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렌털 시장] ‘사느냐 빌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쑥쑥 크는 렌털 시장] ‘사느냐 빌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2004년 1조원 정도였던 국내 렌털 서비스 시장 규모가 지난해 12조원으로 커졌다.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실용적 소비 문화의 확산이 변화의 가장 큰 이유다. 집·자동차·가전·타이어까지 못 빌리는 게 없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제품군 또한 다양해졌다. 업계를 선점한 기업들은 승승장구하고, 여러 대기업도 빈틈을 노리는 중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다. 빌리는 게 사는 것보다 터무니 없이 비싼 경우가 있다는 의미다. 렌트가 활성화돼도 소비자 입장에선 살 것인지, 빌릴 것인지 보유 가치, 사용량, 사용 기간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빌리는 게 만능이 된 시대, 렌트의 경제성을 꼼꼼히 따져봤다. “새댁! 애 좀 그만 울려!” 오늘도 집주인은 타박이다. 1970년대 방 세 칸짜리 달동네 한옥집, 그중 가장 작은 단칸방에서 출발한 우리 엄마는 그렇게 늘 서러웠다. 문 여는 소리, 가스불 켜는 소리 하나까지 눈치 보며 살던 시절이었다. 월세 낼 돈, 애 기저귀 값도 빠듯했지만 이를 악물고, 한푼두푼 모았다. 엄마의 유일한 꿈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을 ‘내 집’이었다. 마침내 방 두 칸짜리 연립주택이 엄마의 품으로 들어왔다.
조금 먹고 살만해졌을 무렵 아빠는 차 한 대 가졌으면 했다. 예나 지금이나 차는 ‘남자의 로망’ 아니던가. 1990년대, 집집마다 승용차 구입 열풍이 불자 아빠는 더욱 조바심을 냈다. 그리고 어느 날 ‘세피아’ 한 대를 끌고 득의만면 집 대문을 열었다. 아빠는 그 차에 날 태우고, 야구장에 갔다. 굳이. 버스를 타도 고작 세 정거장인데. 결핍의 시대, 우리 부모님들은 그렇게 하나라도 더 가지려 애썼다. 시간이 흘렀다. 먹는 것, 입는 것, 어느 하나 부족할 것이 없는 시대, 소유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물론 ‘소유욕’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다. 인간은 여전히 욕심쟁이다. 하지만 뭔가 확실히 변했다. 꼭 필요한 건 사지만, 굳이 안 사도 되는 건 빌린다. 예를 들면 웨딩드레스다. 지금은 빌리는 게 당연하지만 20~30년 전까지 해도 좀 산다는 집은 너나 할 것 없이 웨딩드레스를 사서 입었다. 평생 장롱에 넣어두더라도 ‘샀다’는 행위 자체가 부를 입증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님 세대가 그토록 소유하길 원했던 집과 차도 이젠 빌린다. ‘소유’의 가치를 따지는 실용적 소비 문화의 확산이 가장 큰 변화의 이유다.
이는 공유경제의 확산과 맞닿아 있다. 공유경제는 하나의 제품을 여럿이 공유하는 협력적 소비 형태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중심의 20세기식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하나의 아이디어에 불과했지만 최근 ‘돈이 되는’ 사업으로 빠르게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기존 산업 질서를 위협하는 신진 세력도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장기적으론 산업의 패러다임 역시 ‘어떻게 효율적으로 생산할 것이냐’ 에서 ‘어떻게 나눠 쓸 것이냐’로 바뀌게 될 것이란 게 공유경제 주창자인 로렌스 레식 교수의 주장이다.
급변하는 가족 구성 형태도 빌리는 문화의 확산을 뒷받침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중은 25.6%다. 2000년 15.6%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 속도다. 2035년엔 전체의 34.3%를 차지할 전망이다. 2인 가구와 합하면 이미 50%를 넘었다. 우리나라 가구의 절반 이상이 두 명 이하로 구성돼 있다는 얘기다. 가구원이 줄어든다는 얘기는 양적인 측면에서 소비 여력이 줄어든다는 의미지만 소비의 필요성 자체가 감소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차든 가전제품이든 가구원이 적을 수록 그것을 필요로 할 확률은 낮아진다. 이런 상황에 필요할 때 언제든 빌려 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살 이유는 더욱 없어진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소비의 축이 구입(Buy)에서 대여(Rent)로 이동하는 모습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관측된다. 가장 먼저 집이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온기를 되살리려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좀처럼 부양이 쉽지 않다. 사실 부동산 경기는 공급보단 수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공급량은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해서다.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야 가격도 움직이는데, 최근의 수요는 일정 밴드 내에서 움직인다. 집값 상승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전문가들은 사회적·문화적 인식 변화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확실히 예전과 달리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없다는 건데, 집은 ‘살 것’이 아니라 ‘살 곳’이란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집을 빌린다’는 트렌드의 변화는 관광·여행산업의 지형도 바꾸는 중이다. 2008년 문을 연 에어비앤비의 사업 모델은 집주인이 주거지 일부를 다른 이에게 유료로 빌려주는 방식의 숙박 공유 서비스다. 호텔 하나 없이도 호텔 사업을 하는 셈인데 이미 기존 사업자를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2013년 2억5000만 달러였던 에어비앤비의 매출은 올해 9억 달러로 급증했다. 2020년엔 100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6월 15억 달러 규모의 자금조달 협상을 마무리했다. 기업 가치는 255억 달러로 불어나 세계 최대 호텔체인인 힐튼(시가총액 275억 달러)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로써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비상장 스타트업 중 샤오미(460억 달러로 추산)와 우버(410억 달러로 추산) 다음으로 비싼 회사가 됐다.
자동차 역시 소유에서 이용의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모바일 차량 예약서비스 우버가 세계 대중교통 질서를 뒤흔드는 가운데 국내에선 카셰어링 서비스 ‘쏘카’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쏘카 회원 수는 100만명을, 공유 차량은 3000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 매출(174억원)도 올 상반기 매출(180억원)만으로 뛰어 넘었다. 쏘카는 차량을 30분 단위로 빌려 타는 서비스다. 차를 쓰지 않을 때, 필요한 사람들과 나눠 타자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중교통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도시에선 안 통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지만 빈틈 역시 많았다. 쏘카는 이를 잘 노렸고, 벤처 ‘죽음의 계곡’을 넘어 순항 중이다.
카 렌털 시장은 대기업도 관심이 많은 분야다. 롯데는 지난 3월 KT렌탈(현 롯데렌터카)을 1조200억원에 인수했다. 당초 KT렌탈의 시장 가치는 약 7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입찰 초기만 해도 SK네트웍스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였지만 결국 롯데가 품에 안았다. ‘돈을 좀 더 쓰더라도 반드시 인수하라’는 신동빈 회장의 지시 때문이었다. 그가 KT렌탈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선 건 오토 렌털·셰어링 사업이 저성장기에 적합한 사업 모델인 동시에 롯데가 보유한 유통·관광·금융 인프라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렌털에 대한 관심은 가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약 10년 전 정수기에서 점화된 가전 렌털 서비스 시장은 지난해 가정용 안마기 붐과 함께 또 한 번 달아오르는 중이다. 정수기·공기청정기·안마기 등 생활가전 렌털 시장 규모만 지난해 약 4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가전 렌털 사업의 선두주자인 코웨이의 성장세를 보면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코웨이는 올 2분기, 5275억원의 매출과 111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8%, 14.4% 늘어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다. 쿠쿠전자 역시 2014년 전년 대비 각각 20.9%, 32.2% 늘어난 3267억원의 매출과 54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안마기 렌털 전문회사 바디프렌드는 2011년 306억원이었던 매출을 지난해 145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가파른 실적 성장에 몸값도 부쩍 올랐다. 코웨이는 곧 새 주인을 맞는다. 2012년 웅진코웨이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 지분 30.9%를 매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당시 MBK는 이 지분을 약 1조2000억원에 샀는데 3년 만에 가치가 두 배로 뛰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몸값은 3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CJ·현대백화점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중국계 등 외국인 자본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무지 빌려 쓸 수 없을 것 같은 제품도 속속 렌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게 타이어다. 넥센타이어는 최근 업계 최초로 타이어 렌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고객이 차종에 따라 제품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렌털 서비스 ‘넥스트 레벨(NEXT LEVEL)’이다. 넥센타이어 제품 4개를 36개월 동안 빌리는 계약을 맺을 경우 월 6300원(사계절용 엔프리즈 AH5 기준)에 이용할 수 있다.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면 정수기처럼 전문 점검 요원이 정기적으로 자택이나 직장을 방문해 타이어 공기압, 마모 상태, 엔진오일, 부동액 등 10대 항목을 점검해준다. 이 때문에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휴대전화 렌털 시대도 곧 개막할 전망이다. 지난 7월 SK텔레콤이 스마트폰 렌털 서비스 사업을 준비 중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출고가를 36개월로 나눠 월 렌털 요금이 책정될 것이란 구체적인 정보까지 나왔다. SK텔레콤 측은 ‘검토하는 단계고 확정된 것은 없다’고 부인했지만 업계에선 예민한 반응이 쏟아졌다. 스마트폰을 6개월, 12개월 단위로 빌려 쓰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선 어떤 걸 살 지 고민하지 않고, 원하는 제품을 돌려쓰면 된다. 기존 유통망이나 마케팅 전략을 통째로 흔드는 엄청난 파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쓰고 난) 중고폰의 가치나 고장·파손 시 수리비용, 요금제 할인 혜택과의 연동 여부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정식 출시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면서도 “비싼 스마트폰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곧 시작될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부작용도 있다. 얼마 전 끝난 국정감사에서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렌털 서비스의 문제점을 짚었다. 렌털 서비스 시장 규모가 2004년 1조원에서 2014년 12조원으로 성장했지만 소비자 피해도 함께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생활용품 렌털 관련 소비자 상담건수는 2012년 6998건, 2013년 8558건, 2014년 971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계약 기간 동안의 ‘총 렌털 비용’이 ‘일시불 구입가’보다 3배 이상 비쌌다. 계약 할 때 월 요금과 계약 기간만 알려주기 때문에 소비자가 정확하게 가격을 비교하고 살 수 없도록 유도한다는 게 신 의원의 지적이다.
렌트 시장이 아무리 뜨겁게 달아올라도 소비자 입장에선 사는 게 나을 지, 빌리는 게 나을 지 늘 고민이다. 상품에 관계 없이 보유 가치, 사용량, 사용 기간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야 하는데 마케팅의 홍수 속에 계산이 쉽지 않다. 빌리는 게 만능이 된 시대, 렌트의 경제성을 꼼꼼히 따져봤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금 먹고 살만해졌을 무렵 아빠는 차 한 대 가졌으면 했다. 예나 지금이나 차는 ‘남자의 로망’ 아니던가. 1990년대, 집집마다 승용차 구입 열풍이 불자 아빠는 더욱 조바심을 냈다. 그리고 어느 날 ‘세피아’ 한 대를 끌고 득의만면 집 대문을 열었다. 아빠는 그 차에 날 태우고, 야구장에 갔다. 굳이. 버스를 타도 고작 세 정거장인데. 결핍의 시대, 우리 부모님들은 그렇게 하나라도 더 가지려 애썼다.
실용적 소비 문화, 공유경제 확산
이는 공유경제의 확산과 맞닿아 있다. 공유경제는 하나의 제품을 여럿이 공유하는 협력적 소비 형태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중심의 20세기식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하나의 아이디어에 불과했지만 최근 ‘돈이 되는’ 사업으로 빠르게 현실에 뿌리내리고 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기존 산업 질서를 위협하는 신진 세력도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장기적으론 산업의 패러다임 역시 ‘어떻게 효율적으로 생산할 것이냐’ 에서 ‘어떻게 나눠 쓸 것이냐’로 바뀌게 될 것이란 게 공유경제 주창자인 로렌스 레식 교수의 주장이다.
급변하는 가족 구성 형태도 빌리는 문화의 확산을 뒷받침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중은 25.6%다. 2000년 15.6%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 속도다. 2035년엔 전체의 34.3%를 차지할 전망이다. 2인 가구와 합하면 이미 50%를 넘었다. 우리나라 가구의 절반 이상이 두 명 이하로 구성돼 있다는 얘기다. 가구원이 줄어든다는 얘기는 양적인 측면에서 소비 여력이 줄어든다는 의미지만 소비의 필요성 자체가 감소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차든 가전제품이든 가구원이 적을 수록 그것을 필요로 할 확률은 낮아진다. 이런 상황에 필요할 때 언제든 빌려 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살 이유는 더욱 없어진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소비의 축이 구입(Buy)에서 대여(Rent)로 이동하는 모습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관측된다. 가장 먼저 집이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온기를 되살리려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좀처럼 부양이 쉽지 않다. 사실 부동산 경기는 공급보단 수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공급량은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해서다.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야 가격도 움직이는데, 최근의 수요는 일정 밴드 내에서 움직인다. 집값 상승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전문가들은 사회적·문화적 인식 변화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확실히 예전과 달리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없다는 건데, 집은 ‘살 것’이 아니라 ‘살 곳’이란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1인 가구 급증으로 소비 여력 줄어
자동차 역시 소유에서 이용의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모바일 차량 예약서비스 우버가 세계 대중교통 질서를 뒤흔드는 가운데 국내에선 카셰어링 서비스 ‘쏘카’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쏘카 회원 수는 100만명을, 공유 차량은 3000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 매출(174억원)도 올 상반기 매출(180억원)만으로 뛰어 넘었다. 쏘카는 차량을 30분 단위로 빌려 타는 서비스다. 차를 쓰지 않을 때, 필요한 사람들과 나눠 타자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중교통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도시에선 안 통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지만 빈틈 역시 많았다. 쏘카는 이를 잘 노렸고, 벤처 ‘죽음의 계곡’을 넘어 순항 중이다.
카 렌털 시장은 대기업도 관심이 많은 분야다. 롯데는 지난 3월 KT렌탈(현 롯데렌터카)을 1조200억원에 인수했다. 당초 KT렌탈의 시장 가치는 약 7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입찰 초기만 해도 SK네트웍스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였지만 결국 롯데가 품에 안았다. ‘돈을 좀 더 쓰더라도 반드시 인수하라’는 신동빈 회장의 지시 때문이었다. 그가 KT렌탈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선 건 오토 렌털·셰어링 사업이 저성장기에 적합한 사업 모델인 동시에 롯데가 보유한 유통·관광·금융 인프라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렌털에 대한 관심은 가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약 10년 전 정수기에서 점화된 가전 렌털 서비스 시장은 지난해 가정용 안마기 붐과 함께 또 한 번 달아오르는 중이다. 정수기·공기청정기·안마기 등 생활가전 렌털 시장 규모만 지난해 약 4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가전 렌털 사업의 선두주자인 코웨이의 성장세를 보면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코웨이는 올 2분기, 5275억원의 매출과 111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8%, 14.4% 늘어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다. 쿠쿠전자 역시 2014년 전년 대비 각각 20.9%, 32.2% 늘어난 3267억원의 매출과 54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안마기 렌털 전문회사 바디프렌드는 2011년 306억원이었던 매출을 지난해 145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가파른 실적 성장에 몸값도 부쩍 올랐다. 코웨이는 곧 새 주인을 맞는다. 2012년 웅진코웨이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 지분 30.9%를 매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당시 MBK는 이 지분을 약 1조2000억원에 샀는데 3년 만에 가치가 두 배로 뛰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몸값은 3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CJ·현대백화점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중국계 등 외국인 자본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무지 빌려 쓸 수 없을 것 같은 제품도 속속 렌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게 타이어다. 넥센타이어는 최근 업계 최초로 타이어 렌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고객이 차종에 따라 제품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렌털 서비스 ‘넥스트 레벨(NEXT LEVEL)’이다. 넥센타이어 제품 4개를 36개월 동안 빌리는 계약을 맺을 경우 월 6300원(사계절용 엔프리즈 AH5 기준)에 이용할 수 있다. 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면 정수기처럼 전문 점검 요원이 정기적으로 자택이나 직장을 방문해 타이어 공기압, 마모 상태, 엔진오일, 부동액 등 10대 항목을 점검해준다. 이 때문에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렌털 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도 해마다 급증
부작용도 있다. 얼마 전 끝난 국정감사에서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렌털 서비스의 문제점을 짚었다. 렌털 서비스 시장 규모가 2004년 1조원에서 2014년 12조원으로 성장했지만 소비자 피해도 함께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생활용품 렌털 관련 소비자 상담건수는 2012년 6998건, 2013년 8558건, 2014년 971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계약 기간 동안의 ‘총 렌털 비용’이 ‘일시불 구입가’보다 3배 이상 비쌌다. 계약 할 때 월 요금과 계약 기간만 알려주기 때문에 소비자가 정확하게 가격을 비교하고 살 수 없도록 유도한다는 게 신 의원의 지적이다.
렌트 시장이 아무리 뜨겁게 달아올라도 소비자 입장에선 사는 게 나을 지, 빌리는 게 나을 지 늘 고민이다. 상품에 관계 없이 보유 가치, 사용량, 사용 기간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야 하는데 마케팅의 홍수 속에 계산이 쉽지 않다. 빌리는 게 만능이 된 시대, 렌트의 경제성을 꼼꼼히 따져봤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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