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C-LAB 최경호 상무 실장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C-LAB 최경호 상무 실장
혁신이 가능했던 이유를 물었다. 최 상무는 ‘실패에 대한 용인’이라고 단언했다. 쿠션의 탄생은 실패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세계 뷰티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세계 뷰티 업계를 주름잡던 크리스챤 디올이 아모레퍼시픽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 단적인 예다. 아모레퍼시픽이 세계적인 뷰티 기업으로 인정받은 것은 글로벌 히트를 친 ‘쿠션’ 때문이다.
2008년 3월 출시된 쿠션은 선크림과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등 기초 메이크업 제품을 특수 스펀지 재질에 복합적으로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아낸 제품이다. 쉽게 말해 3가지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녹여낸 것이다. 세계 뷰티 시장에서 최초로 시도된 혁신적인 제품이다.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시작으로 설화수 퍼펙팅쿠션·헤라 UV 미스트 쿠션·라네즈 BB쿠션 등 13개 브랜드로 출시되고 있는 쿠션 제품의 누적 판매량은 2015년 2월 현재 5000만 개를 돌파했다. 전 세계에서 1.2초에 한 개씩 판매된 셈이다. 2014년 한해 국내외에서 쿠션 제품은 2600만개 이상 판매됐고, 9000여 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쿠션은 세계 시장에서 K-Beauty의 저력을 보여 준 첫 사례로 꼽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쿠션의 성공을 이끈 이는 쿠션 개발 팀장을 맡았고, 지금은 C-Lab(쿠션 관련 제품 개발 전문 연구실) 실장으로 승진한 최경호 상무다. 최 상무는 “글로벌 성공을 예상하고 만든 제품은 아니었다”며 웃었다.
“전 세계 여성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휴대성이 강조된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뛰어든 쿠션 제작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존 메이크업을 보완하는 자외선 차단제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덧바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현실화 시키는 것이 키포인트였다. 자외선 차단제는 보통 크림이나 로션 형태였다. 물이나 땀에 쉽게 씻겨나가지 않고 산뜻한 느낌을 주는 W/O(water in oil, 유중수형) 타입의 자외선 차단제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런 제품을 담을 수 있는 용기와 스펀지를 찾는 게 무척 어려웠다.”
쿠션 제작에 투입된 연구원들은 액체가 흐르지 않고 균일하게 티켓에 찍히는 주차 확인 스탬프를 발견했다. W/O 타입의 자외선 차단제 내용물을 담아낼 수 있는 최적의 스펀지를 찾아내기 위해 스탬프 제조업체, 목욕용 스펀지 제조업체, 사인펜 제조업체 등을 찾아다니며 모든 재질의 스펀지를 확보했다. 200여 가지가 넘는 스펀지를 대상으로 3600번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80여만개의 구멍을 갖고 있는 발포 우레탄 스펀지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을 컴팩트 타입의 용기에 담아 제품으로 완성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특수한 형태의 에어셀(습식 우레탄) 퍼프(파운데이션을 얼굴에 바르는 도구)를 사용해 제품력을 높였다. 기존에 많이 사용했던 합성 라텍스 퍼프보다 1.6배의 보수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해냈다”는 기쁨도 잠시, 제품을 상용화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쿠션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서류가 필요했고, 제품을 만드는 라인도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처음 보는 제품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서류를 많이 요구했다.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밤을 새워야만 했다.” 그렇게 용기 개발, 충전 설비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매달려 제품을 완성했다. 아이디어를 내고 1년여 시간이 지난 후 쿠션이 세상에 나왔다. “어느 정도 성공할 자신은 있었다.” 최 상무는 쿠션이 일하는 여성들이 원하는 니즈를 모두 충족한 제품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쿠션 원조 제품인 아이오페 에어 쿠션은 출시 1년 만에 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것도 마케팅을 동원하지 않고 올린 성적이었다.
쿠션은 마케팅을 하기에도 어려운 제품이었다. 세상에 처음 나온 제품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대규모 마케팅 대신 소비자의 체험에 집중했다. 사용자 입소문의 위력은 놀라웠다. 쿠션의 성공은 아모레퍼시픽 직원들이 먼저 체감했다. 개인적인 모임에서 만난 동료 여성들이 삼삼오오 쿠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는 것. 최 상무는 “2010년 초반, 연구원들이 모임에 나갔다가 쿠션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줬다. 그 이야기를 듣고 ‘됐다!’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쿠션의 성공은 생각지 못했던 부작용(?)을 낳았다. 연구원들이 해외 전시회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 쿠션 전에는 해외 전시회에 아모레퍼시픽 부스를 설치해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금은 쿠션의 성공이 이어지면서 해외 전시회에 나가면 너무나 많은 관심 때문에 연구원들이 힘들어한다. “해외에 나가면 부담이 크다. 쿠션 때문에 우리 회사에 대한 관심이 너무 많아졌다”고 최 상무는 행복한 고민을 털어놨다.
쿠션은 한국 화장품 역사를 바꿔놨다. 2012년 대한민국 기술대상 우수상 및 대한민국 기술혁신 경영대상 수상, 2013년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 선정, 2014년 IR52 장영실상 수상 등을 통해 쿠션의 혁신성도 인정받았다. 쿠션은 국내외에 143건의 특허가 출원됐고, 14건의 특허가 등록됐다.
지난 7월 초 아모레퍼시픽은 기술연구원에 C-Lab(쿠션 랩)이라는 독립 연구소를 설립했다. 메이크업연구2팀 산하에 있던 쿠션개발팀이 쿠션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최경호 상무는 메이크업연구2팀장에서 C-Lab 실장으로 승진했다. C-Lab에는 최 상무를 포함해 11명의 연구원이 쿠션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연구원 내에는 8개 정도 되는 독립 연구소가 있다. C-Lab도 그중 한 곳인데, 다양한 협업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쿠션 제품 개발을 할 계획”이라고 최 상무는 밝혔다.
혁신이 가능했던 이유를 물었다. 최 상무는 ‘실패에 대한 용인’이라고 단언했다. 쿠션의 탄생은 실패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5년 최 상무는 쿠션과 비슷한 제품이었던 헤라 모이스처 케익 파운데이션 제품을 만든 적이 있지만, 1년 만에 단종 됐다. 제품이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제품 실패를 회사가 용인해서 쿠션이 탄생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실수는 용납하지 않아도, 뭔가 해보고 실패하는 것은 용인되는 문화가 있다. 그런 기업문화가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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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출시된 쿠션은 선크림과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등 기초 메이크업 제품을 특수 스펀지 재질에 복합적으로 흡수시켜 팩트형 용기에 담아낸 제품이다. 쉽게 말해 3가지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녹여낸 것이다. 세계 뷰티 시장에서 최초로 시도된 혁신적인 제품이다.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시작으로 설화수 퍼펙팅쿠션·헤라 UV 미스트 쿠션·라네즈 BB쿠션 등 13개 브랜드로 출시되고 있는 쿠션 제품의 누적 판매량은 2015년 2월 현재 5000만 개를 돌파했다. 전 세계에서 1.2초에 한 개씩 판매된 셈이다. 2014년 한해 국내외에서 쿠션 제품은 2600만개 이상 판매됐고, 9000여 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쿠션은 세계 시장에서 K-Beauty의 저력을 보여 준 첫 사례로 꼽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쿠션의 성공을 이끈 이는 쿠션 개발 팀장을 맡았고, 지금은 C-Lab(쿠션 관련 제품 개발 전문 연구실) 실장으로 승진한 최경호 상무다. 최 상무는 “글로벌 성공을 예상하고 만든 제품은 아니었다”며 웃었다.
“전 세계 여성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휴대성이 강조된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뛰어든 쿠션 제작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존 메이크업을 보완하는 자외선 차단제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덧바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현실화 시키는 것이 키포인트였다. 자외선 차단제는 보통 크림이나 로션 형태였다. 물이나 땀에 쉽게 씻겨나가지 않고 산뜻한 느낌을 주는 W/O(water in oil, 유중수형) 타입의 자외선 차단제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런 제품을 담을 수 있는 용기와 스펀지를 찾는 게 무척 어려웠다.”
쿠션 제작에 투입된 연구원들은 액체가 흐르지 않고 균일하게 티켓에 찍히는 주차 확인 스탬프를 발견했다. W/O 타입의 자외선 차단제 내용물을 담아낼 수 있는 최적의 스펀지를 찾아내기 위해 스탬프 제조업체, 목욕용 스펀지 제조업체, 사인펜 제조업체 등을 찾아다니며 모든 재질의 스펀지를 확보했다. 200여 가지가 넘는 스펀지를 대상으로 3600번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80여만개의 구멍을 갖고 있는 발포 우레탄 스펀지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을 컴팩트 타입의 용기에 담아 제품으로 완성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특수한 형태의 에어셀(습식 우레탄) 퍼프(파운데이션을 얼굴에 바르는 도구)를 사용해 제품력을 높였다. 기존에 많이 사용했던 합성 라텍스 퍼프보다 1.6배의 보수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해냈다”는 기쁨도 잠시, 제품을 상용화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쿠션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서류가 필요했고, 제품을 만드는 라인도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처음 보는 제품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서류를 많이 요구했다.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밤을 새워야만 했다.” 그렇게 용기 개발, 충전 설비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매달려 제품을 완성했다.
입소문만으로 출시 첫해 38억원 매출
쿠션은 마케팅을 하기에도 어려운 제품이었다. 세상에 처음 나온 제품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대규모 마케팅 대신 소비자의 체험에 집중했다. 사용자 입소문의 위력은 놀라웠다. 쿠션의 성공은 아모레퍼시픽 직원들이 먼저 체감했다. 개인적인 모임에서 만난 동료 여성들이 삼삼오오 쿠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는 것. 최 상무는 “2010년 초반, 연구원들이 모임에 나갔다가 쿠션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줬다. 그 이야기를 듣고 ‘됐다!’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쿠션의 성공은 생각지 못했던 부작용(?)을 낳았다. 연구원들이 해외 전시회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 쿠션 전에는 해외 전시회에 아모레퍼시픽 부스를 설치해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금은 쿠션의 성공이 이어지면서 해외 전시회에 나가면 너무나 많은 관심 때문에 연구원들이 힘들어한다. “해외에 나가면 부담이 크다. 쿠션 때문에 우리 회사에 대한 관심이 너무 많아졌다”고 최 상무는 행복한 고민을 털어놨다.
쿠션은 한국 화장품 역사를 바꿔놨다. 2012년 대한민국 기술대상 우수상 및 대한민국 기술혁신 경영대상 수상, 2013년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 선정, 2014년 IR52 장영실상 수상 등을 통해 쿠션의 혁신성도 인정받았다. 쿠션은 국내외에 143건의 특허가 출원됐고, 14건의 특허가 등록됐다.
지난 7월 초 아모레퍼시픽은 기술연구원에 C-Lab(쿠션 랩)이라는 독립 연구소를 설립했다. 메이크업연구2팀 산하에 있던 쿠션개발팀이 쿠션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최경호 상무는 메이크업연구2팀장에서 C-Lab 실장으로 승진했다. C-Lab에는 최 상무를 포함해 11명의 연구원이 쿠션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연구원 내에는 8개 정도 되는 독립 연구소가 있다. C-Lab도 그중 한 곳인데, 다양한 협업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쿠션 제품 개발을 할 계획”이라고 최 상무는 밝혔다.
혁신이 가능했던 이유를 물었다. 최 상무는 ‘실패에 대한 용인’이라고 단언했다. 쿠션의 탄생은 실패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5년 최 상무는 쿠션과 비슷한 제품이었던 헤라 모이스처 케익 파운데이션 제품을 만든 적이 있지만, 1년 만에 단종 됐다. 제품이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제품 실패를 회사가 용인해서 쿠션이 탄생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실수는 용납하지 않아도, 뭔가 해보고 실패하는 것은 용인되는 문화가 있다. 그런 기업문화가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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