴 적부터 살아온 소중한 집이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에 팔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사와다씨). 본가 매각을 떠올릴 때마다 사와다씨가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
#2부동산 업자에게 농락당한 소노다씨 - 도쿄 도심의 오피스텔에 남편과 살고 있는 60대 여성 소노다 마사코씨. 소노다씨에겐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었다. 평화로운 가정이었지만 1981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문제가 시작했다. 아버지는 본가에서 여동생과 함께 살았는데 여동생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남동생 가족과 함께 살게 됐다. 하지만 워낙 완고한 성격 탓에 남동생 가족과의 관계가 꼬여버렸다. 심지어 어느 날엔 아버지가 손자와 싸우다 다쳐 병원에 가는 일까지 있었다. 아버지는 소노다씨에게 ‘지금 입원해있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소노다씨가 놀라서 병원에 달려가니 주치의가 ‘노인 혼자 와서 노숙자인 줄 알았다’고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큰 상처를 받은 소노다씨는 아버지의 생활에 참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불화의 씨앗인 남동생 가족에게 본가를 떠나도록 했지만 집안일이 서투른 아버지 혼자서 사는 것이 또 걱정이었다. 고민 끝에 2000년 소노다씨의 아버지는 유료 노인요양원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아버지는 “통장도 인감도 네게 맡기겠다. 집안일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소노다씨의 본가는 세타가야구의 한적한 고급 주택지에 있는 단독주택이다. 1965년 지은 건물로 차 2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30년 전 대규모 리모델링을 했다. ‘집을 지켜달라’는 아버지의 유언도 있어 우선은 집을 보유하기로 했다. 그냥 둘 순 없어 보수공사와 새집 증후군 대책 등에 약 150만엔을 들였다. 그런 뒤 월 30만엔의 월세로 임대를 주기로 했다. 다소 비싼 가격이었지만 좋은 입지조건 때문인지 세입자가 금방 나타났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부동산에서 세입자에게 ‘아버지가 요양원에 들어가 딸이 혼자 관리하고 있는 물건’이라는 정보를 흘린 것이다. 약점이라고 생각한 세입자는 ‘이 집에 살기 시작한 후 알레르기성 비염이 생겼다’며 트집을 잡고, 집세 인하를 요구해왔다. 집세도 자주 연체했다. 우여곡절 끝에 계약이 끝났지만 다시 찾은 본가는 내부가 상당히 망가져 있었다. 리모델링에 또 100만엔이 든다는 얘기를 들은 소노다씨는 임대를 포기했다. 빈집으로 내버려두다 2011년 9월 아버지가 사망하자 본가를 매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 사려는 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부동산 관련 지식이 없었던 소노나씨는 전적으로 부동산 업자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도 그 부동산이 문제였다. 업자가 가격을 너무 높인 것이었다. 그래 놓고 팔리지 않자 업자는 자신이 싼 가격에 매입하겠다는 말을 했다. 화가 난 소노다씨는 부동산 업자를 바꿨다. 적정 가격으로 낮추자 바로 매입자가 나타났다. 2년을 허비한 것이다.
#3아내 형제들과 분쟁 겪은 오노씨 - 오사카에 사는 60대 남성 오노 토시히사씨는 죽은 아내가 소유한 본가를 매각한 뒤 진이 빠져버렸다고 토로한다. 2007년 봄 오노씨는 주거래은행 담당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어떻게 좀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2년 전에 아내 분의 본가 매각을 4명의 (아내의) 형제들에게 부탁 받았습니다만, 그 후 누구도 대응을 해주지 않아 수속이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노씨는 어쩔 수 없이 대신 수속을 해주기로 했다.
당시 규슈 신칸센이 전부 개통되지 않은 상태라 오사카에서 가고시마까지 5시간 가까이 걸렸다. 오노씨는 가고시마로 대여섯 차례 왕복하며 은행과 부동산 담당자 등을 만나 매각을 논의했다.
매번 2박 3일 정도의 일정으로 다녀왔는데 교통비나 숙박비도 전부 오노씨 사비로 부담했다. 본가 토지는 약 100평으로 시세는 약 2000만엔 정도였다. 연식이 상당히 오래된 건물이다. 평가 가치가 낮았지만 기둥과 벽만 남기고 거의 터를 비우는 조건으로 2200만엔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 만으로 다행이었다.
잘 해결되는 것 같았지만 어이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원래 본가는 아내를 포함한 4남매가 분할 상속한 것이었다. 당연히 매각 계약을 하려면 명의인 전원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런데 오노씨가 ‘인감을 보내달라’고 형제들에게 말하자, 그들은 (오노씨를) 못 믿겠다며 담당자가 직접 찾아오라고 했다. 오노씨는 “본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 내가 이만큼 해줬는데 그런 식으로 나와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한다. 결국 은행 담당자가 한 명씩 찾아가 서류를 완성했고, 2200만엔은 남매들이 균등 분할했다. 그 후 오노씨는 예전에 알던 세무사에게 부탁해 4명의 확정신고까지 대행했다. “그들은 자기 앞으로 들어올 돈에만 관심이 있다. 상속 수속부터 매각, 확정신고까지 나 혼자 처리했지만, 위로의 말 한마디들은 게 없다. 씁쓸할 따름이다.”(오노씨). 그 후 아내의 여동생으로부터 감사의 표시로 작은 소포가 도착했다. 열어보니 페트병에 담긴 생수 6통이 전부였다. 본가는 팔렸지만, 장인어른 명의의 토지가 남아있다. 이 토지 역시 4형제의 명의로 되어 있다. 오노씨는 아내로부터 매각 수속을 부탁 받았지만,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다.
#4구입가의 절반값에 넘긴 오가와씨 - ‘팔렸을 때는 안심했지만, 너무 낮은 가격이었다’. 도쿄 도심의 오피스텔에 아내와 둘이 사는 40대 남성 오가와 슈이치씨는 2012년 본가를 매각했다. 2009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는데 어머니가 혼자 살길 원치 않아 매각을 결심했다. 1994년 오가와씨의 아버지는 본가(도쿄 분쿄구의 오피스텔)를 4000만엔에 구입했다. 워낙 위치가 좋지 않아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가격은 생각보다 낮았다. 오피스텔 주변만 재개발 지역에서 빠진 탓에 오래된 민가와 함께 남아 있는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못해도 반값에는 팔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평가액은 1500만엔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살 사람이 없어 시간을 한참 허비했다. 어찌됐든 매각은 성사됐지만, 아직 마음속에 걱정은 남아있다. 아내의 본가다. 아내 본가는 시즈오카현에 있다. 1970년대에 베드타운으로 개발됐는데 고지대에 있는 단독주택이다. 시 중심부까지는 차로 10여분이 걸린다. 나이가 들면서 거동이 불편해지자 장인·장모는 시 중심부로 이사했다. 동시에 집을 팔려고 내놨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도 살지 않게 된 본가를 매각하거나, 임대로도 돌리지 않는다면 빈집으로 방치된다. 소유자 입장에선 본가를 어떻게든 유효하게 활용하고 싶지만 매각도 유지도 쉽지 않다. 살 만한 사람이 없고, 매각을 결심해도 너무 가격이 낮아 선뜻 팔기가 어렵다. 가지고 있자니 세금이 걸린다. 2015년 1월 상속세가 강화될 예정이라 아예 상속을 포기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빈집의 증가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총무성의 주택·토지통계조사에 따르면 2013년 일본 안의 빈집은 약 820만호로 5년 전에 비해 63만호나 증가했다. 전체 주택의 13.5%다. 7곳 중 한 집은 빈집이라는 소리다. 통계상 빈집에는 임대·매각용 주택도 포함돼 있다. ‘관리되지 않는 빈집’만 따로 보면 318만호, 전체 주택의 5.3% 정도다.
새집을 사거나 이사를 할 경우 일정량의 빈집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5% 정도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23년 빈집이 1397만호로 증가해 전체 주택의 21%에 달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관리되지 않는 빈집도 크게 늘어 503만호(7.6%)에 이를 것으로 본다.
지가 하락도 빈집 증가를 부추긴다. 지가는 여러 가지 원인에 따라 변화하지만 최근엔 달라진 인구구조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현역세대(20~64세) 대비 고령세대(65세 이상) 비율이 높아진 탓이다. 현역세대의 비율이 낮은 지역은 그만큼 주택 수요가 적고, 지가가 떨어지기 쉽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런 경향이 강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지가의 비율이 미국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경제동향보다 인구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다. 총인구와 노령인구 의존 비율에 따라 산출한 도쿄도의 2040년 주택지가 예측 결과는 충격적이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지가가 40% 이상 떨어지는 지역이 속출할 전망이다. 현재 지가가 높은 츄오구나 미나토구, 시부야구 등도 급락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인 시미즈 교수는 “도쿄 올림픽이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장기적으로 도심의 지가하락 흐름을 바꾸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역세대가 증가해야 주택 수요가 늘고, 지가도 오르겠지만 그럴 여지가 안보여서다. 일본은 정년 연장이나 여성 인구 활용, 이민 수용 등의 대안을 모색 중이다. 가장 큰 효과가 있는 것은 정년 연장이다. 현역세대의 범위를 74세까지 확대하면 2040년 지가가 오히려 상승할 것이란 게 시미즈 교수의 분석이다.
빈집이 늘어나면, 붕괴 위험이 커지고, 방범 문제도 생긴다. 경관 악화 등으로 주변 지역의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후화된 빈집이 주변에 있으면, 주택 가격이 100평(330㎡)당 약 500만엔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여러모로 빈집은 사회의 민폐 요소란 의미다. 현재 350개가 넘는 자치단체가 빈집 관련 조례를 만들고, 소유자들에게 관리·철거를 촉구하는 한편, 다른 활용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4년 11월에는 일본 국회에서 자치단체가 빈집 대책에 보다 쉽게 대처할 수 있는 특별조치법이 통과됐다.
빈집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마련한 건 고무적이지만 사실 특별조치법은 위험한 빈집에 대한 처방이 주다. 이른바 대증요법(미봉책)이다. 주택 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사미 야스시 도쿄대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택 정책의 타당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부터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전국 각지에 고스트타운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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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작고한 뒤 본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도 살지 않는다면 팔아야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팔고 싶어도 사려는 이가 도무지 나타나지 않는다. 그냥 놔두자니 세금이 문제다. 부동산 업자의 감언이설에 속거나, 형제 간의 분쟁에 휘말리는 등 부작용도 크다. 지방정부 입장에선 관리가 걱정이다. 본가 매각에 얽힌 이런저런 사정을 들어봤다.
#1애착 컸던 본가 헐값에 넘긴 사와다씨 - 이바 라기현에 사는 40대 여성 사와다 마나미씨는 본가 매각으로 꽤 억울한 경험을 했다. 사와다씨의 부모는 1960년에 본가 토지를 사들여 1970년대 후반 3층 건물의 점포 주택을 신축해 이자카야를 열었다. 사와다씨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잘 여동생과 가게 일을 도왔다고 한다. 결혼 후에도 한동안 부모와 남편, 아이들과 본가에서 다 함께 지냈다. 유년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1998년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새집을 마련했다. 가게는 본가에서 계속 운영했으나 이듬해 부모님이 병으로 쓰러진 뒤 문을 닫았다. 임대를 내놓자 월세 30만엔에 음식점이 들어왔다. 2005년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사와다씨가 본가를 상속받았지만 다음해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오랜만에 본가를 찾은 사와다씨는 아연실색했다. 세입자가 전기 배선을 무단으로 바꿔놓고, 창문에 페인트로 그림을 그려놓는 등 내부를 엉망으로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본가에 대한 애착이 컸던 사와다씨는 400만엔을 들여 건물을 리모델링 했다.
가족 간 불화 원인으로 떠오른 본가 매각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와다씨가 낸 세금만 매년 35만엔. 결국 그는 600만엔이라는 헐값에 건물을 팔았다. 더구나 그가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이 지역 주민이 아닌 것도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릴 적부터 살아온 소중한 집이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에 팔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 돈 문제만은 아니었다.”(사와다씨). 본가 매각을 떠올릴 때마다 사와다씨가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
#2부동산 업자에게 농락당한 소노다씨 - 도쿄 도심의 오피스텔에 남편과 살고 있는 60대 여성 소노다 마사코씨. 소노다씨에겐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었다. 평화로운 가정이었지만 1981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문제가 시작했다. 아버지는 본가에서 여동생과 함께 살았는데 여동생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남동생 가족과 함께 살게 됐다. 하지만 워낙 완고한 성격 탓에 남동생 가족과의 관계가 꼬여버렸다. 심지어 어느 날엔 아버지가 손자와 싸우다 다쳐 병원에 가는 일까지 있었다. 아버지는 소노다씨에게 ‘지금 입원해있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소노다씨가 놀라서 병원에 달려가니 주치의가 ‘노인 혼자 와서 노숙자인 줄 알았다’고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큰 상처를 받은 소노다씨는 아버지의 생활에 참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불화의 씨앗인 남동생 가족에게 본가를 떠나도록 했지만 집안일이 서투른 아버지 혼자서 사는 것이 또 걱정이었다. 고민 끝에 2000년 소노다씨의 아버지는 유료 노인요양원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아버지는 “통장도 인감도 네게 맡기겠다. 집안일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소노다씨의 본가는 세타가야구의 한적한 고급 주택지에 있는 단독주택이다. 1965년 지은 건물로 차 2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30년 전 대규모 리모델링을 했다. ‘집을 지켜달라’는 아버지의 유언도 있어 우선은 집을 보유하기로 했다. 그냥 둘 순 없어 보수공사와 새집 증후군 대책 등에 약 150만엔을 들였다. 그런 뒤 월 30만엔의 월세로 임대를 주기로 했다. 다소 비싼 가격이었지만 좋은 입지조건 때문인지 세입자가 금방 나타났다.
낡은 빈집 증가로 주변 부동산 가격 하락
그러나 2년이 지나도 사려는 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부동산 관련 지식이 없었던 소노나씨는 전적으로 부동산 업자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도 그 부동산이 문제였다. 업자가 가격을 너무 높인 것이었다. 그래 놓고 팔리지 않자 업자는 자신이 싼 가격에 매입하겠다는 말을 했다. 화가 난 소노다씨는 부동산 업자를 바꿨다. 적정 가격으로 낮추자 바로 매입자가 나타났다. 2년을 허비한 것이다.
#3아내 형제들과 분쟁 겪은 오노씨 - 오사카에 사는 60대 남성 오노 토시히사씨는 죽은 아내가 소유한 본가를 매각한 뒤 진이 빠져버렸다고 토로한다. 2007년 봄 오노씨는 주거래은행 담당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어떻게 좀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2년 전에 아내 분의 본가 매각을 4명의 (아내의) 형제들에게 부탁 받았습니다만, 그 후 누구도 대응을 해주지 않아 수속이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노씨는 어쩔 수 없이 대신 수속을 해주기로 했다.
당시 규슈 신칸센이 전부 개통되지 않은 상태라 오사카에서 가고시마까지 5시간 가까이 걸렸다. 오노씨는 가고시마로 대여섯 차례 왕복하며 은행과 부동산 담당자 등을 만나 매각을 논의했다.
매번 2박 3일 정도의 일정으로 다녀왔는데 교통비나 숙박비도 전부 오노씨 사비로 부담했다. 본가 토지는 약 100평으로 시세는 약 2000만엔 정도였다. 연식이 상당히 오래된 건물이다. 평가 가치가 낮았지만 기둥과 벽만 남기고 거의 터를 비우는 조건으로 2200만엔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 만으로 다행이었다.
잘 해결되는 것 같았지만 어이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원래 본가는 아내를 포함한 4남매가 분할 상속한 것이었다. 당연히 매각 계약을 하려면 명의인 전원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런데 오노씨가 ‘인감을 보내달라’고 형제들에게 말하자, 그들은 (오노씨를) 못 믿겠다며 담당자가 직접 찾아오라고 했다. 오노씨는 “본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 내가 이만큼 해줬는데 그런 식으로 나와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한다. 결국 은행 담당자가 한 명씩 찾아가 서류를 완성했고, 2200만엔은 남매들이 균등 분할했다. 그 후 오노씨는 예전에 알던 세무사에게 부탁해 4명의 확정신고까지 대행했다.
2023년 빈집이 전체 주택의 21% 차지할 듯
#4구입가의 절반값에 넘긴 오가와씨 - ‘팔렸을 때는 안심했지만, 너무 낮은 가격이었다’. 도쿄 도심의 오피스텔에 아내와 둘이 사는 40대 남성 오가와 슈이치씨는 2012년 본가를 매각했다. 2009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는데 어머니가 혼자 살길 원치 않아 매각을 결심했다. 1994년 오가와씨의 아버지는 본가(도쿄 분쿄구의 오피스텔)를 4000만엔에 구입했다. 워낙 위치가 좋지 않아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가격은 생각보다 낮았다. 오피스텔 주변만 재개발 지역에서 빠진 탓에 오래된 민가와 함께 남아 있는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못해도 반값에는 팔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평가액은 1500만엔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살 사람이 없어 시간을 한참 허비했다. 어찌됐든 매각은 성사됐지만, 아직 마음속에 걱정은 남아있다. 아내의 본가다. 아내 본가는 시즈오카현에 있다. 1970년대에 베드타운으로 개발됐는데 고지대에 있는 단독주택이다. 시 중심부까지는 차로 10여분이 걸린다. 나이가 들면서 거동이 불편해지자 장인·장모는 시 중심부로 이사했다. 동시에 집을 팔려고 내놨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도 살지 않게 된 본가를 매각하거나, 임대로도 돌리지 않는다면 빈집으로 방치된다. 소유자 입장에선 본가를 어떻게든 유효하게 활용하고 싶지만 매각도 유지도 쉽지 않다. 살 만한 사람이 없고, 매각을 결심해도 너무 가격이 낮아 선뜻 팔기가 어렵다. 가지고 있자니 세금이 걸린다. 2015년 1월 상속세가 강화될 예정이라 아예 상속을 포기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빈집의 증가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총무성의 주택·토지통계조사에 따르면 2013년 일본 안의 빈집은 약 820만호로 5년 전에 비해 63만호나 증가했다. 전체 주택의 13.5%다. 7곳 중 한 집은 빈집이라는 소리다. 통계상 빈집에는 임대·매각용 주택도 포함돼 있다. ‘관리되지 않는 빈집’만 따로 보면 318만호, 전체 주택의 5.3% 정도다.
새집을 사거나 이사를 할 경우 일정량의 빈집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5% 정도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23년 빈집이 1397만호로 증가해 전체 주택의 21%에 달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관리되지 않는 빈집도 크게 늘어 503만호(7.6%)에 이를 것으로 본다.
지가 하락도 빈집 증가를 부추긴다. 지가는 여러 가지 원인에 따라 변화하지만 최근엔 달라진 인구구조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현역세대(20~64세) 대비 고령세대(65세 이상) 비율이 높아진 탓이다. 현역세대의 비율이 낮은 지역은 그만큼 주택 수요가 적고, 지가가 떨어지기 쉽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런 경향이 강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지가의 비율이 미국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경제동향보다 인구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다.
“장기 대책 없으면 고스트타운 급증할 것”
빈집이 늘어나면, 붕괴 위험이 커지고, 방범 문제도 생긴다. 경관 악화 등으로 주변 지역의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후화된 빈집이 주변에 있으면, 주택 가격이 100평(330㎡)당 약 500만엔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여러모로 빈집은 사회의 민폐 요소란 의미다. 현재 350개가 넘는 자치단체가 빈집 관련 조례를 만들고, 소유자들에게 관리·철거를 촉구하는 한편, 다른 활용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4년 11월에는 일본 국회에서 자치단체가 빈집 대책에 보다 쉽게 대처할 수 있는 특별조치법이 통과됐다.
빈집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마련한 건 고무적이지만 사실 특별조치법은 위험한 빈집에 대한 처방이 주다. 이른바 대증요법(미봉책)이다. 주택 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사미 야스시 도쿄대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택 정책의 타당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부터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전국 각지에 고스트타운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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