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라 교 오노약품 회장] 암 치료의 패러다임 바꾼다
[사가라 교 오노약품 회장] 암 치료의 패러다임 바꾼다
암 치료는 고통스럽다. 기존 화학 항암제는 암 세포를 공격하며 주변 일반 세포도 같이 파괴한다. 환자들이 진통제 없이 버티기 어려울 정도다. 수많은 제약기업이 차세대 항암제를 연구해왔다.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며 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치료법 가운데 가장 앞선 방식이 면역항암제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대신 환자의 면역체계를 강화해 환자가 암을 이겨낼 힘을 키워준다. 신체 면역계를 이용하는 면역항암제는 화학항암제와 표적항암제 대비 2~3배 높은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는 2020년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를 35조원으로 전망했다.
일본 오노약품공업주식회사는 세계 최초로 Anti PD-1 면역항암제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다.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기업이다. 매출은 1조6000억원으로 일본에선 중견 제약사군에 속한다. 하지만 매출의 3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글로벌 신약을 선보여왔다. 5월 27일 한국을 방문한 사가라 교 오노약품 회장을 만나 글로벌 신약개발에 성공한 과정과 비결을 들었다.
신약개발은 리스크가 큰데 신약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2008년 회장에 취임했다. 당시 가장 큰 고민은 특허 만료였다. 주력 제품의 특허 만료가 2010년으로 다가왔다. 어떤 결정이 회사의 미래에 도움이 될지 선택해야 했다. 나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신약개발에 쏟기로 했다. 만일 복제약 생산을 결정했다면 세계 최고의 복제약 생산 기업을 목표로 삼았을 것이다. 물론 이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일본엔 100개 넘는 중소·중견제약사가 복제약을 만든다. 경쟁이 치열한 전장에서 앞서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수십만 종의 연구화학물 자료를 확보한 연구기업이다. 이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해왔다. 우리가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 기업 이념에도 부합하는 선택을 하는 게 맞다고 봤다. ‘질병과 고통에 맞서 싸우는 인류를 위하여’라는 모토가 있다. 새로운 신약을 개발해 인류에 기여하는 것이 오노약품의 목표다.”
일본 제약사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성장 중이다. 다케다는 글로벌화, 쿄와하코기린은 바이오시밀러, 오노는 R&D를 강화했다.
“다케다와 아스텔라스 같은 대기업은 인수·합병(M&A)을 하며 몸집을 키울 수 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새로운 산업에 진출할 수도 있다. 우리는 중견기업이다. 한정된 자원과 3000명이라는 인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살아남는다. 우리는 모든 역량을 전문의약품에 집중했다. 복제약이나 바이오시 밀러, OTC(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의약품)로 전선을 확대할 여력이 없다.”
R&D에 특별한 강점이 있나.
“우리는 ‘화합물 오리엔트’라는 독자적인 개발 접근법이 있다. 지금까지의 질환과 효소·단백질 연구 과정에서 발견한 화합물 수십만 종을 기록·분석한 방대한 자료가 있다. 여기에서 질환이나 치료에 이어지는 작용을 찾아내어 화합물을 골라내는 신약개발 방법이다. 우리가 중견제약사임에도 꾸준히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지금까지 매출의 30%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해왔다. 제약 업계 R&D 평균의 2배 수준이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할 예정이다. 연간 500억엔 정도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고, 앞으로는 1000억엔 이상 투자하고 싶다.”
오노약품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중시한다고 들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자사 기술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기업과 연구소의 기술을 도입해서 융화하는 방법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부분의 제약회사가 추진하는 연구개발 방법론인데, 오노약품은 오랜 오픈 이노베이션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우리 회사는 1974년 생리활성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을 세계 최초로 일본에서 출시했다. 물질 개발은 60년대에 시작했다. 우리 홀로 한 것이 아니라 연구 시작부터 스웨덴의 한 연구소에서 일하는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연계해서 개발했다. 그들 중 5명이 나중에 노벨상을 받았다. 물론 시작할 땐 노벨상을 받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 결과 신약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나.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을 위해선 열정도 필요하다. 땀 흘리며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프로스타글란딘 연구를 위해 소의 전립선을 추출해서 사용한 적이 있다. 연구원들이 직접 도살장을 찾아 다니며 1만 마리가 넘는 소의 자료를 수집했다. 오노약품은 직접 땀을 흘리는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세 가지 요소는 초일류 연구원과 함께 연구하는 것, 하루하루 노력하면서 땀 흘리는 것, 지금까지 아무도 도전 못한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세계 주요 연구소와 제약사에 연구원을 파견하고 있다. 30~50명 정도인데 이들이 회사에 다시 돌아와서 일하고 있다. 그 덕에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원을 확보하고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우리 연구원 600명 가운데 100명은 세계 최고 기관과 학교에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오노 연구원이 한국 대학에서도 일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글로벌 대학과 연구 기관, 바이오 벤처 기업과 200건 이상의 연구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옵디보 개발 과정이 궁금하다.
“PD-1은 면역 활동을 억제하는 단백질이다. 1992년 교토대의 혼조 타스쿠 교수가 발견했다. 매년 노벨상 후보에 오르는 분이다. 교토대 연구팀은 PD-1을 활용한 항암제 개발을 시작했다. PD-1 활동을 막아 신체 면역 활동을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혼조 교수와 함께 면역항암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수십 군데의 국내외 대형 제약회사에 공동연구를 제안했으나 좀처럼 상대 기업의 관심을 얻지 못했고 또한 임상시험의 진행도 신통치 않았다. 2005년에 미국 메데렉스사와 공동연구 계약을 하고(그 후 미국BMS사가 미국 메데렉스사를 인수), 2011년에 BMS사와 전략적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 미국에서 항PD-1항체 임상시험이 시작되어 연명효과나 다른 항암제, 면역요법과 조합해 새로운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여러 보고가 나오기 시작해 점차 분위기가 바뀌었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기업문화가 가져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성장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을 중심으로 영업해왔다. 최근에 글로벌에 통용될 수 있는 신약개발에 성공했다. 오노약품이 옵디보를 직접 판매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한국·대만이고, 나머지 나라는 BMS와 파트너 십을 맺고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개발하는 신약은 직접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고 싶다. 이번 방한 동안 한국의 암 관련 의학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임상만 한국에서 진행했지만 연구개발을 비롯한 더 다양한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싶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사가라 교 - 1958년 오사카에서 출생했다. 오사카 시립대 상과대학을 졸업해 1983년 오노약품에 입사했다. 평사원에서 시작해 2008년 오노약품 회장에 올랐다. 지난 8년 간 오노약품을 이끌며 글로벌 제약사인 BMS와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신약인 옵디보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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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노약품공업주식회사는 세계 최초로 Anti PD-1 면역항암제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다.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기업이다. 매출은 1조6000억원으로 일본에선 중견 제약사군에 속한다. 하지만 매출의 3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글로벌 신약을 선보여왔다. 5월 27일 한국을 방문한 사가라 교 오노약품 회장을 만나 글로벌 신약개발에 성공한 과정과 비결을 들었다.
신약개발은 리스크가 큰데 신약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2008년 회장에 취임했다. 당시 가장 큰 고민은 특허 만료였다. 주력 제품의 특허 만료가 2010년으로 다가왔다. 어떤 결정이 회사의 미래에 도움이 될지 선택해야 했다. 나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신약개발에 쏟기로 했다. 만일 복제약 생산을 결정했다면 세계 최고의 복제약 생산 기업을 목표로 삼았을 것이다. 물론 이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일본엔 100개 넘는 중소·중견제약사가 복제약을 만든다. 경쟁이 치열한 전장에서 앞서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수십만 종의 연구화학물 자료를 확보한 연구기업이다. 이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해왔다. 우리가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 기업 이념에도 부합하는 선택을 하는 게 맞다고 봤다. ‘질병과 고통에 맞서 싸우는 인류를 위하여’라는 모토가 있다. 새로운 신약을 개발해 인류에 기여하는 것이 오노약품의 목표다.”
일본 제약사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성장 중이다. 다케다는 글로벌화, 쿄와하코기린은 바이오시밀러, 오노는 R&D를 강화했다.
“다케다와 아스텔라스 같은 대기업은 인수·합병(M&A)을 하며 몸집을 키울 수 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새로운 산업에 진출할 수도 있다. 우리는 중견기업이다. 한정된 자원과 3000명이라는 인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살아남는다. 우리는 모든 역량을 전문의약품에 집중했다. 복제약이나 바이오시 밀러, OTC(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의약품)로 전선을 확대할 여력이 없다.”
R&D에 특별한 강점이 있나.
“우리는 ‘화합물 오리엔트’라는 독자적인 개발 접근법이 있다. 지금까지의 질환과 효소·단백질 연구 과정에서 발견한 화합물 수십만 종을 기록·분석한 방대한 자료가 있다. 여기에서 질환이나 치료에 이어지는 작용을 찾아내어 화합물을 골라내는 신약개발 방법이다. 우리가 중견제약사임에도 꾸준히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지금까지 매출의 30%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해왔다. 제약 업계 R&D 평균의 2배 수준이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할 예정이다. 연간 500억엔 정도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고, 앞으로는 1000억엔 이상 투자하고 싶다.”
오노약품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중시한다고 들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자사 기술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기업과 연구소의 기술을 도입해서 융화하는 방법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부분의 제약회사가 추진하는 연구개발 방법론인데, 오노약품은 오랜 오픈 이노베이션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우리 회사는 1974년 생리활성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을 세계 최초로 일본에서 출시했다. 물질 개발은 60년대에 시작했다. 우리 홀로 한 것이 아니라 연구 시작부터 스웨덴의 한 연구소에서 일하는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연계해서 개발했다. 그들 중 5명이 나중에 노벨상을 받았다. 물론 시작할 땐 노벨상을 받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 결과 신약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나.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을 위해선 열정도 필요하다. 땀 흘리며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프로스타글란딘 연구를 위해 소의 전립선을 추출해서 사용한 적이 있다. 연구원들이 직접 도살장을 찾아 다니며 1만 마리가 넘는 소의 자료를 수집했다. 오노약품은 직접 땀을 흘리는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세 가지 요소는 초일류 연구원과 함께 연구하는 것, 하루하루 노력하면서 땀 흘리는 것, 지금까지 아무도 도전 못한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세계 주요 연구소와 제약사에 연구원을 파견하고 있다. 30~50명 정도인데 이들이 회사에 다시 돌아와서 일하고 있다. 그 덕에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원을 확보하고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우리 연구원 600명 가운데 100명은 세계 최고 기관과 학교에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오노 연구원이 한국 대학에서도 일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글로벌 대학과 연구 기관, 바이오 벤처 기업과 200건 이상의 연구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옵디보 개발 과정이 궁금하다.
“PD-1은 면역 활동을 억제하는 단백질이다. 1992년 교토대의 혼조 타스쿠 교수가 발견했다. 매년 노벨상 후보에 오르는 분이다. 교토대 연구팀은 PD-1을 활용한 항암제 개발을 시작했다. PD-1 활동을 막아 신체 면역 활동을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혼조 교수와 함께 면역항암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수십 군데의 국내외 대형 제약회사에 공동연구를 제안했으나 좀처럼 상대 기업의 관심을 얻지 못했고 또한 임상시험의 진행도 신통치 않았다. 2005년에 미국 메데렉스사와 공동연구 계약을 하고(그 후 미국BMS사가 미국 메데렉스사를 인수), 2011년에 BMS사와 전략적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 미국에서 항PD-1항체 임상시험이 시작되어 연명효과나 다른 항암제, 면역요법과 조합해 새로운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여러 보고가 나오기 시작해 점차 분위기가 바뀌었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기업문화가 가져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성장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을 중심으로 영업해왔다. 최근에 글로벌에 통용될 수 있는 신약개발에 성공했다. 오노약품이 옵디보를 직접 판매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한국·대만이고, 나머지 나라는 BMS와 파트너 십을 맺고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개발하는 신약은 직접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고 싶다. 이번 방한 동안 한국의 암 관련 의학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임상만 한국에서 진행했지만 연구개발을 비롯한 더 다양한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싶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사가라 교 - 1958년 오사카에서 출생했다. 오사카 시립대 상과대학을 졸업해 1983년 오노약품에 입사했다. 평사원에서 시작해 2008년 오노약품 회장에 올랐다. 지난 8년 간 오노약품을 이끌며 글로벌 제약사인 BMS와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신약인 옵디보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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