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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 '인생은 뺄셈, 행복은 곱셈' 펴낸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 “뭔가를 빼야 더할 수 있는 법이죠”

[저자와의 대화 | '인생은 뺄셈, 행복은 곱셈' 펴낸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 “뭔가를 빼야 더할 수 있는 법이죠”

사진:오상민 기자
‘바른전자’. 너무 착해 보이고, 그래서 조금은 유치한 듯한 이름이다. 매년 매출 3000억원을 쉽게 넘기는 견실한 중견기업이자 30여 개국에 1억5000만 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종합반도체 회사 이름으론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창업자 김태섭(51) 회장을 만나보면 왜 바른전자인지 쉽게 감이 온다.

김 회장은 1988년 대학 시절 신용카드 한 장으로 창업해 30여년간 정보통신기술 업계에 몸담아온 벤처기업인이다. 두 개 상장사와 해외 현지 법인까지 포함해 1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성공을 바라는 많은 사람이 그의 비결을 궁금해한다. 그래서 지난 6월 김 회장이 낸[인생은 뺄셈, 행복은 곱셈]이란 에세이에 관심이 쏠렸다. 결론부터 말해 그의 성공 비결은 ‘비움’이다.
 임직원들과 편지 주고 받으며 공감대 형성
그의 책은 2010년부터 쓰기 시작한 사내 편지를 모아 만들었다. 사내 편지는 임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은 단문 밖에 전달할 수 없어 감정을 담고 내용을 자세히 풀어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e메일에 자신이 생각과 과거의 경험, 다른 책에서 읽었던 지식 등을 종합해 쓰기 시작했다. 전 직원에게 보내는 e메일이다 보니 퀴즈를 내기도 하고 정보를 담기도 했다. 반응은 의외로 폭발적이었다. 소식지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답장이 밀려들었다. CEO가 사업을 하면서 겪은 힘든 일, 어린 시절 느낀 고통, 조금 인생을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먼저 풀어놓으니 직원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김 회장은 5년 동안 꾸준히 편지를 썼다. 매주 쓰려고 했지만 이야기가 바닥나거나 글쓰기가 버거워 한달에 2~3회 쓰고 있다. 김 회장은 “글을 전문적으로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이 직원 모두가 보는 글을 쓰려니 힘들었는데, 꾸준히 쓰다보니 이젠 이런 글쓰기가 정규적인 업무의 하나가 되었다”고 말했다.

어느 회사든 건물 곳곳에 경영이념과 목표 등을 써붙여놓는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려거나 의미를 물어보는 직원들은 드물다. 하지만 CEO가 e메일로 이야기를 풀어놓으니 자연스레 경영의 내용과 목표를 물어보는 직원들이 늘어났다. 직원들은 일이 어떻게 돼 가는지 여러모로 이야기하고 공장 뒷편에 무슨 꽃이 피었다더라는 감상적인 이야기를 회신했다. 김 회장은 “경영자로서 내려다보며 직원들을 사정을 잘 보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못봤던 것이 너무 많아서 반성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김 회장은 위기를 겪으면서 소통의 필요성을 확신했다. 바른전자는 여느 기업처럼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었다. 2012년에는 2000명의 직원 중 1500명이 빠져나가는 고통도 겪었다. 각각의 위기를 이겨낸 배경은 e메일과 같은 소통이었다. “회사에서 가장 큰 경쟁력은 신뢰입니다. 서로가 잘 알고 있을 때 신뢰가 생기지요. 그래야 어려운 일이 생기면 공동으로 대응하게 되거든요. 경영자가 자신의 생각을 숨기고 있으면 소통이 불가능합니다. 전 제 생각을 e메일을 통해 다 전달합니다. 신뢰를 쌓은 비결입니다.”

모든 기업이 성장을 갈구한다. 매출을 키우고 계열사를 늘여서 재벌이 되고 초거대 기업이 되려 한다. 그렇게 더한 데 더해야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김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성장해야 하긴 하는데, 순서가 틀렸어요. 배가 고파야 밥맛이 좋고, 힘을 빼야 골프 샷이 잘 맞잖아요? 뭔가를 빼야 더할 수 있는겁니다.” 실제 바른전자는 수많은 인수·합병 제안을 받는다. 하지만 김 회장은 기존에 가진 사업 중에 무엇을 뺄지부터 생각한다. 뺄 수 없으면 인수대상 회사를 미련없이 포기한다. 그래서 인생은 뺄셈이란 얘기다.

“경영자의 탐욕 때문에 과잉 투자를 하게 되는 겁니다. 저도 인수·합병하면서 매출을 1조원으로 키워봤어요. 계열사도 7개로 늘였지요. 하지만 각 사가 밀접하게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어요. 더하기만 해서 키우니 문제가 생긴거죠. 4년 만에 1200억원을 까먹었어요. 금융위기 같은 대외 악재가 터지니 더했던 사업은 모두 망하고 사람들도 싹 빠져나가더군요.” 김 회장은 그래서 결국 경영은 인간관계라고 본다. 어려워졌을 때 진짜 친구가 생기는 법이고, 자신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 행복하다고 말한다.
 무엇인가 빼줄 때 진정한 행복 느껴
김 회장은 최근 8살 차이나는 연예인 김혜영씨와 결혼해 더 유명해졌다. 또 결혼 과정에서 모인 거금을 기부해 또 한 번 바른생활 경영자로 조명 받았다. 그는 자신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 내가 없으면 못살겠다는 사람이라서 같이 살게 됐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었을 때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김 회장은 늘 행복이 곱절로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로 부터 뭔가를 받을 때 느끼는 감정은 기쁨에 불과하다고, 자신에게서 무엇인가 빼줄 때 진정한 행복감을 느낄 거란 얘기다. 행복한 경영자가 되는 김 회장의 성공 비법이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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