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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예수 해제 ‘독’일까?] 보호예수 매물의 주가 영향력은

[보호예수 해제 ‘독’일까?] 보호예수 매물의 주가 영향력은

쿠쿠전자는 중국 시장 유통채널 확대와 면세점 매출 증가로 2월 6일 보호예수 해제 이후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5월 14일 삼성SDS의 주가는 전날보다 4000원(1.53%) 오른 26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은 삼성SDS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60.59%(4688만1198주)가 보호예수에서 해제된 날이다. 지난해 11월 상장 이후 6개월 만이다. 보호예수는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하거나 인수합병(M&A) 혹은 유상증자 등으로 새로 주식을 발행했을 때, 지분을 많이 가진 대주주나 기관투자자 등이 일정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기업 대주주들이 상장 이후 지분을 팔면 주가가 내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주식 보호예수가 해제되면 기관투자자 등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그동안 묶여 있던 주식물량을 시장에 풀면서 기업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삼성SDS 주가는 예상을 빗나갔다. 5월 14일 이후 주가는 오름세다. 5월 26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SDS주가는 28만 3500원으로 보호예수 해제 이후 6.5%가 올랐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 물류업 정책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로 매도 물량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5월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한다는 소식에 급등했다. 삼성SDS는 삼성물산의 지분 17.08%를 보유하고 있다.
 슈피겐코리아 28% 떨어져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5월 20일까지 보호예수 해제종목은 총 139개로 주식물량은 10억7100만주다. 5월에는 27개 종목에서 5억500만주가 해제된다. 올 들어 가장 많은 물량이다. 5월 들어 현재까지 삼성SDS를 포함해 우리은행·키스톤글로벌·슈피겐코리아 등이 보호예수가 해제된 가운데 대부분 종목의 주가는 하락세다.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키스톤글로벌은 5월 14일 해제된 이후 5월 26일까지 10% 가까이 하락했다. 키스톤글로벌은 보호예수가 시작된 지난해 5월 14일부터 해제 전날인 5월 13일까지 137%의 수익률을 내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매도한 것이다.

슈피겐코리아 주가도 보호예수가 해제된 5월 5일부터 5월 26일까지 28% 하락했다. 휴대전화 액세서리 제조회사인 슈피겐코리아는 지난해 11월 7일 공모가 2만7500원에 상장됐다. 이후 5월 4일까지 13만7800원으로 오르며 상장 6개월 만에 6배가 올랐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호예수가 해제되면 차익매매에 따른 물량부담 이슈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차익실현에 따른 매도로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있지만 삼성SDS처럼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 예가 쿠쿠전자다. 쿠쿠전자는 올 2월 8일 발행주식의 75%(735만주)에 해당하는 물량이 보호예수에서 해제됐다. 이후 쿠쿠전자 주가는 5월 26일까지 28%가 올랐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면세점 매출이 늘고 중국 현지에서 유통채널이 확대되면서 주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중국 알리바바가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 한국관을 열면서 주가 상승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4월 30일 전체 발행주식 중 43.4%에 대한 보호예수가 해제된 현대로템 주가도 상승세다. 이날 이후부터 5월 26일까지 2.8% 올랐다. 2분기 이후 해외 전동차 수주가 본격화되고 최근 터키 철도청 산하 철도차량 회사와 909억원의 부품 공급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보호 예수 해제를 악재로만 보긴 어렵다. 박종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호예수가 해제됐다고 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바로 내다 파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오히려 기업의 실적이나 개별 이슈 등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주주 매도 시점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보호예수 해제가 되는 종목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NH투자증권이 2012년 이후 189건에 대해 의무보호예수 해제일 기준 50영업일 전후의 주가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해제 50영업일 전을 기점으로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가가 올랐을 경우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일부 주주나 투자자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차례로 매도물량을 내놓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보호예수가 해제된 삼성SDS 지분(60.59%) 가운데 이재용·서현·부진 삼남매 지분은 19.07%에 달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11.25%에 달한다. 최대 개인주주다. 현재 이 부회장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 보유지분에 대한 상속세 6조원을 납부해야 하는 만큼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현재 삼성SDS 주가가 29만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870만4312주를 보유한 이 부회장이 당장 지분 매각에 나서면 2조5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얻게 된다. 만약 이 부회장이 매각에 나서면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와 달리 역발상 전략으로 이를 투자에 활용할 수도 있다.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경우라면 보호예수 해제로 인한 주가 하락이 저가매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5월 27일 보호예수에서 전체 발행주식의 65%(1115만주)가 해제된 CS윈드는 앞으로 성장성이 높아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CS윈드의 1분기 영업이익은 212억원으로 전년 대비 16.8% 증가했다. CS윈드는 2020년까지 민관 합동 투자로 2.5GW 규모의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을 국가전력사업계획으로 추진 중인만큼 전망도 좋은 편이다. 5월 27일 CS윈드 주가는 전날보다 200원 오른 3만8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더라도 주주들이 회사 성장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면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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