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날씨 마다하지 않는 전천후 슈퍼카
험한 날씨 마다하지 않는 전천후 슈퍼카
재규어 F-타입 SVR, 짜릿함과 쾌감 주는 드라이빙에 승차감이나 편의 기능도 부족함 없어 영국에선 날씨 때문에 슈퍼카를 소유하기가 쉽지 않다. 규칙적으로 내리는 비, 불규칙적인 햇빛, 도로를 질척거리게 만드는 눈 등. 몇몇 슈퍼카는 그런 환경에선 차고 문 밖을 내다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규어 F-타입 SVR에는 이때야말로 놀러 나갈 시간이다.
SVR은 엔지니어들이 차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재규어 랜드 로버(JLR)’ 산하 비밀 ‘특수차량사업단’ 소속의 괴짜 두뇌들이 탄생시켰다. 이곳에서 ‘F-타입 R’의 연료통에 시금치를 쏟아붓는 실험을 한 모양이다. 역대 재규어 모델 중 가속이 가장 빠른 SVR은 앞서 제작된 어떤 모델보다 더 힘이 좋다. 전설적인 XJ220까지 포함해서 말이다(그래도 최고속도는 따라잡지 못했다).
컨버터블 또는 하드톱(딱딱한 소재의 지붕) 쿠페 형으로 나오는 SVR은 최고속도 시속 320㎞, 그리고 567bhp 제동마력의 슈퍼차지드(엔진에 흡입되는 공기의 압력을 높인) 5L 8기통 엔진 덕분에 제로백(0→100㎞ 가속 시간)이 3.5초에 불과하다. 예쁘게 재단장한 보닛 아래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모든 파워는 사륜구동 시스템(AWD)을 통해 전달된다. 나쁜 기상조건을 견뎌내도록 제작된 SVR을 재규어에선 ‘전천후 슈퍼카’로 부른다. AWD가 똑똑한 컴퓨터 센서를 이용해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적절한 동력을 전달한다. 우리는 SVR을 몰고 영국 남동부 서리의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렸다. 미끌거리는 나뭇잎이 곳곳에 흩어져 있고 노면이 기름기와 비에 젖은 도로다. SVR은 위축되지 않았다. 조율한 티타늄 머플러의 굵직하고 강력한 포효는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그러면서도 다이슨 진공청소기처럼 도로에 착 달라붙어 우리가 엄지 발가락에 힘을 줄 때 그 무지막지한 파워로 우리를 울타리로 튕겨 나가지 않게 하겠구나 하는 안도감을 준다.
이 같은 제어기능이 차의 매력인 야성을 앗아갈 수 있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속 320㎞ 이상의 동급 후륜구동 모델들에 비해 너무 얌전하다고 말이다. 천만에, SVR은 세련된 야수다. 시동을 걸면 야성을 드러낼 수 있는, 런던 새빌로 거리의 고급 맞춤 정장을 차려 입은 늑대다.
표준형 F-타입의 알루미늄 프레임부터 이미 군살이 없지만 SVR은 그보다 25㎏ 더 가볍다. 탄소지붕·스포일러·사이드미러 그리고 탄소세라믹 브레이크를 포함하는 탄소섬유 팩(약 2100만원)을 선택하면 전체 중량에서 25㎏이 더 줄어든다. 신형 배기통만 F-타입 R보다 16㎏ 더 가볍다. SVR이 헬스클럽 마니아라면 동료 회원들이 의심할 바 없이 살을 빼고 근육을 키우는 ‘슈레딩(shredding)’ 실력을 인정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 결과는 민첩하고 유연하고 탄탄한 성능으로 나타난다. 최첨단 전자 파워스티어링과 재조정된 산뜻한 8단 신속 변환 기어를 통해 성능이 강화됐다. 변속 작업을 쉽게 만드는 기어다. 다이내믹 모드를 선택하면 서스펜션이 팽팽해지고, 기어비(첫 톱니바퀴와 마지막 톱니바퀴 회전 속도의 비)가 재조정되고, 엔진 회전속도가 올라가고, 배기관이 더 거칠게 요동치면서 모든 파워와 자세가 나온다. 성능이 향상됐는데도 연비는 F-타입 R과 똑같은 10.6㎞/L로 대단히 우수하다. 대폭적인 감량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통계상 메르세데스 AMG GT와 애스턴 밴티지 GT8(약 2억3120만원) 같은 모델을 능가할 수 있고 포르셰 911 터보(1억7650만원)에만 점수를 잃는다. 약 1억5410만원의 가격으로 이들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다. 그래도 헤비급 스포츠카인 F-타입 R보다는 약 3360만원 더 비싸다. 차 안의 고급 인테리어 환경에 몸을 들이밀면 돈 들인 티가 난다. 퀼트 가죽 시트, 스웨이드·알루미늄 그리고 더 많은 탄소섬유를 사용해 대륙횡단도 편안하게 할 수 있을 만한 그랜드 투어링카(2인승 스포츠 쿠페)에 더 가까운 환경을 조성한다. 조종사의 손이 쉽게 닿는 곳에 중앙 콘솔이 위치한 전투기 조종석에서 디자인 레이아웃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운전석 주변 색깔이 변하는 은은한 무드 조명도 있다. 근사한 공간이다.
게다가 신기술도 듬뿍 채택했다. 계기판을 이루는 8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외부 카메라로부터 난방시트와 엄청난 12 스피커 770w 메리디언 사운드 시스템까지 모든 것을 통제한다. 자동차 조작용 앱도 있어 차 밖에서 잠금·해제를 하거나 시동을 걸 수 있고, 에어컨을 가동해 차내 온도를 최적화할 수 있다.
신기술은 F-타입의 특성 중 핵심적인 부분이다. JLR은 50여년 래 자사 최초의 2인승 모델 설계에 최신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50만 건의 분석을 실시했다. 3D 기본 모델을 제작해 엔지니어들이 가상으로 이동·해체하고 승하차할 수 있게 했다. 이들 디지털 버전은 디자인이 변경될 때마다 점토 축소 모형을 제작하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을 생략했다.
- 제임스 빌링턴 아이비타임즈 기자 SVR의 특별한 점은 부드러운 장갑을 끼고 다뤄야 하고 최적의 환경에서 주행해야 하는 ‘선데이 슈퍼카’가 아니라는 데 있다. 날마다 레이스 트랙 주변을 배회하고 너무 강하게 쓰다듬는다 싶으면 손을 물어버릴 듯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아무 군말 없이 출퇴근 차량 역할을 하며 덤으로 즐거움까지 준다.
드라이브 후 항상 사신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는 느낌을 원하는 순수파들은 SVR의 세련미와 차분함에 아쉬움을 느낄지 모른다. 그런 점은 몇몇 이탈리아산 슈퍼카에 어울리는 특성이다(하지만 큰돈이 든다). 그래도 F-타입 SVR은 여전히 짜릿함과 쾌감을 주는 드라이빙에 소름 돋는 사운드트랙까지 수반한다. 그러면서도 승차감이나 편의성에 부족함이 없다. 트렁크에 골프백도 우겨 넣었다(간신히).
8기통의 F-타입 R은 야수 같은 외양에 더 고가의 경쟁 모델들을 능가한다. 매력적인 저가에 슈퍼카 클럽 가입 기회를 제공하지만 우리의 맥박을 고동치게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커다란 가격차에 시선이 끌린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SVR은 엔지니어들이 차의 한계를 테스트하는 ‘재규어 랜드 로버(JLR)’ 산하 비밀 ‘특수차량사업단’ 소속의 괴짜 두뇌들이 탄생시켰다. 이곳에서 ‘F-타입 R’의 연료통에 시금치를 쏟아붓는 실험을 한 모양이다. 역대 재규어 모델 중 가속이 가장 빠른 SVR은 앞서 제작된 어떤 모델보다 더 힘이 좋다. 전설적인 XJ220까지 포함해서 말이다(그래도 최고속도는 따라잡지 못했다).
컨버터블 또는 하드톱(딱딱한 소재의 지붕) 쿠페 형으로 나오는 SVR은 최고속도 시속 320㎞, 그리고 567bhp 제동마력의 슈퍼차지드(엔진에 흡입되는 공기의 압력을 높인) 5L 8기통 엔진 덕분에 제로백(0→100㎞ 가속 시간)이 3.5초에 불과하다. 예쁘게 재단장한 보닛 아래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모든 파워는 사륜구동 시스템(AWD)을 통해 전달된다.
성능과 가격
이 같은 제어기능이 차의 매력인 야성을 앗아갈 수 있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속 320㎞ 이상의 동급 후륜구동 모델들에 비해 너무 얌전하다고 말이다. 천만에, SVR은 세련된 야수다. 시동을 걸면 야성을 드러낼 수 있는, 런던 새빌로 거리의 고급 맞춤 정장을 차려 입은 늑대다.
표준형 F-타입의 알루미늄 프레임부터 이미 군살이 없지만 SVR은 그보다 25㎏ 더 가볍다. 탄소지붕·스포일러·사이드미러 그리고 탄소세라믹 브레이크를 포함하는 탄소섬유 팩(약 2100만원)을 선택하면 전체 중량에서 25㎏이 더 줄어든다. 신형 배기통만 F-타입 R보다 16㎏ 더 가볍다. SVR이 헬스클럽 마니아라면 동료 회원들이 의심할 바 없이 살을 빼고 근육을 키우는 ‘슈레딩(shredding)’ 실력을 인정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 결과는 민첩하고 유연하고 탄탄한 성능으로 나타난다. 최첨단 전자 파워스티어링과 재조정된 산뜻한 8단 신속 변환 기어를 통해 성능이 강화됐다. 변속 작업을 쉽게 만드는 기어다. 다이내믹 모드를 선택하면 서스펜션이 팽팽해지고, 기어비(첫 톱니바퀴와 마지막 톱니바퀴 회전 속도의 비)가 재조정되고, 엔진 회전속도가 올라가고, 배기관이 더 거칠게 요동치면서 모든 파워와 자세가 나온다. 성능이 향상됐는데도 연비는 F-타입 R과 똑같은 10.6㎞/L로 대단히 우수하다. 대폭적인 감량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통계상 메르세데스 AMG GT와 애스턴 밴티지 GT8(약 2억3120만원) 같은 모델을 능가할 수 있고 포르셰 911 터보(1억7650만원)에만 점수를 잃는다. 약 1억5410만원의 가격으로 이들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다. 그래도 헤비급 스포츠카인 F-타입 R보다는 약 3360만원 더 비싸다.
인테리어와 기술
게다가 신기술도 듬뿍 채택했다. 계기판을 이루는 8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외부 카메라로부터 난방시트와 엄청난 12 스피커 770w 메리디언 사운드 시스템까지 모든 것을 통제한다. 자동차 조작용 앱도 있어 차 밖에서 잠금·해제를 하거나 시동을 걸 수 있고, 에어컨을 가동해 차내 온도를 최적화할 수 있다.
신기술은 F-타입의 특성 중 핵심적인 부분이다. JLR은 50여년 래 자사 최초의 2인승 모델 설계에 최신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50만 건의 분석을 실시했다. 3D 기본 모델을 제작해 엔지니어들이 가상으로 이동·해체하고 승하차할 수 있게 했다. 이들 디지털 버전은 디자인이 변경될 때마다 점토 축소 모형을 제작하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을 생략했다.
- 제임스 빌링턴 아이비타임즈 기자
[박스기사] 우리의 평가 - 재규어 F-타입 SVR 쿠페
드라이브 후 항상 사신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는 느낌을 원하는 순수파들은 SVR의 세련미와 차분함에 아쉬움을 느낄지 모른다. 그런 점은 몇몇 이탈리아산 슈퍼카에 어울리는 특성이다(하지만 큰돈이 든다). 그래도 F-타입 SVR은 여전히 짜릿함과 쾌감을 주는 드라이빙에 소름 돋는 사운드트랙까지 수반한다. 그러면서도 승차감이나 편의성에 부족함이 없다. 트렁크에 골프백도 우겨 넣었다(간신히).
8기통의 F-타입 R은 야수 같은 외양에 더 고가의 경쟁 모델들을 능가한다. 매력적인 저가에 슈퍼카 클럽 가입 기회를 제공하지만 우리의 맥박을 고동치게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커다란 가격차에 시선이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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