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사태, 왜 매번 용인에서…] 교통 불편하고 인프라 부족한데 물량 넘쳐
[미분양 사태, 왜 매번 용인에서…] 교통 불편하고 인프라 부족한데 물량 넘쳐
아파트 분양 열풍이 거짓말처럼 식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냉각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실수요자는 숨을 죽이고 있고,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건설 업계는 ‘눈물의 파격 할인’ 행사에 나서며 쓰린 속을 달래고 있다. 위례·광교·동탄 등 수도권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최고 300대 1에 달했던 것이 불과 3~4개월 전 일이다. 과잉 공급이 문제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0, 11월 분양승인 물량은 각각 8만4000가구, 7만3000가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1~2위에 해당한다. 특히 경기도 용인이 심각하다. ‘용인불패’라 불리며 버블세븐 지역 중 하나로 꼽힌 것도 이미 10년 전 얘기다. 실수요는 바닥났고, 교통·생활·환경 인프라는 미비한데 공급만 불어난 탓이다. 용인은 다시 미분양의 블랙홀로 전락했다. 용인 수지의 한 공인중개사는 “예전과 같은 호황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9724 가구로, 전월 대비 54.3%(1만7503가구) 급증했다. 증가율로는 통계가 처음 작성된 1993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증가량을 봐도 2008년 6월(1만9060가구) 이후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만1809가구로 가장 많았다. 한 달 새 미분양 주택이 9299가구(74.3%)나 늘었다. 서울(241가구)의 100배에 가까운 규모다. 두 번째로 미분양이 많은 충청남도(6618가구)의 4배 수준에 가깝다. 경기도 중에서도 용인은 11월에만 4200가구가 급증, 8156가구를 빈 집으로 남기며 전국 시·군·구 가운데 가장 많은 미분양을 기록했다. 용인은 지난 2009년 이후 ‘미분양 불명예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이유가 뭘까. 우선 ‘밀어내기 분양’이 지목된다. 지난해 1~11월 주택 인허가 건수는 66만7163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44만5984가구) 대비 49.6% 급증했다. 미분양이 많은 용인과 김포·일산·화성 등이 포함된 경기도는 23만9666가구로 전체의 35.9%를 차지했다. 이 기간 착공 건수는 전국 63만4325가구였고, 경기도는 36.2%에 해당하는 22만9379가구였다. 정부가 2013년부터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 규제를 풀면서 시장에 온기가 돌자 건설사가 공급을 서둘렀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시장 상황과 수요를 살핀 뒤 착공에 나서기 때문에 인허가 1~2년 뒤에야 착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난해는 분양시장에 활력이 돌다 보니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리가 강하게 일었다. 특히 용인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죽전·수지·신갈·구갈·구성·동백·기흥·서천 등지에서 과도하게 택지개발이 이뤄졌다. 서울의 전세난 영향으로 경기도 이주 수요가 많았다는 점도 건설사의 과다 공급을 부추겼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회복과 신분당선 연장 등 지역적 호재가 맞물리면서 대단지 아파트 분양이 줄을 이었다”며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지는 바람에 미분양도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건설사가 과욕을 부리면서 수요 예측에 실패하거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점도 미분양 증가를 부채질했다. 용인 처인구 남사면에 6800가구의 대단지로 조성된 ‘e편한세상 한숲시티’의 경우 지난해 11월 분양에 나섰지만 전체 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3000가구 정도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이 아파트는 한 번에 분양한 최대 세대 단지로 한국기네스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단지가 기흥CC와 레이크힐스용인CC 사이에 위치하며 대중교통으로 진·출입이 어려운 등 입지 여건이 크게 떨어진다. 도심 진출로는 오산시청·용인시청으로 통하는 82·321번 지방도로 둘 뿐이다.
수지 동천동과 상현·신봉동, 용인시청 인근 행정타운, 기흥역 인근도 미분양이 집중됐다. 동천동의 경우 팔리지 않은 대부분 물량은 전용면적 101㎡ 이상의 대형 주택이었다. 분양가가 3.3㎡당 1600만~1700만원으로 높아 수요가 많지 않았다. 또한 동천동은 수지의 서울 방향 끝자락이라 출근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점도 약점이었다. 행정타운과 기흥역 역시 용인시청 인근의 주거 수요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20~30%가량의 물량을 미분양으로 남겼다. 광교와 가까운 상현동과 신봉동은 2010년을 전후해 광교산 동남부 지역의 개발이 완료되며 공급이 크게 늘어난 탓에 미분양이 많았다. 건설사는 광교의 후광 효과를 노리고 분양에 적극 나섰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입주는 2010년 시작됐지만 분양사무소가 아직도 운영 중이다. 만성적인 차량 정체와 생활 인프라 부족 등 인근 신도시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도 미분양 증가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용인은 신도시개발 계획으로 지어진 분당·광교·판교·동탄 등과는 달리 일반 택지지구로 개발했다. 신도시에 비해 녹지·도로망 등 간접시설이 열악하고, 학교·상가 등 생활 인프라도 부족하다. 간선 도로가 좁아 수지-죽전-동백을 관통하는 43번 국도는 상습 정체 구간으로 악명이 높다.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려면 10km 이상 떨어진 판교IC나 수원신갈IC를 이용해야 한다. 서울행 좌석버스를 이용하면 수지 상현동에서 판교IC까지 30분 안팎, 서울 강남까지 1시간 가량 소요되는 등 도로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길다. 수지나 서천지구에서는 용인서울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지만, 내곡IC나 양재IC에서 분당·판교에서 진입하는 차량과 만나 서울 중심까지 진입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신도시는 대규모 산업·기업 단지를 조성해 배후 수요를 꾸리는 데 비해 용인은 이렇다 할 기업 기반이 없다. 수요자 입장에서 용인과 인근의 다른 지역을 저울질한다면 분당·판교·광교·영통이 더욱 매력적이다. 지난해 11월 수원시의 미분양 아파트는 109가구에 불과하고, 성남시는 한 가구도 없다.
국토부는 용인 미분양 사태를 공급 과잉에 따른 일시적인 ‘소화불량’으로 보고 있다. 신규 분양 승인이 크게 늘고 주택 수요자의 기대심리가 낮아졌지만, 미분양 증가세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 정책과장은 “한 달 만에 1만7000가구가 넘는 미분양 증가는 부담스럽지만, 주택 업계에 충분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업계에서도 신규 분양 물량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올해도 민간에서만 32만 가구를 신규 분양할 계획이고, 지난 2년 간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실수요가 많이 소진됐다는 점은 우려할 요인이다. 건설사로서는 보유한 택지를 그대로 두면 금융비용이 들고, 세금도 내야 하기 때문에 분양가를 내려서라도 처리해야 할 처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가계부채 증가와 대출심사 강화, 높은 분양가, 금리 인상 예고 등 악재가 끼어있다”며 “시장 심리는 위축됐는데, 공급은 계속 나오고 있어 미분양을 해소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지난해 미분양된 아파트가 대부분 소진되지 않은 상태로 있어 올해 공급 과잉이 이어질 경우 미분양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건설사는 거액의 인센티브를 걸고 미분양 물량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객을 대상으로도 분양가 40% 할인과 발코니 무상 확장, 빌트인 가구 무료 제공, 중도금·잔금 무이자 등의 혜택을 쏟아내고 있다. 용인 대형 택지지구에서는 ‘회사 보유 물량 특별 할인분양’이라는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 분양대행사 직원은 “취·등록세까지 지원하겠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광교나 판교·수원 등지의 물량을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토로했다.
올해 시장금리가 오르고 가계대출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지면 금융비용이 늘어 계약 취소나 미입주 같은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주택담보대출 거치기간이 3년에서 1년으로 짧아지고, 대출금리가 인상되면 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는 것이 건설 업계의 우려”라고 말했다. 이광수 미래에셋 증권 연구원은 “미분양이 늘면 준공·입주까지 2년여 동안 건설사의 재무적 부담이 커진다”며 “선제 할인분양 등을 고민해야 하며, 소탐대실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 주택시장이 최근 들어 급랭하고 있다는 점도 용인의 미분양 부담을 키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1800가구로 전월(1783가구) 대비 0.9% 감소했다. 용인과 가격대가 비슷한 노원·도봉·강북구는 1618가구에서 1219가구로 24.7% 급감했다. 겨울철 이사 수요가 줄어드는 계절적 요인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정체하고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정부의 정책 효과와 시장 변화는 일반적으로 투자수요가 많은 강남 지역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 KB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의 1㎡당 가격은 지난해 11월 5주차 때 1014만원이던 것이, 12월 4주차에는 1010만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서초구도 소폭 내렸다. 청담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여전히 재건축을 노리고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있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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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블랙홀로 전락
이유가 뭘까. 우선 ‘밀어내기 분양’이 지목된다. 지난해 1~11월 주택 인허가 건수는 66만7163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44만5984가구) 대비 49.6% 급증했다. 미분양이 많은 용인과 김포·일산·화성 등이 포함된 경기도는 23만9666가구로 전체의 35.9%를 차지했다. 이 기간 착공 건수는 전국 63만4325가구였고, 경기도는 36.2%에 해당하는 22만9379가구였다. 정부가 2013년부터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 규제를 풀면서 시장에 온기가 돌자 건설사가 공급을 서둘렀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시장 상황과 수요를 살핀 뒤 착공에 나서기 때문에 인허가 1~2년 뒤에야 착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난해는 분양시장에 활력이 돌다 보니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리가 강하게 일었다. 특히 용인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죽전·수지·신갈·구갈·구성·동백·기흥·서천 등지에서 과도하게 택지개발이 이뤄졌다. 서울의 전세난 영향으로 경기도 이주 수요가 많았다는 점도 건설사의 과다 공급을 부추겼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회복과 신분당선 연장 등 지역적 호재가 맞물리면서 대단지 아파트 분양이 줄을 이었다”며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지는 바람에 미분양도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건설사가 과욕을 부리면서 수요 예측에 실패하거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점도 미분양 증가를 부채질했다. 용인 처인구 남사면에 6800가구의 대단지로 조성된 ‘e편한세상 한숲시티’의 경우 지난해 11월 분양에 나섰지만 전체 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3000가구 정도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이 아파트는 한 번에 분양한 최대 세대 단지로 한국기네스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단지가 기흥CC와 레이크힐스용인CC 사이에 위치하며 대중교통으로 진·출입이 어려운 등 입지 여건이 크게 떨어진다. 도심 진출로는 오산시청·용인시청으로 통하는 82·321번 지방도로 둘 뿐이다.
수지 동천동과 상현·신봉동, 용인시청 인근 행정타운, 기흥역 인근도 미분양이 집중됐다. 동천동의 경우 팔리지 않은 대부분 물량은 전용면적 101㎡ 이상의 대형 주택이었다. 분양가가 3.3㎡당 1600만~1700만원으로 높아 수요가 많지 않았다. 또한 동천동은 수지의 서울 방향 끝자락이라 출근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점도 약점이었다. 행정타운과 기흥역 역시 용인시청 인근의 주거 수요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20~30%가량의 물량을 미분양으로 남겼다. 광교와 가까운 상현동과 신봉동은 2010년을 전후해 광교산 동남부 지역의 개발이 완료되며 공급이 크게 늘어난 탓에 미분양이 많았다. 건설사는 광교의 후광 효과를 노리고 분양에 적극 나섰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입주는 2010년 시작됐지만 분양사무소가 아직도 운영 중이다.
만성 차량 정체도 악영향
국토부는 용인 미분양 사태를 공급 과잉에 따른 일시적인 ‘소화불량’으로 보고 있다. 신규 분양 승인이 크게 늘고 주택 수요자의 기대심리가 낮아졌지만, 미분양 증가세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 정책과장은 “한 달 만에 1만7000가구가 넘는 미분양 증가는 부담스럽지만, 주택 업계에 충분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업계에서도 신규 분양 물량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올해도 민간에서만 32만 가구를 신규 분양할 계획이고, 지난 2년 간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실수요가 많이 소진됐다는 점은 우려할 요인이다. 건설사로서는 보유한 택지를 그대로 두면 금융비용이 들고, 세금도 내야 하기 때문에 분양가를 내려서라도 처리해야 할 처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가계부채 증가와 대출심사 강화, 높은 분양가, 금리 인상 예고 등 악재가 끼어있다”며 “시장 심리는 위축됐는데, 공급은 계속 나오고 있어 미분양을 해소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지난해 미분양된 아파트가 대부분 소진되지 않은 상태로 있어 올해 공급 과잉이 이어질 경우 미분양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건설사는 거액의 인센티브를 걸고 미분양 물량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객을 대상으로도 분양가 40% 할인과 발코니 무상 확장, 빌트인 가구 무료 제공, 중도금·잔금 무이자 등의 혜택을 쏟아내고 있다. 용인 대형 택지지구에서는 ‘회사 보유 물량 특별 할인분양’이라는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 분양대행사 직원은 “취·등록세까지 지원하겠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광교나 판교·수원 등지의 물량을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토로했다.
올해 시장금리가 오르고 가계대출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지면 금융비용이 늘어 계약 취소나 미입주 같은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주택담보대출 거치기간이 3년에서 1년으로 짧아지고, 대출금리가 인상되면 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는 것이 건설 업계의 우려”라고 말했다. 이광수 미래에셋 증권 연구원은 “미분양이 늘면 준공·입주까지 2년여 동안 건설사의 재무적 부담이 커진다”며 “선제 할인분양 등을 고민해야 하며, 소탐대실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택경기 급랭에 위기감 커져
-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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