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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선 한국BMS 대표

박혜선 한국BMS 대표

C형간염 치료제 ‘다클린자’와 ‘순베프라’를 한국에 출시하며 불과 4개월 만에 보험급여를 적용받는 등 강력한 추진력과 속도전으로 제약업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박혜선 한국 BMS 대표를 만났다.
강한 추진력으로 한국BMS를 이끌고 있는 박혜선 대표.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ristol-Myers Squibb, 이하 BMS)은 일반 의약품보다는 중증질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해온 글로벌 기업이다. 박혜선 한국BMS 대표는 포브스코리아 기자에게 “우리는 환자들에게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치료제를 공급하기 위해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에 전념하는 연구개발(R&D) 중심의 스페셜티 케어 전문 바이오 제약기업(Specialty Care Biopharma)”이라고 회사를 소개했다.

BMS는 한국에서 특히 C형 간염치료제와 면역항암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C형 간염은 인터페론이라는 주사제를 통해 치료해왔지만 약효에 대한 반응률이 20~40%로 매우 낮았다. 하지만 한국BMS가 개발해 지난해 공급을 시작한 다클린자+순베프라 병용요법은 경구용인데도, 거의 완치에 가까울 정도로 치료율을 높였다.

 비결은 강력한 추진력과 속도전
BMS의 면역항암제도 업계가 주목하는 약품이다.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는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동시에 공격해 부작용이 많았다. 그 이후 암세포만 공격하는 2세대 표적항암제가 개발되고, 마지막으로 3세대 면역항암제가 등장한다. 세포독성항암제와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반면, 면역항암제는 인체 내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암을 치료한다. “BMS가 오노약품공업과 함께 개발한 면역항암제 옵디보는 보다 광범위한 그룹의 암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입니다. 의료진이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 없이 처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옵디보의 성과에 힘입어 BMS는 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 갈리엥 어워드(Prix Galien Award)’에서 최고 바이오기술 제품(Best Biotechnology Product) 부문을 수상했다.

박혜선 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한국BMS를 이끌고 있다. 부임 당시 회사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우선 5년 연속 전체 처방 의약품 시장 1위를 유지하며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왔던 B형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의 특허가 만료됐다. 오리지널 치료제의 특허가 만료되면 만료 첫 해에 기존 가격의 70%로 가격이 인하되고, 2년째가 되면 기존 가격의 50%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공교롭게도 매출에 커다란 타격이 오는 시기에 경영을 맡은 것이다. 바라크루드의 특허 만료 이후, 신약의 출시까지 공백 기간에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며 신약을 런칭해 성공시키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BMS에 합류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하며 말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합류하기에 적합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제약기업과의 협업 통한 ‘전문화’도
박 대표는 C형간염 치료제 다클린자와 순베프라를 한국에 출시하며 불과 4개월만에 보험급여를 적용 받았다. 한국에 소개된 치료제 가운데 이례적으로 짧은 기록이다. 혁신 신약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각광 받기에 통과엔 문제가 없었다. 4개월 만에 보험 적용을 받은 것은 완벽에 완벽을 기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박 대표는 “기본적으로 ‘남들이 시도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도 시도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남들은 시도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도전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회사 관계자도 “강력한 추진력과 속도전에 놀랐다”며 “일을 할 때 다양한 시각으로 예상되는 문제를 철저히 파악한 다음에 전광석화처럼 몰아치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도 “BMS에는 ‘환자는 기다릴 수 없다’(Patients can’t wait)는 말이 있다”며 “중증질환 환자들에게 빠르게 혁신적인 치료제를 공급해야 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기에 속도를 많이 올렸다”고 말했다.

BMS는 글로벌 제약사 중 한국 제약기업과의 협업에 적극적인 제약사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3년 7월, BMS의 면역항암제를 10년간 생산하는데 합의했다. 2014년 4월에는 BMS의 상업용 원료의약품과 완제품을 생산하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계약을 확대·체결했다. BMS는 이처럼 연구자 주도의 임상시험 지원을 통해 과학적인 가치가 있는 국내 데이터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협업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영역을 연구개발에서 치료제의 생산, 공급 과정까지 확장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상, 2상 등 초기임상을 한국에 더욱 많이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실제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의료기관에서 옵디보와 관련한 1상, 2상 임상시험들이 진행되고 있지요.” 박 대표의 설명이 뒤따른다.

5년 전 만해도 글로벌 제약사 사이에선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 더 많은 분야에 진출하는 전략이 유행이었다. 최근에는 ‘전문화’ ,즉 각 회사마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 해당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는 BMS가 전문화에 가장 앞선 기업으로 꼽힌다. 박 대표는 “앞으로 한국에서 협업은 문화를 중시하며 진행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내 제약기업이 굉장히 많이 발전하고 성장했다”는 자신의 의견도 밝혔다. 과거에는 국내 제약기업들이 제네릭 및 개량신약 등 단기적인 수익 창출 구조에 집중하고, R&D 부문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많은 국내 기업이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중증질환 분야에 집중하는 BMS처럼 국내 제약사도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 R&D에 투자하면 좋은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업계에 뛰어들면서 ‘한국 제약업계에 확실히 기여했다’라고 되돌아 볼 수 있기를 꿈꿔왔습니다. 단순히 어떤 지위에 올랐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보다 ‘박혜선이라는 사람이 이런 일을 했지’라고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박혜선 CEO의 당찬 각오다.

- 글 조용탁 기자·사진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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