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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유급 휴가가 없다고?

미국에 유급 휴가가 없다고?

“우리는 포유동물이다. 이 같은 모자관계는 우리에게 타고난 숙명이다. 그것을 배척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다.
샬롯 브록(35)은 출산 전 수많은 임신부처럼 고통스런 결정에 맞닥뜨렸다.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어린이 집에 맡길지 직접 아이를 키울지 갈림길에 섰다. 이라크에 2년간 파병됐던 해병대원 출신인 브록이 싱글맘이라는 점에서 그 문제는 특히 갈등이 심했다.

그녀는 “곁에서 보살펴줘야 하는 기간이 얼마 되지는 않는데 정말 힘 닿는 데까지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곁에 있으면서 유대감을 형성하고, 불편함이 없도록 돌봐주고, 잘 자랄 수 있게 보살펴 주고 싶었다.”

브록은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하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군 출신자들이 운영하는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에 다니며 6만5000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고 있었다. 회사가 제공하는 유급 병가와 휴가 조건도 좋았다. 브록은 그런 부가급부가 당연히 유급 양육휴가에도 적용되리라고 여겼다.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고 그녀가 말했다.

결국 회사는 그녀에게 12주 무급휴가를 제안했다. 가족·의료휴가법(Family and Medical Leave Act)에서 허용하는 최대한도다. 게다가 그 연방법은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브록의 회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어쨌든 그녀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간이 너무 짧았고 무엇보다 무급이라는 점이 걸렸다. 그녀는 사표를 내고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부모 집으로 들어가 2년간 얹혀 살았다.

브록이 5년 전 직장을 그만뒀을 때와 같은 선택을 한 미국인이 수백 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미국 정부의 공식 실업자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 10월 초의 고용 보고서가 보여주듯 공식적인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 비율이 1970년대 후반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공식 실업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광범위한 업종에 걸쳐 고용주들이 임금인상 압박을 받지 않는 큰 이유 중 하나다.

백악관이 뚜렷한 경제회복세를 자랑하는 요즘 이는 정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활동 참가율의 꾸준한 감소는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기 근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엇보다 인구통계적인 요인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호황기 막바지부터 최근의 불황까지 사회활동을 해온 베이비붐 세대가 서서히 은퇴하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이탈이 1999년 이후 전체 경제활동인구 감소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대다수 OECD 국가에서 근로자에게 유급 육아휴직을 보장하지만 미국만 예외다. 비 회원국 중에서도 급여를 주지 않는 나라는 파푸아뉴기니뿐이다.
2008년 금융위기도 그런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때때로 구직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하차했다. 이 같은 추세가 최근 경기하강의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게다가 수십 년 전부터 근로연령 남성이 서서히 노동력에서 이탈하고 있다. 상당 부분 블루칼라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외국으로 빠져나간 탓이다. 보수 적은 서비스 업종 일자리가 그 자리를 메웠다.

“나와 있는 일자리가 얼마나 매력적이냐의 문제”라며 조지타운대학 공공정책학과 해리 홀처 교수가 설명했다. “건설이나 제조 같은 분야의 보수 높은 일자리를 갖고 있던 고졸자의 경우 지금은 조건이 많이 떨어지는 선택지만 남아 있다. 전보다 보수가 30~40% 낮은 일자리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 종종 간과되는 부분이 있다. 근로 연령 여성 참가율의 감소다. 바로 브록 같은 여성들이다. 수십 년 동안 여성의 미국 노동시장 진출이 급증해 왔다. 1960년대 초의 약 40%에서 2000년 무렵에는 70%로 증가했다. 하지만 그 뒤로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0~2014년 25~54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3.9%로 3%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이 부문에서 미국은 22개국 중 17위로 대다수 OECD 국가에 뒤진다. 한편 다른 나라들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다.

2013년 미국 경제연구소가 코넬대학 경제학자 프랜신 블라우와 로렌스 칸의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과 다른 OECD 국가 간에 차이가 생기는 주된 이유를 조명했다. 바로 유급 육아휴직 정책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대다수 국가에서 근로자에게 이 같은 혜택을 보장한다. 미국과 파푸아뉴기니만 예외다.

유급 육아휴직은 노동시장 복귀를 수월하게 한다. 다시 돌아갈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칸 교수가 말했다. “또 한편으론 여성이 아기를 갖기 전부터 사회 진출을 유도한다. 직장이 있어야만 육아휴직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복지혜택을 누리기 위해 노동시장에 진출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가족·의료휴가법은 훨씬 더 제한적이라고 칸 교수는 말한다. 무급에 1년 근로시간이 특정 기준에 못 미치는 소규모 사업장이나 근로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 보장된 휴직기간도 상당히 짧다.

칸 교수는 “미국 근로자 중 그 수혜자 비율이 50%도 안 되고 기간도 12주”라며 “유급 육아휴직이 모든 근로자에게 보편적으로 57주 동안 제공되는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 비하면 상당히 열악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 특유의 시스템이 브록 같은 근로자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그녀의 재취업은 퇴사만큼이나 힘들었다. 2년간 쉬고 다시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 뒤론 예전 직장 수준으로 돌아가기 힘들었다.”

브록은 현재 산업·조직심리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동시에 파트타임 편집자로 ‘알바’를 했지만 지난 10월 초 그 자리마저 잃었다. 그러는 동안 유급 육아휴직의 골수 지지자가 됐다. “엄마와 아기의 인권 문제”라며 그녀가 덧붙였다. “우리는 포유동물이다. 이 같은 모자관계는 우리에게 타고난 숙명이다. 그것을 배척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다.”

식당 종업원 낸시 글린(27)은 분만 중 아기를 잃고 몸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직장에 복귀했다. 해군 출신인 그녀는 남편, 3년 6개월 된 아들과 함께 미국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산다. 그녀에겐 유급 가족휴직(가족의 간호와 육아를 위한 휴직)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성급한 결정이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가스·전력요금 청구서가 쌓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음식과 살 집이 필요했고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유급휴직, 기업에 타격 없다
미국의 부모는 자녀를 보살펴주고 함께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상공회의소 같은 단체들은 유급휴직 의무화가 미국의 고용시장에 타격을 준다고 주장해 왔다. 그 제도가 도입된 미국 3개 주를 조사한 결과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반박 논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또한 미국 대선 후보들은 이 문제를 선거운동의 주요 이슈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 10월 13일의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 중 힐러리 클린턴, 버니 샌더스, 마틴 오말리 후보 모두 유급 가족휴직 의무화와 중소기업의 부담능력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클린턴은 캘리포니아주의 사례를 들었다. 캘리포니아주는 2004년 미국 최초로 유급 휴가를 의무화했다(2009년 뉴저지주, 2014년 로드아일랜드주가 그 뒤를 이었다). “공화당 측이 항상 내세우는 그런 악영향은 없었다”고 클린턴은 말했다. 유급휴가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대선후보 토론 다음 날에도 47개 주의 미국인이 마주한 어려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글린이 가족 부양을 위해 서둘러 직장 복귀를 결정했을 때 직면한 바로 그런 상황 말이다. 미국 노동부 데이터에 따르면 유급 가족휴가 자격을 갖춘 민간부문 근로자는 12%에 불과하다. 소수인종은 그 비율이 특히 낮다.

“중소기업에 큰 부담을 준다는 주장은 사실상 근거를 상실했다”고 캘리포니아주의 유급 가족휴가 주제의 논문을 발표한 뉴욕 시티대학 사회학과 루스 밀크맨 교수가 말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기업들과의 인터뷰 결과에 기초해 논문을 작성했다. 10개 사업장 중 9개가 유급 가족휴가를 받은 근로자의 생산성에 아무런 영향이 없거나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고용주 또한 직원의 사기가 올라가고 그 프로그램을 남용하지도 않았다고 밀크맨 교수에게 밝혔다. 또한 고용주들은 직원의 이직과 신규 채용과 관련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대학(샌타 바버라) 경제학과의 마야 로신 슬레이터 교수는 자신의 미발표 조사에선 로드아일랜드주 사업체 중 유급 가족휴가가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고 답한 곳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고용주와 관련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 전반적으로 그런 흐름을 보였다. 그로 인해 분명 캘리포니아주 경제가 붕괴되지는 않았다”고 임신 7개월째로 곧 육아휴직을 받게 될 슬레이터 교수가 말했다.

정확한 형식은 주에 따라 다르다. 캘리포니아주에선 6주간 주급 55%의 유급 가족휴가를 제공한다. 그 돈으로 신생아 또는 병든 자녀, 배우자, (동성 파트너 등의) 동거인 또는 부모를 돌볼 수 있다. 인척까지 대상에 포함시키는 주도 있다. 로드아일랜드주는 캘리포니아·뉴저지주와 달리 제도적으로 일자리를 보호해준다. 주 당국은 급여세와 일시장애보험으로 프로그램 재원을 마련한다.

“그것은 유럽의 모든 나라에서 절대적인 표준”이라고 버지니아대학 공공정책·경제학과 크리스토퍼 J 럼 교수가 말했다. 해외 동료 교수들이 미국에 유급 휴가가 없다는 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캘리포니아·뉴저지·로드아일랜드주 프로그램의 4~6주 휴가기간도 최대 1년 이상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나라들에 비하면 짧다고 럼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전체적으로 6주라도 실시되면 큰 영향을 미친다고 그는 주장했다. 럼 교수의 조사에선 휴가를 받을 수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1년 뒤 일하고 있을 가능성이 6% 높았다.

미국에서 유급 가족휴가 이슈를 둘러싼 인식과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말한다. 휴가 확대정책을 실시하는 넷플릭스 같은 기업들, 2008년 금융위기 후 호조를 보이는 미국 경제, “비정상적인 환경이라고 말하는” 젊은 세대가 변화의 원동력이라고 평한다.

1993년 제정된 가족의료휴가법(FMLA)은 아기나 환자 가족을 둔 근로자에게 12주간의 무급 가족휴가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선 저소득 계층은 휴가를 받을 형편이 못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캘리포니아주의 휴가제도 같은 프로그램에선 휴가를 받을 수 있는 영세민 유자녀 여성의 비율을 높였다.

민주당 진영은 현재 FMLA를 확대해 최대 12주 휴가기간 동안 일부 임금을 지급하는 가족·의료보험휴가법안(FMILA)을 추진하고 있다. 밀크맨 교수는 그 법안이 현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지만 조만간 유급휴가에 관한 연방법이 마련되리라고 내다본다. 한편 워싱턴주의 연방·지방 의원들은 100% 급여를 지급하는 16주간의 유급휴가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통과될 경우 이 분야에서 미국의 가장 진보적인 정책이 될 전망이다.글린은 “때로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많은 사람이 고통 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주요 국가들은 모두 해 왔고 우리도 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면 왜 미국에선 못하는가? 왜 쉽게 엄마와 아빠가 되도록 해주지 못하는가?”

- COLE STANGLER, LYDIA TOMKIW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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