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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의 부상

폭스콘의 부상

폭스콘(Foxconn)으로 알려진 대만의 홍하이 정밀공업(Hon Hai Precision Industry)은 2005년 포브스 아시아 ‘최고의 기업’순위에 처음 이름을 올렸을 때만 해도 언론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홍하이는 뛰어난 능력을 조용히 발휘하며 세계 최고의 소비자 기술 브랜드에 하드웨어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중국 본토에 있는 생산시설을 통해 애플 등 글로벌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며 엄청나게 몸집을 키운 홍하이는 청년 근로자를 대거 고용했고, 이들의 근로 조건은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아직도 언론 취재와 보도를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기울어져 가는 일본 기업 샤프를 인수하고 도시바의 대규모 반도체칩 사업부를 노리는가 하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협조하겠다는 다른 아시아 대기업의 노력에 동참하면서 홍하이의 인지도는 높아져만 갔다.

『 스트래직 커플링(Strategic Coupling)(2016년 코넬대학 출판부 발행)』의 저자 헨리 영(Henry Waichung Yeung)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아시아 호랑이’에서 성장한 세계적 기업이라는 맥락 속에서 홍하이 사례를 고찰한다. 홍하이는 국가 주도의 산업 육성 정책으로 탄생한 대기업이 방향을 바꿔서 뛰어난 생산역량 하나에 집중해 글로벌 공급망에 유기적으로 통합된 대표적 사례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서비스 기업
영 교수의 해석은 거대 글로벌 기업(포브스 2000대 글로벌 대기업에서 117위 차지)이 된 후에도 기업의 본질에 충실한 홍하이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홍하이는 영 교수의 인터뷰 요청까지 거절한 소수의 기업 중 하나다. 대만 최대의 제조업체이자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서비스(EMS: electronics-manufacturing-services)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대만 홍하이 정밀은 2000년대 급부상한 가족소유기업 중 가장 특별한 사례가 아닐까 한다.

1974년 궈타이밍(Terry Gou)이 창립했을 당시만 해도 회사는 흑백TV 채널조정 손잡이와 같은 플라스틱 부품을 제조하는 업체였으며, 1990년대 후반까지도 이렇다 할 폭발적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다. 초석을 다지던 1980년대에 홍하이는 다양한 전자부품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제조업체로 성장했고, 전문 영역은 PC나 노트북, PC 주변기기 연결장치 및 케이블 어셈블리였다. 1996년까지만 해도 홍하이의 매출액은 5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연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2000년대 이후까지도 홍하이는 콴타(Quanta)나 컴팔(Compal)을 비롯한 선도적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업체보다 몸집이 작았다. 그러나 2010년이 되면서 홍하이의 매출은 사상 처음 10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2014년에는 1350억 달러까지 도달)했고, 1996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46%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1980년대 무명의 부품 제조업체에 불과했던 홍하이는 어떻게 해서 2014년 직원 수백만 명을 거느린 1350억 달러 규모 기업으로 성장했을까? 답은 애플과 델, 휴렛-팩커드, 인텔, 모토로라, 노키아, 소니, 도시바 등의 글로벌 선도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EMS 모델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홍하이의 경쟁우위는 확실한 품질관리와 가격 경쟁력을 뛰어난 운영 결정과 조합한 기업가적 역량에서 나온다. 1988년 중국 남부도시 선전에 생산공장을 세워 선전을 ‘폭스콘 도시’로 만든 홍하이는 주요 고객사 및 전략적 파트너사의 정체성을 철저히 보호하는 걸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이에 더해 생산운영을 최적화시키고, EMS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의 상당수를 자체적으로 제조하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홍하이가 글로벌 선도기업과 체결한 전략적 제휴가 처음으로 대대적 전환을 맞게 된 때는 궈타이밍 회장이 중국 남부에서 마이클 델과 만남을 가졌던 1995년이다. 함께 공항으로 가는 길에 예상치 못한 여유가 생겼고, 기회를 놓치지 않는 궈타이밍은 세계 5대 PC 업체로 성장하기 전이었던 델의 30살짜리 창업자를 홍하이 공장으로 데려갔다. 당시 델을 비롯한 PC 업체들은 다수의 협력업체에서 부품을 공급 받아 자체 공장에서 조립하는 허브-앤-스포크(hub-and-spoke) 생산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델은 이 방식에서 벗어나길 원했고, 궈타이밍은 원스톱 솔루션을 제안했다.
 PC업체 델과 애플과의 EMS 계약이 성장 계기
허브-앤-스포크와 달리, PC 케이싱에 쓰이는 강재부터 전기 커넥터, 최종 조립에 이르기까지 부품 및 공정 대부분을 전체 생산라인으로 통합한 홍하이가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마이클 델의 방문 이후, 홍하이는 델의 최대 EMS 협력업체로 성장했다. 델과 휴렛-팩커드를 위시로 한 선도적 PC업체와 긴밀한 협업을 유지하면서 2004년 홍하이는 글로벌 고객사를 둔 세계 최대 데스크톱 PC 및 PC 서버 EMS 기업으로 부상했다. 2005년 모토로라 및 노키아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홍하이는 세계 최대 휴대전화 단말기 EMS 협력업체로도 자리를 굳히며 단말기 관련 매출로 6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비디오게임 콘솔 쪽으로도 영역을 넓힌 홍하이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 위의 주요 생산업체가 됐다.

2003년, 홍하이는 대만 패널 생산업체 CMO(Chi Mei Optoelectronics), 미국 생산업체 유나이티드 키(United Keys)와 합작사를 세우며 TFT-LCD 사업에도 진출했다. 2009년 소니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한 홍하이는 미주 지역을 겨냥한 LCD TV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LCD TV에서 생산역량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홍하이는 2010년 3월 대만 최대 패널 생산업체였던 CMO와 디스플레이 패널 자회사 이노룩스(Innolux)의 합병을 단행해 수직적으로 통합된 LCD TV 생산업체로 거듭났다.

LCD 패널은 보통 LCD TV 생산비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홍하이가 단행한 수직적 통합은 신의 한 수가 되어 홍하이는 소니를 비롯한 글로벌 TV 브랜드의 원스톱 전략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2012년 2월 홍하이는 LCD-LED TV에서 세계적 기술을 보유했지만 적자에 허우적대던 샤프의 지분 10%를 인수할 수 있을 정도로 재정상태가 좋아졌다. 2012년 8월까지 홍하이는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샤프의 주요 공장 2개를 공동 운영하면서 대형 LCD-LED TV 패널을 생산했다.

2014년 11월, 홍하이는 노키아 테크놀로지(Nokia Technologie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디자인 라이센싱 권한을 얻어 노키아 태블릿 전속 생산업체가 됐다. 블랙베리(휴대전화)와 구글(로봇 운영체제)을 비롯한 선도적 글로벌 기업과도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었다.

글로벌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중 가장 중요한 관계는 애플과의 EMS 계약이다. 2000년 중국에 본사를 두고 설립한 폭스콘 인터내셔널을 통해 홍하이는 아이폰(2007년 출시 때부터)과 아이패드(2010년 3월 출시 때부터) 생산은 전속에 가깝게, 아이팟(2001년 11월 출시 때부터) 생산은 소수의 애플 EMS 업체 중 하나가 되어 활약했다.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홍하이의 EMS 경쟁력은 더욱 대단해져서 애플의 성공에 결정적 영향을 줄 정도였다. 2007년 1월9일 스티브 잡스가 최초의 아이폰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제품이 실제 시장에 공급되기까지는 약 6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5년 후 이 기간은 2주 미만으로 줄었다. 2014년 9월9일 발표한 아이폰 6와 6플러스는 미국과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홍콩, 일본, 푸에르토리코, 싱가포르, 영국에서 9월19일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성공
신모델 공개 후 신속하게 시장에 공급하는 능력은 애플의 핵심 경쟁력인 동시에 대대적 성공 요인이다. 삼성과 노키아, 모토로라 등 애플의 경쟁기업은 새로운 단말기 발표 후 시장에 공급하기까지 1개월에서 수개월이 소요된다. 2014년 3분기(아이폰 6 출시 전) 기준으로 애플 총매출액 421억 달러에서 56%를 차지했던 아이폰은 그 자체로 애플의 성공을 의미하는 상징이 됐다. 아이폰 출시 후 5억대 이상을 생산한 홍하이의 EMS 역량은 애플의 성공에서 결정적인 부분을 차지했다. 홍하이가 EMS 공급으로 얻는 수익률은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브랜드 기업의 수익성보다 상대적으로 낮지만, 신속한 증산 능력과 뛰어난 품질관리, 경쟁력 있는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홍하이의 EMS 역량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야말로 홍하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글로벌 기업의 성공에 대단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홍하이의 성공 신화는 대만의 여타 하이테크 기업과 차별화된다. 창업자 궈타이밍은 세계적 첨단 기술 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본국으로 돌아온 기술기업인(technopreneur, 박스 기사 참조)이 아니었으며, 홍하이 또한 정부가 대기업 육성정책을 펼치던 1980년대 호의적 인센티브와 지원을 집중적으로 받았던 ‘국가적 챔피언’ 기업이 아니었다. 홍하이는 대만 정부의 개발정책 약발이 희미해지고 산업정책이 방향을 바꿔 기업의 수평적 혹은 기능적 역할에만 집중하던 2000년대 EMS 산업에서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다른 대만 기업과 구별된다. 다시 말해, 홍하이가 대만 최대 제조업체로 성장한 원인은 정부 주도의 산업화 정책 때문이 아니고, 해외에서 활동하던 기술전문가 및 엘리트의 ‘두뇌 재유입’을 통해 성장한 산업역량 때문도 아니다. 그보다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조직적 변화가 창출한 기회를 잡아 세계적 브랜드 기업의 전략적 생산 파트너로 성장한 것이 홍하이를 선도적 EMS 기업으로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2000년대 이후 홍하이가 가진 규모 및 범위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홍하이의 EMS 생산모델은 플렉스트로닉스(Flextronics)와 자빌 서킷(Jabil Circuit), 셀레스티카(Celestica), 산미나(Sanmina)-SCI를 비롯한 북미 경쟁업체 모두를 앞질렀다. 이 기간 동안 홍하이는 끊임 없는 혁신을 통해 강력한 생산역량을 확보했다. 2005년 홍하이는 대만에서 3346개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대만 30대 혁신 그룹 순위에서 TSMC(대만 반도체)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10년대부터 홍하이는 높은 특허출원 건수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 포브스 아시아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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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스기사] 기술기업인의 귀환
동아시아 기업은 외국 기술을 소화하고 기업에 특화된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해외로 나갔던 인재가 세계적 경쟁력과 선진기술을 갖춘 실리콘밸리 등의 시장에서 업계를 배우고 기술을 연마한 후 본국으로 돌아와 차세대 벤처기업을 설립하는 ‘역 두뇌 유출’로 이득을 봤다.

1980년대 초기, 정부가 제공하는 개발 인센티브와 직접적 지원에 이끌려 온 이들 기술전문가와 기업인은 동아시아 기업의 역동적 역량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이들 기업이 동아시아 3개국에서 첨단 기술산업을 주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건 초기 정부가 내걸었던 인센티브와 산업정책의 중요성 때문이라기보다 이들 기술기업인이 세계화된 혁신 및 생산 네트워크에 긴밀히 참여하면서 구축한 개인적 기술 및 조직 역량에 힘입은 바 크다.

1990년대 후반부터 주요 동아시아 기업에서 두드러진 이들 기술기업인의 활약은 동아시아 국내 기업을 정부 주도의 개발단계에서 전략적으로 이탈시키며 정부-기업-글로벌 생산 네트워크(GPN)의 삼각관계를 진화시켰다. 국가의 대표적 기업들은 정부 주도의 개발 이니셔티브와 산업정책에서 조금씩 분리되며 글로벌 경제에서 가공할 만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Strategic Coupling』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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