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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파이터 본능

애플의 파이터 본능

(The Founding Fathers of Silicon Valley, Exploring 60 Years of Innovation)’
고객의 사생활 보호냐 국가 안보냐? 지금 애플은 미국 연방수사국(FBI)·법무부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인다. FBI는 애플 측에 샌버너디노 총기난사 테러범이 사용하던 아이폰의 보안기능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애플은 거부했다. FBI는 아이폰에서 틀린 암호를 10번 이상 입력하면 저장된 정보가 자동 삭제되는 기능을 풀어달라고 요구한다. 애플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고객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며 FBI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연방 법원이 애플에 기술 제공을 명령했지만 애플은 곧바로 명령 취소 신청을 제기했다(얼마 전 FBI는 애플의 협조 없이도 제3자의 도움으로 아이폰의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애플은 이처럼 고객 보호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스마트폰 보안 문제를 두고 정부 당국과 한판 붙기 전에도 유력 인사나 대기업과 힘을 겨룬 적이 많다. 파이터 훈련을 세게 한 셈이다. 애플이 치른 대표적인 전쟁 몇 가지를 돌이켜 본다.

 폐쇄성 vs 개방성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폐쇄형 시스템으로 PC를 만들기로 했다. 그 결정은 숱한 논란을 부르면서 애플과 업계 나머지 회사들 사이의 영구한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잡스의 견해에 반대했다. 워즈니악은 반문화 신봉자로서 홈브루 컴퓨터 클럽의 철학을 신봉했다. 아이디어를 널리 공유하고 기술을 가진 사람은 누구든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그러나 결국 잡스가 이겼다. 그는 모든 애플 제품은 다른 제품과 호환될 수 없도록 폐쇄적으로 만들도록 요구했다. ‘심술’일 정도로 지나친 면도 있었다. 예를 들어 첫 매킨토시 컴퓨터의 조립에는 특수 나사를 사용했다. 애플의 연장 없이는 해체할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애플 제품의 모든 면을 통제하겠다는 잡스의 결정은 창업 초기부터 애플의 특성으로 자리 잡았다. 애플의 그런 전술은 매력적인 장점이자 거부감을 주는 단점이기도 했다.

 애플 vs IBM
1981년 IBM은 PC 제조 경쟁에 뛰어들어 IBM 5100을 출시했다. 매킨토시 PC를 개발하던 애플은 IBM이 조잡한 제품으로 도전장을 던졌다며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했다. 잡스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로 처음 이름을 알린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에게 1984년 슈퍼볼에 낼 애플 광고의 제작을 맡겼다. 스콧 감독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패러디한 1분짜리 광고를 만들었다. PC 시장을 선점한 IBM이 빅브라더로 묘사되고 애플은 해방자로서 매킨토시를 들고 빅브라더를 물리쳐 세계를 구한다. 이 광고는 애플 브랜드를 세계에 각인시키면서 역대 최고의 광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잡스는 광고가 나가기 몇 달 전 그 내용을 직원들에게 설명하며 애플은 새로운 암흑시대의 도래를 불허하겠다는 열의를 보였다. 그는 “IBM이 PC 시장을 독식하려 한다”고 말했다. “IBM에 대적할 수 있는 컴퓨터 회사는 애플 뿐이다. 처음엔 IBM을 대환영했던 대리점들이 지금은 IBM이 지배할 미래를 두려워한다. 그들은 애플만이 미래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며 우리에게 호소한다. 시장을 독차지하려는 IBM은 업계 지배에 마지막 걸림돌인 우리 애플을 향해 총을 겨눈다. IBM이 컴퓨터 업계와 정보시대를 완전히 장악할까? 1984년에 관한 조지 오웰의 예언이 과연 옳을까?”

그 광고는 이후 슈퍼볼 광고의 표준을 설정했지만 매킨토시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진 않았다. 오히려 1년 뒤 잡스는 자신이 공동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났다. 잡스의 까다로운 성격과 무자비한 경영 스타일 때문이었다.
 애플 vs 마이크로소프트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한 1984 슈퍼볼 애플 광고의 상징적인 순간들.
애플의 잡스와 마이크로소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공개적으로 서로를 신랄하게 비방하며 치열한 기싸움을 펼쳤다. 잡스는 자신의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에게 “게이츠는 상상력이 너무 부족해 무엇 하나도 발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요즘 그가 기술보다 자선사업에 목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게이츠는 뻔뻔하게도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훔치기만 했다.” 두 사람은 30년 동안 그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며 독설을 퍼부었지만 사실 애플과 MS는 1980년대에 파트너로 PC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잡스는 MS의 협력으로 매킨토시에 필요한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 했다. 그러나 애플 엔지니어들은 MS가 애플의 운영체제를 훔쳐가려 한다고 우려했다.

매킨토시 출시가 1년 정도 지연되자 게이츠는 애플 대신 IBM으로 눈을 돌려 운영체제 개발을 제안했다. 그 운영체제가 ‘윈도’였다. 잡스는 게이츠가 배신했다며 MS와 수십 년에 걸친 전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그동안 양사 사이의 휴전도 있었다.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복귀한 다음 가장 먼저 게이츠에게 연락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두 사람은 성격이 완전히 달랐지만 언제나 어느 정도는 서로 존중했다. 잡스의 병세가 깊어지면서 두 사람 사이는 더 가까워졌다(잡스는 암투병 끝에 2011년 사망했다). 게이츠는 영국 신문 텔리그래프와 가진 인터뷰에서 잡스를 마지막으로 문병했을 때를 이렇게 돌이켰다. “우리는 몇 시간 동안이나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이야기했다.”

 애플 vs 삼성
삼성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채택한 갤럭시 스마트폰과 날렵한 태블릿 PC를 선보이자 애플은 2011년 삼성을 상대로 여러 건의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도 애플의 특허침해를 주장하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두 회사의 법정 공방은 3개 대륙에서 3년 동안 치열하게 전개됐다. 2014년 초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삼성이 애플의 특허 3건을 침해했다며 약 10억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삼성은 바로 항소했고 그 직후 다시 2차 특허침해 소송이 제기되면서 양사의 공방전은 계속되고 있다.

- NEWSWEEK SPECIAL EDITION



[ 이 기사는 뉴스위크 특별호 ‘실리콘밸리의 창시자들: 60년 혁신을 돌아본다(The Founding Fathers of Silicon Valley, Exploring 60 Years of Innovation)’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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