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입맛 맞추는 할리우드] 중요 장면 들어내거나 주제 바꾸기도
[중국 입맛 맞추는 할리우드] 중요 장면 들어내거나 주제 바꾸기도

미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의 보고서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지난 2015년 10월 말 발표된 이 보고서는 할리우드 최대의 블록버스터 작품들에 나타난 중국의 영향을 조명했다. 일부 영화사가 중국 배급을 승인받기 위해 대본을 수정하고 특정 장면을 중국인 취향에 맞춰 완전히 딴판으로 편집한 예도 제시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션 오코너와 니컬러스 암스트롱 연구원은 이렇게 썼다. “중국의 수입 영화 규제와 큰 시장 규모를 생각할 때 미국 영화 제작자들은 중국 검열기관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다. 중요한 장면을 들어내거나 주제를 바꾸는 일도 불사한다.”
영화사들이 해외의 특정 시장을 겨냥해 같은 영화를 여러 버전으로 편집한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시장의 경우 이런 경향은 사후 편집을 뛰어넘어 자체 검열 수준에 도달했다. 프로젝트 개발 단계나 영화 제작 중 내용 수정이 논의되는 경우도 많다. 정치적 주제나 중국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그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내용에 어느 정도 변화를 줄지를 놓고 영화사 간부들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미국의 가치관 전파는커녕…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이런 양보를 하는 이유는 물론 돈 때문이다. 지난 몇 달 동안 중국 증시 폭락에 관한 보도가 봇물을 이뤘지만 중국 박스 오피스는 놀라운 성장률을 보였다. 중국 관객의 관심이 특수효과가 넘쳐나는 할리우드의 고예산 영화로 쏠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영화 티켓 매출은 48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일부 분석가는 3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영화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한편 박스 오피스 모조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할리우드 영화의 박스 오피스 수입은 약 20억 달러로 2012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영화사는 중국 검열 당국의 비위를 거스를 경우 수백만 달러의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디즈니의 [캡틴 필립스]가 좋은 예다. 중국 검열기관이 미군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영화 수입을 금지해 흥행수입이 예상치보다 900만 달러나 적은 수준에 머물렀다.
영화사들이 영화의 중국 시장 배급을 위해 내용을 적극 조정하고 나서면서 미국 관객을 위한 버전의 정치적 주제도 제한을 받는 경우가 늘어난다. 감독과 작가, 배우들의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중국의 폭넓은 금지 기준은 자국민을 위한 검열을 뛰어넘어 세계적으로 영화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오코너와 암스트롱은 썼다.
보고서는 미국 영화에 대한 중국의 엄격한 규제가 단지 문화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 수입 전면 개방을 명시한 2007년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저촉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몇 년 동안 이 협정을 이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2년 이 문제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오바마 정부의 노력으로 중국은 미국과 연간 수입 영화 제한 편수를 20편에서 34편으로 늘리는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수입 제한 편수 증가가 곧 WTO 협정의 준수를 의미하진 않는다. “WTO는 중국에 오락상품을 무제한 수입할 수 있는 권한을 국내외 개인과 기업에 똑같이 제공할 것을 중국에 요구했다”고 오코너와 암스트롱은 썼다.
보고서는 또 미국 통상대표부의 2014년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과 중국의 협정이 타결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중국은 시장 개방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썼다. 중국 영화 업계에는 미국 영화협회(MPAA)와 같은 영화 등급 제도가 없다. 대신 중국 광파전영전시총국(SAPPRFT)이 검열관들의 눈에 문화적으로 합당치 않다고 보이는 콘텐트를 차단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쥐고 있다.
중국 검열 당국은 세계 영화의 경찰 역할?
- 크리스토퍼 자라 아이비타임스 기자 / 번역=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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