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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리는 초저금리 시대] 당장 고정금리로 갈아탈 필요는 없어

[막 내리는 초저금리 시대] 당장 고정금리로 갈아탈 필요는 없어

금리 인상 속도는 더딜 전망...만기 긴 채권형 펀드 비중은 줄여야
한국은행은 11월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올렸다. 이날 이주열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긴축의 시동은 걸었지만 저속으로 주행하겠다.’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한국은행이 시장에 전한 신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 30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 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1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임기 중에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금리 인하 이후 17개월 간 이어진 초저금리(연 1.25%) 시대도 막을 내리게 됐다.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한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미국·영국·캐나다·멕시코에 이어 한국이 다섯 번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돼서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연 2.8~2.9%)을 웃도는 3%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성장률 상향 조정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경제 성장 흐름은 지난 10월 전망경로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단 수출이 순항 중이다. 1~3분기 누적 수출액(4302억 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 증가했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6년 11개월 만에 최대치(112.3)를 기록했다. 기업 실적 개선 등의 영향으로 코스피와 코스닥도 올해 20% 넘게 상승했다. 경기 개선의 흐름 속에 가계 빚 증가세가 가파른 것도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선 이유로 꼽힌다. 가계부채는 올 3분기 1419조원을 넘어섰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중에 유동성이 흥건하게 고여 단단한 땅도 허물어질 수 있는 만큼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을 흡수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부담 증가, 원화 강세 등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과거 금리 인상기와 달리 이번에는 추가 금리 인상이 더딘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시장에서는 내년 1~2회 추가 인상을 예상하지만 속도는 느릴 것으로 전망한다.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 장애물도 적지 않다.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인 물가는 충분한 수준까지 오르지 않았다.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화 강세도 부담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안보 위기와 외국인 투자자의 반응, 시장의 변동성 등에 따라 기준 금리 조정 속도가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1~2회 추가 인상 전망
한국은행이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선언하면서 대출을 받은(혹은 받아야 하는) 이들이나 쥐꼬리 이자에 신음하던 은퇴 생활자들 모두에게 변화의 파도가 닥쳤다. 금리 상승기에는 이론적으로 보자면 고정금리가 낫다. 그래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면 고정금리로 갈아타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대출을 갈아타려면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중도상환수수료(변동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탈 때 1회 면제)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와 담보권 설정 및 부대비용 부담 등도 고려해야 한다. 새로 대출을 받는 사람이라면 대출 기간 전체의 금리를 따져야 한다. 현재 변동과 고정의 대출금리 차이는 은행마다 다르지만 1%포인트 안팎이다. 고재필 하나은행 클럽1 PB센터 팀장은 “지금은 사상 최저 기준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다 막 인상을 시작한 단계”라며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라고 해서 굳이 고정금리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대출자 대부분은 당장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 기준금리에 연동되는 대출보다는 코픽스(COFIX·자금 조달비용지수) 기준 대출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11월 말에 기준금리가 인상됐기 때문에 12월에 발표하는 코픽스는 기준금리가 오르기 전인 11월 조달금리가 반영된다. 기준금리가 오른 후인 12월 조달금리가 반영되는 건 내년 1월 발표하는 코픽스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은 내년 1월에 대출받는 사람”이라며 “다만 이미 시장금리에 기준금리 인상분이 반영됐기 때문에 실제 상승분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금자도 투자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김은정 신한PWM 분당센터 팀장은 “금리 상승기에는 (예금) 기간은 단기로 하라”며 “특히 금리연동형 예금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며칠 전 가입한 예금 상품의 금리가 그 사이 기준금리가 올랐다는 이유로 가입했을 때보다 0.25%포인트는 더 올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12월 1일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적금 금리를 0.1~0.3%포인트 인상한다. 총 18개 적금과 11개 정기예금이 대상이다. 다만 3개월과 1년짜리 예금금리 차이가 상당한 데도 다음 번 금리 인상을 기다리면서 3개월짜리 예금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KEB하나은행의 ‘e-플러스 정기예금’ 금리(11월 17일 기준)는 1개월, 3개월, 6개월, 1년이 각각 1.2%, 1.2%, 1.3%, 1.4%다. 그런데 이 은행의 특판 상품인 1년 만기 ‘하나된 평창 정기예금’ 금리가 1.72%다. 시장의 컨센서스대로 내년 상반기 한 차례 정도만 더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보면 3개월짜리 예금을 반복해 가입하느니 1년짜리 특판 예금을 고르는 게 실속을 챙기는 길이다.

채권은 기준금리 상승이 확실한 악재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값은 떨어진다. 채권형 펀드, 특히 만기가 긴 채권형 펀드 비중은 줄이는 게 좋다. 그렇다고 채권 부문 투자 자체를 기피할 필요는 없다. 김주형 유안타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물가에 따라 수익률이 올라가는 물가 연동 채권, 은행 예대마진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시니어론(뱅크론)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적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신 물가 연동 상품은 소비자물가 추이를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게 좋다.

좀처럼 열기가 식지 않는 부동산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금리는 대출과 맞물려 주택 공급량, 정부 규제와 함께 부동산시장을 좌우하는 한 축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잇따라 나온 부동산 대책과 ‘주거복지 로드맵’에 이어 금리까지 오르면서 부동산시장에 몰린 돈이 썰물처럼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자가 ‘금리 리스크’에 둔감해졌다.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저가 매물이 나오면서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시장에 타격 vs 투자수요 유지
지난해 여름 변동금리로 1억원을 빌린 사람은 1년 만에 월 이자 부담이 5만원가량 늘었다. 미미할 수 있지만 대출 규모가 큰 다주택자가 많고, 부동산 대책을 통해 이미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낮춘 상황이다. 이자상환 비용이 조금만 늘어도 주택 수요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 국토연구원은 기준금리가 0.5~1%포인트 오를 경우 주택 매매가격상승률이 0.3~0.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금리 변동에 민감한 부동산 투자자를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레버리지(지렛대) 삼은 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본다. 금리가 추가 인상될 것이란 심리적 불안감도 크다”고 말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입주 물량이 많은 수도권, 지역 경제가 좋지 않은 지방 위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차적으로 오피스텔·상가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 타격을 받고, 이어 주택 수요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달리 이상우 유진 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오르더라도 대체할 만한 뚜렷한 투자대상이 없어 부동산 투자수요가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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