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이 달라지면 뇌도 변한다”
“행동이 달라지면 뇌도 변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셸번의 비파사나 명상수련원에서 묵언수행에 들어간 지 3일째. 새벽 5시 반이 되자 내 속의 뭔가가 홱 틀어졌다.
잡생각으로 정신이 어지러웠다. 아침식사는 아직 1시간이나 남았지만 너무 배가 고팠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없는 나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벌떡 일어나 수련원 뒤쪽의 숲으로 향했다. 봄이었다. 돌돌 말린 어린 잎들이 숲을 수놓으며 희망을 외쳤다. 하지만 둘레길 형태의 좁은 오솔길이 너무 빨리 끝났다. 축구장만한 숲으로 들어가는 길이 막혀 있었다. 이곳에선 모든 게 그렇듯 운동도 허용하지 않는다.
지난 사흘 동안 새벽 4시 종소리에 잠을 깼다. 나를 포함해 130명이 10일간의 묵언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우리는 스승의 지도에 따라 하루 약 10시간씩 명상했다. 중간에 식사시간과 자유시간이 있었지만 ‘자유’란 단지 명상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독서와 글쓰기, 대화가 완전 금지였다. 의사를 표현하는 몸짓이나 심지어 옆 사람의 눈을 쳐다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숲의 짧은 오솔길을 걸으며 나무만 쳐다봤다.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곳에선 고개 끄덕임도 미소도 없었다. 점심식사 후 자유시간에 뜰로 나갔다. 몇몇 여성이 모여 얼굴을 태양으로 향한 채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외계인에게 납치당하려는 걸까? 한 여성은 얼터너티브 록그룹 어배너의 티셔츠 차림이었다. 물론 냉소적인 뜻은 없으리라. 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선 ‘대죄’에 속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도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가? 정신적인 자극이 전혀 없이 그냥 가만히 앉아 지내는 게 어떻게 뇌에 이로울까?
명상의 이점이란 2500년 동안 이어져온 집단적 위약 효과이겠거니 생각했다. 지난 며칠을 돌이키며 뜰에 모여 있는 여성들을 다시 쳐다봤다. 과연 세뇌 효과일까? 나도 세뇌당하는 중일까? 세뇌당하는 사람이 스스로 그런 의문을 품을까? 하지만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돌아서서 잠시 햇볕을 쬐며 체념했다. 이렇게 앞으로 일주일 더 견뎌보리라.
자신의 몸과 정신을 최적화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지난 몇 년 동안 모바일 기술 발전과 충돌했다. 스마트폰의 건강 관련 앱이 10만 개 이상 쏟아졌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건강 앱 시장의 규모는 2017년 26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지금은 자거나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의 몸 상태를 수량화할 수 있다. 심지어 너무 빨리 먹을 때 진동으로 경고해주는 포크를 사용해 자신의 식습관을 추적할 수도 있다. 정신이 다른 데 팔리면 뇌파를 감지해 시끄러운 소음을 내는 헤드밴드, 자세를 바르게 앉지 않으면 자극을 주는 착용형 기기도 있다.
이론상 우리 몸에 관한 실시간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원하는 대로 몸을 유도하기가 쉬워진다. 그러나 현실에선 절대 그렇지 않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데스 스펜스 박사는 2014년 영국의학저널 기고문에서 지속적인 자가 추적이 건강한 사람을 신경증 환자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런 앱과 기기는 검증되지 않았고 과학적이지도 않다. 불확실성의 영역에 속한다. 그런 불확실성은 극단적인 불안감을 유발한다.”
우리 뇌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준다는 스마트폰 앱도 있다. 뇌훈련 게임은 ‘작업기억’을 단련시켜 현실 세계에서도 뇌가 더 잘 기능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발표된 연구 결과는 그게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미시간주립대학의 심리학 교수 자카리 햄브릭이 이끈 팀은 2013년 뇌훈련 게임이 지능을 높여준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햄브릭 교수는 “작업기억 훈련으로 그런 게임만 잘 할 수 있다는 점만 확인됐다”고 말했다. 훈련 게임만 잘하는 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자가 생체해킹(DIY biohacking)도 인기다. 머리를 좋아지게 한다는 기계 ‘경두개 직류자극기(TDCS)’를 사용한다. 직류 전류를 두피에 흘려 뇌를 자극하는 비침습 두뇌자극 장치다. 잠재적 효과는 매우 커 보인다. 우울증·양극성장애 치료나 금연·만성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정신을 맑게 해줘 학습 같은 인지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러나 이 모든 효과는 일시적이며 기기나 유료 서비스에 의존해야 한다. 대부분 검증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만약 최상의 자가 생체해킹이 장치나 비용이 전혀 필요 없는 2500년 역사를 가진 명상이라면?
몇 년 전 애리조나대학의 컴퓨터과학자와 신경과학자가 기업체 인사 책임자 45명을 대상으로 시험했다. 그중 3분의 1은 8주간의 마음챙김(mindfulness, ‘알아차림’이라고도 한다) 명상 수련을, 3분의 1은 8주간의 신체완화 훈련을 했다. 나머지 3분의 1은 아무런 훈련을 하지 않았다. 세 그룹 전부 8주간의 프로그램 전과 후에 ‘스트레스가 강한 다중작업’ 테스트를 받았다. 그 결과 명상 수련에 참가한 그룹은 다른 2그룹보다 더 오래 작업에 집중하고 스트레스도 적게 받았다.
우리 뇌의 구조와 기능은 일상의 자극에 따라 계속 변한다. 전문용어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다. 그러나 뇌의 변화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위스콘신대학 심리학 교수로 ‘건강한 정신 탐구센터’를 설립한 리처드 데이빗슨 박사는 명상으로 ‘뇌의 재설계’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는 “재설계가 과학적 용어는 아니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적절히 표현하며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신경가소성은 의식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뤄진다. 우리 뇌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거나 어렴풋이 인식하는 주변의 힘에 의해 끊임없이 변한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명상을 하는 사람은 의식적으로 그 과정을 조절해 뇌의 기능적·구조적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음챙김 명상에 관한 연구는 근년 들어 크게 늘었다. 미국명상연구협회에 따르면 2014년 관련 논문이 535편 발표됐다(1980년엔 겨우 3편이었다). 한 연구에서 명상을 하는 사람은 노화에 따른 뇌의 회백질 손실이 적게 나타났다. 다른 연구는 ‘자주 명상하면 노화와 관련된 인지기능 감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2012년 발표된 연구 결과에선 명상으로 수련한 햇수가 길수록 뇌 피질의 주름이 더 많아졌다. 뇌의 정보처리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뜻이다. 다른 연구에선 그런 사람의 전전두엽 피질과 우측 뇌섬엽이 두꺼워졌다. 둘 다 주의력, 감정 인식을 관장하는 뇌 부위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5년 이상 명상을 한 사람은 해마에서 회백질이 크게 늘어났다. 해마는 기억과 학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뇌 부위다. 훈련으로 신경세포 생성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자주 명상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뜻이다. 특히 한 가지 기법이 유망해 보인다. 비파사나는 불교 명상법이다. 구미에서 인기 있는 ‘마음챙김’의 기초를 이룬다. 비파사나는 불경에 사용된 고대 팔리어로 ‘정견(正見),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뜻이다. 유명한 스리랑카 승려 헤네폴라 구나라타나는 비파사나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상을 명료하고 정확하게 보는 것이다. 각 구성 요소를 별개로 꿰뚫어 보면서 그 대상의 가장 기본적인 실체를 인식한다.”
무엇보다 자극에만 반응하지 않고 뇌가 평정을 되찾도록 훈련하는 것이 비파사나 명상이다. 자신이 충동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파리가 목에 앉으면 얼마나 신속히 손이 그곳을 내리치는지 관찰해보라. 어쩌면 파리의 존재를 인식하기도 전에 그런 행동이 나온다. 예를 들어 나는 채팅 프로그램의 알림 소리에도 그렇게 반응한다.
이런 반사적인 반응은 정서의 영역으로도 확대된다. 부정적인 일이 발생하거나 담배든 술이든 친구의 동의든 뭔가를 간절히 원할 때 우리는 생각 없이 반응한다. 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져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정서적으로 똑같이 반응한다.
바로 거기서 명상이 ‘생체해킹’의 위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반사적 반응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아내 계속 반복하면 행동을 고칠 수 있다. 뉴멕시코대학의 임상심리학 교수 케이티 위트키에비츠는 “행동이 달라지면 뇌도 변한다”고 말했다.
위트키에비츠 교수는 워싱턴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을 때 비파사나 명상이 중독증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구하는 팀에 합류했다. 첫 테스트가 2001년 시애틀의 중독치료센터에서 경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 센터의 의료실장 루시아 메이저는 비파사나 명상을 직접 해본 뒤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가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지 알아보고자 했다. 그녀는 치료센터를 명상센터로 바꿔 워싱턴대학 팀에 명상의 중독치료 효과 연구를 맡겼다.
위트키에비츠 교수는 “효과가 놀라웠다”고 돌이켰다. 퇴소 6개월 뒤 10일간의 명상 수련을 거친 환자들은 일반 중독치료만 받은 환자보다 회복이 빨랐다. 정신건강도 훨씬 개선됐다. 무작위 표본 연구는 아니었지만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그 직후 무작위 표본 시험이 3차례 실시됐다. 다양한 중독증 환자가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완화(MBSR, 일명 힐링 명상)’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비파사나의 세속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위트키에비츠 교수는 “마약 사용과 폭음이 크게 줄었고 정신건강이 상당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MBSR의 핵심은 의식적으로 모든 행동을 멈추고 자신의 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다. 위트키에비츠 교수는 “중독증을 앓는 사람은 마약이나 술에 취할 방법을 계속 찾는다”며 “그런 갈망을 억제하며 가만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연습을 하면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환자는 명상을 통해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에 집중한 뒤 그런 감정이 사라질 때까지 견디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나는 2014년 겨울 마음이 너무도 산란할 때 우연히 비파사나 명상을 접했다. 무엇이든 마음을 진정시킬 방법을 찾던 중 조카가 비파사나 명상센터에서 돌아와 부러울 정도로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삶을 완전히 뜯어고칠 방법이 필요하다는 나의 하소연을 들은 뒤 비파사나 명상을 권했다.
나는 별로 기대하지 않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다리는 동안 명상 스마트폰 앱과 마음챙김 명상을 실천하는 실리콘밸리의 신생업체들이 언론에 계속 소개되자 약간 솔깃했다. 6개월 뒤 프로그램에 참가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명상 수련 3일째 아침 내 마음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평온을 얻지 못하고 이 생각 저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마치 심통부리는 아이에게 끌려다니는 듯했다.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애쓸수록 온갖 잡생각으로 더욱 혼란스러웠다. 수련원에 들어오기 전에 들었던 노래가 귓전에 맴돌았다. 심지어 고교 시절 스페인어 시간에 외웠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노래도 계속 떠올라 마음 속으로 반복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생각이 추상적으로 변했다. 떠오르는 이미지를 억누르려고 눈을 감은 상태에서 눈꺼풀 아래 안와의 어두운 윤곽에 집중했다. 역효과가 났다. 곧 어두운 바탕에 붉고 푸르고 노란 타원형 형태가 눈앞에서 맴돌았다. 현란한 빛의 쇼였다.
최대한 고요하게 그 빛의 쇼까지 내 마음에서 밀쳐냈다. 그러자 서서히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생각들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게 됐다. 그 생각들은 나에게서 떨어져나가 저 혼자 신나게 돌아다녔다.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차츰 요란하던 생각들이 흐릿해졌다. 그 후로 명상이 더 쉬워졌다.
그 이틀 뒤 산책에 나섰다. 아침 명상이 비교적 잘 됐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했다. 현재 일어나는 일에만 집중했다. 현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내 키 정도 높이의 잎 없는 관목이 있었다. 그 나무 속에 만들어진 새 둥지가 눈에 들어왔다. 둥지 속을 들여다 보려고 몸을 기울이자 헐벗은 나뭇가지들이 시야를 채웠다. 곧 눈이 햇빛에 적응되면서 빈 둥지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러자 통통한 검은 개미 수십 마리도 내 초점 안에 들어왔다. 개미들은 내 시야의 구석구석에서 나뭇가지를 부지런히 오르내렸다. 새 둥지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개미들이 뚜렷이 보였다. 모든 구석에 초점이 맞춰진 아이맥스 영화를 보는 듯했다.
그 후론 숲속 산책이 감각을 단련시키는 훈련이었다. 조금씩 펼쳐지는 어린 잎에서 솜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숲 바닥에 낙엽이 차곡차곡 쌓이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나무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같았다. 어느 날 오후 작은 새 한 마리가 나무에 앉았다. 동고비의 일종이었다. 회갈색 몸통이 자그만한 어린아이 주먹만했다. 하지만 새의 발톱이 나무껍질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강아지 발톱이 마룻바닥을 긁는 듯했다. 부근에서 얕은 물이 느릿느릿 흘러가는 소리도 들렸다.
비파사나 명상 과정을 이수한 다른 사람도 아주 민감해진 감각에 관해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위트키에비츠 교수는 “모든 감각이 더 선명하고 강해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음식도 더 맛있었다.”
데이빗슨 박사는 “글을 읽을 때 돋보기를 쓰는데 수련하는 동안엔 돋보기 없이도 글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효과가 지속되진 않았지만 시력이 나아진 건 분명했다.” 명상 프로그램을 마치고 뉴욕의 현실로 돌아가자 잠시 혼란을 겪었다. 대화하기도 힘들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재미 없었다. 그러나 며칠 안에 시끄러운 세상에 다시 적응했다. 작지만 영구한 변화가 느껴졌다. 우리 아파트에 사는 한 남자는 모든 행동에 특권의식이 배어 있다. 엘리베이터에 함께 탔을 대 그의 몸에서 그런 기운이 발산되는 것을 느낀다. 때로는 그가 내 외모를 평해 화가 났다. 그러나 수련 후엔 그런 일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엔 지하철을 타려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계단을 올라가며 앞사람의 배낭에 계속 머리를 부딪히면 실존적 불쾌감을 느꼈지만 이제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그들도 나처럼 출근하느라 정신없을 뿐...
대화가 중단됐을 때 황급하게 다른 이야깃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차츰 사라지고 현재 일어나는 일에 좀 더 집중하게 됐다. 시간도 예전보다 천천히 흐르는 듯했다. 남은 생에 무엇을 해야 할지 노심초사하는 시간도 줄었다. 최근의 대인 관계를 돌이켜보며 나의 잘못을 조목조목 따지고 후회하는 일도 적어졌다. 무엇보다 전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졌다.
그런 마음 상태가 현실에서도 적용되는지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그에게 커피 한잔하자고 연락했다. 신파조로 이혼한 후 첫 만남이었다. 그와 대화하면서 이전에 느끼던 원망을 내 마음 속에서 의식적으로 찾아보려 했다. 그러나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는 법을 배웠다고 하면 너무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 그랬다.
더 놀라운 변화도 있었다. 내가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전에 수면과 생물학적 리듬을 연구하는 펜실베이니아대학 펄먼 의과대학원 교수 마티아스 배스너는 수련 전과 후에 나의 갑상선 호르몬과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해보자고 제안했다. 두 호르몬 모두 스트레스와 관련 있다. 배스너 교수는 마음챙김의 훈련 과정에서 그 호르몬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수련을 떠나기 일주일 전 내 갑상선 호르몬 수치는 약간 비정상이었고,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은 정상 상한선보다 4포인트나 높았다. 수련을 마치고 이틀 뒤 다시 측정했다. 갑상선 호르몬 수치는 1포인트가 떨어졌다. 배스너 교수는 그런 결과를 얻으려면 약을 최소한 6주는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르티솔 수치는 거의 10포인트가 떨어졌다. 완전 정상이었다. 스트레스 완화 보조제를 몇 달 동안 복용한 효과와 맞먹었다.
수련하는 동안 집에 돌아가면 삶이 크게 바뀌리라고 기대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밥맛이 약간 좋아지거나 가족 관계가 약간 덜 괴로워지는 것 같은 사소한 변화도 대단한 효과라고 했다. 그러나 그런 작은 변화들은 꾸준히 노력하면 내 마음의 작동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평범하면서도 놀라운 깨달음의 증거였다.
나의 뇌, 그리고 좀 더 나아가 내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팝송 가락으로 들뜬 내 마음의 일부를 일시적으로 가라앉히는 법을 처음 터득했을 때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비록 잠깐이었지만 정신과 몸을 분리할 수 있었다. 그런 분리를 통해 내 몸이 나아갈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 ZOË SCHLANGER NEWSWEEK 기자 / 번역 이원기
몸의 각 부위와 호흡에 집중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억제하라명상을 제대로 하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뇌세포가 증가하며 노화에 따른 인지력 감퇴를 늦출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10일간의 명상 수련 프로그램에 참가할 여유가 없을 때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마음챙김에 입문하는 초보적인 기법을 소개한다.
서서히 시작하라 기차를 타거나 책상에 앉아 있을 때 발에 집중하라. 발가락 하나하나가 바닥에 닿는 지점을 느낄 수 있는가? 발바닥도 그렇게 느껴보라. 그 다음 손도 똑같이 해보라. 각 손가락이 닿는 곳의 느낌에 집중하라. 머리 속에서 몇 초씩 간격을 두고 하나씩 차례로 느껴보라. 그 다음 한꺼번에 느껴보라. 공기가 손 피부에 닿는 느낌이 어떤가?
호흡에 초점을 맞춰라 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고 3분 동안 코로 평상시대로 숨 쉬며 호흡에 집중하라. 어느 콧구멍으로 공기가 통과하는가? (희한하게도 대다수의 경우 한번에 한쪽으로만 공기가 들락거린다.) 느낌이 어떤가? 호흡에 초점을 맞추면서 마음을 가라앉혀 생각을 억제하라.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르면 한쪽으로 치워두고 호흡에 다시 집중하라.
몸을 일깨워라 아침에 잠에서 깨면 일어나기 전에 눈을 감고 몇 분 동안 가만히 있어라. 먼저 각 팔에, 그 다음 다리에 집중하며 각 부분의 느낌에 초점을 맞춰라. 이불이 피부에 닿는 곳을 느낄 수 있는가? 이불 밖에 나간 발이 이불 속의 발보다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가? 발이 무겁게 느껴지는가? 몸의 특정 부위가 불편하게 느껴지더라도 1∼2분 이상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라. 짜증 내지 말고 그냥 불편함을 인정하라. 서서히 몸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서 몇 초씩 간격을 두고 각 부위의 느낌을 인지하라. 하루 생활에 적응하는데 효과가 좋다.
좌절하지 마라 마음이 계속 산란하거나 눈이 자꾸 떠진다면 그런 상황을 인지하되 집착하지 마라. 코로 숨이 들락거리는 호흡에 다시 집중하면서 전체 과정을 반복하라. 명상은 결코 쉽지 않고 명상 체험은 매일 다를 수 있다. 잘 안 된다고 짜증 낼 필요 없다. 그냥 다시 시작하라.
― ZOË SCHLA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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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으로 정신이 어지러웠다. 아침식사는 아직 1시간이나 남았지만 너무 배가 고팠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없는 나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벌떡 일어나 수련원 뒤쪽의 숲으로 향했다. 봄이었다. 돌돌 말린 어린 잎들이 숲을 수놓으며 희망을 외쳤다. 하지만 둘레길 형태의 좁은 오솔길이 너무 빨리 끝났다. 축구장만한 숲으로 들어가는 길이 막혀 있었다. 이곳에선 모든 게 그렇듯 운동도 허용하지 않는다.
지난 사흘 동안 새벽 4시 종소리에 잠을 깼다. 나를 포함해 130명이 10일간의 묵언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우리는 스승의 지도에 따라 하루 약 10시간씩 명상했다. 중간에 식사시간과 자유시간이 있었지만 ‘자유’란 단지 명상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독서와 글쓰기, 대화가 완전 금지였다. 의사를 표현하는 몸짓이나 심지어 옆 사람의 눈을 쳐다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숲의 짧은 오솔길을 걸으며 나무만 쳐다봤다.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곳에선 고개 끄덕임도 미소도 없었다.
우리 뇌는 만들기 나름?
명상의 이점이란 2500년 동안 이어져온 집단적 위약 효과이겠거니 생각했다. 지난 며칠을 돌이키며 뜰에 모여 있는 여성들을 다시 쳐다봤다. 과연 세뇌 효과일까? 나도 세뇌당하는 중일까? 세뇌당하는 사람이 스스로 그런 의문을 품을까? 하지만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돌아서서 잠시 햇볕을 쬐며 체념했다. 이렇게 앞으로 일주일 더 견뎌보리라.
자신의 몸과 정신을 최적화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지난 몇 년 동안 모바일 기술 발전과 충돌했다. 스마트폰의 건강 관련 앱이 10만 개 이상 쏟아졌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건강 앱 시장의 규모는 2017년 26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지금은 자거나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의 몸 상태를 수량화할 수 있다. 심지어 너무 빨리 먹을 때 진동으로 경고해주는 포크를 사용해 자신의 식습관을 추적할 수도 있다. 정신이 다른 데 팔리면 뇌파를 감지해 시끄러운 소음을 내는 헤드밴드, 자세를 바르게 앉지 않으면 자극을 주는 착용형 기기도 있다.
이론상 우리 몸에 관한 실시간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원하는 대로 몸을 유도하기가 쉬워진다. 그러나 현실에선 절대 그렇지 않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데스 스펜스 박사는 2014년 영국의학저널 기고문에서 지속적인 자가 추적이 건강한 사람을 신경증 환자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런 앱과 기기는 검증되지 않았고 과학적이지도 않다. 불확실성의 영역에 속한다. 그런 불확실성은 극단적인 불안감을 유발한다.”
우리 뇌를 더 똑똑하게 만들어준다는 스마트폰 앱도 있다. 뇌훈련 게임은 ‘작업기억’을 단련시켜 현실 세계에서도 뇌가 더 잘 기능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발표된 연구 결과는 그게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미시간주립대학의 심리학 교수 자카리 햄브릭이 이끈 팀은 2013년 뇌훈련 게임이 지능을 높여준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햄브릭 교수는 “작업기억 훈련으로 그런 게임만 잘 할 수 있다는 점만 확인됐다”고 말했다. 훈련 게임만 잘하는 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자가 생체해킹(DIY biohacking)도 인기다. 머리를 좋아지게 한다는 기계 ‘경두개 직류자극기(TDCS)’를 사용한다. 직류 전류를 두피에 흘려 뇌를 자극하는 비침습 두뇌자극 장치다. 잠재적 효과는 매우 커 보인다. 우울증·양극성장애 치료나 금연·만성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정신을 맑게 해줘 학습 같은 인지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러나 이 모든 효과는 일시적이며 기기나 유료 서비스에 의존해야 한다. 대부분 검증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만약 최상의 자가 생체해킹이 장치나 비용이 전혀 필요 없는 2500년 역사를 가진 명상이라면?
몇 년 전 애리조나대학의 컴퓨터과학자와 신경과학자가 기업체 인사 책임자 45명을 대상으로 시험했다. 그중 3분의 1은 8주간의 마음챙김(mindfulness, ‘알아차림’이라고도 한다) 명상 수련을, 3분의 1은 8주간의 신체완화 훈련을 했다. 나머지 3분의 1은 아무런 훈련을 하지 않았다. 세 그룹 전부 8주간의 프로그램 전과 후에 ‘스트레스가 강한 다중작업’ 테스트를 받았다. 그 결과 명상 수련에 참가한 그룹은 다른 2그룹보다 더 오래 작업에 집중하고 스트레스도 적게 받았다.
우리 뇌의 구조와 기능은 일상의 자극에 따라 계속 변한다. 전문용어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다. 그러나 뇌의 변화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위스콘신대학 심리학 교수로 ‘건강한 정신 탐구센터’를 설립한 리처드 데이빗슨 박사는 명상으로 ‘뇌의 재설계’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는 “재설계가 과학적 용어는 아니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적절히 표현하며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신경가소성은 의식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뤄진다. 우리 뇌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거나 어렴풋이 인식하는 주변의 힘에 의해 끊임없이 변한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명상을 하는 사람은 의식적으로 그 과정을 조절해 뇌의 기능적·구조적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음챙김 명상에 관한 연구는 근년 들어 크게 늘었다. 미국명상연구협회에 따르면 2014년 관련 논문이 535편 발표됐다(1980년엔 겨우 3편이었다). 한 연구에서 명상을 하는 사람은 노화에 따른 뇌의 회백질 손실이 적게 나타났다. 다른 연구는 ‘자주 명상하면 노화와 관련된 인지기능 감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2012년 발표된 연구 결과에선 명상으로 수련한 햇수가 길수록 뇌 피질의 주름이 더 많아졌다. 뇌의 정보처리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뜻이다. 다른 연구에선 그런 사람의 전전두엽 피질과 우측 뇌섬엽이 두꺼워졌다. 둘 다 주의력, 감정 인식을 관장하는 뇌 부위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5년 이상 명상을 한 사람은 해마에서 회백질이 크게 늘어났다. 해마는 기억과 학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뇌 부위다. 훈련으로 신경세포 생성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자주 명상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뜻이다.
마음챙김으로 뇌를 재설계한다
무엇보다 자극에만 반응하지 않고 뇌가 평정을 되찾도록 훈련하는 것이 비파사나 명상이다. 자신이 충동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파리가 목에 앉으면 얼마나 신속히 손이 그곳을 내리치는지 관찰해보라. 어쩌면 파리의 존재를 인식하기도 전에 그런 행동이 나온다. 예를 들어 나는 채팅 프로그램의 알림 소리에도 그렇게 반응한다.
이런 반사적인 반응은 정서의 영역으로도 확대된다. 부정적인 일이 발생하거나 담배든 술이든 친구의 동의든 뭔가를 간절히 원할 때 우리는 생각 없이 반응한다. 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져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정서적으로 똑같이 반응한다.
바로 거기서 명상이 ‘생체해킹’의 위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반사적 반응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아내 계속 반복하면 행동을 고칠 수 있다. 뉴멕시코대학의 임상심리학 교수 케이티 위트키에비츠는 “행동이 달라지면 뇌도 변한다”고 말했다.
위트키에비츠 교수는 워싱턴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을 때 비파사나 명상이 중독증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구하는 팀에 합류했다. 첫 테스트가 2001년 시애틀의 중독치료센터에서 경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 센터의 의료실장 루시아 메이저는 비파사나 명상을 직접 해본 뒤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가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지 알아보고자 했다. 그녀는 치료센터를 명상센터로 바꿔 워싱턴대학 팀에 명상의 중독치료 효과 연구를 맡겼다.
위트키에비츠 교수는 “효과가 놀라웠다”고 돌이켰다. 퇴소 6개월 뒤 10일간의 명상 수련을 거친 환자들은 일반 중독치료만 받은 환자보다 회복이 빨랐다. 정신건강도 훨씬 개선됐다. 무작위 표본 연구는 아니었지만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그 직후 무작위 표본 시험이 3차례 실시됐다. 다양한 중독증 환자가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완화(MBSR, 일명 힐링 명상)’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비파사나의 세속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위트키에비츠 교수는 “마약 사용과 폭음이 크게 줄었고 정신건강이 상당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MBSR의 핵심은 의식적으로 모든 행동을 멈추고 자신의 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다. 위트키에비츠 교수는 “중독증을 앓는 사람은 마약이나 술에 취할 방법을 계속 찾는다”며 “그런 갈망을 억제하며 가만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연습을 하면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환자는 명상을 통해 자신이 경험하는 감정에 집중한 뒤 그런 감정이 사라질 때까지 견디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나는 2014년 겨울 마음이 너무도 산란할 때 우연히 비파사나 명상을 접했다. 무엇이든 마음을 진정시킬 방법을 찾던 중 조카가 비파사나 명상센터에서 돌아와 부러울 정도로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삶을 완전히 뜯어고칠 방법이 필요하다는 나의 하소연을 들은 뒤 비파사나 명상을 권했다.
나는 별로 기대하지 않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기다리는 동안 명상 스마트폰 앱과 마음챙김 명상을 실천하는 실리콘밸리의 신생업체들이 언론에 계속 소개되자 약간 솔깃했다. 6개월 뒤 프로그램에 참가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명상 수련 3일째 아침 내 마음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평온을 얻지 못하고 이 생각 저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마치 심통부리는 아이에게 끌려다니는 듯했다.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애쓸수록 온갖 잡생각으로 더욱 혼란스러웠다. 수련원에 들어오기 전에 들었던 노래가 귓전에 맴돌았다. 심지어 고교 시절 스페인어 시간에 외웠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노래도 계속 떠올라 마음 속으로 반복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생각이 추상적으로 변했다. 떠오르는 이미지를 억누르려고 눈을 감은 상태에서 눈꺼풀 아래 안와의 어두운 윤곽에 집중했다. 역효과가 났다. 곧 어두운 바탕에 붉고 푸르고 노란 타원형 형태가 눈앞에서 맴돌았다. 현란한 빛의 쇼였다.
최대한 고요하게 그 빛의 쇼까지 내 마음에서 밀쳐냈다. 그러자 서서히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생각들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게 됐다. 그 생각들은 나에게서 떨어져나가 저 혼자 신나게 돌아다녔다.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차츰 요란하던 생각들이 흐릿해졌다. 그 후로 명상이 더 쉬워졌다.
그 이틀 뒤 산책에 나섰다. 아침 명상이 비교적 잘 됐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했다. 현재 일어나는 일에만 집중했다. 현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내 키 정도 높이의 잎 없는 관목이 있었다. 그 나무 속에 만들어진 새 둥지가 눈에 들어왔다. 둥지 속을 들여다 보려고 몸을 기울이자 헐벗은 나뭇가지들이 시야를 채웠다. 곧 눈이 햇빛에 적응되면서 빈 둥지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러자 통통한 검은 개미 수십 마리도 내 초점 안에 들어왔다. 개미들은 내 시야의 구석구석에서 나뭇가지를 부지런히 오르내렸다. 새 둥지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개미들이 뚜렷이 보였다. 모든 구석에 초점이 맞춰진 아이맥스 영화를 보는 듯했다.
그 후론 숲속 산책이 감각을 단련시키는 훈련이었다. 조금씩 펼쳐지는 어린 잎에서 솜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숲 바닥에 낙엽이 차곡차곡 쌓이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나무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같았다. 어느 날 오후 작은 새 한 마리가 나무에 앉았다. 동고비의 일종이었다. 회갈색 몸통이 자그만한 어린아이 주먹만했다. 하지만 새의 발톱이 나무껍질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강아지 발톱이 마룻바닥을 긁는 듯했다. 부근에서 얕은 물이 느릿느릿 흘러가는 소리도 들렸다.
비파사나 명상 과정을 이수한 다른 사람도 아주 민감해진 감각에 관해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위트키에비츠 교수는 “모든 감각이 더 선명하고 강해졌다”고 말했다. “심지어 음식도 더 맛있었다.”
데이빗슨 박사는 “글을 읽을 때 돋보기를 쓰는데 수련하는 동안엔 돋보기 없이도 글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효과가 지속되진 않았지만 시력이 나아진 건 분명했다.”
전 남편에 대한 원망도 사라져
대화가 중단됐을 때 황급하게 다른 이야깃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차츰 사라지고 현재 일어나는 일에 좀 더 집중하게 됐다. 시간도 예전보다 천천히 흐르는 듯했다. 남은 생에 무엇을 해야 할지 노심초사하는 시간도 줄었다. 최근의 대인 관계를 돌이켜보며 나의 잘못을 조목조목 따지고 후회하는 일도 적어졌다. 무엇보다 전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졌다.
그런 마음 상태가 현실에서도 적용되는지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그에게 커피 한잔하자고 연락했다. 신파조로 이혼한 후 첫 만남이었다. 그와 대화하면서 이전에 느끼던 원망을 내 마음 속에서 의식적으로 찾아보려 했다. 그러나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는 법을 배웠다고 하면 너무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 그랬다.
더 놀라운 변화도 있었다. 내가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전에 수면과 생물학적 리듬을 연구하는 펜실베이니아대학 펄먼 의과대학원 교수 마티아스 배스너는 수련 전과 후에 나의 갑상선 호르몬과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해보자고 제안했다. 두 호르몬 모두 스트레스와 관련 있다. 배스너 교수는 마음챙김의 훈련 과정에서 그 호르몬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수련을 떠나기 일주일 전 내 갑상선 호르몬 수치는 약간 비정상이었고,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은 정상 상한선보다 4포인트나 높았다. 수련을 마치고 이틀 뒤 다시 측정했다. 갑상선 호르몬 수치는 1포인트가 떨어졌다. 배스너 교수는 그런 결과를 얻으려면 약을 최소한 6주는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르티솔 수치는 거의 10포인트가 떨어졌다. 완전 정상이었다. 스트레스 완화 보조제를 몇 달 동안 복용한 효과와 맞먹었다.
수련하는 동안 집에 돌아가면 삶이 크게 바뀌리라고 기대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밥맛이 약간 좋아지거나 가족 관계가 약간 덜 괴로워지는 것 같은 사소한 변화도 대단한 효과라고 했다. 그러나 그런 작은 변화들은 꾸준히 노력하면 내 마음의 작동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평범하면서도 놀라운 깨달음의 증거였다.
나의 뇌, 그리고 좀 더 나아가 내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팝송 가락으로 들뜬 내 마음의 일부를 일시적으로 가라앉히는 법을 처음 터득했을 때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비록 잠깐이었지만 정신과 몸을 분리할 수 있었다. 그런 분리를 통해 내 몸이 나아갈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 ZOË SCHLANGER NEWSWEEK 기자 / 번역 이원기
초보자를 위한 간단한 명상
몸의 각 부위와 호흡에 집중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억제하라명상을 제대로 하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뇌세포가 증가하며 노화에 따른 인지력 감퇴를 늦출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10일간의 명상 수련 프로그램에 참가할 여유가 없을 때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마음챙김에 입문하는 초보적인 기법을 소개한다.
서서히 시작하라 기차를 타거나 책상에 앉아 있을 때 발에 집중하라. 발가락 하나하나가 바닥에 닿는 지점을 느낄 수 있는가? 발바닥도 그렇게 느껴보라. 그 다음 손도 똑같이 해보라. 각 손가락이 닿는 곳의 느낌에 집중하라. 머리 속에서 몇 초씩 간격을 두고 하나씩 차례로 느껴보라. 그 다음 한꺼번에 느껴보라. 공기가 손 피부에 닿는 느낌이 어떤가?
호흡에 초점을 맞춰라 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고 3분 동안 코로 평상시대로 숨 쉬며 호흡에 집중하라. 어느 콧구멍으로 공기가 통과하는가? (희한하게도 대다수의 경우 한번에 한쪽으로만 공기가 들락거린다.) 느낌이 어떤가? 호흡에 초점을 맞추면서 마음을 가라앉혀 생각을 억제하라.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르면 한쪽으로 치워두고 호흡에 다시 집중하라.
몸을 일깨워라 아침에 잠에서 깨면 일어나기 전에 눈을 감고 몇 분 동안 가만히 있어라. 먼저 각 팔에, 그 다음 다리에 집중하며 각 부분의 느낌에 초점을 맞춰라. 이불이 피부에 닿는 곳을 느낄 수 있는가? 이불 밖에 나간 발이 이불 속의 발보다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가? 발이 무겁게 느껴지는가? 몸의 특정 부위가 불편하게 느껴지더라도 1∼2분 이상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라. 짜증 내지 말고 그냥 불편함을 인정하라. 서서히 몸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서 몇 초씩 간격을 두고 각 부위의 느낌을 인지하라. 하루 생활에 적응하는데 효과가 좋다.
좌절하지 마라 마음이 계속 산란하거나 눈이 자꾸 떠진다면 그런 상황을 인지하되 집착하지 마라. 코로 숨이 들락거리는 호흡에 다시 집중하면서 전체 과정을 반복하라. 명상은 결코 쉽지 않고 명상 체험은 매일 다를 수 있다. 잘 안 된다고 짜증 낼 필요 없다. 그냥 다시 시작하라.
― ZOË SCHLA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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