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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분석으로 폭력성 예측한다

언어 분석으로 폭력성 예측한다

알려진 위험 요인을 바탕으로 한 청소년들의 설문지 답변과 앱으로 교내 폭력 예방에 나서
2012년 코네티컷 뉴타운에서 벌어진 총기난사로 샌디훅 초등학교의 6~7세 어린이 20명과 교장 등 교직원 6명이 희생됐다.
1998년 미국 오리건 주의 고등학생 킵 킨켈(당시 15세)은 집에서 부모를 살해한 뒤 자신이 다니던 고등학교에 가서 학생 2명을 더 사살했다. 그는 사건 이전에 쓴 일기에서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증오한다’고 밝혔다. 2006년 위스콘신 주에 살던 에릭 헤인스톡(당시 15세)도 자신이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교장을 사살했다. 교도소에서 쓴 편지에서 그는 교장과 교사, 사회복지사가 ‘내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아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2014년 펜실베이니아 주에 살던 알렉스 흐리발(당시 16세)은 학생 20명과 경비원을 흉기로 찔렀다. 그 직전 그는 자신의 행동을 교사와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편지를 썼다.

거의 모든 전문가는 교내 폭력행위를 막으려면 학생의 언어와 행동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변화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아동 병원 메디컬 센터의 연구자들은 그 아이디어를 한 걸음 더 진전시켰다. 예비 연구에서 그들은 학생들에게 28개 항목의 설문에 답하도록 한 뒤 그 답변을 분석해 누가 폭력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큰지 예측했다.

물론 그런 예측은 매우 유용한 정보다. 그러나 폭력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확인된 아이를 부모와 학교는 어떻게 해야 하나? 폭력을 예방하는 약은 아직 없지만 그런 약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진다. 미국 국립교육통계센터에 따르면 2012년 7월~2013년 6월 미국의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 폭력사건으로 53명이 사망했다. 2013~2014 학년도 미국 공립학교의 65%에서 1건 이상의 폭력사건이 발생해 전국적으로 약 75만7000건에 이르렀다. 또 킨켈과 헤인스톡, 흐리발의 경우처럼 부모나 교사가 그들이 하는 말을 좀 더 귀담아 들었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사건이 너무도 많다.

학술지 ‘계간 정신의학’ 7월호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신시내티 아동병원의 어린이·청소년 법의학 정신과 서비스의 드루 바즈먼 소장이 이끌었다. 연구팀은 오하이오·켄터키 주에서 중·고등학생 25명의 설문지 답변을 분석했다. 그 결과 참여자 중 11명(44%)이 타인에게 언어적·물리적 공격성을 보이거나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학생은 정신건강 문제가 있었지만 연구팀은 학생의 정신건강과 폭력 행사 가능성 사이에 100% 상관관계는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알려진 위험 요인을 바탕으로 한 설문의 답변 녹취록에서 핵심 단어와 어구를 찾아내 분류한 뒤 학생의 행동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정보를 추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고위험군에 속하는 학생은 4개 종류의 콘텐트에 관해 말을 더 많이 했다. 첫째는 폭력적 행동이나 생각, 둘째는 다른 사람에 대한 부정적 느낌이나 행동, 셋째는 자해, 마지막은 폭력적인 미디어였다.

바즈먼 소장은 폭력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큰 학생을 어떻게 대할지에 관해 부모와 학교의 상담사들에게 조언했다. 그는 특정 학생이 학교에서 낙인 찍히는 일이 없도록 그가 폭력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큰지 작은지 학교와 상담사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언어 분석으로 폭력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큰 학생을 찾아냈다고 해서 그 학생이 실제로 폭력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 그것이 이번 연구의 중요한 윤리적 문제였다. 학생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을까? 뉴욕대학 랭곤메디컬센터 의학윤리국의 아서 캐플런 국장은 예를 들어 흡연한다고 반드시 폐암에 걸리진 않는 것처럼 폭력성도 마찬가지이며, 알츠하이머병처럼 폭력의 진단도 표준 치료법이 개발되기 훨씬 전에 먼저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위험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기를 바라긴 했지만 이것은 아주 작은 샘플로 실시한 소규모 연구였다. 신뢰도가 있으려면 연구를 반복해야 하고 다른 인종 그룹이나 문화 그룹, 인구 계층을 대상으로도 시험해야 한다.”

그러나 그도 근년의 끔찍한 사건을 보면서 교내 폭력예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동감한다. 2012년 12월 코네티컷의 평화로운 마을 뉴타운에서 벌어진 총기난사로 샌디훅 초등학교의 6~7세 어린이 20명과 교장 등 교직원 6명이 희생된 사건과 가장 최근엔 지난 9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타운빌 초등학교에 십대가 들어가 권총을 난사해 6세 어린이를 포함해 초등학생 2명과 교사 등 3명이 부상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캐플런 국장은 이번 예비 연구가 언어 분석을 통해 폭력의 위험성과 임박성에 관해 전문가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는 예를 들어 교회나 보이스카웃에서 소규모로 그런 분석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이 분석을 신속한 해결책으로 사용하고 싶어 하겠지만 실제 상황에서 사용하려면 오랜 세월에 걸쳐 이 기법을 발전시켜야 한다. 지금으로선 끔찍한 교내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해보려고 필사적이지만 서둘러선 안 된다.”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수작업 분석을 알고리즘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 다음 그들은 학생이 하는 말을 신속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해 위험 수준을 판단하고 그에 따라 학부모와 학교에 필요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기법은 일부 학생에겐 효과가 클 수 있다. 오하이오 주의 중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한 매디슨 요크(13)는 바즈먼 소장의 설문에 답하고 그와 대응 전략을 논의한 뒤 급우들 앞에서 앞으로 자신에게 욕하면 다시는 참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요크는 다른 사람의 괴롭힘을 절대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간단하게 들리지만 바즈먼 소장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학교에서 자신이 처하는 상황에 그의 제안을 적용함으로써 요크는 조롱하고 괴롭히는 급우들에게 당당히 맞설 용기를 얻었다. 이제 그녀는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고 친구가 많이 생겼다.

바즈먼 소장도 앱 하나로는 학생의 목소리나 비언어적 단서에서 경고 신호를 확실히 포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기술이 인간의 상호작용을 대체하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학생 상담사들이 그 앱을 28개 항목 설문의 보완 수단으로 사용하기를 기대한다.

그의 팀은 분석 알고리즘과 앱을 완벽하게 개발하기 위해 최소한 학생 300명을 더 모집해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 정도도 작은 규모지만 연구팀이 결과에 좀 더 자신을 갖고 앱을 다양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들은 미국의 다양한 지역으로 학생 표본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속어와 방언 등 지역에 따른 언어적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모든 학교에 이 설문과 분석 앱을 표준 도구로 제공할 수 있기 바란다.

물론 그들의 설문과 앱이 교내 폭력을 완벽하게 예방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위험군에 속하는 아이를 확인하는 것만해도 두 손 놓고 있기보다는 낫다.

- 미셸 고먼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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