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체인지(완전변경)의 유혹
풀체인지(완전변경)의 유혹
국내 승용차 시장에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커진 덩치에 각종 첨단사양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키의 LCD 화면에 자동차 문이 열렸는지 닫혔는지, 주행 가능 거리는 어느 정도인지가 표시된다. 인식범위는 최대 300m. 시동을 켜고 도로를 내달리니 직렬 6기통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 강력한 주행성능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선보인다. 노면에서 요철이 감지되면 차량이 스스로 댐퍼를 조절해 차체로 전달되는 충격을 흡수한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터치 패널 스크린은 스마트폰과 동일하게 두 손가락으로 지도를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 특히 제스처 컨트롤은 간단한 손동작만으로 오디오 음량을 조절하거나 오는 전화를 수신, 거부하는 등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수행한다.
지난 3월초 경험한 BMW 뉴 730Ld xDrive의 최첨단 사양이다. 5세대 이후 7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로 등장한 뉴 7시리즈는 탄소섬유를 활용한 차체 구조로 기존 모델보다 무게를 130㎏나 줄였다. 차체의 강성은 물론이고 승객의 안전성과 연비가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다. BMW코리아 측은 “한국은 7시리즈 판매의 세계 4위 시장으로, 뉴 7시리즈가 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가 완전변경(풀체인지)된 모델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풀체인지는 기본 모델의 외형과 기계적인 부분까지 바꾸는 것을 말한다. 특히 수입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량 풀체인지 모델이 쏟아지고 있다. 덩치는 키우고 첨단 안전·편의 사양을 대거 추가한 것이 공통점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대형 SUV는 신차 개발기간이 8~10년에 달한다”며 “개발 비용도 수천억 원에 달하는 등 각 브랜드의 첨단 기술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아우디는 3월초 대형 SUV ‘뉴 아우디 Q7’을 출시했다. 무려 10년 만에 나온 완전변경 모델이다. 이전 모델 대비 무게를 325㎏나 줄여 민첩한 주행성능이 돋보이며 연비 또한 크게 향상됐다. 아우디 버추얼 콕핏에는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담겼다.
하루 앞서 볼보는 ‘올 뉴 XC90’을 선보였다. 6월말 판매 예정이지만 대형 SUV 바람이 불자 서둘러 공개하고 예약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13년 만에 풀체인지된 모델은 자전거와 동물까지 감지하는 센서 기능을 포함해 반(半)자율주행 시스템을 대거 확충됐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경쟁모델 대비 최고 수준의 안전 시스템과 편의사양을 적용했다”며 “그럼에도 가격은 경쟁 모델 대비 낮게 책정했다”고 밝혔다.
렉서스는 2월 중순 중형 SUV ‘RX’의 4세대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였다. 7년 만에 등장한 신형 RX는 SUV 시장의 대형화 트렌드를 반영해 이전 모델 대비 전장·전폭·전고·휠베이스를 모두 늘려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2가지 모델을 고를 수 있다.
BMW도 2월말 소형 SUV ‘X1’ 풀체인지 모델을 6년 만에 내놓았다. 2009년 1세대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약 73만대가 팔린 모델이다. 차체는 더욱 커졌고, 주행성능 또한 강력해졌다. BMW 코리아 측은 “소형 SUV 최초로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자동 평행주차 기능 등 프리미엄 옵션들을 기본으로 장착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푸조도 ‘308 GT’의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했다. 소형이지만 2.0 BlueHDi 엔진을 탑재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8.4초가 걸릴 만큼 힘 있는 성능을 자랑한다. 특히 저중심 설계로 스포티한 승차감을 제공하고, 복합연비도 14.3㎞/ℓ로 높은 편이다.
이처럼 풀체인지 모델 중에서도 SUV 차량이 속속 등장하는 이유엔 ‘저유가 효과’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SUV 판매량은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30%를 돌파했다”며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기름 값 부담을 덜 느끼게 된 소비자들이 더 크고 성능 좋은 차에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9월 레저용 수요를 겨냥해 SUV를 상반기에 주로 포진한 마케팅 전략도 한몫했다. SUN에 밀린 감이 있지만 정통 세단에서도 풀체인치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7년 만에 풀체인지 모델 ‘올 뉴 K7’을 지난 1월말 내놓았다. 목표 고객군을 ‘디자인과 상품성에서 새로움을 찾는 40대 신주류’로 잡았다. 3.3 가솔린 모델, 2.2 디젤 모델에 국산 최초로 전륜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부드러운 주행성능과 동급 최고 수준의 연비를 확보했다. 또 초고장력 강판을 기존 24% 대비 2배가 넘는 51%로 확대 적용해 차량의 충돌 안전성과 주행성능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3월초 기준 출고 대기 물량은 1만1000여대로, 주문 시 대기 기간이 약 2개월로 알려졌다.
재규어도 8년 만에 XF의 완전변경 모델인 ‘올 뉴 XF’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알루미늄 소재를 써 기존 XF 대비 약 190㎏ 가벼워졌고 차체 강성은 28% 이상 강화됐다. 실내 공간을 늘린 것이 특징이며, 10.2인치 터치스크린과 레이저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첨단 편의사양도 돋보인다.
출시가 예고된 모델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오는 6월 국내에 더 뉴 E클래스를 출시한다. 2009년 9세대 E클래스 이후 7년 만에 풀체인지된 10세대 모델이다. 10세대 E클래스는 자율주행기술 등 새로운 차원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대거 채택했다. 지난해 한국에서는 9세대 E클래스가 1만9660대나 팔렸다. 수입 단일차종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전 세계에서 벤츠 E클래스의 국가별 판매 순위는 3위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2~3년 내에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가 이뤄지고 5~7년을 주기로 풀체인지 모델이 나온다”며 “그러나 최근 급격한 트렌드 변화로 운전자들의 차량 교체 시기가 짧아지고 있어 풀체인지 모델 출시 주기도 당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충성도가 강한 고객을 타사에 뺏기지 않겠다는 전략도 한몫한다. 익숙해 있는 모델의 풀체인지를 통해 시장점유율 수성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집토끼 잡기’ 전략이다.
- 조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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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초 경험한 BMW 뉴 730Ld xDrive의 최첨단 사양이다. 5세대 이후 7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로 등장한 뉴 7시리즈는 탄소섬유를 활용한 차체 구조로 기존 모델보다 무게를 130㎏나 줄였다. 차체의 강성은 물론이고 승객의 안전성과 연비가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다. BMW코리아 측은 “한국은 7시리즈 판매의 세계 4위 시장으로, 뉴 7시리즈가 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가 완전변경(풀체인지)된 모델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 풀체인지는 기본 모델의 외형과 기계적인 부분까지 바꾸는 것을 말한다. 특히 수입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량 풀체인지 모델이 쏟아지고 있다. 덩치는 키우고 첨단 안전·편의 사양을 대거 추가한 것이 공통점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대형 SUV는 신차 개발기간이 8~10년에 달한다”며 “개발 비용도 수천억 원에 달하는 등 각 브랜드의 첨단 기술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첨단사양 갖춘 SUV 경쟁 치열
하루 앞서 볼보는 ‘올 뉴 XC90’을 선보였다. 6월말 판매 예정이지만 대형 SUV 바람이 불자 서둘러 공개하고 예약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13년 만에 풀체인지된 모델은 자전거와 동물까지 감지하는 센서 기능을 포함해 반(半)자율주행 시스템을 대거 확충됐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경쟁모델 대비 최고 수준의 안전 시스템과 편의사양을 적용했다”며 “그럼에도 가격은 경쟁 모델 대비 낮게 책정했다”고 밝혔다.
렉서스는 2월 중순 중형 SUV ‘RX’의 4세대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였다. 7년 만에 등장한 신형 RX는 SUV 시장의 대형화 트렌드를 반영해 이전 모델 대비 전장·전폭·전고·휠베이스를 모두 늘려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2가지 모델을 고를 수 있다.
BMW도 2월말 소형 SUV ‘X1’ 풀체인지 모델을 6년 만에 내놓았다. 2009년 1세대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약 73만대가 팔린 모델이다. 차체는 더욱 커졌고, 주행성능 또한 강력해졌다. BMW 코리아 측은 “소형 SUV 최초로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자동 평행주차 기능 등 프리미엄 옵션들을 기본으로 장착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푸조도 ‘308 GT’의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했다. 소형이지만 2.0 BlueHDi 엔진을 탑재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8.4초가 걸릴 만큼 힘 있는 성능을 자랑한다. 특히 저중심 설계로 스포티한 승차감을 제공하고, 복합연비도 14.3㎞/ℓ로 높은 편이다.
이처럼 풀체인지 모델 중에서도 SUV 차량이 속속 등장하는 이유엔 ‘저유가 효과’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SUV 판매량은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30%를 돌파했다”며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기름 값 부담을 덜 느끼게 된 소비자들이 더 크고 성능 좋은 차에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9월 레저용 수요를 겨냥해 SUV를 상반기에 주로 포진한 마케팅 전략도 한몫했다.
차량 교체 짧아지자 신차 속속 출시
재규어도 8년 만에 XF의 완전변경 모델인 ‘올 뉴 XF’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알루미늄 소재를 써 기존 XF 대비 약 190㎏ 가벼워졌고 차체 강성은 28% 이상 강화됐다. 실내 공간을 늘린 것이 특징이며, 10.2인치 터치스크린과 레이저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첨단 편의사양도 돋보인다.
출시가 예고된 모델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오는 6월 국내에 더 뉴 E클래스를 출시한다. 2009년 9세대 E클래스 이후 7년 만에 풀체인지된 10세대 모델이다. 10세대 E클래스는 자율주행기술 등 새로운 차원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대거 채택했다. 지난해 한국에서는 9세대 E클래스가 1만9660대나 팔렸다. 수입 단일차종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전 세계에서 벤츠 E클래스의 국가별 판매 순위는 3위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2~3년 내에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가 이뤄지고 5~7년을 주기로 풀체인지 모델이 나온다”며 “그러나 최근 급격한 트렌드 변화로 운전자들의 차량 교체 시기가 짧아지고 있어 풀체인지 모델 출시 주기도 당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충성도가 강한 고객을 타사에 뺏기지 않겠다는 전략도 한몫한다. 익숙해 있는 모델의 풀체인지를 통해 시장점유율 수성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집토끼 잡기’ 전략이다.
- 조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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