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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돈 벌고 엄마는 가정 돌본다고?

아빠는 돈 벌고 엄마는 가정 돌본다고?

육아에 적극 참여하려는 아버지 미국에서 증가 … 유급휴가 등 관련 정책 적극 도입해야
워킹맘과 관련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이제 아버지들의 문제로 떠올랐다
‘아빠들은 베이비시팅을 하지 않아요(그건 ‘육아’라고 부르죠)[Dads don’t babysit (it’s called “parenting”)]라는 문구가 쓰인 T셔츠를 본 적이 있는가?

이 슬로건은 아버지에 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아직도 자주 인용하는 ‘성별을 반영한 언어(gendered language)’를 꼬집는다. 베이비시터(babysitter)는 부모를 도와 한시적으로 아기를 돌봐주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 아버지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자녀와 함께 보낸다. 오늘날 미국의 아버지들은 주중에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30년 전에 비해 65% 증가했다.

2016년 ‘미국의 변화하는 노동력에 관한 연구(National Study of the Changing Workforce)’에 따르면 이성애 관계를 기반으로 한 가정의 아버지 절반 가까이가 육아 책임을 배우자와 동등하게 혹은 더 많이 진다고 말한다.

지난 6월 다수의 사회학 연구를 바탕으로 한 보고서 ‘미국 아버지들의 현황(State of America’s Fathers)’이 처음 발표됐다. 난 부성(fatherhood)을 연구하는 사회학자로서 이 보고서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다름 아닌 ‘아버지도 부모’라는 메시지다.

우리가 한때 워킹맘과 연계해서 이야기하던 ‘일과 가정의 양립’이 이제 아버지들의 문제로 떠올랐다. 이 보고서는 아버지에게 일자리 유지가 보장되는 유급 육아휴직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도 동의한다.

‘미국 아버지들의 현황’ 보고서는 미국의 아버지 대다수가 일과 가정 사이의 갈등을 경험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경우가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요즘 맞벌이 가정의 아버지 60%(1977년엔 35%)가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잡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아버지 대다수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동시에 자녀와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는 데 대한 미안함을 느낀다. ‘미국의 변화하는 노동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 64%는 아버지가 가족과 자녀를 돌보더라도 가정에 경제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 관해선 밀레니엄 세대도 베이비붐 세대와 생각이 같은 듯하다.

일하는 여성과 아이 돌보는 남성이 늘었지만 기업은 그런 사회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내가 실시한 연구[내 저서 ‘수퍼대드(Superdads)’에 실렸다]에서 아버지들은 일과 가족 사이의 균형을 잡지 못해 좌절감을 드러냈다. 이제 문제는 아버지 개개인이 자녀의 삶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를 원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직장과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버지들이 어떻게 그 일을 하느냐다.

직장들이 일하는 여성과 아이 돌보는 남성에게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고용주들 사이에서는 이상적인 근로자보다는 직장 일에 전적으로 집중하고 나머지 일은 전부 배우자(대개 여성)가 대신해 주는 사람을 유능한 직원으로 보는 관념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미국 아버지들의 현황’ 보고서에서는 대다수 근로자가 가정 일에 일정 부분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버지는 돈 벌고 어머니는 가정을 돌본다’는 전통적인 개념에 들어맞는 가족은 소수에 불과했다.

요즘 미국에서 단일소득으로 살아가는 커플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대다수 아버지들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일하는 배우자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또 홀로 사는 아버지 중에도 자녀에 대해 공동 혹은 우선 양육권을 갖는 사람이 더 늘었다. 이 남성들은 자녀 돌보기를 누군가에게 미룰 여지가 없다.

워킹맘과 마찬가지로 일하는 아버지들도 직장에서 근무조건의 유연성(flexibility) 확대를 요구할 경우 불성실한 직원으로 낙인 찍힐 위험이 있다. 근무조건 유연성을 요구할 때 진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아버지(43%)와 어머니(41%)들에게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실제로 (육아)휴직은 승진과 임금인상, 업무수행 평가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있다.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부정적인 영향의 강도가 더 높다. 근무조건 유연성을 요구하는 남성은 남성성이 부족하다는 편견에 시달리기도 한다.

남성이 직장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잡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뭘까? 간단히 말하자면 육아휴직을 하고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는 가족에게 매우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아버지의 자녀들은 인지적·행동적·심리적·사회적 발달의 측면에서 혜택을 본다. ‘미국 아버지들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아버지들은 성평등 증진에도 기여한다. 그들의 자녀가 남녀평등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그들의 배우자는 남편과의 관계를 더 만족스럽게 생각할 수 있으며 산후우울증을 겪을 확률도 낮아진다. 또 자신의 진로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그것은 가정 경제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한 연구에서는 여성의 노동력 참여 비율이 남성과 동등해질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5%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아버지들 자신도 더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고 가족 및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아빠들은 베이비시팅을 하지 않아요(그건 ‘육아’라고 부르죠)’라는 문구가 쓰인 T셔츠. 아버지의 자녀양육을 강조한 슬로건이다.
또 남성도 여성만큼 자녀를 잘 돌볼 수 있게 된다. 아이 돌보는 능력은 직접 해봐야만 향상시킬 수 있다. 아기와 신체접촉을 할 때 남성의 몸도 여성과 똑같이 반응한다. 다시 말해 아버지도 어머니와 비슷한 호르몬의 변화를 보인다. 결국 아버지도 어머니와 유사한 수준으로 자녀와의 유대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185개국의 정책을 분석한 결과 미국은 유급 출산휴가를 보장하지 않는 2개국 중 하나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미국은 자녀를 갓 출산한 부모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휴가의 측면에서 OECD 38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된 미국의 유일한 국가 정책인 ‘가족·의료 휴가에 관한 연방법’(FMLA)은 12주의 출산휴가를 보장하지만 무급일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전체 근로자의 5분의3밖에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법은 50명 이상의 종업원을 둔 직장에 한해 근무연한이 1년 이상 된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게다가 FMLA를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고용주의 20%가 갓 출산한 여성의 배우자나 파트너(주로 아버지)인 종업원에게 12주보다 적은 일 수의 휴가를 준다. 명백한 위법행위다. 또 놀랍게도 미국의 민간부문 근로자 중 유급 가족휴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12%에 불과하며 저소득층 근로자의 경우엔 그 비율이 5%로 더 저조하다.

세계적으로 아버지들의 출산휴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71개국에서 이 정책을 시행 중이다. 북유럽 국가에서는 출산휴가를 받는 아버지가 약 90%에 달한다. 미국은 이들 나라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지만 유급휴가 정책이 성공한 사례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유급 가족휴가’ 프로그램은 갓 출산한 부모들이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돌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또한 대다수 고용주들이 이 정책으로 인한 비용증가가 없었으며 종업원들이 새로 태어난 자녀를 일정 기간 돌본 뒤 직장으로 돌아올 수 있어 이직률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또 언스트&영, 페이스북, 트위터처럼 유급휴가 모델을 도입하는 회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좀 더 확대해야만 한다. 최대 12주 유급휴가 제공을 의무화하는 ‘패밀리 법(FAMILY Act)’(뉴욕 주 상원의원 커스텐 길리브랜드가 제안했다)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변화는 아버지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더 나은 부모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게일 코프먼



※ [필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데이비드슨대학의 사회학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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