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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강한 일본펀드

소리 없이 강한 일본펀드

일본 아베노믹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여전하다. 엔저 효과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일본의 기업 이익이 최대 10% 이상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 판단이다. 실제 해외주식형펀드 수익률 1위가 일본이다. 올해도 여세를 몰아갈지 전문가들을 만나봤다.
지난해 12월 30일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1만9033.71로 마감했다.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 이후 회복세를 나타냈다. / 중앙포토
“왠지 일본펀드 투자는 바로 떠오르지 않네요? 위안부 문제도 그렇고, 신사 참배도 매년 하잖아요. 굳이 일본시장까지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요?”

여의도에서 만난 직장인 이시은(35)씨가 한 말이다. 이씨는 지난해부터 유럽과 중국 펀드에 반반씩 자산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 중국 증시가 대폭락하면서 중국 펀드에서 손해가 나자 중국 펀드에 추가로 자금을 넣을지, 새로운 해외 펀드에 가입할지 고민 중이다. 하지만 펀드매니저가 일본펀드를 권하자 이씨는 우선 반감부터 보였다. 이런 분위기는 시장 기저에도 비슷하게 흐르고 있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대표 김병철)에 따르면 2015년 유럽주식형펀드에 1조5149억이 몰렸지만, 일본주식형펀드에는 7269억원이 유입되는 데 그쳤다. 중국 주식형에서 4168억원이 빠져나간 것보다는 고무적이지만, 투자자가 유럽과 일본펀드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유럽주식형에 투자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 1위는 일본펀드였다. 지난 1년간(1월 12일 기준) 해외펀드 수익에서는 일본주식형이 6.88%로 1위를 기록했다. 유럽주식형은 3.91%로 그 뒤를 따랐다. 투자자에게 실망을 안겨다 준 지역은 중국과 브라질이었다. 이 두 지역의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각각 -13.91%, -40.17%로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줬다.

펀드별로는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의 ‘프랭클린재팬’이 같은 기간 수익률 20.1%로 가장 좋은 성과를 거뒀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노무라일본’(16.54%), KB자산운용의 ‘KB일본블루칩 셀렉션’(13.6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일본 중소형주 펀드도 새로 등장해 자금도 끌어모았다. 2015년 가장 많이 자금이 몰린 일본 중소형주 펀드는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삼성일본중소형 FOCUS’로 지난해 6월에 내놓은 이후 1228억원을 끌어모았다. 다음으로 지난해 4월에 출시한 스팍스자산운용의 ‘스팍스 본재팬’(247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8월에 선보인 ‘미래에셋다이와일본 밸류중소형’(162억원)이 주목받았다.
 2015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 1위
올해도 일본 증시 전망은 밝다. 일본의 ‘아베노믹스’ 정책이 효과를 거두면서 기업들 살림이 나아지고, 더불어 일본 증시가 강한 상승 랠리를 펼치면서 국내 출시 일본펀드가 양호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설명이다. 포브스코리아와 인터뷰한 배정현 스팍스자산운용 전무도 “일본이 지속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펼쳐 유럽·신흥국 증시보다 우세했다. 지난해 연말 종가 1만9000선을 기록했던 닛케이225지수가 올해는 2만2000~2만3000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도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가운데 엔저 효과를 제거하더라도 일본 상장 기업 이익 증가율이 7~10%가량이다. 1%대 수준에 머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라며 일본 증시 긍정론에 힘을 보탰다.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 여세를 몰아 내수 진작까지 도모할 셈이다. 지난해 11월 26일 일본 아베 총리가 게이단렌(經團連)과 회담하고 법인세를 낮추겠다고 밝힌 것.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아베 정부가 2017 회계연도에 20%대 법인세율을 적용한다는 계획이었지만 2016 회계 연도에 법인세를 더 많이 인하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나! 게이단렌 회장 역시 법인세율 인하를 전제로 설비투자를 늘리고, 임금 인상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월 2일 사카키바라 사다유키(原定征) 게 이단렌 회장이 “소비를 끌어내는 데는 임금 인상이 큰 요소다. 지난해 실적이 향상된 기업들은 과거 이상의 연봉 인상을 하길 기대한다”며 기업체에 임금 인상을 강하게 요청했다. 임금 인상이 소비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아베 정부와 뜻을 같이한 셈이다.

일본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통화정책 유지뿐만 아니라 재정정책도 세웠다. 올해 4월부터 3년간 자본금 1억 엔 이하 중소기업이 새로 공장에 도입하는 160만엔 이상의 기계장치와 설비투자 등에 대해 고정자산세를 50% 감면해주는 정책을 시행한다. 소비 증가를 촉진할 3조3213억 엔(약 34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도 1분기에 편성할 예정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정부는 설비투자 확대를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고정자산세를 인하한다. 저소득층 보조금 지급 및 최저임금 인상 등 소비 부양책도 병행해 일본 주식시장의 하방 경직성을 유지해줄 것”으로 내다봤다.
 선진국 중 가장 저평가돼 있어
일본은행(BOJ)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하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일본의 물가 상승 추이를 고려할 때 일본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격 측면에서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신흥국 통화와 비교하면 하락 폭이 크지 않다”며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두드러진 중국 증시 불안, 유가 추가 하락 우려는 변수로 남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4일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0.19%, 중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연 2.7%를 기록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채권금리가 내린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오른다는 뜻이다. 이세일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국채 금리가 떨어지는 배경은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비슷하게 중국 등 신흥국들의 경기 감속 때문이다. 유가 하락, 중국발 금융시장 불안 장기화 등으로 손해를 본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실현 이익이 남아 있는 일본의 주식 환매에 열을 올린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증시가 선진국 시장 중에서 가장 저평가돼있다는 의견이 대세다. 연초부터 중국의 경기 불안으로 일본 10년물 국채금리가 사장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최근 일본 기업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은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취임 이후 두 차례에 걸친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행하면서 엔저에 의한 기업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면서 “목표 인플레이션 달성과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지지율 회복을 위해서라도 추가 양적완화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상대적인 투자매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하나금융투자는 시가총액 1조원을 넘어서는 상장사 중 일본 내수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거나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이 뛰어난 KDDI·브리지스톤·토레이 등을 우량 기업으로 꼽기도 했다.

- 김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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