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와 용병의 중재자
왕세자와 용병의 중재자
영화 ‘대립군’에서 토우 역 맡은 이정재 “관객이 인물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자신이 처한 어려움 감당할 용기 얻었으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던’ 1592년 조선. 임진왜란은 이 나라를 둘로 갈라 놓았다. 영화 ‘대립군’(5월 31일 개봉)은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버린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분조(分朝, 임진왜란 때 임시로 세운 조정)를 지휘했던 왕세자 광해군(1608~1623)을 다룬 팩션 사극이다. 동시에 생계를 위해 다른 사람의 군역을 대신 해주던 용병인 대립군(代立軍)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토우 역할을 맡은 이정재를 매거진 M의 고석희 기자가 만났다.
‘대립군’의 시나리오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16세기 조선이 배경이지만 여러 면에서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과 겹치는 것 같았다. 비록 임진왜란 같은 전쟁 상황은 아니지만 현 사회가 맞닥뜨린 분열과 갈등, 해결해야 할 문제 등 묘하게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부분이 많더라. 출신과 성향이 달라도 서로 힘을 합쳐야만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진중한 메시지도 있다. 이런 요소들에 마음을 뺏긴 것 같다.
예전부터 대립군에 대해 알고 있었나.
대립군의 존재는커녕 그런 용어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비로소 대립군이 남을 대신해 군역을 치르는 하층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먹고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이들이, 자신들과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광해 일행과 동행하게 된 상황이 무척 흥미롭더라. 백성을 버린 왕족을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을 때 과연 대립군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을지 궁금했다.
토우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나.
다양한 캐릭터들이 영화에 등장하는 만큼 각자의 역할이 담당하는 음높이가 무척 다르다. 그 중에서 토우를 표현하자면 아마 중간 음역대에서 전체 곡을 조화롭게 뒷받침하는 인물이 아닐까. 토우 역시 광해를 호위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자신보다 더 커다란 분노와 한을 품은 대립군들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면서 광해가 속한 분조를 설득한다. 반대로, 안전하게 광해를 수행하고 군역을 마칠 수 있도록 대립군들을 다독이기도 한다. 대립군과 분조가 결국 공동 운명체임을 양쪽 진영에 이해시키는 중재자랄까.
체임을 양쪽 진영에 이해시키는 중재자랄까.
이 영화를 찍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던 것 같다. 거의 모든 장면을 야외에서 촬영했는데,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마 관객은 쉽게 체감하기 힘들 거다. 자연광에 의존해야 하기에, 촬영할 수 있는 시간도 턱없이 제한적이다. 특히 사극 같은 경우는 소품이나 의상을 점검하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 일정에 쫓기게 되거든.
여진구, 김무열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진구 씨는 잠재력이 매우 뛰어난 배우다. 본래 타고난 장점이 많기에 연륜과 경험이 축적되면 훌륭한 연기자로 성장할 거다. 무열 씨는 이번 영화에서 무척 섬세한 연기를 보여줬다. 그가 연기한 곡수는 자칫 잘못하면 분노만 표출하다 끝나기 십상인데 디테일한 감정 연기로 캐릭터를 풍요롭게 표현했다.
관객들이 영화의 어떤 면에 주목하길 바라나.
‘임진왜란 당시 대립군들의 삶이 실제로 저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100%에 가깝게 당시의 풍경을 재현하고 싶었다. 단지 의상이나 소품을 똑같이 고증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이 진짜처럼 보이길 바랐다. 힘겹게 어가를 메고 산에 오르고,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싸우다 죽는 모습 하나하나가 실제 모습처럼 보였으면 했다. 관객이 영화를 보며 인물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현재 자신이 마주한 어려움을 감당할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300억 규모의 대작 ‘신과 함께’(12월 개봉 예정), ‘도청’(내년 개봉 예정) 등 차기작도 무척 화려한데.
‘신과 함께’에서는 염라대왕 역할을 맡았다. 비중은 작지만 무척 중요한 역할이다. 여러 배우와 스태프들이 열심히 준비한 만큼 아마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대작이 탄생하지 않을까. ‘도청’은 올여름 촬영을 앞둔 상태다. ‘도둑들’(2012) ‘암살’ 등 최동훈 감독과의 지난 작업이 무척 즐거웠기에 이번에도 함께 작업하게 됐다. 일을 하면서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게 내겐 훨씬 더 중요하거든. 그래서 계속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정우성과 함께 소속사 ‘아티스트 컴퍼니’를 운영 중이다. 공동 대표로서 미래에 대한 구상이 있나.
거창한 계획은 없다. 애초부터 좋은 인연으로 만난 동료 배우들과 즐겁게 작업하기 위해 만든 회사니까. 큰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키려는 전략이나 욕심은 없다. 지금처럼 계속 ‘마음 맞는 이들과 재밌게 일했으면’ 하는 바람만 있다.
배우로서 이정재가 추구하는 ‘인생 목표’는 무엇인가.
그저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이순재 선생님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열성을 다해 연기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할 거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첫 번째일 테고, 두 번째로 배우로서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일이겠지. 세 번째는 일하면서 만나는 동료들과 즐겁게 작업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꿀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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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군’의 시나리오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16세기 조선이 배경이지만 여러 면에서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과 겹치는 것 같았다. 비록 임진왜란 같은 전쟁 상황은 아니지만 현 사회가 맞닥뜨린 분열과 갈등, 해결해야 할 문제 등 묘하게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부분이 많더라. 출신과 성향이 달라도 서로 힘을 합쳐야만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진중한 메시지도 있다. 이런 요소들에 마음을 뺏긴 것 같다.
예전부터 대립군에 대해 알고 있었나.
대립군의 존재는커녕 그런 용어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비로소 대립군이 남을 대신해 군역을 치르는 하층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먹고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이들이, 자신들과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광해 일행과 동행하게 된 상황이 무척 흥미롭더라. 백성을 버린 왕족을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을 때 과연 대립군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을지 궁금했다.
토우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나.
다양한 캐릭터들이 영화에 등장하는 만큼 각자의 역할이 담당하는 음높이가 무척 다르다. 그 중에서 토우를 표현하자면 아마 중간 음역대에서 전체 곡을 조화롭게 뒷받침하는 인물이 아닐까. 토우 역시 광해를 호위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자신보다 더 커다란 분노와 한을 품은 대립군들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면서 광해가 속한 분조를 설득한다. 반대로, 안전하게 광해를 수행하고 군역을 마칠 수 있도록 대립군들을 다독이기도 한다. 대립군과 분조가 결국 공동 운명체임을 양쪽 진영에 이해시키는 중재자랄까.
체임을 양쪽 진영에 이해시키는 중재자랄까.
이 영화를 찍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던 것 같다. 거의 모든 장면을 야외에서 촬영했는데,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마 관객은 쉽게 체감하기 힘들 거다. 자연광에 의존해야 하기에, 촬영할 수 있는 시간도 턱없이 제한적이다. 특히 사극 같은 경우는 소품이나 의상을 점검하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 일정에 쫓기게 되거든.
여진구, 김무열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진구 씨는 잠재력이 매우 뛰어난 배우다. 본래 타고난 장점이 많기에 연륜과 경험이 축적되면 훌륭한 연기자로 성장할 거다. 무열 씨는 이번 영화에서 무척 섬세한 연기를 보여줬다. 그가 연기한 곡수는 자칫 잘못하면 분노만 표출하다 끝나기 십상인데 디테일한 감정 연기로 캐릭터를 풍요롭게 표현했다.
관객들이 영화의 어떤 면에 주목하길 바라나.
‘임진왜란 당시 대립군들의 삶이 실제로 저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100%에 가깝게 당시의 풍경을 재현하고 싶었다. 단지 의상이나 소품을 똑같이 고증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이 진짜처럼 보이길 바랐다. 힘겹게 어가를 메고 산에 오르고,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싸우다 죽는 모습 하나하나가 실제 모습처럼 보였으면 했다. 관객이 영화를 보며 인물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현재 자신이 마주한 어려움을 감당할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300억 규모의 대작 ‘신과 함께’(12월 개봉 예정), ‘도청’(내년 개봉 예정) 등 차기작도 무척 화려한데.
‘신과 함께’에서는 염라대왕 역할을 맡았다. 비중은 작지만 무척 중요한 역할이다. 여러 배우와 스태프들이 열심히 준비한 만큼 아마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대작이 탄생하지 않을까. ‘도청’은 올여름 촬영을 앞둔 상태다. ‘도둑들’(2012) ‘암살’ 등 최동훈 감독과의 지난 작업이 무척 즐거웠기에 이번에도 함께 작업하게 됐다. 일을 하면서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게 내겐 훨씬 더 중요하거든. 그래서 계속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정우성과 함께 소속사 ‘아티스트 컴퍼니’를 운영 중이다. 공동 대표로서 미래에 대한 구상이 있나.
거창한 계획은 없다. 애초부터 좋은 인연으로 만난 동료 배우들과 즐겁게 작업하기 위해 만든 회사니까. 큰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키려는 전략이나 욕심은 없다. 지금처럼 계속 ‘마음 맞는 이들과 재밌게 일했으면’ 하는 바람만 있다.
배우로서 이정재가 추구하는 ‘인생 목표’는 무엇인가.
그저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이순재 선생님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열성을 다해 연기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할 거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첫 번째일 테고, 두 번째로 배우로서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일이겠지. 세 번째는 일하면서 만나는 동료들과 즐겁게 작업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꿀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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