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워 피플 (109) 이안 리드 화이자 회장 겸 CEO] 세계 최대 제약사 만든 승부사이자 전략가
[글로벌 파워 피플 (109) 이안 리드 화이자 회장 겸 CEO] 세계 최대 제약사 만든 승부사이자 전략가

두 회사의 합병으로 새로 탄생하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화이자 CEO인 이안 리드(62) 회장이 맡기로 했다. 알러간의 브렌트 손더스(45) CEO는 주요 보직을 맡다가 리드가 물러나면 그 자리를 이어받기로 했다. 화이자는 오래 전부터 신약 부문과 특허만료 기간이 많이 남지 않은 전통약품 부문으로 나눌 계획이었으나 이번 합병 뒤 이를 2018년 이후로 미뤘다. 새로 탄생한 세계 최대 제약사의 안정이 더 시급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리드 회장은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미국에 귀화한 글로벌 기업인이다. 2010년부터 화이자의 CEO를 맡아왔다. 그는 아프리카 남부의 영국 식민지 로디지아(현재 짐바브웨로 독립) 출신의 백인 아버지와 스코틀랜드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외가인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다. 6세 때 부모가 로디지아로 돌아가면서 그곳에서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내며 성장했다. 대학은 영국 런던에서 다녔다. 이공계 명문인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해 1974년 졸업했다. 특이한 것은 1978년에 공인회계사가 됐다는 점이다.
화학공학 전공자로 공인회계사이기도

그런 그가 화이자의 CEO에 오르는 과정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이 있다. 회계사 출신인데다 키도 작고 대머리다. 두툼한 안경까지 쓰는 바람에 충직하고 고답적으로 보이는 그가 사실은 이사회에서 ‘궁정 쿠데타’를 일으킬 정도로 극적인 과정을 거쳐 그 자리를 차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신문인 옵서버에 따르면 거기에는 전임 CEO와의 깊은 불화와 함께 리드의 야망이 숨어있다. 변호사 출신으로 2006년 화이자의 CEO 에 오른 제프 킨들러는 화이자에 합류하기 전까지 맥도널드의 중역이었다. 그는 직원들을 거칠게 몰아붙이기로 유명했다. 리드를 포함한 간부들을 대놓고 공개 질타했다. 킨들러는 그러면서도 화이자 출신의 리드에게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광범위한 지역의 영업 책임자를 맡기면서 2인자로 활용했다. 그를 나중에 최고 영업 책임자 자리에 앉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드는 킨들러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컸다. 킨들러의 화이자는 전략이 불명확한 M&A로 주가가 35%나 떨어졌다. 그런 가운데 킨들러가 화이자의 핵심 연구개발 부문 2개를 폐쇄하려고 하자 행동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오랫동안 화이자에 근무하면서 쌓은 인맥을 활용하면서 서서히 움직였다. 플로리다주 보니타 스프링스에 있는 그의 별장 부근에는 화이자의 이사 두 명이 살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윌리엄 스티어였다. 스티어는 1990년대에 화이자의 CEO로서 혈중 콜레스테롤 강하제 리피토,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항우울약 졸로프트를 발매해 화이자를 세계 상위권에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스티어는 한때 킨들러의 최대 지원자였지만 리드의 설득에 지지를 철회하고 그를 돕기 시작했다. 이런 도움을 바탕으로 리드는 이사회 쿠데타를 일으켜 킨들러를 쫓아냈다. 킨들러는 2300만 달러의 퇴직금을 받고 조용히 회사를 떠났다. 이사회는 킨들러보다 안정적인 인물인 리드를 후계자로 뽑았다. 리드는 CEO가 되자마자 ‘하느님, 감사합니다. 오늘이 월요일입니다(Thank goodness. it’s Monday)’라는 이름의 직원 사기진작 운동부터 시작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리드 회장이 2010년 12월5일 CEO에 올랐을 때 화이자는 그야말로 위기상황이었다. 우선, 제약 역사상 가장 잘 팔렸던 효자상품 리피토의 특허가 만료 직전이었다. 성분명이 아토바스타틴인 이 약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장혈관질환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았다. 1996년 발매 이래 2012년까지 15년 정도의 기간 동안 전 세계에 걸쳐 1250억 달러어치가 팔렸다. 신약개발 비즈니스의 괴력이다. 이런 효자상품이 특허가 끝나 전 세계 누구나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화이자에 타격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전임 CEO 시절에 엄청난 자금을 들여 연구개발했던 자체 신약 몇 건이 실패로 끝났다. 이 때문에 주가가 15년 이래 최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그 와중에 전임자 킨들러는 2009년 1월 경쟁 제약사 와이어스를 680억 달러에 사들였다. 재정적으로, 마케팅적으로, 연구개발적으로 화이자와 리드 회장은 위기였다.
‘궁정 쿠데타’로 대권 잡아
리드는 회사의 군살도 과감하게 뺐다. 2010년 초 13만명이던 직원을 8만명으로 줄이는 결단을 내렸다. 본업에서 벗어난 부문을 매각해 320억 달러를 확보했다. 특히 2012년 4월 화이자의 베이비 로션 부문을 네슬레에 120억 달러에 넘겼으며, 2013년에는 동물약품 부문을 분리해 조에티스라는 별도 회사로 독립시켰다. 조에티스는 시가총액이 210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이 중 170억 달러는 화이자 주주들의 몫이 됐다.
리드 회장의 취임 첫해 화이자의 매출은 전해보다 27% 줄어든 500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순익은 10% 늘어 90억 달러에 이르렀다. 시장은 환호했다. 리드가 CEO로 재직하는 지난 5년 동안 화이자의 주가는 94% 올랐다. 덩치 큰 경쟁사인 머크나 아스트라 제네카와 비교해 거의 두 배 수준을 유지했다.
리드는 화이자의 R&D도 개선해왔다. 종양의 성장을 지연시키는 아이브랜스라는 유방암약을 개발해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제품 허가를 얻었다. 문제는 이 제품이 엄청난 고가라는 점이다. 한 환자가 1년간 치료에 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1만1800달러나 된다. 이는 경쟁사인 머크의 케이트루다나 암젠의 블라인사이토라는 항암제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에서 개발한 흑색종피종(석면에서 비롯된 암) 치료제는 환자당 1년 치료에 드는 비용이 25만6000달러나 된다. 이에 대해 리드는 이런 말을 한다. “의사들이 ‘약값이 너무 비싸서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라고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약값은 건강보험사의 문제이지 환자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물론 그는 보험사를 설득하는 일도 보통 끈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라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이는 그가 평생해온 일이고 가장 잘하는 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리드 회장은 재임 중 미국에서 커다란 사회적 논란에 휩싸였다. 약값이 지나치게 비싸니까 내려야 한다는 정치권의 압력을 받은 것이다. 정치권은 화이자가 ‘고전 명품’으로 통하는 자사의 전통제품 가격을 지나치게 올렸다고 주장했다. 사실 지난 3년간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는 57%, 만성통증 개선약인 라이리카는 51%, 호르몬 제제 프레마린은 41%나 값을 올린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발이 상당해 정치인들에겐 표를 얻을 좋은 소재가 된 것이다. 특히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노골적으로 약값을 내리게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약값 인상은 화이자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는 약값 인상을 통해 매출을 47%나 높였다. 가격을 높여도 환자들이 포기할 수 없는 ‘고전 명품’의 낮은 가격 탄력성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덩치가 가장 큰 화이자가 집중 타깃이 된 것이다.
약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일부의 지적에 화이자에서 마케팅으로 경험을 쌓은 리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제약 업계의 전략가로 떠올랐다. 그는 화이자가 콜레스테롤 강하제로 1987년부터 2008년 사이에 30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심장마비를 막은 건강 효과는 1조3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항암제의 경우 인간생명을 구한 편익이 1조9000억 달러에 이르며 제약사가 올린 매출은 이 금액의 19%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약사가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자본 대비 이익률이나 자산 대비 이익률이 실제로는 소비자 상품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전체 산업의 평균 정도라고 밝혔다. 오히려 제약사는 엄청난 신약 개발비를 지출하는 바람에 주식시장에서는 다른 종목에 비해 이익률이 신통치 않다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97년부터 2011년까지 화이자는 새로 개발해 시장에 내놓은 신약 1개 품목당 평균 R&D비용을 77억 달러 지출했다고 공개했다.
“약값보다 생명 구한 편익이 크다”
-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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