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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거듭한 패블릿]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패블릿의 역사

[진화 거듭한 패블릿]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패블릿의 역사

2010년 델 스트릭 첫 선...2011년 S펜 앞세운 삼성 갤럭시 노트 인기몰이
델(Dell)은 첫 패블릿으로 평가받는 스트릭(Streak)을 2010년 출시했다. 5인치 디스플레이로 4인치 스마트폰과 7인치 태블릿의 중간 사이즈다.
2010년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의 강자인 델(Dell)은 5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 디바이스인 스트릭(Streak)을 시장에 내놓는다. 델이 2000년대 중반 개인휴대단말기(PDA) 시장에서 명성을 쌓은 후 출시한 역작이다. 통신 기능은 뛰어나지만 작은 화면으로 풀브라우징(휴대전화에서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에 제약 있던 4인치 스마트폰과 화면은 크지만 휴대성이 떨어지고, 통신 기능이 취약한 7인치 태블릿의 틈새를 비집고 출시했다. 당시 기준으로 화면 크기는 출시된 스마트폰 중 가장 큰 대만 HTC의 디자이어 HD(4.3인치)보다 컸고, 태블릿 중 가장 작은 삼성의 갤럭시탭(7인치)보다 작았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시장 주도
시장에서는 스마트폰(Smart Phone)과 태블릿(Tablet)의 단어를 합성해 패블릿(Phablet) 혹은 태블릿 폰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언 채프먼 델 부사장은 “인터넷 서핑이나 게임 등 그동안 노트북과 데스크톱에서 즐겼던 콘텐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가 5인치”라고 설명했다. 4인치보다 25% 더 넓어진 디스플레이로 기존 스마트폰에서 약점으로 지적되던 내비게이션 기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전면부에는 VGA카메라와 후면부에는 500메가 픽셀 카메라를 갖췄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보완하는 전자 나침반 기능도 탑재했다.

델이 씨를 뿌린 패블릿 시장의 과실은 이듬해 2011년 삼성이 내놓은 갤럭시 노트가 차지했다. 2011년 9월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기능을 모두 갖췄다”고 소개했다. 5.3인치 디스플레이로 당시 삼성의 스마트폰인 갤럭시S2(4.5인치)보다는 크고, 갤럭시탭(7인치)보다는 작은 화면을 장착했다. 무게는 178g으로 갤럭시탭(380g)의 절반 수준이라 한 손으로도 충분히 사용하기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S펜은 강력한 무기였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S메모를 활용할 때 힘이 더 커졌다. S펜으로 화면에 글씨를 쓰면 그 상태 그대로 입력된다. 필기구 형태도 선택할 수 있다. 볼펜부터 굵은 붓까지 색깔과 굵기를 고를 수 있다. S메모에 쓴 글씨가 텍스트로 바로 전환되는 것은 큰 호응을 얻었다. 이전에 출시된 디바이스는 손글씨가 이미지 파일(PDF 등) 형태로만 저장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일반적인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정전식 터치스크린은 손가락처럼 전기가 통하는 뭔가가 닿으면 이를 인식해 동작한다. 아이콘을 누르거나 페이지를 넘기는 정도의 동작을 인식하는 데는 충분하다. 하지만 글씨를 쓰거나 세밀한 그림을 그리려면 정전식 터치스크린보다 정교한 장치가 필요했다.

IFA에서 행사를 진행한 삼성전자의 이영희 당시 전무(현 부사장)는 “최첨단 디바이스에 펜이라는 아날로그 감성을 결합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S펜에 대한 호평은 공개 당시 바로 쏟아졌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태블릿 양쪽의 기능은 모두 갖췄지만, 어느 한쪽도 완벽하지 못했다는 지적 역시 나왔다. 실제로 폰으로 사용하기에 적지 않은 크기였지만 태블릿으로 쓰기엔 화면이 다소 작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 기존 갤럭시 라인 제품과 디자인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느낌을 줘 디자인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이런 우려와 달리 갤럭시 노트는 2011월 출시 두 달여 만에 100만대가 팔리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렸다. 이후에도 하루 평균 1만대가 꾸준하게 팔려나가며 스테디 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갤럭시탭보다 뛰어난 휴대성과 함께 S펜의 편의성이 이러한 우려를 뛰어넘게 만들었다. 배터리 용량도 2500mAh로 스마트폰 배터리(1500mAh 정도)보다 40%가량 컸는데 소비자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갤럭시 노트로 패블릿의 가능성을 확인하자 LG전자는 대 항마로 옵티머스뷰를 2012년 초 출시했다. 옵티머스뷰는 갤럭시 노트(5.3인치)보다는 조금 작은 5인치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4대 3의 화면 비율을 적용해 일반적인 스마트폰보다 가로 길이가 더 긴 것이 특징이었다. 화면 비율은 교과서와 같은 책이나 인쇄에 자주 쓰는 A4 용지의 비율과 같아서 전자책 등 가독성이 중요한 콘텐트를 보는 데 좋았다. 갤럭시 노트에 S펜이 있다면 옵티머스 뷰에는 고무 재질의 디지털 필기구인 러버듐 펜이 있었다.
 보급형 패블릿까지 대인기
패블릿의 전성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은 2012년 하반기~2013년 상반기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선봉장은 2012년 9월 시장에 나온 갤럭시 노트2로 출시 한 달 만에 세계에서 300만 대가 팔렸다. 전작인 갤럭시 노트보다 빠른 판매 추세였다. 영국의 정보기술(IT) 전문지 ‘시넷’은 갤럭시 노트2를 최고 추천 제품으로 선정하며 “인체공학적 기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5점 만점에 4.5점을 줬는데 시넷이 스마트 디바이스에 부여한 역대 최고 점수다.

인체공학적 기능 중 에어뷰 기능은 기존의 S펜에 힘을 보탰다. S펜을 e-메일 목록이나 동영상 제목에 가까이 가져가기만 해도 동영상이나 e-메일 내용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S펜을 화면에 대고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쓸 때 누르는 힘을 감지하는 단계도 기존 256단계에서 1024단계로 네 배로 예민해졌다. 그림을 그리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경우 힘줘 누르면 그만큼 굵게 혹은 진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실제 붓이나 펜을 쓸 때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별도의 버튼이나 기능을 누르지 않아도 S펜으로 손쉽게 화면을 캡처할 수 있는 이지클립 기능도 인기를 모았다. 화면 어디서나 S펜의 버튼을 누르면 사용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이미지와 문서 등을 바로 캡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펜으로 하트나 다이아몬드 모양을 그리면 그 부분을 선택한 것으로 인지해 자동으로 화면을 캡처해 준다. S빔을 탑재했는데 10㎝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NFC 설정을 작동시킨 채 공유하고 싶은 사진을 선택하고 기기를 가까이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전송된다.

패블릿 시장의 확장성을 확인한 계기는 2013년 초 보급형 브랜드인 5인치 화면의 갤럭시 그랜드까지 인기를 모으면서다. 갤럭시 시리즈의 ‘효도폰’으로도 불렸는데 갤럭시S3와 갤럭시 노트2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그에 준하는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갤럭시 노트2보다는 30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이 강력한 이점으로 꼽혔다.
 애플까지 뛰어들며 시장 규모 더욱 커져
2014년 당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이던 이돈주 사장이 갤럭시 노트4(왼쪽)와 측면에 디스플레이가 있는 갤럭시 노트 엣지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시장에선 소니의 반격이 눈에 띄었다. 6인치 이상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수퍼 패블릿’의 원조인 엑스페리아Z울트라의 출현이다. 2013년 6월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화면, 가장 얇은 두께를 동시에 구현한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6.4인치 디스플레이로 화면이 크지만 두께를 6.5㎜로 얇게 만들고, 무게도 212g로 줄여 휴대성을 강화했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와 같이 펜 입력 기능도 갖췄다. 터치패널이 특수 코팅 처리돼 전용 펜이 아닌 일반 펜으로도 터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어 출시된 갤럭시 노트3가 시장에서 호평을 받은 가운데 2014년 9월 디스플레이 혁명을 앞세운 5.6인치의 갤럭시 노트 엣지가 눈길을 끌었다. 갤럭시 노트4와 함께 출시된 갤럭시 노트 엣지는 커브드 3면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스마트폰 전면뿐만 아니라 우측 옆면까지 정보를 표시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전면 액정을 덮은 상태에서도 간단한 알림 등은 측면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면 카메라는 와이드 셀피(Wide Selfie) 모드로 최대 120도 화각 촬영이 가능했다. S펜 기능은 기존보다 두 배 이상 향상된 필압으로 자연스러워졌고, 다양한 정보를 e메일이나 메시지로 한 번에 공유하는 스마트 셀렉트 기능도 처음 탑재됐다. 일부 국가에서만 판매된 한정판이란 아쉬움에도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같은 시기 스마트폰의 원조격인 애플도 아이폰6부터 대화면 플러스 모델(5.5인치)을 출시하며 패블릿 시장에 처음 뛰어들었다.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여야 한다”는 고(故) 스티브 잡스의 철학을 깨고 패블릿 경쟁에 가세한 것이다. 국내 공급이 늦어지면서 ‘아이폰 6 플러스 대란’이 일어나기까지 했다. 애플 입장에서 한국은 유럽·중국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공급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출시 직후 미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쇼핑시즌이 이어져 국내의 아이폰6 플러스 품귀 현상이 길어졌다. 애플의 패블릿 시장 참여로 각종 주변 기기와 액세서리 산업도 덩달아 커졌다.

2015년에는 삼성이 갤럭시 노트5를 내놓으면서 패블릿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퍼 패블릿에 다가간 5.7인치 수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달았다. 무선 충전이 가능한 3000㎃h 용량의 일체형 배터리를 장착했다. 쥐었을 때 손에 감기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뒷면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했다. S펜도 손톱으로 빼던 기존 방식과 달리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나오게 했다. 스마트폰이 꺼진 상태에서 펜을 꺼내면 바로 화면에 메모장이 뜨게 해 실용성을 높였다. LG전자도 V 시리즈의 첫 작품인 V10을 같은 시기 출시하며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독주를 견제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갤럭시 노트6를 건너 뛰면서 갤럭시 노트7을 시장에 내놓았다. 그러나 갤럭시 노트7은 삼성과 패블릿 시장의 악몽이 됐다. 배터리 발화 사고로 리콜과 단종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된다. 한숨 고른 후 출시한 갤럭시 노트8에 시장의 관심이 커진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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