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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원치 않는 트럼프의 러닝 메이트

아무도 원치 않는 트럼프의 러닝 메이트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 지명 레이스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지난 5월 초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캠페인 중단을 표명하면서 도널드 트럼프의 지명이 확실시된다. 이젠 어떤 전혀 예상치 못한 변화, 가령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 도널드 트럼프의 이마를 정통으로 맞추는 등의 돌발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그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초점은 누가 그의 부통령 후보가 되느냐다.

하지만 5월 초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유력 후보 대다수가 그 자리를 원치 않는다. 공화당 주류파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오른팔이 되는 것은 한센병 환자의 발에 키스하는 격이다(like kissing the feet of a leper). 여성·흑인·라틴계 사이에서 지지도가 형편없는 트럼프와 엮이기를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미국 유권자 사이에서 3개 그룹 모두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선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한물간 정치인들, 아웃사이더, 괴짜, 부적격자, 그리고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같은 어중이떠중이들 남게 된다. 뉴욕타임스의 5월 초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오는 7월에나 러닝 메이트를 발표하겠지만 다음은 현재의 유력 후보들이다.
 한물 간 인물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뉴트 깅리치:
대다수 공화당 주류파와 달리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떳떳하게 트럼프에 지지를 표명해 왔다. 따라서 그에게 새 일자리가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이 무성했다. 트럼프가 ‘예스맨’을 원한다면 깅리치가 제격이다. 그러나 확실한 정치경험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면(그리고 지지자들은 트럼프에게 그런 인물이 필요하다고 본다) 깅리치는 적당한 인물이 아니다. 물론 그는 트럼프의 장녀 이반카가 태어나기 전부터 정계에 몸 담아 왔지만 1999년 의원직에서 물러난 뒤로는 공직에 선출된 일이 없다. 그리고 깅리치는 트럼프의 약점인 흑인·라틴계·여성 지지기반을 메워줄 수 없다. 여성 유권자 문제에선 오히려 트럼프에 해가 될지도 모른다. 깅리치는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연속적으로 바람을 피워 2번 이혼하고 3번 결혼했다. 깅리치는 둘째 부인 매리앤 긴터와 결혼한 상태에서 당시 하원 직원이던 셋째 부인 캘리스타 바이섹과 데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젊은 여자를 선호하는 듯하다.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는 24세, 깅리치의 부인은 23세 연하다. 두 사람이 손잡으면 적에게 절호의 공격 재료를 제공하는 셈이다.

확률: 50%


루디 줄리아니:
2001년 9·11 테러 당시 뉴욕 시장이었으며 어떤 상황에서든 그런 전력을 빠뜨리지 않고 강조한다. 하지만 지금은 빛 바래고 잊혀져 가는 공화당 원로일 뿐이다. 줄리아니의 정치경력은 타임지가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던 2001년이 절정기였다. 지난해 공화당 모금행사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을 사랑한다’고 보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트럼프의 레이더에 잡혔을 수도 있다. 트럼프도 “오바마는 미국 태생이 아니므로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줄리아니는 깅리치와 마찬가지로 트럼프에 보태줄 게 거의 없다. 우선 대통령선거의 상식에 따르면 부통령후보에는 다른 주 출신을 뽑아야 하지만 줄리아니는 트럼프와 같은 뉴욕 주 출신이다. 그리고 줄리아니는 깅리치와 마찬가지로 정계를 너무 오래 떠나 있어 그의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으며 연방 차원의 공직을 맡은 적도 없었다. 게다가 그도 세 번 결혼했다. 하지만 필시 대사 자리는 얻을 가능성이 있다.

확률: 40%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칼리 피오리나:
실리콘밸리 CEO 출신으로 휴렛 패커드의 쇠퇴를 지켜봤다. 지난 4월 말 그녀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던 크루즈가 인디애나 주에서 대패한 뒤 경선을 중단하자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크루즈 후보가 레이스를 포기했으니 피오리나가 트럼프와 손을 잡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물론 둘 사이에 악감정은 남아 있다. 트럼프는 피오리나를 가리켜 추녀라고 불렀으며 피오리나는 크루즈 지지를 표명한 뒤 트럼프에 관해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러나 선거의 해에는 바람의 방향이 휙휙 바뀌기 때문에 여전히 화해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피오리나에게는 트럼프 유권자들이 러닝 메이트에서 많이 기대하는 정치 경험이 없다. 그러나 그녀는 특히 트럼프를 정말로 싫어하는 여성 유권자들과의 관계에서 그의 거친 이미지를 부드럽게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이 낙태아를 부위별로 토막 내 판매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했던 일로 필시 여성들 사이에서 점수를 잃었을 듯하다.

확률: 50%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 CEO.
 아웃사이더들
조스카버러 MSNBC 진행자.


조 스카버러:
MSNBC ‘모닝 조’ 공동진행자 조 스카버러는 분명히 트럼프가 선호하는 평론가다. 4선 하원의원(플로리다) 출신인 스카버러는 정치를 포기하고 MSNBC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뒤 기회 있을 때마다 트럼프에 대한 찬사를 아낌없이 쏟아낸다. 그리고 깅리치나 피오리나와는 달리 21세기에 공직에 선출된 경험이 플러스다. 최근 몇 달 사이 보도에 따르면 스카버러와 트럼프의 밀접한 관계를 우려하는 소리가 MSNBC 경영진 사이에서 들려 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사실상 워싱턴 정계 인사이더로 간주되지 않으며 트럼프의 대변인 자리가 더 어울릴 수 있다.

확률: 40%


벤 카슨:
지난 3월 예비선거 레이스에서 중도 포기한 전 신경외과의사다. 풀뿌리 보수파연합 티파티가 좋아하는 재림파 신자이기도 하다. 기독교 복음파 등 트럼프에 호감을 보이지 않는 종교 우파를 상대하는 데 유리할지도 모른다. 냉정하고 침착해 트럼프의 무모한 성격을 보완할 듯하다. 하지만 공직 경험이 없고, 예비선거에서 정치·외교 분야에서의 약점도 노출됐다. 트럼프가 부통령 후보에게 바라는 ‘정치경험’은 자신에게 없다고 본인도 인정한다. 확률: 40%

벤카슨 박사


세라 페일린:
2008년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로 나서 존 매케인 진영이 패한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페일린이지만 의표를 찌르는 인선이라는 점에서 어쨌든 트럼프의 취향과 맞아떨어진다. 게다가 2008년 당시에는 스캔들에 울었지만 지금은 더 드러날 약점도 없다. 그리고 실언이나 즉흥적인 태도도 트럼프에 비하면 귀엽게 봐줄 만하다. 경치경험은 알래스카 주의 시장과 주지사가 전부지만 여성표 획득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플러스 요인.

확률: 50%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중도 포기자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존 케이식:
지난 5월 4일 경선 중단을 선언했으니 트럼프가 원하기만 한다면 영입 가능하다. 실제로 트럼프에게는 실속 있는 카드가 될 듯하다. 우선, 공화당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 유일하게 여론조사에서 앞선다. 정치 경험이 많은 점도 트럼프에게 필요한 요소다. 더욱이 그의 소박하고 서민적인 스타일이 트럼프와 보완관계를 이룬다. 단지 문제는 케이식이 트럼프의 부통령 제의를 수락할 것이냐는 점이다. 그는 지난 몇 개월 동안 트럼프가 얼마나 형편없는 대통령이 될지를 미국인에게 역설해 왔다. 이제 와서 180도 태도를 바꿔, 진심으로 그게 아니라 트럼프는 훌륭한 대통령 감이라고 국민에게 말할 수 있을까?

확률: 70%


테드 크루즈:
좋지 않은 카드다. 대다수의 사람에게 호감도가 낮을 뿐 아니라 지난 수개월 동안 트럼프를 가리켜 ‘병적인 거짓말쟁이’ ‘나르시시스트’ ‘호색한’ ‘도덕관념 제로’라고 비난해 왔다. 한편 트럼프도 크루즈를 가리켜 ‘거짓말쟁이 테드’라고 부르고 그의 부인까지 모욕하며 반격했다. 크루즈의 경선 포기 소식을 전해 들은 후 어조가 부드러워졌지만 그와 손잡아 좋을 게 없다.

확률: 10%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인 크리스티는 정치경험이 풍부하고 예비선거에서는 공화당에서 가장 먼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 트럼프가 출사표를 던지기 전까지 공화당에서 으뜸가는 ‘맹견’으로 알려진 만큼 총알받이 역할을 대신 해줄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성격이나 판단에 공공연히 의문을 드러낸 적도 없다. 단점이라면 지역기반인 뉴저지가 트럼프의 텃밭 뉴욕에 가깝고 흑인, 라틴계, 여성 지지 획득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누가 되든 그 부통령 후보 티켓과 분명 호각지세를 이룰 듯하다.

확률: 80%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와일드 카드
이반카 트럼프.


이반카 트럼프:
장녀 이반카는 트럼프 최측근 중 한 명이다. 미국 대통령직은 세습되는 자리가 아니지만 트럼프라면 개의치 않을 듯하다(부통령은 대통령 유고 시 그 자리를 물려받는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을 졸업하고 모델과 사업가로 활동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딸이 곁을 지킨다면 아버지까지 멋져 보일 수 있다. 여성표 획득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 정치경험은 없지만 트럼프는 그의 다른 보좌관들을 보면 배경보다 충성심을 중시하는 듯하다. 충성심 면에서 혈육을 따를 사람이 있을까?

확률: 90%


- 테일러 워포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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