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만 하지 말고 그냥 즐기자
비판만 하지 말고 그냥 즐기자
아우슈비츠, 국립묘지 등 성스런 장소에서 ‘포켓몬 고’ 한다고 말 많지만 현실이 어지러운 것만큼 ‘증강 현실’이 필요하다는 사실 인정해야 올해 6~7월은 세계적으로 무덥고 흉흉했다. 매주 SNS에 테러와 갈등을 가리키는 새로운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Brussels(테러), #Istanbul(테러), #AltonSterling(미국에서 백인 경관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흑인), #PhilandoCastile(미국에서 백인 경관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흑인), #BatonRouge(그에 대한 보복으로 경관이 총격 받아 사망한 미국 루이지애나 주 도시), #FalconHeights(흑인이 백인 경관의 총에 맞아 사망한 미국 미네소타 주의 도시), #Dallas(흑인이 백인 경관을 저격한 미국 텍사스 주 도시), #Nice(프랑스 테러), #BlueLivesMatter(미국 흑인의 백인 경찰 공격에 반대하는 ‘경찰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 #BlackLivesMatter(미국 경찰의 흑인 총격에 항의하는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운동), #BrownLivesMatter(미국에서 라틴계가 경찰의 총격에 사망하자 그에 반대하는 ‘갈색 인종의 생명도 중요하다’ 운동), #AllLivesMatter(‘모든 인종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운동) 등. 이 모든 사건은 서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지구촌의 집단적 표류를 의미한다. 심지어 저녁 뉴스를 보려고 TV를 켜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제정신인 사람들은 현실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부자는 교외로 피신한다. 역병이 돌 때 늘 그랬듯이 말이다.
그러나 지난 7월 초 적어도 내겐 폭염 후의 온화한 날씨처럼 한줄기 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산 넘어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었다. 19세기 골드 러시(금광이 발견된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든 현상), 반도체 혁명,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복장 후디 등 미국 역사에서 거의 모든 ‘거창한 열풍’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 이번 바람은 스마트폰 게임 개발업체 나이앤틱에서 만들어졌다. 광기 번득이는 올여름에 출시된 ‘포켓몬 고’다.
아마 들어봤을 거다. 지금쯤 포켓몬 고에 관해 듣지 않으려면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다. 어렵사리 굴러가는 미국에서라면 대개는 포켓몬 고를 들어봤을 뿐 아니라 매일 그 게임을 하는 955만 명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 훨씬 많은 미국인이 게임을 한다는 주장도 있다. 뉴욕시의 거리에서 나를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면 게임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들은 페이스북에서 업데이트를 하려고 엄지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너무도 열정적으로 두드린다.
나이앤틱이 닌텐도·포켓몬 컴퍼니와 함께 개발한 게임의 세부 사항에 관해선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다. 기본적으로 당신의 포켓몬 캐릭터가 다른 포켓몬 괴물에게 공을 던져 그들을 잡는 게임이다. 다른 플레이어와 대결할 수 있고, 게임 안에서 다양한 장비를 구입할 수도 있다(개발업체는 그런 판매로 수익을 올린다). 게임 자체는 무료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플레이가 가능하다.
내가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데는 의도가 있다. 일반적인 스마트폰 게임의 주된 고객은 기술에 정통한 일본의 트윈 세대(어린이와 청소년 사이)나 나른함에 빠진 미국 기업체의 중간 간부다. 만약 포켓몬 고의 주된 고객도 그와 같다면 그 게임은 기술·게임 전문지에서 집중 소개되는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고속도로 운전 중 포켓몬 게임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도로표지판도 없었을 것이다. 이라크에서 스쿼틀을 잡은 자신의 셀카 사진을 SNS에 올리는 미군도 없었을 것이다[이라크에선 미군과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싸움이 잠시 포켓몬 고의 괴물들과의 싸움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나 샌프란시스코의 골든게이트 공원에 포켓몬 부족 무리가 모여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포켓몬 고가 이전의 모든 게임보다 유리한 점은 증강현실(AR)을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스마트폰 화면에서 보는 풍경은 현실 세계에서 빌려온 것이거나 거기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전화기의 지도와 위치확인, 카메라 기능이 그런 일을 가능케 해준다. 포켓몬 고 게임을 하면 마치 우리의 현실과 같아 보이는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다만 색상이 더 밝고 목표가 더 명확하며 다른 골치 아픈 것들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플레이어는 화면의 노예가 되지만 화면이 사용자를 또 다른 현실 세계로 안내해준다. 그곳은 이상하게 생겼지만 그리 무섭진 않은 괴물들로 가득하다. 내가 뉴욕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 공원을 걸어가며 그 게임을 할 때 관목 뒤에서 괴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매혹적인 숲 속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느낌이 들어 신선했다. 평소 아침에는 그곳에서 주말에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뒤지는 다람쥐나 볼 수 있는데 말이다.증강이란 어떤 요소를 추가하면서 더 낫게 만든다는 뜻이다. 포켓몬 고의 증강도 마찬가지다. 그와 유사한 다른 게임은 현실 세계에서 완전히 벗어나 한 번에 몇 시간씩 젤다 왕국 같은 가상의 세계에 들어갈 것을 요구하지만 포켓몬 고는 그렇지 않다. 그런 가상 세계는 플레이어가 나중에 되돌아 가야 하는 현실 세계에 비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세컨드 라이프’는 수백만 명이 즐겼을지 모르지만 현실 세계와 그리 다르지 않는 삶을 화면 속에서 살기 위해 자신을 격리해야 하는 서글픔이 있었다.
포켓몬 고가 기발한 것은 게임이 의도하는 가상 세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플레이어를 현실 세계로 이끈다는 점이다. 어느 순간 내 게임은 맨해튼의 밴더빌트 애브뉴를 따라 걷는 것으로 변했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브라운스톤 브루클린에서 이어지는 길이다. 그러나 그곳에 포켓몬이 많이 발견되는 포켓스톱이 여럿 들어선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게임에 나오는 그런 포켓스톱이나 포켓몬 ‘체육관’을 찾아다니면서 예전엔 무시했던 집 주변을 탐사할 기회를 갖는다. 사람들은 그 게임을 하면서 서로 친구가 되고 사랑에 빠진다(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면 뻔하다!). 포켓몬 고 덕분에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에서 수천 명이 한꺼번에 만나는 행사도 열린다. 한 네티즌은 포켓몬 고의 모든 플레이어가 지구 전체를 깨끗이 청소하기 위해 주변의 쓰레기를 줍자고 제안했다. 이처럼 단순한 게임에 투입되는 열망에 관한 글을 자꾸 읽으면 그런 얘기가 전혀 허황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포켓몬 고 열풍을 이끄는 것이 ‘향수’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지만 전적으로 믿을 만하진 않다. 포켓몬 시리즈는 1998년 미국에 소개됐다. 지금과 비슷한 사회 문제로 나라가 혼란한 상황이었다. 동성애 혐오 범죄로 와이오밍 주 라라미에서 매튜 셰퍼드가 살해됐고, 알카에다가 동아프리카의 미국 대사관 두 곳을 대상으로 연쇄 폭탄테러를 저질렀으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사원의 섹스 스캔들로 시끄러웠다. 지금 미국에 1990년대 중반의 향수가 그토록 강하다면 미국인은 모두 록밴드 서드 아이 블라인드의 음악을 듣고 드라마 ‘풀하우스’ 재방송을 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포켓몬 고 플레이어들이 역사적으로 성스러운 곳에 침입한다고 화내는 사람도 있다. 폴란드의 유대인 강제수용소 아우슈비츠, 미국 버지니아 주의 알링턴 국립묘지, 9·11 당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설치된 기념 폭포 같은 곳 말이다. 그들의 분노가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화를 낼 필요까진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과거의 비극과 참상만큼 ‘증강’이 필요한 곳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정치인과 혁명가, 구원자들은 모두 나름의 전성기를 누렸다. 이제 일본에서 태어난 작은 괴물들이 세계를 지배하면 어떻게 되는지 한번 두고 보자.
불가피하게 대량살상이나 테러가 일어난 곳에서도 포켓몬 고 게임이 진행될 것이다. 일부는 신성모독이라고 분개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상상력, 마술 같은 복원력, 슬픈 노래를 더 낫게 만들고 싶은 욕구를 보여줄 수도 있다. 물론 포켓몬 고가 세계를 구할 순 없다. 진정으로 사악한 사람들은 아직도 구식 휴대전화를 사용해 이 게임의 매력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포켓몬 고는 현실을 조금씩 고쳐나갈 수 있다. 수백만 명이 게임에 몰두하고, 뉴욕타임스 같은 진지한 언론이 이 게임에 관해 수십 건의 기사를 쓰고, 우리가 이 게임에 관해 읽는 거의 모든 글에 분노가 아니라 경이로움, 더 적은 증강이 아니라 더 많은 증강에 대한 욕구가 담겨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포켓몬 고 앱을 실행하면 ‘늘 경각심을 가져라’ ‘늘 주변 환경을 인지하라’는 충고가 나온다. 젊은 남자가 돌다리를 건너는 사진이 그 배경이다. 그 남자는 스마트폰으로 포켓몬 괴물 사냥에 정신이 빠져 개천에서 용이 나타나 그를 삼키려는 것도 못 본다. 하지만 그처럼 위험하게 다른 곳에 정신을 빼앗긴 그 친구를 난 걱정하지 않는다. 그에겐 포켓몬이 있으니까.
- 알렉산더 나자리안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러나 지난 7월 초 적어도 내겐 폭염 후의 온화한 날씨처럼 한줄기 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산 넘어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었다. 19세기 골드 러시(금광이 발견된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든 현상), 반도체 혁명,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복장 후디 등 미국 역사에서 거의 모든 ‘거창한 열풍’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 이번 바람은 스마트폰 게임 개발업체 나이앤틱에서 만들어졌다. 광기 번득이는 올여름에 출시된 ‘포켓몬 고’다.
아마 들어봤을 거다. 지금쯤 포켓몬 고에 관해 듣지 않으려면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다. 어렵사리 굴러가는 미국에서라면 대개는 포켓몬 고를 들어봤을 뿐 아니라 매일 그 게임을 하는 955만 명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 훨씬 많은 미국인이 게임을 한다는 주장도 있다. 뉴욕시의 거리에서 나를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면 게임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들은 페이스북에서 업데이트를 하려고 엄지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너무도 열정적으로 두드린다.
나이앤틱이 닌텐도·포켓몬 컴퍼니와 함께 개발한 게임의 세부 사항에 관해선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다. 기본적으로 당신의 포켓몬 캐릭터가 다른 포켓몬 괴물에게 공을 던져 그들을 잡는 게임이다. 다른 플레이어와 대결할 수 있고, 게임 안에서 다양한 장비를 구입할 수도 있다(개발업체는 그런 판매로 수익을 올린다). 게임 자체는 무료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플레이가 가능하다.
내가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데는 의도가 있다. 일반적인 스마트폰 게임의 주된 고객은 기술에 정통한 일본의 트윈 세대(어린이와 청소년 사이)나 나른함에 빠진 미국 기업체의 중간 간부다. 만약 포켓몬 고의 주된 고객도 그와 같다면 그 게임은 기술·게임 전문지에서 집중 소개되는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고속도로 운전 중 포켓몬 게임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도로표지판도 없었을 것이다. 이라크에서 스쿼틀을 잡은 자신의 셀카 사진을 SNS에 올리는 미군도 없었을 것이다[이라크에선 미군과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싸움이 잠시 포켓몬 고의 괴물들과의 싸움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나 샌프란시스코의 골든게이트 공원에 포켓몬 부족 무리가 모여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포켓몬 고가 이전의 모든 게임보다 유리한 점은 증강현실(AR)을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스마트폰 화면에서 보는 풍경은 현실 세계에서 빌려온 것이거나 거기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전화기의 지도와 위치확인, 카메라 기능이 그런 일을 가능케 해준다. 포켓몬 고 게임을 하면 마치 우리의 현실과 같아 보이는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다만 색상이 더 밝고 목표가 더 명확하며 다른 골치 아픈 것들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플레이어는 화면의 노예가 되지만 화면이 사용자를 또 다른 현실 세계로 안내해준다. 그곳은 이상하게 생겼지만 그리 무섭진 않은 괴물들로 가득하다. 내가 뉴욕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 공원을 걸어가며 그 게임을 할 때 관목 뒤에서 괴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매혹적인 숲 속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느낌이 들어 신선했다. 평소 아침에는 그곳에서 주말에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뒤지는 다람쥐나 볼 수 있는데 말이다.증강이란 어떤 요소를 추가하면서 더 낫게 만든다는 뜻이다. 포켓몬 고의 증강도 마찬가지다. 그와 유사한 다른 게임은 현실 세계에서 완전히 벗어나 한 번에 몇 시간씩 젤다 왕국 같은 가상의 세계에 들어갈 것을 요구하지만 포켓몬 고는 그렇지 않다. 그런 가상 세계는 플레이어가 나중에 되돌아 가야 하는 현실 세계에 비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세컨드 라이프’는 수백만 명이 즐겼을지 모르지만 현실 세계와 그리 다르지 않는 삶을 화면 속에서 살기 위해 자신을 격리해야 하는 서글픔이 있었다.
포켓몬 고가 기발한 것은 게임이 의도하는 가상 세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플레이어를 현실 세계로 이끈다는 점이다. 어느 순간 내 게임은 맨해튼의 밴더빌트 애브뉴를 따라 걷는 것으로 변했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브라운스톤 브루클린에서 이어지는 길이다. 그러나 그곳에 포켓몬이 많이 발견되는 포켓스톱이 여럿 들어선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게임에 나오는 그런 포켓스톱이나 포켓몬 ‘체육관’을 찾아다니면서 예전엔 무시했던 집 주변을 탐사할 기회를 갖는다. 사람들은 그 게임을 하면서 서로 친구가 되고 사랑에 빠진다(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면 뻔하다!). 포켓몬 고 덕분에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에서 수천 명이 한꺼번에 만나는 행사도 열린다. 한 네티즌은 포켓몬 고의 모든 플레이어가 지구 전체를 깨끗이 청소하기 위해 주변의 쓰레기를 줍자고 제안했다. 이처럼 단순한 게임에 투입되는 열망에 관한 글을 자꾸 읽으면 그런 얘기가 전혀 허황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포켓몬 고 열풍을 이끄는 것이 ‘향수’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지만 전적으로 믿을 만하진 않다. 포켓몬 시리즈는 1998년 미국에 소개됐다. 지금과 비슷한 사회 문제로 나라가 혼란한 상황이었다. 동성애 혐오 범죄로 와이오밍 주 라라미에서 매튜 셰퍼드가 살해됐고, 알카에다가 동아프리카의 미국 대사관 두 곳을 대상으로 연쇄 폭탄테러를 저질렀으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사원의 섹스 스캔들로 시끄러웠다. 지금 미국에 1990년대 중반의 향수가 그토록 강하다면 미국인은 모두 록밴드 서드 아이 블라인드의 음악을 듣고 드라마 ‘풀하우스’ 재방송을 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포켓몬 고 플레이어들이 역사적으로 성스러운 곳에 침입한다고 화내는 사람도 있다. 폴란드의 유대인 강제수용소 아우슈비츠, 미국 버지니아 주의 알링턴 국립묘지, 9·11 당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설치된 기념 폭포 같은 곳 말이다. 그들의 분노가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화를 낼 필요까진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과거의 비극과 참상만큼 ‘증강’이 필요한 곳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정치인과 혁명가, 구원자들은 모두 나름의 전성기를 누렸다. 이제 일본에서 태어난 작은 괴물들이 세계를 지배하면 어떻게 되는지 한번 두고 보자.
불가피하게 대량살상이나 테러가 일어난 곳에서도 포켓몬 고 게임이 진행될 것이다. 일부는 신성모독이라고 분개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상상력, 마술 같은 복원력, 슬픈 노래를 더 낫게 만들고 싶은 욕구를 보여줄 수도 있다. 물론 포켓몬 고가 세계를 구할 순 없다. 진정으로 사악한 사람들은 아직도 구식 휴대전화를 사용해 이 게임의 매력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포켓몬 고는 현실을 조금씩 고쳐나갈 수 있다. 수백만 명이 게임에 몰두하고, 뉴욕타임스 같은 진지한 언론이 이 게임에 관해 수십 건의 기사를 쓰고, 우리가 이 게임에 관해 읽는 거의 모든 글에 분노가 아니라 경이로움, 더 적은 증강이 아니라 더 많은 증강에 대한 욕구가 담겨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포켓몬 고 앱을 실행하면 ‘늘 경각심을 가져라’ ‘늘 주변 환경을 인지하라’는 충고가 나온다. 젊은 남자가 돌다리를 건너는 사진이 그 배경이다. 그 남자는 스마트폰으로 포켓몬 괴물 사냥에 정신이 빠져 개천에서 용이 나타나 그를 삼키려는 것도 못 본다. 하지만 그처럼 위험하게 다른 곳에 정신을 빼앗긴 그 친구를 난 걱정하지 않는다. 그에겐 포켓몬이 있으니까.
- 알렉산더 나자리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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