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사태, 왜 매번 용인에서…] 교통 불편하고 인프라 부족한데 물량 넘쳐
[미분양 사태, 왜 매번 용인에서…] 교통 불편하고 인프라 부족한데 물량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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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블랙홀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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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뭘까. 우선 ‘밀어내기 분양’이 지목된다. 지난해 1~11월 주택 인허가 건수는 66만7163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44만5984가구) 대비 49.6% 급증했다. 미분양이 많은 용인과 김포·일산·화성 등이 포함된 경기도는 23만9666가구로 전체의 35.9%를 차지했다. 이 기간 착공 건수는 전국 63만4325가구였고, 경기도는 36.2%에 해당하는 22만9379가구였다. 정부가 2013년부터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 규제를 풀면서 시장에 온기가 돌자 건설사가 공급을 서둘렀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시장 상황과 수요를 살핀 뒤 착공에 나서기 때문에 인허가 1~2년 뒤에야 착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난해는 분양시장에 활력이 돌다 보니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리가 강하게 일었다. 특히 용인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죽전·수지·신갈·구갈·구성·동백·기흥·서천 등지에서 과도하게 택지개발이 이뤄졌다. 서울의 전세난 영향으로 경기도 이주 수요가 많았다는 점도 건설사의 과다 공급을 부추겼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회복과 신분당선 연장 등 지역적 호재가 맞물리면서 대단지 아파트 분양이 줄을 이었다”며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지는 바람에 미분양도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건설사가 과욕을 부리면서 수요 예측에 실패하거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점도 미분양 증가를 부채질했다. 용인 처인구 남사면에 6800가구의 대단지로 조성된 ‘e편한세상 한숲시티’의 경우 지난해 11월 분양에 나섰지만 전체 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3000가구 정도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이 아파트는 한 번에 분양한 최대 세대 단지로 한국기네스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단지가 기흥CC와 레이크힐스용인CC 사이에 위치하며 대중교통으로 진·출입이 어려운 등 입지 여건이 크게 떨어진다. 도심 진출로는 오산시청·용인시청으로 통하는 82·321번 지방도로 둘 뿐이다.
수지 동천동과 상현·신봉동, 용인시청 인근 행정타운, 기흥역 인근도 미분양이 집중됐다. 동천동의 경우 팔리지 않은 대부분 물량은 전용면적 101㎡ 이상의 대형 주택이었다. 분양가가 3.3㎡당 1600만~1700만원으로 높아 수요가 많지 않았다. 또한 동천동은 수지의 서울 방향 끝자락이라 출근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점도 약점이었다. 행정타운과 기흥역 역시 용인시청 인근의 주거 수요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20~30%가량의 물량을 미분양으로 남겼다. 광교와 가까운 상현동과 신봉동은 2010년을 전후해 광교산 동남부 지역의 개발이 완료되며 공급이 크게 늘어난 탓에 미분양이 많았다. 건설사는 광교의 후광 효과를 노리고 분양에 적극 나섰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입주는 2010년 시작됐지만 분양사무소가 아직도 운영 중이다.
만성 차량 정체도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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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용인 미분양 사태를 공급 과잉에 따른 일시적인 ‘소화불량’으로 보고 있다. 신규 분양 승인이 크게 늘고 주택 수요자의 기대심리가 낮아졌지만, 미분양 증가세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 정책과장은 “한 달 만에 1만7000가구가 넘는 미분양 증가는 부담스럽지만, 주택 업계에 충분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업계에서도 신규 분양 물량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올해도 민간에서만 32만 가구를 신규 분양할 계획이고, 지난 2년 간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실수요가 많이 소진됐다는 점은 우려할 요인이다. 건설사로서는 보유한 택지를 그대로 두면 금융비용이 들고, 세금도 내야 하기 때문에 분양가를 내려서라도 처리해야 할 처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가계부채 증가와 대출심사 강화, 높은 분양가, 금리 인상 예고 등 악재가 끼어있다”며 “시장 심리는 위축됐는데, 공급은 계속 나오고 있어 미분양을 해소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지난해 미분양된 아파트가 대부분 소진되지 않은 상태로 있어 올해 공급 과잉이 이어질 경우 미분양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건설사는 거액의 인센티브를 걸고 미분양 물량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객을 대상으로도 분양가 40% 할인과 발코니 무상 확장, 빌트인 가구 무료 제공, 중도금·잔금 무이자 등의 혜택을 쏟아내고 있다. 용인 대형 택지지구에서는 ‘회사 보유 물량 특별 할인분양’이라는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 분양대행사 직원은 “취·등록세까지 지원하겠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광교나 판교·수원 등지의 물량을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토로했다.
올해 시장금리가 오르고 가계대출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지면 금융비용이 늘어 계약 취소나 미입주 같은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주택담보대출 거치기간이 3년에서 1년으로 짧아지고, 대출금리가 인상되면 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는 것이 건설 업계의 우려”라고 말했다. 이광수 미래에셋 증권 연구원은 “미분양이 늘면 준공·입주까지 2년여 동안 건설사의 재무적 부담이 커진다”며 “선제 할인분양 등을 고민해야 하며, 소탐대실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택경기 급랭에 위기감 커져
- 김유경 기자 kim.yukyou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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