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도 학부모도 고생한 수능…마음 트고 다독이길 [이코노 헬스]
‘최적의 좌절’이 ‘응집력 있는 자기’ 만들어
좌절감 지나치게 느낀다면 전문의 찾아야
[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상욱 원장] 올해의 골칫거리는 변덕스러운 날씨였다. 하지만 11월 초 날씨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유난히 온화한 날씨 덕에 ‘수능 한파’ 걱정을 덜었다. 필자가 40여 년 전 학력고사를 칠 때도, 수년 전 자녀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응시할 때도 매번 추위에 떨었다. 하지만 올해 수능은 하늘이 날씨로나마 수험생과 학부모의 긴장을 풀어준 듯하다.
모든 학생이 포근한 날씨만큼이나 좋은 시험 결과를 받으면 좋겠지만, 상대평가인 시험의 특성상 누군가는 좋은 결과를 얻고 누군가는 눈에 차지 않는 성적을 받는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받아 좌절하는 수험생도 많다. 이런 수험생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는 학부모의 모습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정서다.
원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고 좌절감에 빠져야 한다는 법은 없다. 긍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다면 좌절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 수능 성적을 높이고 싶다면 시험에 다시 응시해도 좋고, 우선 대학에 입학한 이후 다른 기회를 찾아봐도 된다.
수능 이후에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험생과 학부모가 서로 고생했다고 다독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수험생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길 원한다면, 학부모도 수험생에게 따듯한 응원을 건네야 한다.
좌절이 자아 굳혀
좌절을 마주하며 자아에 상처를 입히지 않아야 한다. 좌절을 극복한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고 자아를 단단하게 굳힐 수 있다. 자기심리학(self psychology)의 창시자인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은 ‘최적의 좌절’(optimal frustration)이 ‘응집력 있는 자기’(cohesive self)를 만드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를 고려할 때, 수험생과 학부모의 마음이나 생각이 어긋난 사례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둘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은 수험생이 좌절하게 만들어 자아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 다니다 수능에 다시 응시한, 이른바 반수에 도전한 A씨가 그런 상황이다. A씨의 부모는 A씨가 수능에 또다시 응시하길 바랐다. 하지만 A씨는 수능을 세 번 보는 삼수생이 되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이어진 학업 스트레스에 고통받아서다.
A씨는 중학생 때까지 좋은 성적을 받아 명문고에 진학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탓에 보는 시험마다 자신과 부모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수능에서는 내신보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자신과 부모가 원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A씨는 대학에 진학한 이후 해방구를 찾았다. 우연히 선택한 사범대가 A씨에게 잘 맞은 덕이었다. 평소 아이를 좋아하다 못해 아이 다루기에 재능 있다는 칭찬을 자주 들은 A씨였다. 대학에서 배운 교육학은 A씨가 처음으로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했다. “막연하고 불확실한 수능과는 달랐다”고 A씨는 말했다.
그래도 A씨는 부모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두 번째 수능을 준비하며 반수에 도전했다. 하지만 입시 학원 강의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첫 번째 수능 때보다 낮은 성적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세 번째 수능을 강요하다 보니 A씨는 매일 불안한 마음에 잠을 자지 못했다. “부모님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왜 가지도 못할 의과대학(의대) 때문에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A씨의 부모에게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A씨의 부모는 모두 의사였다. A씨가 의대에 들어가면 자신들이 진로 조언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A씨가 고등학생 때까지 좋은 학업 성과를 낸 점도 부모가 A씨에게 삼수를 권한 배경이다. 수능을 다시 치면 A씨가 자질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불안함에 잠을 설치는 것은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마음만 고쳐먹으면 잘할 놈이, 한고비만 넘기면 되는데, 왜 번번이 아쉽게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속상하게.”
마음을 달리 먹으면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은 있다. 실제 마음을 고쳐먹고 좋은 성적을 받는 수험생도 있다. 하지만 수험생과 학부모가 서로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을 때 통상 수험생의 좌절감은 커지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악화한다. 이런 악순환을 피하려면 한쪽이 의견을 굽혀야 한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라고 한다. 부모라면 자식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요한 시험을 치른 자녀가 좌절감을 느낀다면, 부모가 자녀의 감정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기심리학에서는 양육자와 상담가에게 “공감이 진실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다”라고 말한다.
물론 불만족스러운 입시 결과는 수험생에게 좌절을 안긴다. 자녀가 자신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 상황이 부모에게 좌절로 다가올 수도 있다. 좌절감을 느낀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럴 때는 학부모인 ‘내’가 수험생인 자녀처럼 최적의 좌절을 이겨내고 있다고 자신과 자녀를 다독이자. A씨와 부모도 이런 과정을 겪으며 상황을 이겨냈다. A씨는 이후 사범대로 복귀했고, 수년 후 선생님이 됐다. A씨의 부모는 대학으로 돌아간 A씨를 보며 마음고생했지만, 상황을 받아들이자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
다만 좌절의 크기가 너무 크다면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다른 사람도 충분히 겪을 만한 좌절인 경우에만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기력과 불면 등 좌절이 신체 반응으로 이어지면 정신건강 전문의를 빨리 찾아야 한다. 부모도 자녀도 마찬가지다.
수험생은 수년을 노력해 수능에 임한다. 이 과정에서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 고생한다는 점은 틀림없다. 수험생, 학부모 모두 수능까지 마음을 졸여왔다. 결과와 별개로 서로에게 “고생했다”라며 다독이고, 마음을 터놓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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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생이 포근한 날씨만큼이나 좋은 시험 결과를 받으면 좋겠지만, 상대평가인 시험의 특성상 누군가는 좋은 결과를 얻고 누군가는 눈에 차지 않는 성적을 받는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받아 좌절하는 수험생도 많다. 이런 수험생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는 학부모의 모습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정서다.
원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고 좌절감에 빠져야 한다는 법은 없다. 긍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다면 좌절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 수능 성적을 높이고 싶다면 시험에 다시 응시해도 좋고, 우선 대학에 입학한 이후 다른 기회를 찾아봐도 된다.
수능 이후에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험생과 학부모가 서로 고생했다고 다독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수험생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길 원한다면, 학부모도 수험생에게 따듯한 응원을 건네야 한다.
좌절이 자아 굳혀
좌절을 마주하며 자아에 상처를 입히지 않아야 한다. 좌절을 극복한 사람은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고 자아를 단단하게 굳힐 수 있다. 자기심리학(self psychology)의 창시자인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은 ‘최적의 좌절’(optimal frustration)이 ‘응집력 있는 자기’(cohesive self)를 만드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를 고려할 때, 수험생과 학부모의 마음이나 생각이 어긋난 사례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둘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은 수험생이 좌절하게 만들어 자아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 다니다 수능에 다시 응시한, 이른바 반수에 도전한 A씨가 그런 상황이다. A씨의 부모는 A씨가 수능에 또다시 응시하길 바랐다. 하지만 A씨는 수능을 세 번 보는 삼수생이 되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이어진 학업 스트레스에 고통받아서다.
A씨는 중학생 때까지 좋은 성적을 받아 명문고에 진학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탓에 보는 시험마다 자신과 부모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수능에서는 내신보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자신과 부모가 원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A씨는 대학에 진학한 이후 해방구를 찾았다. 우연히 선택한 사범대가 A씨에게 잘 맞은 덕이었다. 평소 아이를 좋아하다 못해 아이 다루기에 재능 있다는 칭찬을 자주 들은 A씨였다. 대학에서 배운 교육학은 A씨가 처음으로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했다. “막연하고 불확실한 수능과는 달랐다”고 A씨는 말했다.
그래도 A씨는 부모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두 번째 수능을 준비하며 반수에 도전했다. 하지만 입시 학원 강의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첫 번째 수능 때보다 낮은 성적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세 번째 수능을 강요하다 보니 A씨는 매일 불안한 마음에 잠을 자지 못했다. “부모님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왜 가지도 못할 의과대학(의대) 때문에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A씨의 부모에게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A씨의 부모는 모두 의사였다. A씨가 의대에 들어가면 자신들이 진로 조언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A씨가 고등학생 때까지 좋은 학업 성과를 낸 점도 부모가 A씨에게 삼수를 권한 배경이다. 수능을 다시 치면 A씨가 자질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불안함에 잠을 설치는 것은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마음만 고쳐먹으면 잘할 놈이, 한고비만 넘기면 되는데, 왜 번번이 아쉽게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속상하게.”
마음을 달리 먹으면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은 있다. 실제 마음을 고쳐먹고 좋은 성적을 받는 수험생도 있다. 하지만 수험생과 학부모가 서로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을 때 통상 수험생의 좌절감은 커지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악화한다. 이런 악순환을 피하려면 한쪽이 의견을 굽혀야 한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라고 한다. 부모라면 자식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요한 시험을 치른 자녀가 좌절감을 느낀다면, 부모가 자녀의 감정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기심리학에서는 양육자와 상담가에게 “공감이 진실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다”라고 말한다.
물론 불만족스러운 입시 결과는 수험생에게 좌절을 안긴다. 자녀가 자신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 상황이 부모에게 좌절로 다가올 수도 있다. 좌절감을 느낀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럴 때는 학부모인 ‘내’가 수험생인 자녀처럼 최적의 좌절을 이겨내고 있다고 자신과 자녀를 다독이자. A씨와 부모도 이런 과정을 겪으며 상황을 이겨냈다. A씨는 이후 사범대로 복귀했고, 수년 후 선생님이 됐다. A씨의 부모는 대학으로 돌아간 A씨를 보며 마음고생했지만, 상황을 받아들이자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
다만 좌절의 크기가 너무 크다면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다른 사람도 충분히 겪을 만한 좌절인 경우에만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기력과 불면 등 좌절이 신체 반응으로 이어지면 정신건강 전문의를 빨리 찾아야 한다. 부모도 자녀도 마찬가지다.
수험생은 수년을 노력해 수능에 임한다. 이 과정에서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 고생한다는 점은 틀림없다. 수험생, 학부모 모두 수능까지 마음을 졸여왔다. 결과와 별개로 서로에게 “고생했다”라며 다독이고, 마음을 터놓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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