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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는 계속 떨어진다

유가는 계속 떨어진다

“사우디-이란 간의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글로벌 경제가 정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사진은 사우디의 시아파 성직자 처형을 규탄하는 이란 시위대.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관계 단절로 1월 4일 유가가 상승했다. 그와 함께 양국간 갈등으로 석유공급이 급감하거나 지역의 주요 통상로가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내에 공급이 급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세계 시장에 원유가 과잉 공급된 상태인데다 주요 수송로 보호에 세계 각국의 이해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에너지 업계 애널리스트들이 지난 4일 분석했다.

“말만으로 배럴 당 유가가 20~30달러로 뛰지는 않을 것”이라고 미국 뉴욕에 있는 에너지 관리 연구소의 공동설립자 도미닉 치리셀라는 내다봤다. “하지만 순전히 정치적 리스크가 유가를 떠받치는 역할을 할 듯하다.”

1월 첫 주말 사이 사우디가 이란과 단교한 뒤 월요일(4일) 뉴욕시장의 석유 선물가격이 3.5% 상승했다. 사우디가 저명한 시아파 성직자를 처형한 뒤 이란 시위대가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했다. 이에 맞서 사우디 외무장관은 지난 3일 사우디 내 이란 외교관들에게 48시간 내에 떠나라고 통보했다.

양국의 외교관계 단절로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충돌 위험이 고조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수출 관문이다. 하루 약 1600만 배럴의 원유(전 세계 석유 거래량의 20%)가 3.2㎞ 너비의 이 해상교통로를 통과한다. 페르시아만에서 대해로 나가는 관문이다. 2008년 이란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공격해올 경우 해협을 폐쇄해 글로벌 석유시장을 붕괴시키겠다고 위협했다.

“어떻게든 해협이 봉쇄된다면 글로벌 경제가 정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뉴욕 소재 오펜하이머 홀딩스의 선임 석유·가스 업종 담당 파델 가이트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그런 까닭에 해협 폐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그는 말했다. 다른 나라들이 석유공급을 보호하고 글로벌 불황을 막기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08년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분쟁 중 미국 군 당국이 개입을 선언한 바 있다.

“미국·러시아·중국·유럽 등 세계의 주요국가 모두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행 보장 문제에서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고 가이트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아무도 그런 상황을 원치 않는다.”

무력충돌로 사우디와 이란의 석유생산에 차질이 생긴다 해도 세계시장에는 공급감소를 견뎌낼 만큼 원유가 넉넉히 비축돼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 셰일층으로부터의 충분한 공급 덕분에 지난해 석유 비축분이 무려 30억 배럴에 육박했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이처럼 넘쳐나는 원유 재고는 지정학적 충격이나 예기치 못한 공급중단을 이겨낼 만큼 전례 없이 든든한 버팀목 구실을 한다”고 IEA는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밝혔다.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계속 늘려가기 때문에 원유 비축분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사우디 정부가 석유를 시장에 쏟아부어 글로벌 유가를 끌어내리며 경쟁자들을 압박하는 정책에 변화를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내다봤다. 유가가 낮으면 사우디가 이란에 대해 우위를 점하게 된다. 이란은 원유 판매수입 감소를 견뎌낼 만한 재정적 여력이 많지 않다.

“사우디가 유가를 최대한 낮게 유지하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가이트 애널리스트는 덧붙였다. “그렇게 하면 상대적으로 자신들도 타격을 받겠지만 이란 경제체제가 무너지게 된다.”

사우디는 지난해 980억 달러에 가까운, 다시 말해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예산적자를 기록했다. 그래도 사우디의 외환보유고는 여전히 7000억 달러를 웃돈다고 한다. 40달러를 밑도는 배럴 당 유가수준이 몇 년 더 지속돼도 충분히 버텨낼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와 미국산 원유 모두 지난해 6월의 고점 대비 3분의 2 가까이 급락했다. 글로벌 원유 공급과잉,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 경제강국들의 수요 감소가 원인이었다.

올해 이란의 세계 석유시장 복귀가 예상된다. 이는 지난 수개월 동안 유가를 압박하는 주요 요인이었다. 이란 당국은 서방 제재가 해제되기만 하면 석유수출량을 하루 50만~100만 배럴 늘릴 수 있다고 했다. 가이트를 비롯한 애널리스트들은 이란의 생산량이 그보다 훨씬 적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유가 시장에 추가로 유입되면 공급과잉이 심화돼 1년 내내 유가가 바닥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란의 석유 매장량은 세계 4위 규모다.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제재조치로 이란의 석유·천연가스 수입이 크게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에 따르면 2011~2012 회계연도의 약 1180억 달러에서 2013~2014 회계연도엔 560억 달러로 급감했다.

석유판매 수입의 확대가 절실하다는 점에서 이란은 사우디와의 이번 싸움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치리첼라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이란은 사우디와의 싸움 이상으로 석유 수출을 늘리고 싶어 한다. 이번 싸움이 계속되면 사우디보다 이란이 잃는 게 훨씬 더 많다.”

석유는 중동의 복잡한 지정학 구도에서 파괴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됐다. 그리고 사우디는 지역 라이벌 이란을 겨냥해 그 무기를 무자비하게 휘두르고 있다. 슈퍼파워 산유국인 사우디는 의도적으로 시장에 석유를 넘치게 공급해 왔다. 경제 제재 해제를 앞두고 석유생산을 늘리고 있는 이란이 챙겨가는 이익을 어떻게든 줄이려는 노림수다. 중국의 석유수요 감소, 미국의 석유수출 금지조치 해제와 맞물려 올해도 저유가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에너지 분석가와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사우디가 자국 경제가 받는 타격을 무릅쓰고 공급확대 정책을 계속하는 목적은 순전히 지정학적 원인에서 비롯된다”고 워싱턴 DC 소재 싱크탱크인 대서양 위원회의 글로벌 에너지 분야 선임 연구원 아리엘 코언이 말했다. “사우디 석유정책의 핵심적인 노림수는 이란 억제다. 그리고 그런 사우디 석유 정책을 움직이는 역학은 수니파 사우디와 시아파 이란 간의 종파 갈등이다.”

이란을 겨냥한 사우디의 행동을 보면 ‘자기 얼굴이 밉다고 제 코를 베어버린다’는 표현만큼 어울리는 말도 없는 듯하다. 이란을 탄압하는 행위는 사우디 경제뿐 아니라 석유 수출로 먹고사는 다른 많은 나라들에게도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사우디는 지난해 1월 이후 하루 석유 생산량을 1000만 배럴 이상으로 꾸준히 늘려 왔다. 지난 10년간에 걸친 하루 생산량 최고 기록을 넘기고 유가를 2004년의 배럴 당 25달러 미만 수준 가까이까지 끌어내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데이터에 따르면 2014년 여름엔 배럴 당 유가가 100달러를 웃돌았지만 지금은 40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된다. OPEC는 카르텔처럼 움직이며 석유 생산량을 조절해 가격을 통제해 왔다. 그러나 지난 1년 사이 각국이 독자적으로 생산량을 결정하도록 허용하면서 유가 하락을 초래했다.

사우디는 자국뿐 아니라 석유 의존도가 높은 다른 나라들의 운명을 좌우하지만 저유가는 사우디의 재정에도 타격을 준다. 하루 퍼올리는 1000만 배럴의 석유 중 700만 배럴을 수출한다. 석유 판매 수입 중 약 90%가 정부 재정으로 들어가며 사우디 전체 GDP의 40%를 차지한다.

그러나 사우디로선 타격을 입게 된다고 해도 이란 제재 해제 후 그들의 계획을 망칠 수만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입장이다.

컴벌랜드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코톡 최고투자책임자는 “사우디의 최대 무기는 최저 가격에 최대한의 물량공세”라며 “그들은 여러 해 동안 버틸 만큼 충분한 자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CNN 머니에 말했다.

지난해만큼 값을 못 받게 된다 해도 이란 정부는 석유 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르면 1월 중 제재가 해제되면 수출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영이란석유회사는 제재 해제 후 일주일 내에 하루 330만 배럴 선인 현재의 생산량을 매일 50만 배럴씩 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생산량을 늘리면 간절히 바라던 수입은 얻겠지만 배럴 당 유가가 100달러 선이던 1년여 전에 기대했던 규모에 크게 못 미칠 것이다.

40년 동안 지속된 석유수출 금지조치를 폐지한다는 미국 정부의 계획도 글로벌 시장 공급과잉의 한 가지 원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유가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새로운 조치로 석유수출 금지가 해제된다고 해도 노스다코타주산 석유만 해당된다고 경제 애널리스트들은 말했다.

“역사적인 맥락에서 유가가 낮은 편은 아니다”고 워싱턴 DC 소재 싱크탱크인 랜드 연구소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키스 크레인이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수출금지 해제조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제한적일 듯하다. 그리고 대국적인 관점에서 노스다코타주산 석유가 세계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선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휴스턴 소재 리포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드류 리포 사장도 같은 생각이다. “하루 100만 배럴을 공급하게 되는 이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중국의 경기둔화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꼽힌다. 따라서 중국의 경기둔화도 세계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 경제의 감속은 부분적으로 제조와 수출 위주에서 미국 식으로 내수의 비중을 더 높이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서 비롯된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기업이익이 2014년 동기 대비 1038억 달러 감소했다고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지난 4일 발표했다. 그와 같은 감소세가 6개월 연속 이어졌다. 이는 올해에도 중국의 경기둔화가 계속되리라는 신호라고 최근 보고서는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중국경제의 원유 의존도가 크게 줄었다. 이는 원유수요와 유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중국이 제조업 국가에서 내수 기반 경제로 점진적으로 전환하면서 나타나는 경기둔화는 2016년 유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코언 연구원은 말했다. “중국이 전과 같은 양의 석유를 소비하고 경제성장을 계속하는 한 확실한 판매 시장이 있고 변함없는 속도로 석유가 팔려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감속에 따라 중국의 석유소비도 줄어들고 있다.”

2016년의 전망은 다분히 어둡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유가가 반등하리라는 주장도 있다. 증권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미츠는 1월 5일의 시장 리포트에서 유가가 결국에는 배럴 당 70달러까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서양 위원회의 코언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유가가 훨씬 낮게 형성돼 상당수 석유 기반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34달러가 바닥으로 여겨지는 현재 상황에선 2020년까지 50달러가 가격상한이 되리라는 IEA의 추정이 러시아·베네수엘라·이란 같은 경제에 불길한 소식이 될 것”이라고 코언 연구원은 말했다. “이런 나라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지 않으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MARIA GALLUCCI, CHRISTOPHER HARRESS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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