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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우주인 패션을 개발하라

미래 우주인 패션을 개발하라

1984년 브루스 매캔들리스는 우주인 최초로 연결선 없이 우주를 유영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유영 중 착용한 우주복이 극한의 추위와 치명적인 우주 먼지로부터 보호해주는 기능을 했다. / NASA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한 승무원이 일상적인 유지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으로 양손을 쓸 수 없게 되자 진행보조 장치에 지시사항을 큰소리로 읽도록 구두 지시한다. 장치는 뒤쪽을 향한 헤드램프와 다소 비슷한 생김새에 시리(아이폰의 음성 인식 서비스)처럼 기능한다. 승무원은 그 지시사항에 따라 벽면 패널을 떼어내고 밸브에 박테리아가 증식하는지 점검한다.

점검하는 동안 제복 속에 착용한 경보장치의 내장 센서에 변화가 감지됐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위험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벽면 패널 뒤의 폐쇄되고 환기 안되는 공간에서 우주인이 호흡하면서 배출한 것이다. 경보장치가 그 정보를 진행보조 장치로 보낸다. 진행보조 장치는 승무원에게 위험성을 환기시킨다. 그녀는 어떤 피해도 입지 않도록 서둘러 제때 일을 마친다. 그 뒤 ISS에서 진행 중인 실험을 관리하려 자리를 옮기면서 모니터링 장치의 최신 데이터 판독 결과를 확인한다. 허벅지에 장착된 일종의 아이패드 미니다. 작업이 진행되는 내내 그녀의 제복에 내장된 센서들은 생체의학 정보도 수집해 왔다. 그 정보는 지상 관제센터의 연구팀에 자동 전송된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모두 꾸며낸 이야기다. 실제론 우주인이 사용하는 도구 중 다수가 1960년대 이후 변하지 않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 착용형 전자공학응용조사(WEAR) 연구소의 코리 사이먼 소장은 “아폴로호 때부터 메모장을 손목에 테이프로 부착해 사용해 왔다”며 “그 수준을 뛰어넘기가 이렇게 어려운지 정말 놀라울 뿐이다”고 말했다.

“실제론 손목에 코팅된 플라스틱 체크리스트를 부착한다”고 로버트 트레비노가 설명했다. NASA 공학설계·분석지부/승무원·열시스템부의 승무원 시스템 프로젝트 팀장이다. “오래 전에 전자 체크리스트와 액정 디스플레이 스크린을 이용했다. 실험해봤더니 우주유영 때 예상보다 더 차가워졌다. 추위 속에선 액정 디스플레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미지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방한이 되는 ISS 내에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않는가?

사이먼 소장은 “지상에서 전자공학이 발전할수록 칩의 밀도 때문에 우주비행에선 유용성이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근년 들어 지상의 엔지니어들이 더 작은 전자 부품에 더 많은 회로를 얹을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아이폰 같은 모바일 컴퓨터 기기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들 회로는 태양계에 방출되는 고에너지 방사선인 우주선(cosmic rays)에 취약하다. 지상에서는 이들 우주 방사선이 대기권에 부딪쳐 반사된다. 하지만 우주에는 그런 방어막이 없다. 회로 밀도가 높을수록 방사선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다.

그 때문에 NASA가 갖고 있는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NASA는 실험을 통해 방사선을 이겨내는 몇몇 프로세서를 발견했다. 그 프로세서들은 우주비행 임무와 안전에 핵심적인 모든 하드웨어에 필수 부품이 됐다. 우주 방사선의 영향을 받지 않는 프로세서를 가진 전자장치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진행이 더뎌 우주비행용 기술이 지구상의 소비제품에 크게 뒤떨어진다.

우주인의 제복에 착용형 기술을 통합하는 데도 비슷한 어려움이 따랐다. ISS에 탑승한 우주인의 복장은 폴로 셔츠부터 카고 반바지, 출신대학 티셔츠까지 제각각이다. 대체로 저지구 궤도에서 생활하고 일하기보다는 여름 바비큐 파티를 하는 차림으로 보인다. 조사해 보니 이들 기본 소비제품이 NASA의 가연성과 실용성 요건에 부합했다. 하지만 NASA가 지금껏 가장 야심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면 더 우수하고 스마트한 첨단기술 제복이 필요할 것이다. 화성에 인간을 올려 보내는 목표 말이다.

지금은 ISS 승무원들이 가져간 옷을 한 번 입고 전부 버린다. 평상복은 면과 면혼방 소재로 3~6개월 동안 착용한다. 운동복은 통기성이 뛰어난 폴리에스터 소재 티셔츠와 반바지다. 2주 이상 입을 수 없다. 땀·박테리아·냄새·감염 등의 우려 때문이다. 무인화물선이 연중 내내 ISS를 방문한다. 새 옷을 공급하고 우주인의 ‘빨래’를 수거해 지구로 귀환한다. 빨래는 지구에 재진입할 때 불타버린다.

이 같은 방식은 ISS 재보급에는 유효하다. ISS는 지구에서 불과 약 320㎞ 거리에 있으며 6시간 이내에 도킹할 수 있다. 하지만 화성의 경우엔 다르다. 화성은 가장 짧은 거리가 5460만㎞에 달한다. 가는 데만 한 달이 걸린다. 체류 또는 귀환 비행까지 감안하면 최대 3년이 걸릴 수 있다고 사이먼 소장은 설명한다. 의류 재보급에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승무원들이 3년 동안 고립된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장비·연료·산소·물·식량 등 기타 소비재의 저장 공간을 마련하는 편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기존 세탁방법은 불가능하다. ISS에선 “가능한 한 많은 물을 재활용하려 한다”고 트레비노 팀장이 말했다. “현재는 85% 수준이다. 화성 탐사비행을 할 경우 그 비율을 최대 95%선까지 올려야 할 것이다.”
 의류에 전자 하드웨어 연결시켜
NASA의 우주복은 1961년 앨런 셰퍼드, 존 글렌, 거스 그리솜(왼쪽부터)이 착용했던 스타일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탁기를 도입하면서 버리는 물을 5%로 줄이는 것은 모순이다. 따라서 NASA는 대안을 모색해 왔다. 우주의 방사선·오존·이산화탄소·진공상태에 빨랫감을 노출시키는 방법부터 자외선과 전자파 세례를 퍼붓는 방식까지 다양하다. 훨씬 더 세련된 스타일의 방안도 궁리 중이다. 폴로 셔츠와 카고 반바지를 버리고 미래의 우주인에 어울리는 맞춤 디자인 유니폼을 도입하는 방법이다.

NASA는 색다른 파트너와 손잡고 조사에 나섰다. 뉴욕 디자인 스쿨 프랫 인스티튜트의 레베카 페일레스-프리드먼 교수는 2013년부터 학부에서 매년 ‘착용형 기술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산업 디자인 과정을 진행해 왔다. 사이먼 소장의 WEAR 연구소와 협력 프로젝트다. 사이먼 소장은 1년에 한 번씩 페일레스-프리드먼 교수에게 NASA 용례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그 시나리오에 ‘우주인 밥 이야기(Astronaut Bob Stories)’라는 별명을 붙였다. 한 학기에 걸친 시초모델 연구개발의 지침 역할을 한다(앞서 언급한 상황도 그 시나리오 중 하나를 토대로 했다).

지금까지의 수업에서 프랫 인스티튜트의 학생들은 전통적인 재단·봉제 기법으로부터 3D 프린터에 이르기까지 온갖 기술을 활용해 의복에 전자 하드웨어를 연결시켰다. 뉴햄프셔대학(UNH)과 뉴욕주립대학(스토니 브룩)의 공학도들이 이들과 협력했다. 그들이 이제껏 개발한 전자부품으로는 마이크로콘트롤러(소형 단일 회로 컴퓨터), LCD 키패드 보호막(아날로그 입력기능을 갖춘 디지털 디스플레이), 무선주파수 인식 판독기와 태그, 음향·광 센서, 블루투스 모듈, 라인 레이저(포인트 대신 라인을 투사하는 레이저), 적외선 카메라, 미니 USB 커넥터, 발광 다이오드(LED) 등이다.

학생들은 2013년 셔츠·조끼 그리고 소매와 허벅지의 도구 홀더 등 의류 세트 시초 모델을 개발했다. 모두 교체할 수 있는 다양한 전자 모듈을 작동하고 관리하는 회로가 내장됐다. 모두 통신으로부터 데이터 기록에 이르기까지 우주인의 특정한 필요에 맞춰 NASA가 추가적으로 개조할 수 있다. 다음 해엔 헤드밴드와 부착 장구의 시초 모델에 초점을 맞췄다. 모듈에 장착할 수 있도록 NASA가 개발 중인 가벼운 품목이다. 거리를 감지하고 근육피로를 모니터하고 도구 현황을 파악하고 방향 파악을 지원하는 도구다.

학생들은 기본적인 디자인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딱딱한 전자부품을 어떻게 하늘하늘한 천에 결합할 수 있을까? 옷이 귀한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남녀 공용 프리 사이즈의 의류를 개발할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 지구상의 생명체를 위해 디자인한 옷을 외계 생명체 용으로는 어떻게 바꿔야 할까?

프랫 인스티튜트가 시작한 연구는 유용하고 놀라운 통찰을 가져다 줬다. NASA에선 “형태가 항상 부차적인 문제였다”고 트레비노 팀장이 말했다. 그러나 프랫 인스티튜트의 디자이너들은 원점으로 돌아가서 형태가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다시 초점을 맞췄다. 예컨대 우주인은 공중에 떠서 반쯤은 뱃속 태아와 같은 자세로 상당 시간을 보낸다. 그 때문에 셔츠의 등쪽이 앞쪽보다 더 길어야 한다는 점을 우주 과학자들이 깨닫게 됐다. 이는 태블릿 컴퓨터를 장착하기에 허벅지가 이상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산학 협동으로 스마트 안경 등 개발
프랫 인스티튜트, UNH, 뉴욕주립대학(스토니 브룩)과의 공동연구는 NASA가 교육기관들과 구축한 연구 파트너십의 한 예에 불과하다. 산학 ‘착용형 테크놀로지 클러스터(우주기술공학연구의 지렛대 효과를 위한 대학과의 협력)’가 그 가교 역할을 한다. 그 밖에도 미네소타대학, 조지아공대, 버지니아공대 등이 파트너가 됐다. 공동으로 연구한 프로젝트는 다양하다. 예컨대 센서 통합 장갑은 우주유영 중 우주인이 손에 쥔 물체를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그 밖에 핸즈프리 젯팩(jet-pack controller, 배낭형 분사식 비행장치) 콘트롤러도 있다.

현재로선 모두 시초모델 단계로 개념 증명 수준이다. 그러나 일부는 실제 NASA 장비로 채택되기 전 단계에 있다. 예컨대 미네소타대학의 우주복 습기관리(Space Suit Moisture Management) 프로그램은 손톱박리(fingernail delamination) 문제에 대해 직물 및 통기 측면의 해법을 다수 제안했다. 손톱박리는 우주복 장갑 내에 땀이 고인 탓에 우주인의 손톱이 떨어져 나가는 증상이다. 지난해 여름 NASA의 중력저감교육비행 프로그램(Reduced Gravity Education Flight Program)에서 시범적으로 채택됐다. 그 밖에 NASA가 민간기업과 제휴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오스터라우트 디자인 그룹에서 개발한 스마트 안경은 휴스턴 소재 존슨 우주센터에서 일련의 테스트에 사용된다. 아울러 NASA 자체 연구소에서도 착용형 이산화탄소 센서 등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물론 실험실에선 유망해 보이는 기술도 화성행에는 퇴짜 맞을지도 모른다. 우주의 거친 환경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사방에서 우주 방사선이 쏟아진다. 우주복의 한쪽과 반대쪽의 온도가 150℃의 편차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교육계·재계 전반에 걸쳐 최고의 두뇌들이 이 문제에 매달린다. 머지 않아 카고 반바지가 아니라 우주인이 입을 만한 뭔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 ARVIND DILAWAR NEWSWEEK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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