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TRAVEL] 녹색 도시 만드니 관광객도 늘더라
[02 TRAVEL] 녹색 도시 만드니 관광객도 늘더라
요즘 한국에서 가장 뜨는 해외 관광지를 꼽으라면 단연 동유럽이다. 2013년 대한항공의 체코항공 지분 인수 및 직항편 확대, 크로아티아 여행을 다룬 TV 프로그램의 흥행 등 호재가 겹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한국인이 동유럽으로 향한다. 크로아티아를 찾은 한국인은 2013년 7만5000명이었지만 2014년엔 24만 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오스트리아, 터키 여행객도 꾸준히 늘어 2014년엔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동유럽은 여전히 한국인에게 낯선 곳이다. 인기 관광지 외엔 알려지지 않은 도시가 많다.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도 그중 하나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와 불과 118㎞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이탈리아 베니스, 오스트리아 빈과도 가깝다. 지도에서 자그레브, 베니스, 빈을 꼭지점으로 삼각형을 그려보면 가운데 부근에 위치한 도시가 바로 류블랴나다.
지리적 이점이 전부는 아니다. 류블랴나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류블랴나는 친환경 정책으로 유명한 유럽 도시들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녹색 도시다. 류블랴나는 지난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의해 ‘2016 유럽의 녹색 수도’로 선정됐다. 시에서 2007년부터 꾸준히 추진한 지속가능성 전략 ‘비전 2025’ 덕분이다.
지난 4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2015 세계여행관광협회(WTTC) 세계 정상회담에서 만난 류블랴나 관광청의 페트라 스투섹 부장은 이처럼 친환경 도시를 만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돌이켰다. “초기엔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종종 시위도 벌어졌다. 시장이 직접 지역 주민을 만나 설득하고 사업을 성사시켰다. 지금은 다들 익숙해져서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주민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친환경 도시 정책을 추진한 이유가 궁금했다. “우리는 환경을 보존하면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해지며, 그에 따라 관광객도 자연스럽게 찾아온다고 믿는다.”
친환경 도시와 관광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류블랴나는 환경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가꿈으로써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류블랴나를 찾은 관광객은 2002년 21만8872명에서 2014년 56만2213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친환경 정책을 통해 지속가능한 여행지를 만들어낸 공로로 올해 WTTC의 ‘내일을 위한 여행상’ 여행지 부문을 수상했다. 세계 여행업계로부터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유럽 최고의 녹색 도시라는 것만으로도 여타 유럽 도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류블랴나는 면적이 275㎢로 서울의 절반 정도 크기지만 인구는 서울의 약 30분의 1에 불과한 28만3000명이다. 류블랴나는 전체 면적 가운데 46%를 녹지로 꾸몄다. 인구 1명 당 평균 542㎡의 녹지가 있는 셈이다. 도시 중심부의 9만8373㎡는 ‘친환경 구역’으로 설정돼 차량이 일절 출입할 수 없다. 5만2375㎡는 차량통행 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지역 주민의 차량만이 통행 가능하다. 이 정책 덕분에 지난 5년 간 보행 구역이 620%나 증가했다. 차가 다니지 않는 구역이 늘어나자 사람들이 거리를 맘껏 활보하며 공터를 활용해 장을 열고 공연을 펼친다. 무료 소형 전기차 택시, 자전거 셰어링 등 대안 교통수단 이용도 활발해졌다.
녹지가 많고 차량은 적다 보니 환경은 자연히 쾌적해진다. 여기에 더해 류블랴나는 유럽연합 가입국 수도 최초로 ‘폐기물 제로’ 선언을 했을 정도로 쓰레기 줄이기에 앞장서는 국가다. 2013년 분리수거율이 60%에 달했고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은 150㎏에 그쳤다. 한국의 2013년 1인당 쓰레기 발생량 343㎏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2025년까지 분리수거율 78%, 쓰레기 발생량 60㎏ 달성이 목표다.
스투섹 부장은 엄격할 정도로 청결을 추구하는 문화를 독일의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슬라브 국가지만 이웃한 이탈리아로부터 로마 문화를, 오스트리아로부터 독일 문화를 전수받았다. 엄격하고 청결한 것을 선호하는 동시에 로마인처럼 좋은 음식과 와인을 사랑하고 야외 활동을 즐기는 성향도 갖고 있다.”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모습은 도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슬라브, 아르누보,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제각각 개성을 자랑하며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슬로베니아는 젊은 나라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한 지 24년이 지났다. 그렇다 보니 아직 슬로베니아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스투섹 부장은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류블랴나가 지금처럼 세계 최고의 친환경 도시로 업적을 쌓아나간다면 과제 달성은 시간문제일 듯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럼에도 동유럽은 여전히 한국인에게 낯선 곳이다. 인기 관광지 외엔 알려지지 않은 도시가 많다.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도 그중 하나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와 불과 118㎞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이탈리아 베니스, 오스트리아 빈과도 가깝다. 지도에서 자그레브, 베니스, 빈을 꼭지점으로 삼각형을 그려보면 가운데 부근에 위치한 도시가 바로 류블랴나다.
지리적 이점이 전부는 아니다. 류블랴나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류블랴나는 친환경 정책으로 유명한 유럽 도시들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녹색 도시다. 류블랴나는 지난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의해 ‘2016 유럽의 녹색 수도’로 선정됐다. 시에서 2007년부터 꾸준히 추진한 지속가능성 전략 ‘비전 2025’ 덕분이다.
지난 4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2015 세계여행관광협회(WTTC) 세계 정상회담에서 만난 류블랴나 관광청의 페트라 스투섹 부장은 이처럼 친환경 도시를 만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돌이켰다. “초기엔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종종 시위도 벌어졌다. 시장이 직접 지역 주민을 만나 설득하고 사업을 성사시켰다. 지금은 다들 익숙해져서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주민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친환경 도시 정책을 추진한 이유가 궁금했다. “우리는 환경을 보존하면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해지며, 그에 따라 관광객도 자연스럽게 찾아온다고 믿는다.”
친환경 도시와 관광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류블랴나는 환경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가꿈으로써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류블랴나를 찾은 관광객은 2002년 21만8872명에서 2014년 56만2213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친환경 정책을 통해 지속가능한 여행지를 만들어낸 공로로 올해 WTTC의 ‘내일을 위한 여행상’ 여행지 부문을 수상했다. 세계 여행업계로부터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유럽 최고의 녹색 도시라는 것만으로도 여타 유럽 도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류블랴나는 면적이 275㎢로 서울의 절반 정도 크기지만 인구는 서울의 약 30분의 1에 불과한 28만3000명이다. 류블랴나는 전체 면적 가운데 46%를 녹지로 꾸몄다. 인구 1명 당 평균 542㎡의 녹지가 있는 셈이다. 도시 중심부의 9만8373㎡는 ‘친환경 구역’으로 설정돼 차량이 일절 출입할 수 없다. 5만2375㎡는 차량통행 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지역 주민의 차량만이 통행 가능하다. 이 정책 덕분에 지난 5년 간 보행 구역이 620%나 증가했다. 차가 다니지 않는 구역이 늘어나자 사람들이 거리를 맘껏 활보하며 공터를 활용해 장을 열고 공연을 펼친다. 무료 소형 전기차 택시, 자전거 셰어링 등 대안 교통수단 이용도 활발해졌다.
녹지가 많고 차량은 적다 보니 환경은 자연히 쾌적해진다. 여기에 더해 류블랴나는 유럽연합 가입국 수도 최초로 ‘폐기물 제로’ 선언을 했을 정도로 쓰레기 줄이기에 앞장서는 국가다. 2013년 분리수거율이 60%에 달했고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은 150㎏에 그쳤다. 한국의 2013년 1인당 쓰레기 발생량 343㎏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2025년까지 분리수거율 78%, 쓰레기 발생량 60㎏ 달성이 목표다.
스투섹 부장은 엄격할 정도로 청결을 추구하는 문화를 독일의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슬라브 국가지만 이웃한 이탈리아로부터 로마 문화를, 오스트리아로부터 독일 문화를 전수받았다. 엄격하고 청결한 것을 선호하는 동시에 로마인처럼 좋은 음식과 와인을 사랑하고 야외 활동을 즐기는 성향도 갖고 있다.”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모습은 도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슬라브, 아르누보,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제각각 개성을 자랑하며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슬로베니아는 젊은 나라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한 지 24년이 지났다. 그렇다 보니 아직 슬로베니아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스투섹 부장은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류블랴나가 지금처럼 세계 최고의 친환경 도시로 업적을 쌓아나간다면 과제 달성은 시간문제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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