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포스코가 포브스 선정 2017 ‘글로벌 2000 기업’ 순위에서 지난해보다 300 계단 가까이 뛰어오르며 300위 안에 입성했다. 글로벌 철강기업으로는 룩셈부르크의 아르세로미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 3년간 구조재편을 꾸준히 진행한 권오준 회장과 임직원이 이룬 성과다. 세계 300대 기업을 이룩한 권오준(67) 회장의 리더십을 조명했다. 지난해 576위에서 올해 299위로.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2000’ 기업 순위에서 포스코가 1년 만에 277 계단이나 뛰어오르며 글로벌 철강 리더 기업으로서 존재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팩트셋 리서치(FactSet Research)의 자료를 바탕으로 매출·순이익·자산·주식 시가총액을 종합 평가한 결과 철강 기업 중에서 룩셈부르크의 아르세로미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바오산(중국)·NSSMC(일본)·푸싱인터내셔날(중국) 등이 포스코의 뒤를 이었다. 포스코는 지난해 중국 철강사 합병에 따라 세계 조강생산 순위가 5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지만 뛰어난 영업이익률 등으로 기업가치는 오히려 상승했다.
이는 포스코가 지난 3년간 꾸준히 진행한 구조재편의 성과라는 평가다. 포스코는 글로벌 공급과잉, 국내외 수요산업 침체, 철강 가격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사업재편, 월드프리미엄(WP) 제품 중점 판매, 재무구조 개선, 솔루션마케팅 판매 확대 등을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성과를 내면서 올해는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의 기업 가치 상승은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한 권오준 회장의 리더십이 크게 한몫했다. 권 회장은 2014년 취임 일성으로 ‘위대한 포스코를 창조하자’는 의미의 ‘POSCO the Great’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하드웨어인 강재와 이용기술, 상업적 지원, 휴먼솔루션 등 소프트웨어 요소를 결합하는 솔루션 마케팅 활동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그는 최고기술경영자(CTO) 시절에도 포스코의 월드 베스트, 월드 퍼스트 기술 개발을 주도하면서 독점적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특히 권오준 회장의 주도로 사업구조 혁신을 가속화하며 취임 당시 세운 149건의 구조조정 목표 중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6건을 완료한 것이 눈에 띈다. 포스코 측은 “이를 통해 5조8000억원의 누적 재무개선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한때 71개까지 늘어났던 포스코 국내 계열사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비철강부문의 회사들을 정리하며 2017년 3월 말까지 38개 규모로 줄였다. 올해 말까지 진행되는 구조조정을 마치면 포스코의 국내 계열사는 32개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회장 취임 직전인 2013년 말 2조200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6년 말 2조6000억원으로 19%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7.3%에서 10.8%로 늘었다. 재무건전성도 획기적으로 개선돼 취임 이후 3년간 순차입금을 7조1000억원 줄이면서 지난해 말 기준 연결기준 부채비율을 74.0%로 낮췄다. 포스코의 별도 부채비율도 17.4%를 기록하며 창사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도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무디스가 포스코의 장기 기업신용등급 ‘Baa2‘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포스코의 장기 기업신용등급 ‘BBB+’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영업이익률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0.8%의 개별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2011년 이후 5년 만에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회복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르셀로미탈(7.3%), NSSMC(-0.98%), 바오산(6.7%) 등 글로벌 철강사들은 대부분 한자릿수 영업이익률에 그쳤다.
실적이 좋으니 주가도 상승세다. 52주간 꾸준히 신고가를 경신해 2016년 한 해 동안 59.5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1.36% 상승한 코스피 장세를 견인하는 대장주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특히 내부 수익 창출이 주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지난해 원료가격 대비 최종 철강제품 가격차가 1조2000억원가량 축소되는 불황 시장이었음에도 포스코는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판매 확대와 수익성 개선 활동으로 1조원, 비용절감으로 4000억원 등 내부 수익 창출 활동만으로 1조4000억원을 확보했다. 그 결과 영업이익을 2015년 대비 4000억원 이상 늘렸다.
지난 4월에 발표한 1분기 실적도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철강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비철강 부문과 해외 철강에서의 호조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단독기준으로 매출액 7조674억원, 영업이익 7954억원, 순이익 8396억원을 달성했다. 전 분기 대비 생산과 판매량은 다소 감소했지만 WP 제품 판매 비중이 2.4%포인트 오른 53.4%를 기록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증가와 원가절감, 철강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률은 11.3%를 기록했다.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5조772억원, 1조3650억원을 달성했으며, 순이익은 9769억원이다. 포스코가 연결영업이익으로 1조3000억 원을 넘긴 것은 2011년 2분기 이후 22분기 만에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영업이익이 6년 만에 최대 규모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포스코가 올해 매 분기 1조원 수준의 연결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며 “철강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가운데 해외 철강 자회사와 건설 등 주요 계열사의 이익 개선을 전망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철강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구조조정의 격랑에 처해 있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 철강 생산능력은 24억t으로 수요 16억t 규모에 비해 8억t가량 공급과잉 상황이다. 전세계 철강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인 13억t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도 자국 수요량이 6억8000만t에 불과해 전세계 초과 공급의 60% 이상인 5억t을 쏟아내고 있다. 2010년대 초반부터 계속된 유럽의 재정위기와 함께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둔화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로 가전·건설·자동차·조선 등의 수요산업이 위축된 결과다.
전세계 철강업계는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경제위기로 인한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힘쓰고 있다. 2016년 감축에 돌입한 중국 정부는 목표치인 4500만t을 초과 달성한 8000만t의 설비능력을 감축했고, 2020년까지 1억~1억5000만t의 철강 생산능력을 도태시킨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르셀로미탈은 고로 휴식과 폐쇄, 인력 구조조정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며 티센크루프 역시 미주사업 매각과 함께 스페인 도금공장을 가동중단하고 폐쇄 수순에 들어갔다.
권오준 회장은 철강 본원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설비고도화 사업에만 1조450억원 넘게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 6월6일 포항 3고로가 개보수를 마치고 초대형 용광로로 4번째 가동을 시작했으며 2제강 노후 전로 교체, 발전설비 경쟁력 강화 등의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준공한 태국 CGL공장은 연산 45만t 규모로, 고급 자동차강판 생산기지로 구축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태국 내 가공센터와 함께 도요타·닛산·포드 등의 글로벌 자동차사와 부품사 등에 공급해 고급 자동차강판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월드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이 2014년 약 1000만t에서 2016년 1600만t 수준으로 50% 이상 누적 성장했고, 솔루션마케팅 연계 판매량도 같은 기간 130만t에서 390만t으로 3배가량 늘었다”며 “포스코 고유기술에 기반을 둔 월드퍼스트 제품의 판매량도 2015년 210만t에서 2016년 260만t 수준으로 증가하는 등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활동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포스코의 새로운 3년을 이끌 수장으로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은 3월 30일 신(新)중기전략을 발표했다. 세계 제일의 철강사업 수익능력을 지속하고, 고유기술과 차별화된 역량을 기반으로 미래성장 사업을 육성한다는 ‘포스코 새로운 50년 성공역사’ 플랜이다. 과거 과잉투자 부분을 해소하느라 위축되었던 신규 투자를 늘리고, 지난해 포스코건설·포스코에너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떨어진 비철강 사업 분야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꿈의 강철이라 불리는 기가스틸은 전세계에서 최초로 생산·상용화에 성공해 미래형 자동차에 본격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가 개발한 ‘기가스틸’은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 강판으로, 양쪽 끝에서 강판을 잡아당겨서 찢어지기까지의 인장강도가 980MPa(1기가 파스칼) 이상이어서 기가스틸이라 명명했다.
1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가 10t의 하중을 버틸 수 있다. 이는 약 1t가량의 준중형차 1500대를 가로 10㎝, 세로 15㎝의 손바닥만한 크기 기가스틸에 올려놓아도 견딜 수 있다는 이야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가스틸을 자동차 소재로 적용하면 알루미늄 등 대체소재에 비해 경제성이 좋아, 경량화는 물론 높은 강도로 안전성 측면에서 우수하다”며 “특히 가공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알루미늄 부품보다 더 복잡한 형상의 제품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팩토리 구축에도 적극 나선다. 50년에 가까운 포스코의 오랜 현장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에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최적의 생산현장을 구현한다는 목표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를 통해 무(無)장애 조업체계를 실현하고, 품질 결함 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불량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작업장의 위험요소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안전한 생산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철강연속공정의 특성을 반영한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인 ‘포스프레임’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은 조업·품질·설비를 모두 아우르는 데이터 통합 인프라를 구축하고 각종 이상 징후를 사전 감지하거나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 선행 분석체계를 구축하면서 일관생산 공정의 스마트화를 추진 중이다.
권 회장은 미래성장 엔진 육성을 위해 비철강 신성장 사업도 챙긴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지난 2월 독자기술 개발 7년 만에 국내 처음으로 리튬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전기차·노트북·휴대폰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탄산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 상용화에 성공해 올해 2월 광양에 연산 2500t 규모의 리튬추출공장 PosLX를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2500t의 탄산리튬은 약 7000만 개의 노트북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포스코는 광폭재 제조기술 확보로 고급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마그네슘 판재 사업, 항공소재의 국산화를 실현할 계획인 티타늄 사업도 미래성장 사업으로 추진한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현장에 답 있다.” 권오준 회장은 취임 후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를 시작으로 해외사업장을 잇따라 방문하며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현장 중심 경영을 펼쳐오고 있다. 특히 기술 기반의 ‘솔루션 마케팅'을 강조하며 국내 주요 자동차사, 조선사들을 직접 찾아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기술 솔루션 마케팅이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공급하고 이를 통해 고객가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국내 주요 자동차 기업을 직접 찾아가 기술전시회를 개최하고, 고객사를 포스코센터로 초청해 신차를 전시·시승하는 등 공동프로모션으로 고객사와 포스코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모색했다.
권 회장은 철강 기술 전문가로 포스코의 기술개발을 주도해왔다. 그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강재연구부 열연연구실장과 기획부장을 지내며 열연제품의 품질 개선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가 입사했을 당시 포스코는 품질 기술력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 포항 4기 설비가 종합 준공돼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기술개발 능력의 확충과 품질관리 기능의 고도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고품질·고생산성·저원가 달성을 위한 품질관리 체제가 이때부터 대대적으로 구축됐다.
RIST도 예외가 아니었다. 품질 좋은 열연제품(쇳물에서 최초로 생산된 철강 완제품으로 컨테이너, 파이프나 얇은 철판의 소재로 쓰임)이 나오기 위해선 첫 단추인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완벽하게 품질관리가 이뤄져야 했다. 그는 열연의 품질을 좌우하는 재질예측제어기술을 연구해 철강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공헌했다. 철강시장을 읽고 미래전략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기술개발 철학을 정립한 것도 이때쯤이었다.
이후 기술연구소 부소장과 기술연구소장, RIST 원장 등을 거치며 박판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고 2012년 기술총괄 사장으로 선임됐다. 현재 포스코의 핵심 수익원이 된 자동차 강판, 전기 강판, 에너지용 강재, 선재 등 고부가가치 강(鋼)을 개발하고 공정 기술을 개선하는 데 그의 연구 실적과 노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자동차 강판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공학박사인 그는 신제철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을 상용화하는 데 기여하고 염수(소금물)에서 배터리 필수 소재인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그가 다방면에 걸쳐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적 호기심’과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통찰력’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기술 지상주의자’다. 그리고 근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포스코의 근본은 철이다. 업황 침체로 모든 철강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철을 기본으로 차별화된 기술을 구현하면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렇다고 권 회장은 한 자리에 앉아 연구에만 몰두하는 기술인에 머물지 않는다. 직접 문제를 찾고 행동으로 옮겨 사업화까지 고민한다. “산업 내 기술 융합뿐만 아니라 산업 간의 기술 장벽을 넘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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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포스코가 지난 3년간 꾸준히 진행한 구조재편의 성과라는 평가다. 포스코는 글로벌 공급과잉, 국내외 수요산업 침체, 철강 가격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사업재편, 월드프리미엄(WP) 제품 중점 판매, 재무구조 개선, 솔루션마케팅 판매 확대 등을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성과를 내면서 올해는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
특히 권오준 회장의 주도로 사업구조 혁신을 가속화하며 취임 당시 세운 149건의 구조조정 목표 중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6건을 완료한 것이 눈에 띈다. 포스코 측은 “이를 통해 5조8000억원의 누적 재무개선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한때 71개까지 늘어났던 포스코 국내 계열사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비철강부문의 회사들을 정리하며 2017년 3월 말까지 38개 규모로 줄였다. 올해 말까지 진행되는 구조조정을 마치면 포스코의 국내 계열사는 32개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회장 취임 직전인 2013년 말 2조200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6년 말 2조6000억원으로 19%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7.3%에서 10.8%로 늘었다. 재무건전성도 획기적으로 개선돼 취임 이후 3년간 순차입금을 7조1000억원 줄이면서 지난해 말 기준 연결기준 부채비율을 74.0%로 낮췄다. 포스코의 별도 부채비율도 17.4%를 기록하며 창사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도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무디스가 포스코의 장기 기업신용등급 ‘Baa2‘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포스코의 장기 기업신용등급 ‘BBB+’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영업이익률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0.8%의 개별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2011년 이후 5년 만에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회복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르셀로미탈(7.3%), NSSMC(-0.98%), 바오산(6.7%) 등 글로벌 철강사들은 대부분 한자릿수 영업이익률에 그쳤다.
실적이 좋으니 주가도 상승세다. 52주간 꾸준히 신고가를 경신해 2016년 한 해 동안 59.5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1.36% 상승한 코스피 장세를 견인하는 대장주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특히 내부 수익 창출이 주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지난해 원료가격 대비 최종 철강제품 가격차가 1조2000억원가량 축소되는 불황 시장이었음에도 포스코는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판매 확대와 수익성 개선 활동으로 1조원, 비용절감으로 4000억원 등 내부 수익 창출 활동만으로 1조4000억원을 확보했다. 그 결과 영업이익을 2015년 대비 4000억원 이상 늘렸다.
지난 4월에 발표한 1분기 실적도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철강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비철강 부문과 해외 철강에서의 호조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단독기준으로 매출액 7조674억원, 영업이익 7954억원, 순이익 8396억원을 달성했다. 전 분기 대비 생산과 판매량은 다소 감소했지만 WP 제품 판매 비중이 2.4%포인트 오른 53.4%를 기록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증가와 원가절감, 철강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률은 11.3%를 기록했다.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5조772억원, 1조3650억원을 달성했으며, 순이익은 9769억원이다. 포스코가 연결영업이익으로 1조3000억 원을 넘긴 것은 2011년 2분기 이후 22분기 만에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영업이익이 6년 만에 최대 규모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포스코가 올해 매 분기 1조원 수준의 연결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며 “철강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가운데 해외 철강 자회사와 건설 등 주요 계열사의 이익 개선을 전망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어려울수록 철강 본원의 경쟁력 강화
전세계 철강업계는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경제위기로 인한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힘쓰고 있다. 2016년 감축에 돌입한 중국 정부는 목표치인 4500만t을 초과 달성한 8000만t의 설비능력을 감축했고, 2020년까지 1억~1억5000만t의 철강 생산능력을 도태시킨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르셀로미탈은 고로 휴식과 폐쇄, 인력 구조조정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며 티센크루프 역시 미주사업 매각과 함께 스페인 도금공장을 가동중단하고 폐쇄 수순에 들어갔다.
권오준 회장은 철강 본원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설비고도화 사업에만 1조450억원 넘게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 6월6일 포항 3고로가 개보수를 마치고 초대형 용광로로 4번째 가동을 시작했으며 2제강 노후 전로 교체, 발전설비 경쟁력 강화 등의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준공한 태국 CGL공장은 연산 45만t 규모로, 고급 자동차강판 생산기지로 구축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태국 내 가공센터와 함께 도요타·닛산·포드 등의 글로벌 자동차사와 부품사 등에 공급해 고급 자동차강판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월드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이 2014년 약 1000만t에서 2016년 1600만t 수준으로 50% 이상 누적 성장했고, 솔루션마케팅 연계 판매량도 같은 기간 130만t에서 390만t으로 3배가량 늘었다”며 “포스코 고유기술에 기반을 둔 월드퍼스트 제품의 판매량도 2015년 210만t에서 2016년 260만t 수준으로 증가하는 등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활동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가스틸·스마트팩토리로 경쟁력 강화
우선 꿈의 강철이라 불리는 기가스틸은 전세계에서 최초로 생산·상용화에 성공해 미래형 자동차에 본격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가 개발한 ‘기가스틸’은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 강판으로, 양쪽 끝에서 강판을 잡아당겨서 찢어지기까지의 인장강도가 980MPa(1기가 파스칼) 이상이어서 기가스틸이라 명명했다.
1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가 10t의 하중을 버틸 수 있다. 이는 약 1t가량의 준중형차 1500대를 가로 10㎝, 세로 15㎝의 손바닥만한 크기 기가스틸에 올려놓아도 견딜 수 있다는 이야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가스틸을 자동차 소재로 적용하면 알루미늄 등 대체소재에 비해 경제성이 좋아, 경량화는 물론 높은 강도로 안전성 측면에서 우수하다”며 “특히 가공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알루미늄 부품보다 더 복잡한 형상의 제품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팩토리 구축에도 적극 나선다. 50년에 가까운 포스코의 오랜 현장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에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최적의 생산현장을 구현한다는 목표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를 통해 무(無)장애 조업체계를 실현하고, 품질 결함 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불량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작업장의 위험요소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안전한 생산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철강연속공정의 특성을 반영한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인 ‘포스프레임’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은 조업·품질·설비를 모두 아우르는 데이터 통합 인프라를 구축하고 각종 이상 징후를 사전 감지하거나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 선행 분석체계를 구축하면서 일관생산 공정의 스마트화를 추진 중이다.
권 회장은 미래성장 엔진 육성을 위해 비철강 신성장 사업도 챙긴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지난 2월 독자기술 개발 7년 만에 국내 처음으로 리튬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전기차·노트북·휴대폰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탄산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 상용화에 성공해 올해 2월 광양에 연산 2500t 규모의 리튬추출공장 PosLX를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2500t의 탄산리튬은 약 7000만 개의 노트북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포스코는 광폭재 제조기술 확보로 고급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마그네슘 판재 사업, 항공소재의 국산화를 실현할 계획인 티타늄 사업도 미래성장 사업으로 추진한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박스기사] ‘기술 지상주의자’ 권오준의 현장 경영
권 회장은 철강 기술 전문가로 포스코의 기술개발을 주도해왔다. 그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강재연구부 열연연구실장과 기획부장을 지내며 열연제품의 품질 개선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가 입사했을 당시 포스코는 품질 기술력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 포항 4기 설비가 종합 준공돼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기술개발 능력의 확충과 품질관리 기능의 고도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고품질·고생산성·저원가 달성을 위한 품질관리 체제가 이때부터 대대적으로 구축됐다.
RIST도 예외가 아니었다. 품질 좋은 열연제품(쇳물에서 최초로 생산된 철강 완제품으로 컨테이너, 파이프나 얇은 철판의 소재로 쓰임)이 나오기 위해선 첫 단추인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완벽하게 품질관리가 이뤄져야 했다. 그는 열연의 품질을 좌우하는 재질예측제어기술을 연구해 철강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공헌했다. 철강시장을 읽고 미래전략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기술개발 철학을 정립한 것도 이때쯤이었다.
이후 기술연구소 부소장과 기술연구소장, RIST 원장 등을 거치며 박판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고 2012년 기술총괄 사장으로 선임됐다. 현재 포스코의 핵심 수익원이 된 자동차 강판, 전기 강판, 에너지용 강재, 선재 등 고부가가치 강(鋼)을 개발하고 공정 기술을 개선하는 데 그의 연구 실적과 노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자동차 강판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공학박사인 그는 신제철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을 상용화하는 데 기여하고 염수(소금물)에서 배터리 필수 소재인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그가 다방면에 걸쳐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적 호기심’과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통찰력’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기술 지상주의자’다. 그리고 근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포스코의 근본은 철이다. 업황 침체로 모든 철강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철을 기본으로 차별화된 기술을 구현하면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렇다고 권 회장은 한 자리에 앉아 연구에만 몰두하는 기술인에 머물지 않는다. 직접 문제를 찾고 행동으로 옮겨 사업화까지 고민한다. “산업 내 기술 융합뿐만 아니라 산업 간의 기술 장벽을 넘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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