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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도 ‘돌격 앞으로’

한국 기업도 ‘돌격 앞으로’

이란의 경제 제재가 풀리자 그동안 주춤했던 한국 기업이 공략에 나섰다. (왼쪽부터)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은 최근 9박 10일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문 사장은 이란 1, 2위의 완성차 제조업체인 ‘이란 코드로(IKCO)’와 ‘사이파(SAIPA)’를 방문해 양사 최고경영진과 회동했다. 사우디 리야드에서는 세계 2위의 종합화학회사인 ‘사빅(SABIC)’을 방문해 유세프 알 벤얀 부회장을 만났다. 이란제재 해제 이후 자동차 사업에 대한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가 해제되면서 인구 7800만, 원유 매장량 4위, 국내총생산(GDP) 400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시장이 열렸다. 기대감은 하늘을 찌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3년간 이란 수출실적이 있는 기업 453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기업의 80.1%는 제재 해제 이후 이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도 이란에서 신성장 동력을 모색 중이다. 전초전의 포문을 연 것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제11차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와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 테헤란 아자디 호텔에서 한국무역협회와 코트라가 공동 주최한 행사에는 삼성전자, 대우인터내셔널, GS건설 등 대기업 39개사, 중소기업 27개사, 업종단체 등 총 95개사 300여 명과 이란투자청(OIETAI), NIOC(이란석유공사) 등 총 500여 명이 참석했다.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이 열린 것은 10년 만이다.

이란 현지 공략에 가장 근접한 기업 중 하나는 포스코다. 현재 1611만t 수준인 조강생산량을 5500만t으로 끌어올릴 계획인 이란은 포스코에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다.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에서 이후근 포스코 전무는 이란 철강사인 PKP와 연산 16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용광로가 없는 친환경 제철기술 ‘파이넥스 공법’을 적용한 차하바 일관제철소 건설에 대한 내용이다.

더불어 한국전력, 포스코에너지, 포스코건설은 약 6억 달러를 투자해 차바하 일관제철소에 전력과 용수를 공급할 500㎿급 화력발전소 건설과 담수 플랜트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가 건설하는 파이넥스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원료로 활용하는 발전소·담수화설비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번 행사가 향후 먹거리를 수주하는 데 최적의 기회라고 본다. 때문에 SK그룹은 사장급 임원을 2명이나 경제사절단에 포함했다. 문 사장을 비롯해 김준 SK에너지 사장 등 2명이 비잔 남다르 장가네 이란 석유부 장관 등을 만났다.

문 사장이 사빅과 미팅 갖는 동안 김 사장도 올해 안에 이란 테헤란 현지에 지사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했다. 문 사장은 “30년 전부터 공고히 다진 신뢰를 기반으로 이란과 SK그룹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모색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삼성그룹에선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필두로 이범순 삼성물산 상사부문 프로젝트사업부 상무와 정중현 삼성중공업 영업팀 상무가 현지에 급파됐다. 삼성물산은 이란 항만·도로·교량 건설이나 병원 설립, 전자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이범순 상무가 현지 관련자를 만났다. 정중현 상무도 이란 국영선사 IRISL과 만나 선박 발주 관련 미팅을 진행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과 박승용 현대중공업 상무가 이란과 사업 강화를 모색 중이다. 이란산 원유 비중을 늘리고 선박 수주 시장을 탐색하기 위해서다. 두산중공업은 이란 발전 담수 시장과 수처리 시장 공략을 위해 두산밥콕·두산스코다파워·두산렌체스 등 해외 자회사를 이란으로 대거 불러 모아 로드쇼를 열었다. 이란에 방문한 김헌탁 두산중공업 설계·조달·시공비즈니스그룹장(부사장)은 “이란은 저성장·저유가로 침체된 세계 인프라 시장을 돌파할 수 있는 거대 시장”이라며 “세계적 발전·담수화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란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트라도 기계·장비, 건설, 화학 분야 등 중소기업 27개사가 참가하는 1대1 무역 상담회와 국내 철강, 조선 분야 대기업 16개사가 참가하는 네트워킹 상담회를 개최해 276건이나 상담을 주선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이란 시장에 얼마나 관심이 큰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콘텐츠진흥원은 한류 문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금융지원방안을,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양국 에너지협력 방향 등을 이란 기업과 정부기관에 설명하고 협력사업 발굴을 제안했다. 이란 측도 투자진흥청에서 투자환경 및 합작투자를 설명하고 이란석유공사의 에너지 인프라 계획을 알리고 한국 기업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이란 시장이 열리면서 이란 경제개발의 혜택이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겠지만 특히 자동차·의약품 산업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산업은 제재 해제 이후 2년 이내에 기존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이란 자동차 산업은 이란 GDP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산업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이란 제재가 강화되면서 자동차 생산량은 연 160만 대에서 지난해 연 70만 대 수준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의약품생산 분야도 발전 가능성이 크다.

2012년 이전 25억 달러를 유럽으로 수출했던 이란 의약품산업이 제재 해제로 대유럽 수출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도 원료와 기계류 수입이 원활해질 수 있다.

다만 중국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이 이란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경제제재로 인해 유럽 등 다른 국가의 이란 진출이 어려워진 사이 시장점유율을 키워 2014년 이란의 2위 수입국이 됐다.

홍정화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대금결제의 어려움, 현지 정보 부족 등 우리 수출기업의 애로 해소를 통한 수출환경 조성에 정부와 유관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업이 제재 이전의 시장점유율을 유지 및 확대하려면 이란시장 수요에 대한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 희 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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