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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속에서 뭐가 굼실굼실거려요”

“피부 속에서 뭐가 굼실굼실거려요”

수수께끼의 피부질환 모겔론스병, 의사들은 망상에서 비롯된 질병이라고 말하지만 고통 호소하는 환자 계속 늘어
의사들은 모겔론스병을 감염이 아니라 망상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2012년 의학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선발된 과학자들이 논문 한 편으로 말 많은 질병 하나를 지구상에서 영구히 없애버리려 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불러모은 연구팀은 아주 간단한 의문의 답을 찾는 데 6년이나 매달렸다. 오랫동안 논란에 휩싸였던 피부질환 모겔론스병을 일으키는 생물학적 원인이 있느냐는 의문이었다. 모겔론스병으로 고통당하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머리가 어지럽고 쉽게 피로를 느끼며 온몸이 끊임없이 가렵고 전신에 발진이 생겨 잘 낫지 않으며 발진 속에서 때론 붉은색, 때론 회색이나 검은색의 실오라기 같은 모양의 필라멘트가 돋아난다.

CDC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에서 자칭 모겔론스병 환자 115명을 면담한 뒤 41명에게 다양한 검사를 실시했다. 2년에 걸친 검사에다 데이터 분석과 결과 발표에도 4년이 걸렸다. 예산도 50만 달러나 들었다.

하지만 그런 시간과 돈, 노력에도 그들은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 실오리기 같은 필라멘트의 성분은 대부분 나무나 녹조류, 면셔츠 등의 기본 요소인 셀룰로스(섬유소)였다. 그 결과는 옷의 실오라기가 우연히 환자의 상처에 떨어져 피부를 뚫고 나온 기생충으로 오인됐다는 일반적인 의심을 뒷받침한다. 발진을 비롯해 뇌혼미와 피로증 등 흔히 알려진 모겔론스병의 증상을 병원균 감염이 일으켰다는 증거는 전혀 없었다. 모겔론스병의 다른 원인이 있다면 그것은 ‘망상’이라고 CDC 연구팀은 지적했다. 환자가 자신의 몸에서 가려움과 고통의 원인을 집요하게 찾으면서 생기는 자해 상처가 그 증거라고 그들은 설명했다.

CDC의 모겔론스병 연구 결과가 발표된 지 1개월도 못 가 비영리단체 모겔론스병연구재단이 문을 닫았다. 이 재단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여성 메리 레이타오가 설립했다. 그녀는 환자의 등에 ‘뻣뻣한’ 털이 돋는 17세기 질병의 수수께끼 같은 명칭을 그 증상에 갖다 붙였다. 2001년 두 살짜리 아들에게서 그 증상을 처음 발견하면서 설립한 재단이 11년만에 폐쇄됐다. 레이타오는 대중의 기억에서도 사라졌다. 그러나 그 이래 모겔론스병 환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계속 늘어났다.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인터넷의 힘 덕분이었다. 자신이 모겔론스병 환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의사들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데브라 카버(52)는 뉴스위크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시달렸던 증상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팔꿈치에서 시작된 것 같았다. 팔꿈치 부분이 계속 가려웠다. 손톱 아래 종이에 베인 상처 같은 것이 생겼다. 머리카락도 빠졌다. 기생충이 피부 아래 작은 터널을 뚫어 그 속으로 기어다니는 느낌이었다.”

모겔론스병이 실재하는 질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라임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가 원인일지 모른다고 믿는다.
어느 날 머리를 빗었을 때 ‘붉은 실’ 같은 것이 머리에서 떨어졌다. 그것을 본 카버는 언젠가 들었던 모겔론스병을 떠올렸다. 곧 그녀는 페이스북에서 모겔론스병 환자 포럼을 발견했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카버는 자신이 의심했던 병이 맞다고 확신했다. 섬뜩했지만 그래도 위안이 됐다. “그 포럼이 세부 사항을 친절히 알려줬다. 나를 보고 정신 나갔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거기서 같은 증상을 겪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 없었다면 나 혼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카버가 가입한 포럼은 모겔론스병을 주제로 만들어진 페이스북의 여러 그룹 중 하나다. 가장 큰 그룹은 회원이 수천 명에 이른다.

섬유근육통처럼 원인을 두고 논란이 많은 질병의 사회적 현상을 연구하는 뉴멕시코대학 사회학 교수 크리스틴 바커는 “인터넷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을 신속히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서로의 경험을 비교한 뒤 ‘우리 모두 똑같은 증상에 시달리기 때문에 이건 망상이 절대 아니다’라는 믿음을 만들어낸다.”

레이타오의 단체는 사라졌지만 다른 단체들이 모겔론스병을 실재하는 질병으로 정당화하려고 애쓴다. 찰스 E 홀먼 모겔론스병재단이 가장 활발하다. 이 재단은 지난 4월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제9차 연례 모겔론스병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그 재단의 사무총장 신디 케이시-홀먼은 2000년대 중반 이 증상에 시달렸다. 그녀와 남편은 모겔론스병에 관한 잡지 기사를 본 뒤 레이타오의 모겔론스병 인식제고·연구 운동에 합류했다. 그러다가 2006년 레이타오의 재단에서 떨어져 나와 독자적인 비영리단체를 설립했다. 그들은 CDC가 모겔론스병에 관해 내린 결론을 거부한다. 편파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케이시-홀먼 사무총장은 “CDC는 모든 증거를 조사하지도 않고 처음부터 그런 질병은 없다고 예단했다”고 주장했다.

홀먼의 재단과 관련 연구자들은 라임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가 적어도 부분적으론 모겔론스병의 원인이라고 믿는다. 그들의 재정지원으로 지난해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검사 받은 모겔론스병 환자 25명 중 24명에게서 보렐리아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그러나 영국 웨일스 렉섬 소재 정신건강사회센터의 정신과의사 피터 레핑 박사는 박테리아와 모겔론스병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망상적 감염증’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망상적 감염증은 환자가 스스로 병에 걸렸다고 믿게 만드는 심리증상을 가리킨다.

이 증상이 거론된 것은 몇 세기 전이다. 감염됐다는 망상의 주제는 과거엔 기생충과 진드기에서 20세기 들어선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로 변했다. “하지만 기본은 똑같다”고 레핑 박사는 설명했다. “그들은 한마디로 실재하지 않는 무엇에 감염됐다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그런 망상증은 많았다. 모겔론스병은 그중 가장 최근의 예다.” 또 그는 찰스 E 홀먼 모겔론스병재단이 홍보하는 연구 결과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재단의 연구팀은 모겔론스병 환자에게서 채취한 필라멘트를 고성능 전자현미경으로 조사하면 그것이 옷의 실오라기라는 주장은 허구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레핑 박사는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모겔론스병이 신체적인 질병이라는 것을 입증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실시한 연구도 자칭 모겔론스병 환자에게서 수거한 필라멘트를 고성능 전자현미경으로 조사한 뒤 CDC의 판단이 옳다고 결론지었다. 또 레핑 박사는 모겔론스병 옹호론자들이 내세우는 라임병 원인 박테리아의 발견도 반드시 의미 있는 증거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건 그 환자들이 일생 중 어느 시점에 라임병 박테리아에 노출됐다는 의미일 뿐이다. 하지만 그 박테리아에 노출된 사람 대다수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CDC 연구팀은 모겔론스병 환자 샘플에서 라임병 박테리아를 발견하지 못했다. “환자들은 우리에게 찾아와서 박테리아에 감염됐으니 의학적 문제라고 말한다. 우리는 ‘의학적 문제는 맞지만 다만 박테리아 감염이 아니라 뇌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환자들은 우리 말을 믿지 않는다.”

레핑 박사는 모겔론스병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 망상적 감염증의 증가와 일치하진 않는다고 본다(그런 망상적 감염증을 가진 미국인은 약 2만9000명에 불과해 아주 드문 증상으로 인식된다). 망상적 감염증이 이전보다 많아진 게 아니라 모겔론스병에 걸렸다고 믿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미국에서 자칭 모겔론스병 환자는 최소 2만 명이며 찰스 E 홀먼 모겔론스병재단과 접촉하는 사람의 수가 지난 5년 사이 4배 이상으로 늘었다. 따라서 실제 망상적 감염증 환자를 찾아내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레핑 박사는 말했다.

보통 망상증 피해자는 한두 군데 병원을 다녀온 뒤 내키지 않지만 처방 받은 항정신병약을 먹고 낫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모겔론스병이 확실하며 의사들은 전부 바보라고 확신시키는 채팅방에서 몇 개월을 지내고 나면 그런 환자는 의사의 도움을 받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망상적 감염증 환자가 많지 않고 산재돼 있지만 치료 결과는 아주 좋다. 2세대 항정신병약(예를 들어 조현병 치료에 필요한 양보다 훨씬 적은 양이 처방된다)을 투여 받는 환자 대다수는 증상이 호전된다. 레핑 박사는 “어떤 환자는 완전히 회복돼 ‘내가 망상적 감염증이었으며 이젠 괜찮아졌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하지만 그런 환자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대다수는 ‘의사들이란 다 그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사라지니까 이제 내겐 신경 쓰지 않아. 내가 감염증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젠 괜찮아’라고 말한다. 의사로선 환자가 나아지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없다.”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사람이 따돌림을 당하거나 차별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모겔론병 환자는 망상적이라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고 그처럼 발버둥친다고 바커 교수는 지적했다.

10여 년 전 CDC의 특별연구팀이 조사한 모겔론스병 환자들처럼 카버도 캘리포니아 주에 산다. 그녀 역시 찾아간 의사들에게 무시당한 것 같다고 전화 인터뷰에서 밝혔다. 카버는 가정 주치의를 두고 “의사가 나를 미친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의사를 찾아갔을 때 그녀는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고 돌이켰다. 카버는 내게 의사가 항정신병약인 올라자핀과 항박테리아 피부연고를 처방했다고 털어놓저해상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나는 그런 약을 다 복용하고 나면 망상적 감염증 환자는 대부분 나아지지만 어떤 약이 가장 효과적인지는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카버는 최소한 2개월 동안 그 약을 복용할 생각이라며 연고 덕분에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희망이 중요하다. 희망과 믿음이 없으면 견디지 못한다. 내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 내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 에드 캐러 뉴스위크 기자
 백인 아니라서 피부암 걱정 없다고? - 인종과 상관없으며 유색인이 더 위험할 수 있어…여름엔 자외선 차단제 반드시 발라야
피부암은 인종에 상관없이 걸릴 수 있으므로 선크림 등으로 자외선을 차단해야 한다.
다른 암은 몰라도 피부암은 백인이 걸릴 확률이 유색인보다 훨씬 높다고 의료계는 확신한다. 하지만 이런 정보로 인해 오히려 유색인이 피부암에 더 위험해진다.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 있는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 과학자들은 최신 연구에서 유색인의 피부암 생존률이 백인보다 낮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피부과 전문의 제러미 S 보르도 박사는 “인종과 상관없이 모두가 피부암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색인 환자는 자신이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유색인이 피부암에 걸리면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연구팀은 국립암연구소(NCI)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 1993∼2009년 가장 치명적인 피부암과 관련된 악성 종양 흑색종 환자 약 9만7000명의 상태를 추적했다. 그들은 백인의 흑색종 발생률이 가장 높지만 생존률도 가장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흑인 흑색종 환자의 생존률이 가장 낮았다. 치료하기 더 어려운 종양 발전의 후반기에 흑색종을 진단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미국 피부과학회(AAD)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흑인 흑색종 환자는 종양 발전의 모든 단계에서 예후가 가장 나빴다.

보르도 박사에 따르면 유색인 환자는 흑색종의 명백한 조짐에도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색인은 흑색종 위험이 적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는 생물학적인 이유도 있다고 밝혔다. 흑색종은 유색인에게 더 공격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보르도 박사는 선크림을 발라 피부암을 예방하라고 권고했다(영국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태양 자외선이 흑색종의 86%를 일으킨다). AAD는 SPF(자외선 차단지수) 30 이상의 브로드 스펙트럼(자외선 A, B 동시 차단) 방수 선크림을 권한다. 아울러 보르도 박사는 피부에 색소가 많을수록 손바닥이나 발바닥 등 흔치 않은 부위에 피부암이 생길 위험이 더 크며 흔적을 찾을 때 그 부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면 생존율이 다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인종 사이의 흑색종 차이점과 흑색종 자체에 관한 연구를 더 많이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가능한 방안은 유색인 환자에게 위험을 확실히 알리고 필요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보르도 박사는 “피부암은 누구나 걸릴 수 있어 모두가 피부암 예방과 발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백인이 아니어서 피부암 걱정은 없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치명적일 수 있는 흑색종에 자신도 모르게 침범당해선 안 된다.”

- 수스미타 바랄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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