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스타트업은 지금] 실리콘밸리는 대기업 탈출이 일상
[세계의 스타트업은 지금] 실리콘밸리는 대기업 탈출이 일상
지난해 7월 인기 모바일 게임 ‘포케몬 고’의 운명이 갈렸다. 구글이 사내 벤처 나이언틱의 독립을 허락했다. 조건이 있었다. 외부 투자자를 찾아야 했다. 존 행크 나이언틱 대표는 곧장 포켓몬 게임의 지적재산권을 관리하는 주식회사 포켓몬과 닌텐도를 찾아갔다. 그는 닌텐도와 포켓몬, 엔젤 투자자로부터 3500만 달러의 투자금을 받았다. 그리고 반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증강현실 게임을 내놨다.
존 행크는 2004년 구글에 입사했다. 그는 구글 어스를 개발해 회사에서 주목받았다. 2010년 그는 독립을 원했다. 게임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회사에 남아달라고 그를 설득했다. 페이지는 구글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내 비밀 게임 사업부를 만들고 인력과 자원을 지원했다. 올해 포켓몬 고의 예상 매출은 50억 달러에 달한다. 구글은 나이언틱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성공 신화다.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으로 가득한 실리콘밸리에선 ‘아무리 잘해줘도 스타트업 하겠다고 퇴사하는 직원들은 막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린 재능 넘치는 직원들은 안주보다 도전을 원한다. 성공 사례를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당장 누리는 복지 혜택과 수입은 줄더라도 대박을 터뜨리면 보상이 어마어마하게 크다.
창업을 마음 먹으면 일단 저지르고 본다.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는 차고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다. 아마존의 제프 배조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델의 마이클 델 모두 차고를 개조한 사무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자금 조달도 쉬운 편이다. 초기 스타트업을 돕는 엑셀러레이터도 풍부하다. 현금 동원력이 더욱 막강해진 실리콘밸리의 투자 생태계다. 실리콘밸리만큼 스타트업들을 잘 감별해서 성공 가능성이 큰 회사로 바꿔 놓는 실력 있는 ‘병아리 감별사’ 투자자가 많은 곳은 드물다. 될 만한 선수를 찾아내 키우고 밀어 주는 전문투자자들이 우글거린다.
포케몬고는 사내 벤처의 성공 사례다. 이와 달리 회사 도움 없이 엔젤투자자의 지원을 받아 대박을 터뜨린 사례도 많다. 유튜브가 좋은 예다. 창업자 스티브 첸은 1999년 전자결제기업 페이팔에 입사한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기업이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발달과 더불어 페이팔은 빠르게 성장했다. 2002년 7월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자 다섯 달 후, 이베이가 페이팔을 인수했다. 첸은 회사를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기존 페이팔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아이디어를 나누던 조직이었다. 이베이의 관리방식은 페이팔과는 달랐다. 엔지니어의 발언권이 없어졌고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첸은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혁신 없는 조직의 모습을 이베이에서 확인했다”며 “에너지가 넘치고 늘 떠들썩한 재미있는 회사였던 페이팔이 갑갑한 틀에 갇힌 조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조직을 겉돌던 첸은 2005년 이베이를 떠난다. 페이팔 동료인 채드 헐리, 자웨드 카림과 함께 스타트업을 차렸다.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사업이다. 2005년 2월 ‘www.youtube.com’이라는 도메인을 샀고, 4월 23일 자웨드가 유튜브에 19초짜리 첫 번째 동영상 ‘동물원에서’를 올렸다. 10월 벤처투자사인 세쿼이어캐피탈의 투자를 받았다. 창업 9개월 만의 성과다. 허름한 아파트에서 깔끔한 사무실로 옮겼고, 사업을 더욱 키웠다. 유튜브의 가능성을 확인한 구글은 2006년 10월, 16억5000만 달러에 유튜브를 인수했다.
지난 10년 간 실리콘밸리의 투자 생태계는 한층 진화했다. 초기 스타트업에 엔젤, 엑셀러레이터, 마이크로벤처캐피털(VC)이 소액을 투자해 빠르게 성장시킨다. 그리고 성장한 스타트업을 전통적인 중견VC들이 받아서 수십, 수백억원씩 재투자한다. 요즘에는 글로벌 대기업 계열 벤처펀드와 공개기업에 투자하던 헤지펀드까지 들어왔다. 이들은 투자할 스타트업을 찾아 다닌다. 실패는 이들에게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를 경험한 기업인을 더욱 선호한다. 성공 확률이 더욱 높아서다. 한국에선 사업 실패자에 대한 불신이 높다. 당장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고 다른 기업과의 거래길도 막힌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실패를 경험으로 인정해주며 재능있는 사업가의 역량을 살린 것이 실리콘밸리 신화의 중요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우버가 좋은 예다. 트래비스 캘러닉은 대학을 중퇴하고 1997년 친구들과 함께 멀티미디어 서치엔진 업체 스카워를 설립했다. 인터넷을 통해 서로의 영화·음악 파일을 공유하는 회사였다. 2000년 재앙이 닥쳤다. 미국영화협회, 미국 레코딩협회(RIAA), 전국음악출판인협회(NMPA)가 저작권 침해로 스카워를 고소했다. 소송가액은 2500억 달러에 달했다. 스카워는 이 소송을 피하기 위해 자진 파산을 선택했다.
캘러닉은 하루 아침에 고졸 백수가 됐다. 하지만 그를 눈여겨본 엑셀레이터가 찾아 왔다. 법률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고 설득했다. 캘러닉은 다시 사업을 시작한다. 스카워의 검색엔진팀과 손을 잡고 레드 스워시라는 동영상 파일공유 업체를 세웠다. 레드 스워시도 음악과 영상 파일을 교환하는 업체다. 이번에는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합법성을 확보했다. 캘러닉은 2007년 이 회사를 네트워크 컴퓨팅 기업 아카마이 테크놀러지스에 1900만 달러를 받고 팔았다. 성공을 거둔 그는 영화가 아니라 이번엔 자동차를 나눠쓰는 사업 모델을 들고 창업했다. 공유경제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우버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는 평균 2.8회 실패한 경험이 있다. 우버의 공동창립자 트래비스 캘러닉이나 페이팔의 공동창립자 레브친, 징가의 창립자 마크 핑거스도 실패의 경험을 딛고 IT 산업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창업시장에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은 정설로 통한다. 실패를 용인해주는 문화에도 이유가 있다. 창업해서 결국 실패하더라도 거기서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발전할 수 있다. 성숙한 창업자들에게는 투자자들이 또 투자해준다. 그리고 스타트업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창업자가 돌아갈 곳이 많다.
수많은 실리콘밸리의 IT 대기업과 셀 수 없는 다양한 스타트업이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해준다. 글로벌 기업에서 뛰어나와 새로운 도전을 해도 부담이 적다. 그만큼 기회가 많다. 스타트업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과감히 접는다. 빨리 문을 닫고 남은 돈은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 그리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넷플릭스에 다시 돌아가 안락한 복지를 누리며 억대 연봉을 받으면 된다. 다시 돌아왔다고 뭐라 하는 회사 간부가 없다. 실리콘밸리에서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것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다 기회가 보이면 다시 대기업을 뛰쳐나와 창업한다. 실리콘밸리에서 혁신 기업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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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행크는 2004년 구글에 입사했다. 그는 구글 어스를 개발해 회사에서 주목받았다. 2010년 그는 독립을 원했다. 게임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회사에 남아달라고 그를 설득했다. 페이지는 구글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내 비밀 게임 사업부를 만들고 인력과 자원을 지원했다. 올해 포켓몬 고의 예상 매출은 50억 달러에 달한다. 구글은 나이언틱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성공 신화다.
아무리 잘해줘도 스타트업 창업 못 막아
창업을 마음 먹으면 일단 저지르고 본다.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는 차고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다. 아마존의 제프 배조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델의 마이클 델 모두 차고를 개조한 사무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자금 조달도 쉬운 편이다. 초기 스타트업을 돕는 엑셀러레이터도 풍부하다. 현금 동원력이 더욱 막강해진 실리콘밸리의 투자 생태계다. 실리콘밸리만큼 스타트업들을 잘 감별해서 성공 가능성이 큰 회사로 바꿔 놓는 실력 있는 ‘병아리 감별사’ 투자자가 많은 곳은 드물다. 될 만한 선수를 찾아내 키우고 밀어 주는 전문투자자들이 우글거린다.
포케몬고는 사내 벤처의 성공 사례다. 이와 달리 회사 도움 없이 엔젤투자자의 지원을 받아 대박을 터뜨린 사례도 많다. 유튜브가 좋은 예다. 창업자 스티브 첸은 1999년 전자결제기업 페이팔에 입사한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기업이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발달과 더불어 페이팔은 빠르게 성장했다. 2002년 7월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자 다섯 달 후, 이베이가 페이팔을 인수했다. 첸은 회사를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기존 페이팔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아이디어를 나누던 조직이었다. 이베이의 관리방식은 페이팔과는 달랐다. 엔지니어의 발언권이 없어졌고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첸은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혁신 없는 조직의 모습을 이베이에서 확인했다”며 “에너지가 넘치고 늘 떠들썩한 재미있는 회사였던 페이팔이 갑갑한 틀에 갇힌 조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조직을 겉돌던 첸은 2005년 이베이를 떠난다. 페이팔 동료인 채드 헐리, 자웨드 카림과 함께 스타트업을 차렸다.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사업이다. 2005년 2월 ‘www.youtube.com’이라는 도메인을 샀고, 4월 23일 자웨드가 유튜브에 19초짜리 첫 번째 동영상 ‘동물원에서’를 올렸다. 10월 벤처투자사인 세쿼이어캐피탈의 투자를 받았다. 창업 9개월 만의 성과다. 허름한 아파트에서 깔끔한 사무실로 옮겼고, 사업을 더욱 키웠다. 유튜브의 가능성을 확인한 구글은 2006년 10월, 16억5000만 달러에 유튜브를 인수했다.
지난 10년 간 실리콘밸리의 투자 생태계는 한층 진화했다. 초기 스타트업에 엔젤, 엑셀러레이터, 마이크로벤처캐피털(VC)이 소액을 투자해 빠르게 성장시킨다. 그리고 성장한 스타트업을 전통적인 중견VC들이 받아서 수십, 수백억원씩 재투자한다. 요즘에는 글로벌 대기업 계열 벤처펀드와 공개기업에 투자하던 헤지펀드까지 들어왔다. 이들은 투자할 스타트업을 찾아 다닌다. 실패는 이들에게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를 경험한 기업인을 더욱 선호한다. 성공 확률이 더욱 높아서다. 한국에선 사업 실패자에 대한 불신이 높다. 당장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고 다른 기업과의 거래길도 막힌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실패를 경험으로 인정해주며 재능있는 사업가의 역량을 살린 것이 실리콘밸리 신화의 중요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우버가 좋은 예다. 트래비스 캘러닉은 대학을 중퇴하고 1997년 친구들과 함께 멀티미디어 서치엔진 업체 스카워를 설립했다. 인터넷을 통해 서로의 영화·음악 파일을 공유하는 회사였다. 2000년 재앙이 닥쳤다. 미국영화협회, 미국 레코딩협회(RIAA), 전국음악출판인협회(NMPA)가 저작권 침해로 스카워를 고소했다. 소송가액은 2500억 달러에 달했다. 스카워는 이 소송을 피하기 위해 자진 파산을 선택했다.
캘러닉은 하루 아침에 고졸 백수가 됐다. 하지만 그를 눈여겨본 엑셀레이터가 찾아 왔다. 법률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고 설득했다. 캘러닉은 다시 사업을 시작한다. 스카워의 검색엔진팀과 손을 잡고 레드 스워시라는 동영상 파일공유 업체를 세웠다. 레드 스워시도 음악과 영상 파일을 교환하는 업체다. 이번에는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합법성을 확보했다. 캘러닉은 2007년 이 회사를 네트워크 컴퓨팅 기업 아카마이 테크놀러지스에 1900만 달러를 받고 팔았다. 성공을 거둔 그는 영화가 아니라 이번엔 자동차를 나눠쓰는 사업 모델을 들고 창업했다. 공유경제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우버다.
미국 스타트업 평균 2.8회 실패 후 성공
수많은 실리콘밸리의 IT 대기업과 셀 수 없는 다양한 스타트업이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해준다. 글로벌 기업에서 뛰어나와 새로운 도전을 해도 부담이 적다. 그만큼 기회가 많다. 스타트업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과감히 접는다. 빨리 문을 닫고 남은 돈은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 그리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넷플릭스에 다시 돌아가 안락한 복지를 누리며 억대 연봉을 받으면 된다. 다시 돌아왔다고 뭐라 하는 회사 간부가 없다. 실리콘밸리에서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것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다 기회가 보이면 다시 대기업을 뛰쳐나와 창업한다. 실리콘밸리에서 혁신 기업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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