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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시장에 빙하기 온다

IT 시장에 빙하기 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 업그레이드’와 ‘오늘밤 업그레이드’ 두 가지 옵션만 이용자에게 들이밀며 윈도 10 보급을 강력히 추진하는 듯하다(왼쪽). 지난 1월 하순 IBM은 2015년 마지막 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8.5% 감소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니 로매티 IBM 회장.
마치 마법처럼 유니콘(unicorn,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신생 벤처)이 거의 매일 등장한다. 그것만 보면 IT 업계는 요즘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하드웨어 시장에선 IBM·애플·인텔 등을 비롯한 기업들이 거센 역풍을 만날지도 모른다. PC·태블릿·스마트폰 같은 단말기에 대한 개인 소비자와 기업의 지출이 사상 처음 감소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정적인 뉴스는 시장 조사업체 가트너가 지난 1월 하순 발표한 ‘세계 IT 지출 전망’에서 나왔다. 가트너는 올해 IT 업종 전체적으로 0.6%의 성장에 그친다고 내다봤다. 그중에는 단말기 출고량 증가율이 1.9%에 그친다는 예측도 포함된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른바 클라이언트 기기(네트워크 상의 이용자 쪽 단말기)에 대한 소비자의 지출이 0.5% 줄어든다고 예측한다(물가상승률 미반영 값의 비교). 가트너의 역대 기록상 단말기 지출에서 최초의 감소다.

지난 1월 19일 발표된 IBM의 최근 실적이 이 같은 환경 악화를 뒷받침하는 초기 증거가 됐다. IBM의 지난해 마지막 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8.5% 감소했다. 크레딧 스위스의 애널리스트들은 1월 20일 발표한 리서치 보고서에서 IBM의 목표가격을 125달러에서 11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예상을 밑도는 실적, 그리고 특히 소프트웨어 사업부의 실망스런 매출액이 원인이었다.

그 영향은 곧바로 나타나 IBM 주가는 1월 20일 오후장에서 약 6% 하락한 120.4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1월 하순 기업들의 실적발표 시즌에 돌입하면서 올해 IT 기업들이 직면하게 될 어려움과 관련된 소식이 더 많이 쏟아져 나올 듯하다. 넷플릭스 같은 콘텐트 제공업체들은 계속 성장하는 반면 인텔·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시스코 심지어 애플 같은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개인 소비자용 기기 생산업체의 상황이 전반적으로 가트너가 예상했던 수준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에디슨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리처드 윈저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달러 문제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IT 지출은 5.8% 감소했다. 전적으로 미국 달러화 강세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미국 달러화 강세가 2015년 실적 악화의 주범”이라고 가트너의 데이비드 러브록 리서치 담당 부사장은 말했다. “미국 다국적기업들의 매출액이 2015년 통화의 역풍을 맞았다.” 예컨대 IBM은 20일 발표에서 달러 강세로 인해 마지막 분기 매출액 170억 달러, 순익 3억 달러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달러 값이 오르면 해외시장에서 미국 IT 제품들의 가격이 더 비싸져 수요가 위축된다.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 경제는 붕괴되지 않고 여전히 다른 지역보다 높은 성장을 보이지만 과거 예상했던 만큼 탄탄하지 않다고 러브록 부사장은 진단했다. IT 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변수에 관한 온라인 토론에서다. 러시아와 브라질 모두 침체에 빠져 지금은 가트너의 분석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신흥시장’으로 분류되는 반면 인도는 변함없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신흥시장’으로 남아 있다.

이 같은 통계에 따르면 전체적인 단말기 지출은 감소하겠지만 스마트폰 구입비 지출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트너는 1.2%의 근소한 증가를 예측한다. 단말기 출고량의 2.6% 증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이유는 아이폰 같은 고가 모델들보다는 더 기본형 스마트폰으로 수요가 쏠리는 추세에서 찾을 수 있다.

가트너의 리서치 팀장 로버타 코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기본형 모델로 이동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몇몇 신흥시장 이용자들은 단말기를 교체할 때도 꼭 고급 스마트폰보다는 기본형 모델 항목 내에서 선택한다.”

이 같은 트렌드는 이미 이익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마트폰 업종의 제조업체들에 더 큰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원플러스와 신생기업 넥스트비트 같은 업체들이 북미시장에 진출해 프리미엄 단말기를 중저가에 판매한다. 따라서 상당히 큰 간접비 부담을 안고 시장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소니·삼성·LG같은 대기업들은 경쟁에 더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규모 면에서 상당한 우위를 갖고 있어 그럭저럭 헤쳐나가겠지만 HTC와 블랙베리 같은 업체들은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의 신성 샤오미와 함께 난관에 봉착할 듯하다고 윈저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샤오미는 최근 매출액 목표 달성에 실패한 뒤 450억 달러의 기업가치 평가액에 의문이 제기됐다.
 터널의 끝?
그러나 올해 전망이 온통 어둡기만 한 건 아니다. 가트너는 PC 시장이 회복에 가까운 수준으로 살아나고 내년에는 확실한 상승반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이 같은 변화는 일정 부분 MS의 윈도 10 보급 전략에서 비롯된다. MS는 지난해 7월 윈도 10을 출시할 때 2018년 7월까지 10억 대의 컴퓨터에 그 운영체제를 설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초반에는 주로 무료 업그레이드 정책 덕분에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는 이용자가 급증했지만 그 뒤로 탄력이 떨어졌다.

MS는 1월 중순 인텔의 최신 스카이레이크 칩을 채택한 PC 구입 고객은 모두 18개월 이내에 운영체제를 윈도 10으로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필수 보안 기능 말고는 모든 업데이트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가속화하려는 시도다.

가트너는 이 같은 전략이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며 울트라모바일 항목(태블릿뿐 아니라 MS의 서피스 노트북과 애플 맥북 에어 등을 포함하는 기기들)의 최신 하드웨어, 인텔의 신형 프로세서 모델과 함께 PC 시장의 회복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윈도 10과 인텔의 스카이레이크 구조 기반 PC로의 이동과 함께 울트라모바일 프리미엄 단말기들이 PC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가트너의 란지트 애트왈 리서치 팀장은 말했다. “기업 분야에서 윈도 10의 업그레이드가 이전 버전들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윈저 애널리스트는 중립 관점을 유지하며 올해와 그 이후의 PC 시장이 현상유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는 PC 시장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유일한 분야는 투인 원 단말기(2-in-1 devices, 태블릿 겸 노트북)의 부상이라고 덧붙였다.

- 데이비드 길버트 아이비타임즈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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