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하는 키덜트 시장] 어른의 장난감 세계 ‘장난 아니네~’
[고속성장하는 키덜트 시장] 어른의 장난감 세계 ‘장난 아니네~’

“응. 아빠 루피(피규어 이름) 엄청 사고 싶은데 지금 참고 있어.” 송윤호(34)씨가 유리 진열대에 전시된 피규어 앞에서 떠날 줄 모르자 딸 다영(5)양이 애처로운 듯 바라봤다.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 팬인 송씨는 대학 시절부터 현재까지 발간된 만화책 77권 전부는 물론 만화 속 캐릭터 피규어 50여종을 갖고 있다. 한정판 피규어를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송씨는 서울키덜트페어 개막 첫날인 7월 22일 전시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찾았다. 이곳에 오려고 휴가 날짜를 맞췄다는 송씨는 키덜트족의 전형이다. 그는 “아내가 한번만 더 사면 용돈을 끊겠다고 했다”면서도 “어차피 한정판을 구하려면 웃돈을 줘야 하는데 지금 조금이라도 싸게 사는 게 돈 버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결국 15만원짜리 피규어를 손에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200만~300만원대 RC헬리콥터 ‘없어서 못 팔아’

지난해 일주일간 4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끈 서울키덜트페어는 올해 2회째를 맞았다. 첫날 방문객은 20~30대 남성이 주를 이뤘지만 40~50대 중·장년층의 발길도 이어졌다. 10년 전 일본 파견근무 시절 처음 키덜트 문화를 접했다는 강용훈(51)씨는 아내와 현장을 찾았다. “건담 프라모델과 같은 제품은 우리 세대에도 친숙한 추억의 장난감이거든요. 일본에 있을 때 몇 개씩 모은 것이 계기가 돼 지금까지도 취미로 즐기고 있어요.” 강씨는 “가끔 나잇값 못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풍족하지 못한 시절에 태어난 우리 세대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려는 소비계층 역시 증가해 자연스레 키덜트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은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면 취미 시장이 성장하고 특히 수집 분야가 급성장한다”면서 “키덜트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이들에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각박한 일상을 벗어나 어린 시절 추억에서 정서적 안정을 얻고자 하는 욕구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며 “희소성 있는 물건에서 즐거움을 찾는 동시에 불황 속 작은 사치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소비 방식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작은 사치에서 얻는 대리만족


지난 6월 일산 이마트 킨텍스점에 문을 연 가전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는 유통과 키덜트 문화를 접목한 대표적인 사례다. 800평 규모로 입점한 매장은 기존 가전제품뿐 아니라 드론·액션캠·피규어 등 남성들의 관심을 끌 만한 상품군을 강화했다. 드론의 경우 체험존까지 별도로 구성해 20여 종의 드론들을 직접 시연해 볼 수 있도록 했고, 액션캠 매장 역시 국내 최대 수준이라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매장 곳곳에 수퍼맨·아이언맨처럼 만화 속 영웅을 형상화한 일렉트로맨 캐릭터을 배치해 키덜트족의 구매욕을 더욱 자극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존 가전매장에서는 찾기 힘든 다양한 종류의 피규어를 1000개 이상 전시했다”며 “건담 전문매장, 맥주 거품기 등 다양한 제품을 확보해 말 그대로 남성들의 가전 놀이터로 꾸밀 계획”이라고 밝혔다.
- 허정연 기자 hur.jungyeon@joins.com
☞ 키덜트(Kidult) :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어린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뜻한다. 유년 시절 즐기던 장난감이나 만화 등에 향수를 느끼는 성인이 늘면서 문화를 넘어 산업으로 성장했다.
[박스기사] 더욱 뜨거워지는 키덜트 열풍 - 식음료에서 유통 업계로 확산

주문을 받은 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100개 한정 수량은 모두 동이 났다. 100명 안에 들지 못한 고객들은 “중간에 새치기하는 사람 때문에 못 받았다” “예비 번호라도 달라”며 언성을 높였다. 다른 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전국 매장의 장난감이 ‘완판’됐고, 벌써부터 2차 출시를 문의하는 손님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가 지난해 출시한 슈퍼 마리오 해피밀 시리즈 역시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며 화제가 된 바 있다.

다음카카오는 어린이보다 어른을 겨냥한 모바일 캐릭터로 각종 사업을 공략한다. 삼립식품이 지난해 7월 출시한 ‘샤니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빵’은 포장에 카카오톡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를 이용하고, 빵 봉지 안에 캐릭터 스티커를 첨부했다. 캐릭터가 들어간 제품은 출시 이후 6개월 동안 전체 누적 판매액에서 1~3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성공에 힘입어 다음카카오는 캐릭터를 이용해 던킨도너츠·버거킹·배스킨라빈스 31 등 글로벌 식품 업계와 제휴를 맺었다. 특히 던킨도너츠는 캐릭터를 사용한 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가량의 매출상승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치약(페리오), 화장품(VDL), 통장(우리은행), 체크카드(하나카드), 골프 공 등 업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제휴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30대 이상에서도 인기가 좋아 최근에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차량용 방향제 등을 추가하기도 했다.
전국 주요 도시 백화점에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자체 오프라인 매장 역시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현대백화점 서울 신촌점의 팝업 스토어는 개점 5일 만에 2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이후 평균 월 매출 5억원을 기록했다. 비슷한 크기(60m²)의 다른 매장이 월 평균 매출 1억원을 넘기 어려운 것에 비하면 소위 ‘대박’을 친 셈이다. 연이어 문을 연 롯데백화점 부산점과 현대백화점 대구점 매장도 3주 만에 각각 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다음카카오는 아예 캐릭터 사업을 독립법인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관련 사업을 확대해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최근 키덜트 열풍으로 캐릭터 향유층이 특정 연령층에 머무르지 않아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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