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구글의 ‘홈 스마트 홈’

구글의 ‘홈 스마트 홈’

알파벳의 스마트 스피커 구글 홈이 아마존 에코와 알렉사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구글 홈 스마트 스피커는 이케아 커피 테이블 위 남성 잡지 옆에 나란히 놓아둘 만한 기기다.
지난해 11월 미국에 출시된 ‘구글 홈’이 마침내 지난 4월 초 영국에서도 선보였다(한국에는 상반기 출시 예정이라는 정도만 알려졌다).

음성인식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이 스마트 스피커는 아마존의 뛰어난 에코 모델들뿐 아니라 초창기 스마트 스피커 시장의 아마존 독점체제에 대한 최초의 명실상부한 대항마다.

지난해 선보인 구글 픽셀 스마트폰 덕분에 아마존 알렉사의 라이벌 인공지능(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에 몇몇 비장의 무기가 있음은 이미 알려졌다. 하지만 아마존 알렉사를 뛰어넘어 모두가 선호하는 완벽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홈 허브로 부상할 만큼 깜짝 카드가 남아 있을까? 이제부터 살펴보자.
 아르데코 디자인과 공상과학 미학의 결합
구글은 무색무취에 가까운 소비재를 만들어내는 전통을 갖고 있다. 픽셀 스마트폰의 단순한 금속·유리 콤보든, 가상현실(VR) 헤드셋 데이드림뷰의 천 마감재든, 구글은 장식적 아르데코 디자인과 공상과학의 미학에 양다리 걸치는 방식을 전적으로 표방하는 듯하다.

구글 홈은 이런 패턴에 대체로 들어맞으며 그게 또 장점이다. 구글 홈은 양초와 와인 글라스 등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의 필수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전해진다. 이케아 커피 테이블 위 남성 잡지 옆에 나란히 놓아둘 만한 기기다.

구글 홈은 약간 통통한 형태에 경사진 상단의 작은 마이크 구멍 2개, 무음 버튼, 뒤쪽의 ‘G’ 로고를 제외하면 거의 눈길을 끌지 않는 디자인이다. 덕분에 거의 어떤 방에서든 배경에 잘 녹아든다. 무형의 음성비서 역할을 하는 기기에는 분명 가점 요인이다.

하지만 ‘오케이 구글’이라는 말이 떨어지면 홈은 더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경사진 상단에 차분한 구글다운 색깔로 반짝이는 점들의 고리가 나타난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조명 쇼에 손가락을 대면 음량과 재생 제어부가 표시돼 톡 치거나 원을 그리는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

더 밝은 색의 스피커 그릴망으로 바꿀 수도 있지만 기본으로 설정된 색상인 회색도 표준 모델의 백색 상부와 잘 어울린다.
 ‘구글’ 제품이라는 이점
홈은 구글 어시스턴트가 유용한 스마트폰 앱 역할을 졸업하고 스마트홈 관리자 겸 항상 곁에 있는 미디어 비서 역할을 맡았음을 상징한다. 짧고 간단한 명령에 따라 음악·동영상 콘텐트, 날씨·뉴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어시스턴트가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듯하다. 그리고 종종 질문이나 명령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모른다고 시인한다. “그 문제는 어떻게 도와야 할지 아직 모르지만 배우는 중입니다.”

출시 모델에서 복수 이용자 지원 기능의 부재가 가장 아쉬운 점이다. 누구든 ‘어시스턴트 여사’와 대화를 나눌 수는 있지만 일정 계획이나 음악 재생은 단 한 명의 이용자에게만 해당된다. 다행히 구글이 가까운 시일 내에 수정을 약속했지만 단일 이용자의 업무 계정과 개인 계정 지원 기능은 없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알렉사에 비해 제3자 개발 앱의 지원이 비교적 적다. 하지만 홈을 전혀 지원하지 않는 구글 앱도 적지 않은 건 희한한 일이다. “오케이, 구글. 새로 들어온 이메일 있니?” “그 문제는 어떻게 도울지 모르지만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

하지만 어시스턴트가 궁극적으로 알렉사·코타나·시리를 비롯한 다른 AI 기반 디지털 비서를 능가할 토대는 마련됐다. ‘구글 제품’이라는 특성 덕분이다. 어시스턴트 알고리즘의 바탕에 흐르는 방대한 양의 검색 데이터가 단연 최대의 강점이다.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무엇이든 번역·변환·측정·스펠링 등을 주문하면 주요 검색엔진 사이트에 있는 구글의 똑똑한 ‘답변 상자(Answer Box)’ 시스템을 활용해 확실한 답변을 내놓을 때가 많다.

알람 설정, 경기결과 확인, 우버 택시와 기타 일상 업무 주문도 마찬가지로 막힘이 없다. 한편 별난 이스터 에그(소프트웨어의 숨겨진 기능)가 많아 친구와 가족들에게 자랑할 만큼 재미있다. 대표적으로 시리보다 비트박스를 더 잘 할 수 있다.

어시스턴트는 상당부분 스타일에 걸맞은 스마트 기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기대를 뛰어넘는 탁월한 기능도 여럿 된다.
 구글 크롬캐스트의 생태계
구글홈의 스피커 그릴망은 회색이 기본이지만 다른 색상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음향 측면에선 홈이 들려주는 음질이 시판 제품 중 최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129파운드(약 18만7000원)짜리 홈보다 음질이 훨씬 나쁘면서 가격은 더 비싼 일반 스피커도 적지 않다. 비교적 작은 사이즈를 감안할 때 그만한 사운드를 내는 게 놀랍다.

현재 시판 중인 스피커의 99%와 달리 구글 홈은 블루투스 네트워크 연결을 지원하지 않고 구글 크롬캐스트(멀티미디어 스트리밍 어댑터)에 의존한다. 이로 인해 구글 캐스트를 지원하지 않는 인기 앱들이 홈에선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대표적으로 애플·아마존의 서비스들이다. 음악과 관련해선 출시 시점에서 구글 플레이 뮤직과 (무엇보다도)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한다. 바로 여기서 크롬캐스트 생태계가 가동되며 홈의 미디어 기능이 빛을 발한다.

구글홈에 어떤 곡이나 가수 또는 앨범 이름을 들려주면 몇 초 만에 파티가 시작된다. IB타임스의 테스트에서도 단 한번의 음성명령으로 스포티파이에서 힙합그룹 우탱클랜의 데뷔앨범 ‘Enter the Wu-Tang (36 Chambers)’ 곡을 선정해 들려줬다.

이미 크롬캐스트가 있다고? 색다른 유튜브 시리즈를 TV로 보여달라고 홈에 주문한 뒤 소파에 편히 앉아 ‘드래곤볼 Z 요약 시리즈’를 즐기자. 영국 출시 모델에선 넷플릭스가 지원되지 않아 아쉽지만 미국 이용자의 몰아보기 유행을 감안할 때 영국도 그런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진정한 스마트홈이 되려면?
구글 홈을 처음 들여놓으면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은 뒤 한참 동안 여기저기 조작해 보고 무의미한 질문들을 던진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 구글 홈은 곧 우리 일상으로 미묘하게 녹아든다. 하지만 또한 이 시점에서 현실적인 문제가 부각된다.

여느 스마트 스피커와 마찬가지로 구글 홈의 장기적인 유용성은 ‘구글’ 기능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업데이트를 통해 ‘새 활동’이 쏟아져 들어오고 시간이 지나면 궁극적으로 구글 홈의 스마트폰 앱과 호환되는 미디어 앱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홈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더 큰 투자가 필요하다.

이미 IFTTT(If That Then This, 사물인터넷 기기들과 온라인 서비스를 연결하는 무료 툴)의 지원을 받는 필립스 휴 스마트 조명 시스템, 네스트 자동 온도조절장치 또는 다른 사물인터넷 기기를 갖고 있다면 구글 홈은 그에 걸맞은 스마트 허브다. 하지만 상호 연결된 사물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았다면 서로 단절된 홈의 한복판에 놓인 기기에 지나지 않는다. 쉽게 말해 구글 홈이 정말로 미래라면 우리가 사는 홈을 재구성해야 할지도 모른다.

- 올리버 크래그 아이비타임즈 기자
 [박스기사] 우리의 평가 - 구글 홈
아마존 에코보다 낮은 가격과 개발사 구글의 방대한 데이터 덕분에 구글 홈은 떠오르는 스마트 스피커 시장의 데뷔 무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개성 없는 이름을 제외하곤 홈에 탑재된 구글 어시스턴트 기술은 평범한 외양과 달리 재미있고 친밀한 음성을 제공한다. 그리고 시리(그리고 필시 알렉사)가 지금껏 한 것보다 음성비서의 부상에 더 큰 역할을 할 잠재력을 지닌다.

구글 홈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정말로 스마트한 홈이 필요하지만 미디어 애호가들은 금방 그 시청각 미디어 레퍼토리에 애착을 갖게 될 것이다. 거기에 앞으로 정말 기대되는 기능들을 더하면 할 말은 딱 한마디다. “오케이 구글, 어서 들어와(welcome home).”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작은 미니가 '맵네' ...애플, 더 강력해진 초소형 테스크톱 '맥 미니' 출시

2유퀴즈 '지드래곤'...빅뱅 20주년 활동 계획 공개

3흑백요리사 '신화' 흔들...“난 쓰레기” 트리플스타 녹취 터져

4 미 3분기 성장률 2.8%…2분기보다 하락·전망치도 밑돌아

" class="popular-ten">

5 "체코 반독점당국, 원전 계약 '일시 중단' 조치"

6‘글로벌 인싸’ 이창용 총재, 국제기구 경험·노하우 청년들에 대공개

7삶에 대한 만족도, 한국 최저…튀르키예·일본도 하위권

830대 절반은 미혼…서울 미혼율 63%에 달해

9러 “北 최선희, 라브로프 러 외무와 전략적 협의”

실시간 뉴스

1작은 미니가 '맵네' ...애플, 더 강력해진 초소형 테스크톱 '맥 미니' 출시

2유퀴즈 '지드래곤'...빅뱅 20주년 활동 계획 공개

3흑백요리사 '신화' 흔들...“난 쓰레기” 트리플스타 녹취 터져

4 미 3분기 성장률 2.8%…2분기보다 하락·전망치도 밑돌아

" class="popular-ten">

5 "체코 반독점당국, 원전 계약 '일시 중단' 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