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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이민 쉬운 일본] 장기 체류 사실상 무제한 허용

[실질적인 이민 쉬운 일본] 장기 체류 사실상 무제한 허용

도쿄 나가노 시장 상인들의 전통 축제 마쓰리
일본은 따로 이민을 받지 않지만 비자 없이도 사실상의 이민은 가능하다. 세금을 낼 만큼의 경제활동만 할 수 있다면 누구든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엔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산다. 특히 관광비자가 면제되고 거리도 가까운 한국에서 넘어간 사람이 많다. 한국 주민등록을 가진 일본 거주자를 부르는 단어가 따로 있을 정도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일본으로 넘어간 ‘뉴커머(new-comer)’와 1988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일본에 가서 정착한 ‘뉴뉴커머(new newcomer)’라는 말이 있다. 흔히 재일동포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국교정상화 이전부터 일본에서 살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올드 커머(old-comer)’라고 부른다. 반세기 가까이 일본에서 살아온 뉴커머는 이미 일본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일본 사회 깊숙이 뿌리내려 뉴커머 2세는 굳이 국적을 구분할 필요도 없다. 뉴커머 수는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하면 도쿄와 오사카에만 3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공식적인 통계다. 관광 목적으로 입국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실질적 이민자까지 더하면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으로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최근 현해탄을 넘은 뉴뉴커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990년 유학 목적으로 일본으로 넘어간 현동수(51)씨는 전형적인 뉴뉴커머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버블경제가 최고조에 달했던 당시 일본으로 넘어온 뒤 눌러 살게 된 케이스다. 현재는 연 매출 15억엔의 IT회사 테크톤 사장이다. 히타치·미쯔비시중공업 등에 은행 결제 시스템, 인식시스템을 개발·제공하는 기업이다.

일본에서 대학까지 마쳤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현 사장도 졸업 당시 최대 1년의 체류 비자를 받았다. 이 기간 내에 취업하지 못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62군데 회사에 이력서를 내밀었고, 맨 마지막에 낸 회사에 간신히 취직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해고되는 경험을 수차례 했다. 일본어가 서툴고 일을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3개월씩 일하고 해고되길 7번. 그래도 21개월을 버텨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다. 임시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서류상 정사원으로 인정해주는 자리만 골라 비자를 연장할 수 있었다.
 영주권 받기 전 범법 행위 적발되면 바로 추방
교토대 주변 한식점.
그러나 이런 영주권 취득 무용담은 옛말이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특히 한국인의 장기 체류를 사실상 무제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조한 출산율을 걱정하는 일본은 생산인구가 부족해지면서 한국인 누구든 주민세·소득세·갑근세만 낼 수 있으면 ‘만사 오케이’라는 입장이다. 납세 실적이 좋고 형사상 전과만 없다면 영주권도 무난히 내어준다. 신청해서 받기까지는 1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영주권을 받을 때까지는 운전하다 속도 위반만 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단 1회라도 음주운전에 적발되면 영주권은 고사하고 추방돼 영원히 일본으로 돌아올 수 없다.

최근 10년 전부터는 한국인의 장기 체류, 즉 실질적인 이민이 더 쉬워졌다. 3개월짜리 무비자로 입국해도 각종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한국인이 주로 하는 자영업은 식당이나 소매점이다. 삼겹살이나 쇠고기를 구워 파는 식당이나 채소 등의 식재료를 떼와서 파는 야채가게 등이 다수다. 한국의 CD나 DVD 등 한류 문화를 판매하는 한류숍도 인기다. 한국인 연예인들이 드라마에서 착용하고 나온 패션 아이템이나 사진·포스터 등을 파는 가게다. 최근 혐한 시위가 자주 일어나 전과 같은 인기는 시들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가게를 유지할 만큼 장사는 된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 등에서 팔릴 만한 물건을 찾아 서울 동대문 등에서 비슷한 물건을 주문해 일본에서 내다파는 방식이다. 한국의 반도체를 부품으로 쓰는 기계류 수출입, 일본의 중고 공작기계를 수집해 한국의 공장에 판매하는 일도 짭짤한 사업이다. 아직 법률적으로 막혀있지만, 일본 중고차 수입도 유망할 전망이다. 일본은 중고차가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높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외국인이 가게를 열 때 특별히 일본 정부에 등록하는 절차가 없다. 법인으로 내든 개인이 가게를 열든 진입장벽을 두지 않는다. 법인을 낼 때도 유한회사처럼 책임의 한계가 명확하기만 하면 일본인이든 외국인이든 별반 차이가 없다. 세율에도 차별이 없다. 다만, 만성적인 적자가 나면 곤란하다. 일본 정부는 적자가 나는 기업 오너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비자 연장에 불이익을 준다. 적자가 누적되면 경제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광비자만으로도 기업 행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커져 세금 부담이 무거워지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등 금융거래를 시작하려면 비자를 변경하는 것이 좋다. 비자 변경을 위해선 사업계획서, 세금증빙서, 다른 회사와의 계약서, 회사를 차렸는지를 증빙하는 등기부 등본 등이 필요하다. 이런 실적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많은 한국인은 비자를 변경할 때까지 관광비자로 현해탄을 오가며 세금납부 실적을 꾸준히 쌓는다.

그럼 작은 가게를 낼 밑천은 얼마나 될까? 도쿄 중심가인 신주쿠나 아까사카 등에서 100㎡ 홀을 둔 식당을 연다고 가정하자. 주변 한국인 가게 주인들에게 문의해보면 작게 잡아도 밑천이 2억원 정도 필요하다고 한다. 월 임대료는 30만~50만엔(약 280만~470만원) 정도인데 임대보증금으로 1년치(약 5000만원)를 내야 한다. 이에 더해 관행상 집주인에게 빌려줘서 감사하다는 표시로 월 임대료 정도를 더 얹어줘야 한다. 이에 더해 인테리어 비용과 거주할 집까지 구하려면 2억원 정도 든다는 얘기다.

도쿄 중심가에 가게가 있다 해도 주택까지 시내 복판에 마련하기는 어렵다. 중심가 주택은 가격에 비해 너무 좁고, 월 5만엔이 넘는 주차요금(자신이 입주한 아파트라도 별도 주차료를 내야 한다) 등도 큰 부담이다. 일반적인 일본인처럼 시내 가게에서 전철로 1시간 반~2시간 정도 걸리는 외곽에서 집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4인 가구가 살 만한 집의 월 임대료는 6만~10만엔(약 56만~94만원) 정도다. 주거용 보증금은 보통 6개월 분만 내도 된다. 이보다 저렴한 집이 있긴 하지만 보통 월 5만엔 이하에는 샤워나 에어컨 시설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건물주가 가게 인테리어 공사 업체 정해
일본은 가게나 기업을 운영하면서 현지인을 반드시 고용해야 한다는 등의 규정이 없다. 외국인 식당에 적용되는 식품 위생상의 별도 규정도 없다. 서울에 비해 물가가 높은 편이어서 수익성은 좋은 편이다. 다만, 인테리어 등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본 현지에서 가게를 열어본 사람들에 따르면, 한국과 비교해 3~4배나 시간이 더 든다. 1층 건물이라도 골조를 조금만 변경하려면 반드시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 시간이 몇 개월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 또 일본은 건물주가 인테리어 업체를 정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인테리어 업체가 건물주와 짬짜미해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다른 업체에 부탁해 시공해서는 곤란하다. 건물주가 이를 거부하면 원상태로 복구해야 한다.

일본 장기 체류의 가장 큰 장점은 자녀 교육비 절감이다. 교육에 외국인 차별이 없다.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으로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고등학교나 대학도 국립이면 영세민 혜택이 있어 부담이 거의 없다. 한국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 중에는 외국인 자녀가 다닐 수 있는 국제소학교도 있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 자녀에게도 연령에 따라 취학통지서를 보낸다. 학교를 다니는 데 드는 돈은 단순한 준비물 등 월 10만~15만원 정도다. 학교에서 급식은 무료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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