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수 급증에 고전하는 편의점] 과당 경쟁에 최저임금 인상 악재 겹쳐
[점포 수 급증에 고전하는 편의점] 과당 경쟁에 최저임금 인상 악재 겹쳐
3월 말 기준 4만개 돌파...신선식품 늘리고 금융·택배 서비스 강화 1989년 5월 6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신기한 가게가 문을 열었다. 24시간 불을 밝힌 채 각종 생필품을 팔았다. 소비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술이나 담배, 음료수 등을 살 수 있었다. 낯설었지만 편리했다. 초창기 ‘24시간 수퍼’로 불렸던 편의점 얘기다. 세븐일레븐이 1989년 5월 국내 1호 편의점인 올림픽선수촌점을 연 지 올해로 꼭 29년째다. 그동안 편의점은 4만개를 돌파했다. 국내 주요 편의점 5개사의 점포만 정확히 4만192개(2018년 3월 말 기준)다. 아파트 단지 내에는 어김없이 한 곳 이상의 편의점이 있고, 어디서든 조금만 걸으면 편의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유명 편의점뿐 아니라 중소 브랜드, 개인이 직접 운영하는 편의점까지 더하면 그 수가 4만2000개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편의점은 2007년 1만개를 돌파한 이후 2만개를 돌파하기까지 5년 가까이 걸렸다. 그러나 3만개를 넘는 데는 4년, 다시 4만개를 돌파하는 데는 2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편의점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업체들이 출점 경쟁에 나선 영향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가 3월 말 현재 1만2735개로 가장 많고,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가 1만2635로 뒤를 이었다. 업계 1, 2위인 양사는 지난해 공격적인 출점을 통해 한 때 점포 수 격차를 10여 개로 줄이기도 했다. 업계 3위인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은 9371개,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이마트24는 2949개, 미니스톱은 2502개다. 편의점은 올해 들어서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편의점 5개 사의 순증 점포 수는 1월 295개, 2월 319개, 3월 302개다.
편의점이 처음 생겼을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가구 형태는 4인 가구가 50% 이상으로 압도적이었다. 대형마트나 수퍼마켓에서 어머니가 장을 보는 식으로 생활용품 소비가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유통 업계에서 편의점 위상은 매우 낮았다. 24시간 영업 외에는 가격이나 접근성 면에서 별다른 강점을 갖지 못했다. 더구나 1997년 외환위기로 성장세도 멈춰버렸다. 내수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초고금리 탓에 출점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8년에는 전년 대비 점포 수가 겨우 6개(0.3% 성장)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출은 1조1153억원에서 1조645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감소했다. 이후 편의점은 점포 리뉴얼, 전산시스템 보강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공공요금 수납, 현금인출기(ATM) 설치 등 각종 생활 서비스가 시작된 것도 이 즈음이다. 덕분에 편의점은 2000년대 들면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해마다 1000~2000개씩 늘어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편의점 성장의 비결은 가구 형태의 빠른 변화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4인 가구는 1995년 50%에서 2005년 27%로 10년 만에 반 토막 났다. 이와 달리 편의점의 주 수요층인 1인 가구는 같은 기간 12.7%에서 20%로 급증했다. 다시 10년 후인 2015년 1인 가구는 27%를 기록, 4인 가구(20%)을 넉넉히 제쳤다. ‘가장 일반적인 가구 형태’가 20년 만에 4인 가구에서 1인 가구로 뒤바뀐 것이다. 여기에 높은 접근성과 소포장, PB상품(유통 업체 브랜드 상품), 도시락 등으로 무장한 편의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점포 수가 급속도로 늘면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 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당 매출(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해 2월 사상 첫 감소세(-3.5%)를 보인 이후 올 1월까지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주요 업체의 실적도 시장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성장률이 꺾이고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매출액이 8조2665억원으로 전년보다 11.7% 늘었지만 전년 매출 성장률 18%에는 크게 못 미친다. 영업이익은 1657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151억원으로 57.9% 감소했다. 코리아세븐도 지난해 매출액이 3조8427억원으로 전년보다 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6년 코리아세븐 매출 증가율은 11.8%였다. 영업이익은 2016년 473억원에서 지난해 429억원으로 9.3%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350억원으로 전년(407억원)보다 14% 감소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올해 편의점당 하루 매출을 약 185만원으로 예상했다. 업계에 따르면 하루에 180만원을 팔아야 한 달에 20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는데, 이마저도 일부 점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부 통계에 따르면 하루 매출이 100만원도 안 되는 점포가 수두룩하다. 서울 송파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주변에 편의점이 많이 늘면서 매출은 줄었는데 올 들어서는 최저임금마저 인상돼 고정 지출 비용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1만원 시대를 향해 당분간 걸음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수 급증으로 인한 포화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 명으로 가정하면 편의점당 1250명인 셈이다.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편의점당 인구수가 2200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신규 점포 감소, 폐점 점포 증가, 담배 매출성장률 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편의점 산업의 성장률은 올해부터 10%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폐점 점포 수가 연간 300~400개에서 500개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의 경우 편의점 매출 성장률은 성숙기에 접어든 후에 연 5% 전후를 유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 편의점은 상상할 수 없던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금융·택배에 이어 정육고기·채소·과일 등 신선식품 카테고리 강화에 나섰다. CU는 업계 최초로 삼겹살 등 냉장육 자판기인 ‘CU IoT 스마트 자판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고기의 용도와 양을 선택해 버튼만 누르면 고기가 나온다. CU는 또 통신 업체와 제휴해 지역의 관광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세븐일레븐은 카카오뱅크와 업무협약을 맺고 입출금이 가능한 ATM기를 설치하고 있다. 또 KB국민은행과 제휴해 이 은행 고객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마트24는 무인편의점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는 한편 외부 전문가와 미래형 편의점 연구·개발에 나섰다. GS25는 노인 인구가 크게 늘고 있는 점을 고려 ‘시니어 대표 편의점’을 선언하고 혈당측정기 등 관련 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수가 2만개였을 때도 포화상태라는 말이 있었다”며 “신규 출점을 통한 경쟁보다 고객을 끌어들일 만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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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면서 편의점 수 급증
편의점이 처음 생겼을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가구 형태는 4인 가구가 50% 이상으로 압도적이었다. 대형마트나 수퍼마켓에서 어머니가 장을 보는 식으로 생활용품 소비가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유통 업계에서 편의점 위상은 매우 낮았다. 24시간 영업 외에는 가격이나 접근성 면에서 별다른 강점을 갖지 못했다. 더구나 1997년 외환위기로 성장세도 멈춰버렸다. 내수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초고금리 탓에 출점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8년에는 전년 대비 점포 수가 겨우 6개(0.3% 성장)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출은 1조1153억원에서 1조645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감소했다. 이후 편의점은 점포 리뉴얼, 전산시스템 보강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공공요금 수납, 현금인출기(ATM) 설치 등 각종 생활 서비스가 시작된 것도 이 즈음이다. 덕분에 편의점은 2000년대 들면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해마다 1000~2000개씩 늘어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편의점 성장의 비결은 가구 형태의 빠른 변화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4인 가구는 1995년 50%에서 2005년 27%로 10년 만에 반 토막 났다. 이와 달리 편의점의 주 수요층인 1인 가구는 같은 기간 12.7%에서 20%로 급증했다. 다시 10년 후인 2015년 1인 가구는 27%를 기록, 4인 가구(20%)을 넉넉히 제쳤다. ‘가장 일반적인 가구 형태’가 20년 만에 4인 가구에서 1인 가구로 뒤바뀐 것이다. 여기에 높은 접근성과 소포장, PB상품(유통 업체 브랜드 상품), 도시락 등으로 무장한 편의점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점포 수가 급속도로 늘면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 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당 매출(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해 2월 사상 첫 감소세(-3.5%)를 보인 이후 올 1월까지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주요 업체의 실적도 시장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성장률이 꺾이고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매출액이 8조2665억원으로 전년보다 11.7% 늘었지만 전년 매출 성장률 18%에는 크게 못 미친다. 영업이익은 1657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151억원으로 57.9% 감소했다. 코리아세븐도 지난해 매출액이 3조8427억원으로 전년보다 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6년 코리아세븐 매출 증가율은 11.8%였다. 영업이익은 2016년 473억원에서 지난해 429억원으로 9.3%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350억원으로 전년(407억원)보다 14% 감소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올해 편의점당 하루 매출을 약 185만원으로 예상했다. 업계에 따르면 하루에 180만원을 팔아야 한 달에 20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는데, 이마저도 일부 점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부 통계에 따르면 하루 매출이 100만원도 안 되는 점포가 수두룩하다. 서울 송파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주변에 편의점이 많이 늘면서 매출은 줄었는데 올 들어서는 최저임금마저 인상돼 고정 지출 비용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1만원 시대를 향해 당분간 걸음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수 급증으로 인한 포화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 명으로 가정하면 편의점당 1250명인 셈이다.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편의점당 인구수가 2200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신규 점포 감소, 폐점 점포 증가, 담배 매출성장률 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편의점 산업의 성장률은 올해부터 10%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폐점 점포 수가 연간 300~400개에서 500개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의 경우 편의점 매출 성장률은 성숙기에 접어든 후에 연 5% 전후를 유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화 속에 새로운 변화 시도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수가 2만개였을 때도 포화상태라는 말이 있었다”며 “신규 출점을 통한 경쟁보다 고객을 끌어들일 만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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