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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감염자 연간 1100명 넘는다

한국은 감염자 연간 1100명 넘는다

1985년~2015년 에이즈 누적 감염자 수 1만3909명… 체계적인 검진 시스템 등으로 환자 조기 발견하지만 백신 개발에 대한 투자와 정부 지원은 미미해
우리나라에서는 에이즈 감염자가 급격히 늘지 않아 다른 질병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에이즈 신규 감염자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늘고 있어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에이즈 감염 신규 환자는 국내 거주 외국인을 포함해 1114명이다. 집계 이래 처음으로 연간 감염자 수가 1000명을 돌파했다. 이후 2014년 1191명, 2015년 1152명 등 해마다 10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했다. 첫 환자가 나온 1985년부터 2015년까지 집계된 누적 감염자 수는 1만3909명에 이른다.

감염자는 주로 젊은 층에 집중되고 있다. 2015년의 경우 내국인 감염자 가운데 20대는 33.3%(383명), 30대는 24.1%(278명), 40대는 18.8%(217명)로 20~40대가 전체의 76.2%를 차지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에이즈 감염자 수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신규 감염자 수는 35% 줄었다.

우리나라 에이즈 감염자 증가에 대해 정부는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체계적인 검진 시스템 등으로 에이즈 진단의 정확성을 그만큼 높였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관계자는 “각종 치료제와 치료법 개발로 후진국의 에이즈 전파력이 크게 떨어져 세계적으로 에이즈 감염자 수가 줄어든 반면 선진국은 동성애, 문란한 성생활, 마약 복용 등으로 한국처럼 그 수가 약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군입대, 출산, 수술 전에 의무적으로 에이즈 검사를 시행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의료 관련 검진 시 자율적으로 에이즈 검사 항목을 넣기도 한다. 아울러 외국인 근로자, 유흥업소, 동성애자 등 에이즈 고위험군을 타깃으로 하는 이동진료소 운영과 지역 보건소의 익명 검사 등을 통해 감염자를 지속적으로 찾아내는 것이 그 수의 주된 증가 원인이라고 질병관리본부는 분석했다. 통계 측면에서는 증가가 부정적이지만 에이즈 확산 방지와 잠재 환자의 조기 발견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병원이 에이즈 감염의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있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보건소가 일반 병원 의료진에게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에는 환자 본인 외에 제3자에게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을 금한다. 환자 본인이 직접 에이즈 환자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의사라도 알 수 없다. 따라서 의료진 스스로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도록 철저한 노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에 따르면 에이즈 환자 사망자 수는 2005년 200만 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15년 110만 명으로 45% 이상 줄었다. 우리나라의 에이즈 사망률도 2007년 20%를 정점으로 2014년 11.8%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의료 방침이 조기 치료로 바뀌고, 새로운 치료제가 나온 덕분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CD4양성림프구’(면역 기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세포)가 혈액 1마이크로리터(μl) 당 약 350개 이하로 떨어지면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감염 확인 즉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조기에 치료하면 환자의 면역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고 질병 확산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이즈를 정복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수많은 치료제가 나왔지만 근본적으로 에이즈를 완치할 수는 없다. 치료·예방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서다. 세계적으로 에이즈 치료 백신과 감염 예방 약물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면역학자 루이스 픽커의 에이즈 치료 백신이 임상시험 단계를 앞두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사실상 해외에서 백신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실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홍삼 등 한약재에 사용되는 천연물에서 치료제를 찾으려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HIV의 돌연변이가 많아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대학에서도 연구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최근 들어 서울대 김진수 교수(화학) 등 국내 대학 연구팀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구성요소 간 상호 구조 변화와 작동 원리를 규명해 주목 받았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인간이나 동식물의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를 담고 있는 DNA를 가위처럼 잘라내는 효소다. 이를 이용해 병충해에 강한 상추, 말라리아에 저항을 갖는 모기, 근육성장 유전자를 제거한 미니돼지 등을 만들었다. 요즘은 혈우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다. 유전자 가위를 에이즈에 적용하면 백신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 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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