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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푸드밸리’ 꿈꾸는 국가식품클러스터 가보니] 원료 조달부터 수출까지 원스톱 지원

[‘한국판 푸드밸리’ 꿈꾸는 국가식품클러스터 가보니] 원료 조달부터 수출까지 원스톱 지원

R&D 인프라 탄탄해 기업 유치 순항 ... 9월 건강기능식품전문제조(GMP) 적용기관 지정
국가식품클러스터 식품품질안전센터 연구원들이 기기분석실에서 식품에 함유된 기능성 성분 함량을 확인하고 있다. 물질을 작은 입자로 쪼개 구조 분석을 할 수 있는 실험기기인 ‘Q-TOF’는 고가 장비로, 일반적으로 중소 식품기업이 구비하기 어렵다. / 사진:전민규 기자
전북 익산시내에서 차로 30분을 달리자 너른 지평선이 이어졌다. 잘 다져진 땅 곳곳에 길을 내고, 건물을 올리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11월 29일 찾은 익산 왕궁면 일대는 대규모 신도시 건설 현장을 방불케 했다. 여의도 면적과 맞먹는 232만㎡ 규모로 조성 중인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 풍경이다. 정부가 5758억원의 예산을 들여 2020년까지 조성할 계획으로 현재 90% 가까운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기업과 연구기관·대학이 삼각편대를 이루는 식품전문산업단지를 목표로 지난해 12월 개소했다. 2015년 기업 지원 활동을 시작으로 올해는 본격적인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했다. 올 초부터 11월 말까지 클러스터에 입주한 기업은 외국투자기업 2개사를 포함해 45개사에 이른다. 앞으로 국내외 150개 기업을 비롯해 10개 식품 관련 연구소가 입주해 2만300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식품 기업에 특화된 단지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식품 기업에 특화된 산업단지다.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는 입주 기업의 원료 조달부터 기술 지원, 제품 생산, 유통, 수출까지 제품의 전 생산 과정을 일괄적으로 지원한다. 네덜란드의 대규모 식품 클러스터로 잘 알려진 ‘푸드밸리’의 한국판으로 볼 수 있다. 푸드밸리를 기반으로 네덜란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농산품 수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푸드밸리가 대학을 중심으로 한 연구 중심의 클러스터라면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식품산업 관련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진기지에 가깝다. 윤찬석 국가식품클러스터 지원센터 연구개발부장은 “푸드밸리가 기업 간 매칭이나 산학연을 잇는 일종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면 우리 지원센터는 기업의 기술 지원부터 수출까지 전 과정을 돕는다는 데 차별점이 있다”며 “식품기업이 생산 단계별 어려움에 부딪히면 클러스터의 전문 연구원이 나서 해결책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입주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는 크게 6개로 나뉜다. 클러스터지원센터 내에는 식품기능성평가지원센터, 식품품질안전센터, 식품패키징센터, 파일럿플랜트, 식품벤처센터, 소스산업화센터가 있다.

식품기능성평가지원센터에서는 고부가가치 건강기능식품 개발을 전담한다. 국내외 산학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업의 상품화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건강기능식품을 상품화 하기 위해서는 표준화 작업과 더불어 효능 평가가 필수다. 건강기능식품 원료 기업인 BTC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는 중국산 기능성 원료를 국내에서 생산하기 위해 생산지별 기능성분 검토가 필요했다. 장기적으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재배환경에 최적화된 원료를 찾기에 나섰다. 이 회사는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해 연구원들과 함께 국산 천연식물에서 해답을 찾았고, 현재 기능성평가센터에서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식품의 기능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질량분석기(Q-TOF), 자동화염기서열분석시스템 등 고가의 장비가 필수다. 중소 식품 업체가 자체적으로 수억원대의 장비를 구비하기 어려운 탓에 외부기관에 검사를 의뢰해야만 했다. BTC 측은 “외부기관을 이용하면 두 달이 걸리는 검사도 클러스터 내에선 2주 내 가능하다”며 “관련 비용 역시 최대 80%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초기 비용 부담을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최근 식품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식품품질안전센터의 역할도 커졌다. 이곳에서는 식품 원료와 제품에 대한 안전성 분석을 지원한다.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제품 개선의 방향을 제공하기 위한 객관적 품질평가(맛·향·조직감)도 받을 수 있다. 최근 이 센터는 전북대와 연계해 익산 지역 쌀에 대한 중금속 분석을 비롯해 토양 오염도와 안전성 검증 작업을 실시했다. 한 급식 식자재 공급 업체로부터 이 지역 생산 쌀의 식품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기업 관계자는 “클러스터에서 신뢰도 높은 정보를 빠르게 제공받은 덕분에 수천t의 공급 계약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식품패키징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박정숙 청하식품 대표는 20년 넘게 메추리 농장을 운영했다. 20만 수의 메추리를 키우며 우수한 품질의 알을 생산했지만 판로 개척이 쉽지 않았다. 박 대표는 “1인 가구가 늘고, 점차 편의성을 추구하면서 이제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메추리알의 80%가량이 포장형으로 공급된다”며 “이를 위해선 껍데기를 제거한 알을 안전하게 포장하는 가공 공장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그간 가공 공장에 알을 납품하는 데 그친 박 대표는 5년 전 회사를 설립해 직접 생산-가공-유통 전 과정에 도전했다. 그러나 포장이나 기타 가공식품 개발 기술은 여전히 부족했다.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지난 10월 국가식품클러스터에 둥지를 틀었다. 박 대표는 “식품패키징센터 등의 도움을 받아 앞으로 메추리알 장조림이나 통조림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구개발(R&D) 결과물을 시제품화하고, 공장표준화실험 등을 할 수 있는 생산시설인 ‘파일럿플랜트’와 발효원료를 기반으로 소스를 개발하는 소스산업화센터도 클러스터 내 자리했다. 특히 파일럿플랜트는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 제조에 대한 안전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건강기능식품전문제조(GMP) 적용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란 식품·의약품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품질면에서 보증하는 기본 조건으로서의 우수식품·의약품의 제조·관리의 기준으로, 원료 및 자재 수급에서부터 제품 가공, 포장까지 모든 생산단계에 걸쳐 위생적인 품질관리를 보증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KFDA)가 시행하는 제도다. 전국 400여개의 식품 기업이 GMP 지정을 받아 운영 중이다. 관계법에 따라 모든 건강기능식품 위수탁 및 OEM 생산은 GMP를 지정받은 곳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 국가식품클러스터 관계자는 “단지 내 입주·분양을 받은 업체뿐 아니라 충분한 기반시설을 갖추지 못한 국내외 기업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대료 저렴한 식품벤처센터도 눈길
식품업에 막 뛰어든 초기 벤처를 지원하는 식품벤처센터도 있다. 유망한 중소 식품기업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공장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52실의 공간을 국내외 식품 제조 업체에 임대하며 5년 단위로 계약해 최대 15년까지 임대가 가능하다. 임대료는 3.3㎡ 당 5000~7000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대학생 등 만 39세 미만 청년 창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식품 제조 실습 기회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푸드폴리스 창업지원랩도 관심을 끈다. 클러스터 입주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알려지며 전국 각지로부터 입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식품기업과 관련된 포장재 개발이나 시제품 제작을 담당하는 기업의 관심도 커졌다. 현재까지 산업시설용지의 절반 가량이 분양됐고 잔여 물량에 대한 신청을 받고 있다. 용지의 분양가는 3.3㎡당 50만 원 안팎이다. 입주기업에는 법인·소득·재산세가 5년 간 100% 면제(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이전시)된다. 조세감면 혜택 외투자보조금과 고용보조금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마련돼 있다. 최희종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장은 “세계 식품산업 규모가 자동차·IT산업의 3~5배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식품기업에 최적화된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대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퀀텀점프(Quantum Jump)할 수 있는 기회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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