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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로스 웰스 로직 컨설팅 창업자

앨런 로스 웰스 로직 컨설팅 창업자

앨런 로스에게는 당신의 돈을 크게 아껴줄 방책이 있다.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때 자산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내지 않고 관리에 들어간 시간을 기준으로 시급을 지불하는 방식이다.앨런 로스(Allan Roth·58)가 낮에 하는 일에는 별로 특이할 것이 없다. 그는 미국에만 28만5000명 있는 금융자문가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일이 끝나면 그는 열렬한 금융 운동가로 변신해 월스트리트에 숨어 있는 어둠과 싸운다. 그가 지금까지 맞붙은 상대로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임 집행이사, 지방증권 규제기관,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투자자문사, 통계를 거짓으로 꾸며 액티브 펀드 운용을 변호했던 언론을 처벌하지 않은 감독위원회 등이 있다.

금융자문사의 마케팅 방식을 비판하고 풍자하기 때문에 업계에서 그는 적이 많다. (그는 자신의 ‘미국 최고 금융 플래너’ 상패를 닥스훈트 애완견에게 주기도 했다.) 생명보험 업계에서 공공의 적 리스트를 어딘가 숨겨두고 있다면 분명 로스의 이름이 최상위권에 있을 것이다. 주식시장 참여 리스크를 없앨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며 지수형 연금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시급으로만 서비스 비용 받겠다는 금융자문가
웰스 로직(Wealth Logic)은 미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위치한 로스의 1인 자문사다. 판매 수당을 받지 않고 투자금의 특정 비율을 수수료로 가져가지도 않는다. 로스는 금융자산 관리자에게 시급으로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는 이론으로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한 해 로스는 100명의 고객에게 자문을 제공했다. 자문을 받은 이들의 자산 규모를 모두 합하면 10억 달러 가량이 된다. 대개 건당 10~25시간이 소요되고 시간당 청구되는 금액은 450달러다. 그렇게 하면 투자 자산이 1000만 달러라 해도 첫 해 청구액은 8000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후 여건이 바뀌면 고객은 이전 투자자산의 일부에 대해서 계속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고, 로스가 처음 만들어준 투자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관리수수료가 하나도 부과되지 않는다. “내 목표는 고객에게 해고되는 것”이라고 로스는 말했다. 로스의 소박한 방식과 0.6%~1%의 연간 수수료를 부과하는 업계 표준은 서로 얼마나 다른지 살펴보자. 거대 중개기관이나 전문투자자문사에 1000만 달러를 맡기면 투자자는 최소 6만 달러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자산관리사가 선택한 투자 상품에도 따로 수수료가 있다. 이것까지 전부 합하면 총 비용은 매년 6만 달러의 2~3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58세의 로스는 기업금융에서 일을 하다가 12년 전 금융자문으로 커리어를 바꿨다. 그를 찾아오는 고객은 이미 패시브 투자의 장점을 알고 이를 선택해서 온 사람들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그냥 고객을 돌려보낸다. 그는 고객의 의뢰가 들어오면 자산 배분과 은퇴 생활의 안전한 지출 수준, 주택담보 대출이나 연금, 재산 계획, 대학 등록금을 위한 저축, 세전에서 세후 개인퇴직금적립계정(IRA)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가장 먼저 논의하며 함께 재무 계획을 세운다. 다음에는 힘든 일을 해치워야 한다. 수수료가 높은 복잡한 투자상품을 수수료가 낮고 구조가 단순한 상품으로 교체하는 작업이다.

선택은 꽤 까다롭다. 지나치게 비용이 높은 주식펀드라 해도 양도소득세를 감수하면서까지 정리해야 할까? 조기 환매수수료가 높은 연금상품은 어떻게 처리하나? “단순함에 도달하기 위해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는 것이나의 일”이라고 로스는 말했다.

 플라톤적 이상 녹아있는 로스의 투자철학
로스의 투자철학에 녹아 있는 플라톤적 이상은 단 4개의 인덱스 펀드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에서 잘 드러난다. (도표 참조) 가능하다면 채권 펀드는 IRA 혹은 기업연금(퇴직연금)인 401K 계정으로 투자하고, 주식 펀드는 과세 계좌에서 투자한다. 납세 내용에 따라 지방채 펀드를 추가할 수도 있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로스의 포트폴리오를 본다면 아마 움찔하고 놀랄 것이다. 그런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면 지금까지처럼 6만 달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높은 수수료를 정당화하기 위해 수수료가 다층적으로 있는 헤지펀드 여러 개를 모은 기부금 펀드(Endowment Fund)를 고안해 냈다. 전성기에 기부금 펀드는 메릴린치 투자자문가들이 특히 선호했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실적이 거듭된 후 가입자가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운영기관들은 환매 제한권을 발동시켰다.

로스는 기부금 펀드의 이런 운영 방식을 두고 개리 린치(Gary Lynch)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현재 메릴린치 모기업 뱅크오브아메리카 중역으로 일하고 있는 개리 린치는 당시 SEC 집행 총괄로 있었다. 로스는 자기 고객 중 한 명이 메릴린치의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린치가 이를 거부하면서 소송이 이어졌다. 로스는 린치와의 싸움에서 결국 패배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몇 개의 특징(높은 수수료, 낮은 유동성, 불투명한 정보 공개)을 제외하면 헤지펀드는 뮤추얼펀드와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대신 뮤추얼펀드를 매입하라고 로스는 말했다.

투자자문가가 당신의 자금을 면세 채권 여러 개에 분산 투자했는가? 그렇다면 명세서에 적힌 ‘수익률’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로스는 경고한다. 수수료가 높은 채권의 수익률이 4%라 해도 실제 수익률은 그 절반일 수 있다. 그보다는 정직한 최저수익률(yield to worst)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저수익률은 이자소득과 자본잠식을 반영한 수치다. 수익률을 4%로 부풀리면 연 수수료 1%는 수입의 4분의 1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지로는 자산관리자가 수입의 절반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셈이다.

과거 판매 수수료를 통해서만 돈을 벌었던 주식 중개인은 거래 건수를 최대한 늘리는 방식으로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맡긴 자산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책정하는 방식이 일반화되자 다른 유혹이 생겨났다. 투자자가 주택담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할 때, 비용이 낮게 책정된 연금 인수를 거절해야 할 때, 사회보장 연금 수령을 뒤로 미루어야 할 때 자산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금융자문가는 그러라고 선뜻 대답을 못해줄 수 있다. 그럴 경우 수수료의 기준이 되는 투자자산 금액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문에 시급으로 대가를 지불하는 계약은 장점이 분명하지만 아직 일반화되지 못했다. 자산관리자 입장에서는 고액 자산가를 맡으면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제도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수년간 자문을 해준 파트너와 헤어지기가 쉽지 않다. 로스의 말처럼 “타성은 강력한 법”이다.

- WILLIAM BALDWI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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