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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뱀파이어

실리콘밸리의 뱀파이어

수익과 영향력 증대에만 몰두하는 기술 대기업을 향한 비난 거세져 … 이미지 쇄신 위해선 사회 기여 더 고민해야
지난 10월 알파벳은 허리케인으로 통신이 마비된 푸에르토리코의 오지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통신장비가 실린 열기구를 띄웠다.
미국의 기술 대기업들이 이미지 위기에 직면했다. 한편으론 그 무엇도 기록적인 수익을 내는 그들의 사업을 멈출 수 없는 듯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자신들이 결코 그렇게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고 소비자를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세계 최고의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5대 기술기업인 알파벳(구글의 모기업)·아마존·애플·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를 열렬히 지지하던 사람들도 뜻밖으로 그들에게 냉담해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창업 초기에 거액을 투자한 로저 맥나미는 최근 “페이스북은 미국 경제에서 비슷한 규모의 어떤 회사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고 지적했다. “쉽게 비교하자면 임상시험을 하지 않는 제약회사 같다.”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 마크 워너 의원도 거들었다. “그들은 너무나 빨리 성장해 자신들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워너 의원은 러시아가 페이스북·구글·트위터의 플랫폼을 이용해 지난 미국 대선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밝히기 위해 최근 그 회사들의 경영진을 의회 청문회에 불러 세웠다.
실리콘밸리가 지역구인 로 칸나 하원의원은 기술 대기업이 일자리 기회를 확대해 사회에 기여할 것을 촉구했다.
그렇다면 기술 대기업이 이미지 쇄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실리콘밸리가 지역구인 로 칸나 하원의원(민주당)은 최근 워싱턴포스트 신문 기고문에서 그와 관련해 중요한 제안을 했다. 기술 대기업은 충분한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하며 혁신의 능력이 있기 때문에 수익 증대와 경쟁업체 제압에 관한 걱정만 좀 덜 하면 사회에 훌륭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리콘밸리의 유산은 주가나 신제품 개발보다 기술업체 지도자들이 미국의 더 큰 실험에 기여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느냐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알파벳은 최근 이런 기술 대기업이 어떻게 사회의 박수를 받을 수 있는지 그 예를 제시했다. 알파벳의 연구실험실 X(‘구글 X’의 후신)는 ‘프로젝트 룬(Project Loon)’을 통해 몽골의 스텝(초원) 지대 같은 오지에 인터넷 서비스(물론 구글 제품도 포함된다)를 제공하는 방법을 모색해왔다(칭기즈칸의 후예들이 어떻게 구글 맵 없이 그토록 오래 버틸 수 있었는지 놀랍지 않은가?).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통신 장비를 실은 룬 풍선(열기구)을 띄우는 것이었다. 이 풍선들은 인터넷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지역의 20㎞ 상공 성층권에 떠올라 하늘에 떠 있는 기지국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다.

얼마 전 허리케인 마리아가 덮친 푸에르토리코에서 이동통신 기지국의 90%가량이 작동을 멈추자 알파벳은 그곳 관리들과 긴급 인터넷 연결을 위한 룬 풍선 사용에 관해 논의했다. 기막한 발상이었다. 다만 시간이 많이 걸렸고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룬 풍선이 푸에르토리코에 도달하기까지 근 한 달이 걸렸다. 인터넷 서비스가 되지 않는 기간이 한 달이라면 그건 스마트폰 시간으로 따지자면 1만 년에 가깝게 느껴진다. 드디어 지난 10월 20일 룬 풍선이 푸에르토리코 상공에 도달해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풍선이 필요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X 측은 “풍선이 서비스 목표 지역의 상공에 모여 있도록 새로운 기계학습 기반의 알고리즘을 사용한 것은 이번 푸에르토리코 프로젝트가 처음이었다”며 “따라서 자동을 최적화하기 위해선 아직 학습해야 할게 많다”고 설명했다. 바람이 세게 불면 풍선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푸에르토리코 프로젝트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실제로 알파벳은 정부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계를 도울 수 있는 멋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이 그들이 세계의 모든 중대한 재난 지역에서 룬 풍선이나 다른 기술로 구호 지원에 나선다면 사생활 침해나 선거 개입 등 많은 비난이 쏟아지는 문제에서 약간 봐줄 수 있을지 모른다.
애플은 아이폰X 같은 고급 제품 출시도 좋지만 혁신 역량을 사회에 기여하는 쪽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이미지가 더 돋보일 것이다. / 사진:AP-NEWSIS
한편 아마존도 미국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해결할 좋은 기회를 가졌다. 한때 자동차 산업이나 제조업이 발달해 번창했지만 지금은 쇠락한 디트로이트나 세인트루이스 같은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일을 말한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은 지난 9월 8일 제2본사인 ‘HQ2’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주요 도시에 제안서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고임금 일자리 5만 개가 만들어질 수 있는 사업이다. 지난 10월 19일 제안서 마감 결과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지역 238개 도시가 제안서를 제출했다. 아마존은 내년에 제2본사를 세울 곳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마존이 일자리에 크게 부족한 지역을 선정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미국으로선 절실한 일이다. 아마존이 제2본사 설립으로 미국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2001년 클린턴재단이 뉴욕시 할렘으로 옮겨 도시 부흥에 기여한 것과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칫하면 그 결정으로 아마존은 더욱 더 맹렬하게 경쟁력을 키우려는 욕심꾸러기로 보일 수 있다. 대다수 분석가는 아마존이 완전히 이기적으로만 판단해 형편이 어려운 도시 대신 덴버나 보스턴 같은 활기차고 인재가 풍부한 도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아마존은 재정 형편이 어려운 도시들에 과도한 인센티브를 요구해 세입을 축내려고 위협한다. 아마존은 “초기 자본 지출과 지속적인 운영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공이 제2사옥 부지 결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입찰 도시들도 아마존의 그런 요구에 부응했다. 뉴저지 주 뉴어크는 아마존에 70억 달러의 세금우대를 제안했다. 메릴랜드 주와 필라델피아(펜실베이니아 주)도 수십억 달러의 감세안을 제시하며 아마존 제2본사를 유치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조지아 주의 스톤크레스트는 아예 도시 이름을 ‘아마존’으로 바꾸겠다고 제안했다. 아마존은 시가총액이 4640억 달러인 거대 기업이다. 실적 발표에 따르면 아마존의 지난 분기 매출은 440억 달러에 육박한다. 그런 기업이 재정이 어려운 도시로부터 세금우대와 인센티브를 원하는 것은 ‘벼룩의 간을 내어 먹는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사내 문화를 통해 ‘성장 사고방식’을 이끌어 올린 실적 덕분에 올해 2000만 달러의 개인 소득을 올렸다. / 사진:AP-NEWSIS
다른 대기업들도 대부분 평판이 점점 더 나빠져 간다. 페이스북의 플랫폼은 러시아나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미국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 페이스북은 당당하게 나서서 그런 점을 인정하고 개방적이고 책임감 있게 사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점을 실질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사안이 무엇일까? 페이스북 같은 기업의 플랫폼에 정치 광고 대금을 누가 지불했는지 밝히도록 그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그런 압력에 완강히 저항한다. 페이스북이 새로운 규제에 반대하는 로비를 위해 지난 3분기에 지출한 돈이 285만 달러였다. 전년 동기 대비 41% 늘어났다. 페이스북이 왜 그렇게 공격적으로 나갈까? 그런 규제 법안이 통과되면 일부 광고를 실을 수 없어 광고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투자자 맥나미가 지적한 엄청난 이윤에서 약간의 차이가 날 뿐인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그런 회사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여하기를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닐까?

MS와 애플도 비슷한 모양새다. 지난 10월 MS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추진하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을 만한 내용은 없다. 게다가 사티아 나델라 CEO는 올해 현금과 주식으로 2000만 달러의 소득을 올렸다. MS의 사내 문화를 통해 그가 말하는 ‘성장 사고방식(growth mindset)’을 이끈 결과다. 사회에 기여하라고 2000만 달러를 그에게 내준 게 아니다.

애플은 어떤가? 아이폰X의 가격이 무려 999달러다.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칸나 의원은 기술 대기업에 지금이 기회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면한 도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지금”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기술 대기업이 공동선을 증진해 달라는 국가의 요청에 화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모든 지역의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는 것에서부터 온라인 플랫폼에서 사회 양극화나 가짜뉴스 범람을 막는 일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그들의 적극적인 기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쩌면 칸나 의원은 어느 정도 낙관할 수 있을지 모른다. 여러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는 스콧 갤로웨이 뉴욕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는 신저 ‘더 포(The Four)’에서 아마존·애플·페이스북·구글에 관해 논했다. 끝부분에 가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과거 어느 때도 볼 수 없었던 인적·재정적 자본의 기술 대기업 집중 현상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될까? 그들의 사명이 무엇인가? 암 극복인가? 빈곤 퇴치인가? 아니면 우주 탐험인가?”

갤로웨이의 결론은 이렇다. “그런 게 그들의 사명이 아니다. 그들의 목표는 그 빌어먹을 또 다른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것뿐이다.”

-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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