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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드 칼린· 앨리슨 칼린 ‘바흐트랙’ 창업자

데이드 칼린· 앨리슨 칼린 ‘바흐트랙’ 창업자

지난해 전 세계 공연장에서 가장 많이 연주된 곡은 뭘까. 연주 횟수가 가장 많았던 지휘자는 누굴까. 오페라는 어떤 작품이 제일 많이 공연됐을까. 쉽지 않은 질문에 답을 주는 사이트가 있다. 최근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바흐트랙이다.
IT·회계 전문가인 영국인 데이드·앨리슨 칼린 부부는 취미였던 클래식 음악과 무용을 주제로 10년 전 바흐트랙 사이트를 열었다. 지금은 뉴욕타임스, BBC매거진 등 전통적인 매체가 바흐트랙의 분석 결과를 인용할 정도로 명망있는 사이트로 성장했다.
조금 전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보자. 지난해 콘서트장에서 가장 많이 연주된 곡은 베토벤 5번 교향곡이다. 연주를 가장 많이 한 피아니스트는 러시아의 다닐 트리포노프, 가장 바빴던 지휘자는 러시아의 발레리 게르기예프다. 또 무대에 제일 많이 올라간 오페라는 모차르트 ‘마술피리’다. 바흐트랙에 등록된 지난해 공연 3만2459건을 기반을 분석한, 이른바 클래식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다.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더 흥미로운 경향도 나온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19세기 곡이 많이 연주된다’든지 ‘아시아 청중은 낮 공연보다 저녁 공연을 선호한다’는 식의 분석이 가능하다. 모호한 것처럼 보였던 공연 시장과 관객 분석을 비교적 정확히 할 수 있다.
 빅데이터 활용한 클래식 음악 스타트업
2016년 전 세계에서 열린 공연 3만여 건을 분석한 바흐트랙의 통계. 2010년부터 매년 1월 발표된다. / 사진 : 바흐트랙 사이트 제공
바흐트랙(bachtrack.com)은 2008년 IT 업계에서 18년 동안 일했던 데이비드 칼린과 회계 전문가 앨리슨 칼린이라는 영국인 부부가 열었다. 8월 초에 서울에 휴가차 들른 부부는 “음악 애호가인 우리가 필요해 모으기 시작한 정보를 공유하는 차원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는 “당시엔 아이가 너무 어려서 여유롭게 공연을 예약하고 가지 못했다. 갑자기 짬이 나면 그때 하는 음악회를 검색해야 했는데 구글만으론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베토벤’ ‘런던’으로 검색하면 오늘 런던에서 베토벤을 들을 수 있는 공연 리스트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검색 사이트를 원했다. 캠브리지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테크놀로지 컨설턴트, 온라인 마케팅 담당으로 일한 경력을 활용했다. 앨리슨은 BBC심포니오케스트라부터 미국 카네기홀까지 전화를 걸어 “우리 사이트에 공연 정보를 등록해달라”고 요청했다.

부부는 “생각보다 쉬웠다”고 말했다. 공연 단체, 공연장, 연주자들이 공연 소식을 알릴 수 있는, 말하자면 ‘장터’가 부족했던 탓이다. 지난해엔 일본 오케스트라와 공연장까지 회원으로 모집했다. 지난해 리스트에 올라온 공연 3만여 건은 이렇게 입력된 것들이다. 주로 유럽·미국 중심이고, 아시아에선 일본과 홍콩의 공연이 올라온다. 한국에서는 금호아트홀만 참여하고 있다.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될까. 데이비드는 “첫 3~4년은 우리 돈을 써가며 사이트를 운영해야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래도 괜찮은 수익구조를 만들었다고 한다. 공연장, 공연 단체가 공연 소식을 올리는 것은 무료지만, 예매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요금을 낸다. 현재 바흐트랙에는 매달 200여 건의 리뷰가 올라오고 25만 명이 방문한다. 방문자가 늘어나면서 광고도 붙었다. 앨리슨은 “광고료를 받고 공연의 프리뷰를 작성하기도 한다”며 “여기에 대해 윤리적인 논쟁도 가능하지만, 흥미로운 공연에 대해 질높은 글을 제공한다는 원칙을 지킨다면 문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연 정보를 찾는 관객들은 무료로 사이트를 이용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콘텐트 이용에도 과금을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데이비드는 “우리 사이트에는 영어·불어·스페인어·독일어로 각 나라의 공연을 프리뷰·리뷰 하는 에디터들이 있다”며 “이들이 공연과 예술에 대해 쓰는 고급 정보와 리뷰가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흔치 않은 ‘클래식 음악 스타트업 회사’의 10년은 비교적 성공적이다. 데이비드는 “10년 동안 가장 놀란 건 클래식 음악과 발레 등 고급 문화 시장이 죽어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라며 “공연 횟수, 관객 숫자로 보면 시장은 오히려 커지고 활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기존 언론들은 이 분야에 대한 기사 수를 줄이고 있어 안타깝다. 더 좋은 글과 정보가 오히려 더 늘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업 10년 만에 수익모델 창출 성공
데이비드는 스스로 오페라 리뷰어로 바흐트랙에 참여하는 오페라 애호가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요즘 말로 ‘덕업일치’의 영국판이다. 앨리슨은 “극한의 전일제 직업(full time job)이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 생각만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바흐트랙’이라는 이름 또한 “그저 쉽게 기억되고 입에 잘 붙어서 정한 이름”이라며 “‘클래시컬 뮤직’ 같은 이름은 생각만해도 끔찍했다”고 하는, 중년이지만 발랄한 감각을 가진 창업자 부부다.

실현하고픈 아이디어도 많다. ‘바흐트랙 콩쿠르’ 사이트를 열어 국제 콩쿠르에 대한 청중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려 한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이 바흐트랙 사이트에 모여 음악 얘기를 하는 메신저 서비스도 시작한다. 앨리슨은 “공연장에 올 수 없는 소외 지역의 노인들이 집에서 공연 생중계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서울의 공연계를 둘러볼 목적도 있다. 그는 “콩쿠르 우승자들을 비롯해 뛰어난 실력의 음악가 덕분에 유럽 청중도 한국에 관심이 아주 많다”며 “한국 공연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

-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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