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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한국핀테크포럼 의장 - “금융권이 핀테크 스타트업을 상호보완적인 상대로 인정해야”

박소영 한국핀테크포럼 의장 - “금융권이 핀테크 스타트업을 상호보완적인 상대로 인정해야”

핀테크 산업의 불모지 한국에서 핀테크의 열풍을 일으키기 위해 지난해 11월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핀테크포럼을 발족했다. 박소영(45) 초대 의장은 “정부와 기업과 소통하면서 핀테크 산업을 부흥시키겠다”고 자신했다.
한국핀테크포럼 박소영 초대의장은 한국 핀테크 시장의 원조인 페이게이트 대표를 맡고 있다. / 페이게이트 제공
전 세계가 핀테크 열풍으로 뜨겁다. 핀테크를 표방하는 스타트업들이 거액의 투자금을 연달아 받으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구글, 애플, 알리바바,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도 핀테크 산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핀테크가 미래 성장을 결정짓는 분야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의 전문가들도 나섰다. 지난해 11월 금융계와 IT업계 관계자 4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한국핀테크포럼’을 발족하면서 핀테크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초대 의장으로 한국에 간편 결제 시스템 도입을 위해 노력해 온 박소영 페이게이트(Paygate)대표를 선출했다. 박 의장에게 한국 핀테크 산업의 미래를 들어봤다.



초대 의장을 맡았다. 이유가 있을 것 같다.


페이게이트(1998년 설립)는 국내 핀테크 기업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간편결제 시스템 개발에 적극 나섰고, 국내 시장에 간편결제 시스템이 뿌리내리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그동안 우리는 핀테크라는 씨를 뿌리기만 했는데, 이제야 열매를 맺는 듯한 느낌이다. 그동안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금융당국이나 금융권을 상대로 많은 이야기를 해왔다. 그런 것을 보고 사람들이 내가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초대 의장으로 뽑은 것 같다.



출범 이후 핀테크포럼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정치권, 금융권 등과 소통하려고 노력 중이다. 포럼을 만든 것도 소통을 위해서다.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하고, 어떤 규제가 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 정치권을 상대로 계속 이야기할 것이다. 얼마 전에는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한 자료를 『IT를 통한 금융혁명, 핀테크』라는 제목의 책자로 만들었다.



핀테크포럼의 발족은 핀테크의 무풍지대였던 한국 시장의 변화를 뜻하는 것인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웃음). 단적으로 말하면 별다른 변화가 없다. 페이게이트와 같은 PG사(결제대행업체)만 보더라도 글로벌 간편 결제 서비스와 경쟁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이는 지금까지 정부 정책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면서 생긴 결과다.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기술개발에 나서지 않았고, 그 결과 한국 기업들은 핀테크 분야에 대응을 하지 못했다. 정부가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핀테크 기업들은 수동적이다. 이들 회사들이 만든 서비스는 한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로컬 서비스에 불과하다.



그렇게 평가하는 이유가 뭔가.


웹이나 스마트폰 앱에서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는 웹 표준을 지켜야만 가능하다. 흔히 ‘퓨어 웹 기반’이라고 한다. 퓨어 웹 기반의 간편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면 소비자들은 웹이냐 앱이냐의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R&D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서비스 노하우도 축적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는 그런 서비스가 전혀 없다. 카드사들이 가지고 나온 앱 결제는 보안에 취약하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퓨어 웹 기반의 기술이 필요한데 그 기술이 거의 없다.

박소영 의장은 당장 페이게이트 사례를 통해 한국 핀테크 산업이 활성화 되기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2013년 8월, 현대카드와 알라딘, 그리고 페이게이트 사이에 벌어진 간편결제 시스템 논란이 그것이다. 페이게이트는 ‘AA금액 인증’(가상의 결제금액을 비밀번호로 사용하는 결제방식) 간편결제 시스템을 개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뿐만 아니라 크롬, 사파리 등의 모든 웹브라우저에서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액티브 엑스를 깔지 않아도,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카드 결제가 가능했다.

그러자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페이게이트의 결제시스템을 채택했다. 시민사회단체인 오픈넷도 회원들이 후원금 카드결제 방법으로 페이게이트의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했다. 사용이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사가 이를 거부했다. ‘보안문제’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AA금액인증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핀테크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뿐만 아니라 금융권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한국은 핀테크 산업의 불모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굉장히 슬픈 일이지만 한국의 핀테크 산업이라는 배는 이미 기울었다. 한국 핀테크 시장은 중국이나 미국의 핀테크 산업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페이팔을 이용해서 아마존에서 삼성TV를 구매하는 상황이니 말 다했지 않나. 막고 싶어도 막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가.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핀테크 산업이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규제 대신 지원을 선택한 것이다. 알리페이가 성장할 수 있는 이유다. 중국 정부는 핀테크 기업을 키우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임을 안다. 우리나라도 늦지 않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핀테크 기업을 빨리 육성해야 한다.



삼성이 핀테크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페이는 기존 마그네틱 방식과 NFC(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 모두에서 결제가 가능한 플랫폼이다. 핀테크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스마트폰이 큰 무기다. 삼성폰만들고 다니면 언제 어디서든 대금을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NFC 결제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애플페이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삼성이 어떻게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삼성페이의 미래가 달려있다.



늦었지만 우리 정부도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나서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규제완화 정책은 올바른 방향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 발언을 한 이후부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공인인증서 폐지가 단적인 예다. 하지만 카드사와 금융사들은 정부 당국의 정책에만 발맞추고 있다. 수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핀테크 산업을 육성한다고 하지만, 아직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2103년 페이게이트와 현대카드의 논란이 한국 핀테크 시장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금융권이 핀테크 산업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기존 금융권 시장을 침해하는 게 아니다. 핀테크는 기존 금융권이 하지 않거나, 하기 싫어했던 틈새 시장을 파고드는 것이다. 핀테크에 대한 실체를 금융권이 명확하게 인정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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